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 3년
영화 불한당의 ‘사람을 믿지말고, 상황을 믿어라.’ 대사를 인용하자. 이 부장은 내 진의를 이해했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부장의 전한 정이성 대좌의 배경은 이러했다.
조상이 함경도 지주였던 출신 성분상. 북한에서 좌관급으로 승진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엄청난 노력과 능력으로 대좌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이 부장은 전했다.
“부장님. 현재 딱히 적임자가 없는 상황이니 정이성 대좌가 나쁘진 않을 것 같군요.”
“…”
“부장님이 면밀히 살피셨으니 그를 사단장으로 내정하고. 견장이나 제가 달아주도록 하죠.”
“그렇게 말씀하시니, 책임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부장님.”
“네. 대표님.”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 변합니다. 그 변하는 방향의 길잡이가 환경이고 사람이겠죠. 제가 결정한 이상, 부장님 손을 떠난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정이성 대좌도 변하는 중일 것이고, 우리도 끝없이 변화 해왔다.
신념을 강요하는 것보다.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는 환경이 믿음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 자유사단 창설식엔 대표님이 방문을 해주시는 게 ··· 사기 진작 차원에서도 ···.”
“그 말씀을 그리 어렵게 하십니까? 하하.”
“아무래도 대표님이 그런 행사를 불편해하시니 조심스럽습니다.”
“불편해도 가야지요. 이역만리 사람들을 끌고 와 태평양 한가운데 떨궈놨는데. 제가 가는 게 주민들 안심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정이성 대좌부터 불러들이도록 하겠습니다.”
“네.”
자유사단 창설을 계기로 병력 현황을 살펴보았다.
OSS 대표이자 ESSO 방위군 총사령관으로서 내가 지휘하는 지상군 병력만 22만 명이 넘었고, 해군과 공군을 합치면 35만 명이 넘었다.
재래식 군사력 기준 세계 6위인 대한민국의 정규군이 50만 명이었고. NATO의 직접 통제하에 있는 NRF는 5만 명 수준이었다.
– NRF (NATO Response Force) : 나토 신속 대응군
3년 전 그 당시, 김준명 팀장과 박일림 부팀장 2명과 보안회사 OSS를 설립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ESSO란 국제기구를 만들고 이제 수십만 명의 병력을 좌우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소냐또레를 타고 코르시카섬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작시오의 나폴레옹 동상 앞에서 그가 꿈을 놓지 않았던 몽상가라고 생각했었다.
중위로 시작해 황제에 오른 그의 시간보다, 나의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았다.
그가 툴롱 포위전에 처음 참여한 1793년에서 3년이 지난 후 이탈리아에 대한 군사지휘권을 가지게 되었고, 그 후 8년 뒤에 황제에 올랐고. 다시 10년 뒤에 황제에서 쫓겨났다.
나폴레옹뿐만 아니라 알렉산더, 히틀러까지 모두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 일을 되돌아보면서 언젠가 닥칠지 모를 몰락의 기운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런 몰락을 격지 않은 인물이 있었다.
그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김일성이었다.
‘뭐지 이 기시감은 …’
…
OSS 자유사단이 창설된 것을 계기로 유재성 전략조정 실장에게 장비가 아닌 병력 현황 보고서를 작성을 지시했다.
*** OSS 및 ESSO 병력 현황 요약 ***
* OSS 직할 지상군 *
OSS 특임여단 – 2,000명 / 신흥캠프
OSS 포병여단 – 2,500명 / 신흥캠프
OSS 드론여단 – 3,500명 / TMSH
OSS 크림여단 – 3,000명 / 우크라이나
OSS 자유사단 – 7,000명 / 마셜 군도
OSS 극동군단 – 50,000명 / 극동공화국 출신 병사)
* ESSO 방위군 **
ESSO 한국군 – 30,000명
ESSO 극동군 – 70,000명
ESSO 북방군 – 40,000명 / 북한에서 파병
ESSO 필리핀군 – 10,000명 (민다나오 주둔)
** 해, 공군 **
OSS 해군 – 70,000명 (항공대 포함)
ESSO 극동전단 – 약 15,000명
OSS 공군 – 10,000명 (OSSAC 포함)
ESSO 공군 – 10,000명
* * * * * * *
…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이성 대좌가 신흥캠프로 왔다. 진급식을 위해서였다.
그의 첫인상은 검게 그을린 얼굴에 깡마른 체격이었지만, 의지에 가득 찬 눈빛 만큼에서 군인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신흥캠프 강당에서 조촐하게 정이성 대좌(대령)의 진급식을 치렀다.
그의 어깨에 별 2개와 녹색 견장을 달아주고, OSS와 내 이름이 새겨진 M1911 권총을 선물로 주었다.
“원수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정이성 소장이 큰소리로 외친, 충성이란 말을 경례 구호가 아닌 대화체로 들으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소장님! 병사와 주민이 저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사단 병사들은 물론, 북에서 이주해온 주민들 잘 보살피시길 바랍니다.”
나는 악수한 손을 풀면서 정이성 소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그는 발뒤꿈치를 모으면서 허리를 곧추세웠다.
“북조선을 빠져나온 인민들은 원수님을 어버이처럼 따르고 있습니다.”
“어버이라뇨! 저는 그저 사령관일 뿐입니다. 그런 표현은 저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아, 죄송합니다. 원수님. 시정 하겠습니다.”
“하하. 괜찮습니다. 아직 적응이 덜 되어서겠지요. 이해합니다.”
“감사합니다. 원수님.”
“그런데 북쪽 말투가 아니십니다. 하하.”
“원수님을 뵙기 위해서,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아, 일부러 그러실 것까지야 ···. 아무튼. 조만간 창설식 때 갈 터이니 그때까지 사람들 잘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원수님이 오시는 겁네까?”
정이성 소장은 놀란 듯 본래의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럼요. 새로운 부대가 창설되는데. 사령관으로서 축하해야지요. 그리고 부대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단장 임명식도 해야지요. 하하.”
“인민들이 꿈에 그리던 원수님을 뵙게 된다면. 무한한 영광이 될겁네다.”
“네. 미리 당부드리지만. 저는 너무 과한 환대와 행사가 불편합니다. 그러니 미리 알리지 마시고, 행사도 조촐하게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당연히 원수님의 행적을 함부로 발설하는 무지렁이는 아닙니다.”
“하하. 네. 이제 사단장이 되셨으니.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소리 내 발끝을 모으며 대답했다.
“원수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훈련과 규율보다. 이역만리, 고향 땅을 떠나온 병사들의 마음과 몸을 먼저 살펴주세요.”
“네! 원수님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진급식을 마치고. 정이성 사단장은 마셜 군도로 돌아갔다. 그를 배웅하고 나자 이 부장이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했다.
“부장님. 뭐 또 다른 게 또 있나요?”
“네. 미국에서 우리 무인어뢰정 마린스펙터를 팔아달라고 요청이 왔습니다.”
“몇 대나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기술이전을 선결 옵션으로 걸었습니다.”
“그럼, 안 판다고 하세요.”
“아 ··· 대표님. 그래도 미국인데 ···.”
“아니, 그냥. 기술이전은 물론이고 판매도 안 한다고 통보하세요.”
“네?”
“미국이 F22의 기술이전은 고사하고. 단, 한 번이라도 판매한 적이라도 있습니까?”
“아 ···.”
“마린스펙터와 소닉팬텀은 잠수함 작전에서 F22와 견줄 수 있는 게임체인저입니다. 저들도 그걸 알고 접촉을 한 거고요.”
“그렇겠죠.”
“그런데 기술이전부터 들고나왔다는 건, 우릴 멍청이로 본 겁니다.”
“…”
“협상도 적당히 봐가면서 해야지 10,000원짜리를 10원부터 흥정하면 협상이 깨지는 겁니다.”
“말씀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미국이 예전의 버릇을 못고친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마린스펙터와 소닉팬텀은 미국의 F22와 같으니 ···.”
“…”
“기술이전도, 라이선스 생산도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당분간 판매 계획도 없을 것이라고 전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본래 강대국이 뻔뻔함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란 것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국의 국력에 견주어 그런 뻔뻔함을 보여야 할 터인데, 때때로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미국이었다.
특히, 한국에 더욱 그러했다. 그게다! 대한민국의 저자세 외교가 그렇게 만든 것 같았다.
일본은 패전국이란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하지만, 한국은 권력자들의 편리한 ‘반공주의의 망령’이 더욱 그렇게 만들었다.
특히, 한국은 동북아시아의 정세에 있어서만큼은 당당한 파트너 이상으로, 미국이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인데도 그러했다.
시쳇말로, 만약 한국이 ‘미국은 빠져’ 하고 북핵의 위험 때문에 핵 개발을 하겠다고 하면. 반년이면 핵무장을 하게 된다. 투발 수단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러면 미국은 경제제재에 들어갈 것이다. 그래봤자 미국만 손해이다.
대만도 중국에 넘어간 마당에 무슨 수로 반도체를 조달할 것인가? 한국의 반도체가 없다면 미국의 거의 모든 산업이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미국도 이걸 잘 알고 있고, 언제든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알아서 기어’주고 있으니 미국으로서는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한국이 핵 개발을 한다고 해도, 미국이 손을 놓고 있어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을 외교적 협상의 지렛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 답답했다.
모든 사안에 있어서, 미국이라고 하면 전전긍긍하는 정부와 외교 당국자들이 정권이 아닌 국가를 생각했다면 그럴까? 하는 의심이 들곤 했다.
그것은 기술적 우위와 군사적 역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선출된 권력. 그 정권의 안위에 줄을 서는 철밥통 공무원 카르텔의 문제였다. 부끄러움과 좌절감은 국민의 몫이었다.
그런 상황에 OSS와 ESSO 관련 뉴스는 또 다른 의미에서, 한국 국민에게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듯했다.
그 수장이 한국 국적이란 단 한 가지 사실 때문이었다.
…
한국은 두 번째 겨울을 잘 버텨내고 있었다. 서울이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엄청난 한파가 몰아닥쳤지만. 극동공화국을 통해 수입한 에너지 덕분에 위기는 피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비극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매일 10명 이상의 두 자릿수 동사자가 나왔다. 소빙하기가 오기 전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얼어 죽고 있었다.
충분한 자원과 함께 대비가 잘되어 있다는 대한민국도 이번 겨울 동안 수백에서 1천여 명이 동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취약계층으로 난방비를 아끼려다가 죽는 사람이 나왔고. 한파 대피 시설로 미리 피하지 못한 노숙자는 어김없이 동사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 가운데. 한화오션 한규동 사장이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대표님! 아스널쉽 초도함이 진수를 앞두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