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 강철 심장
몇몇 언론의 사설에서 OSS가 ‘미치광이 전략’을 쓰는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틀린 전망이었다.
나는 ‘미치광이 전략’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무지막지한 응징을 통해 ‘OSS에 도발하려면 국운을 걸어야 한다.’라는 것을 입증하고. 간 보다가 나라가 망한 전례를 남기려는 것이었다.
눈빛만 흘겨도 총을 뽑는 미치광이가 이미 되어 버린 것이었다.
…
미얀마 군부의 반응을 기다리는 동안, 기함인 타위타위호 작전실로 갔다. 손이일 제독에게 작계에 대해 보고를 받기 위함이었다.
“제독님. 시작하시죠”
“네 대표님, 먼저 순항 미사일과 함대지 미사일의 계획표적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손이일 제독은 슬라이드에 미얀마 지도를 띄웠다.
“대표님 지시에 따라 인적 피해가 적으면서 실질 타격을 줄 수 있는 순서로 계획표적을 설정했습니다.”
그는 슬라이드 화면에 레이저포인터를 가리키며 보고를 이어갔다.
“슬라이드의 붉은색 표식이 1차 표적입니다. 위성통신 시설, 군사통신 타워, 군용 전화국, 군사 데이터센터, 지상 및 해상 감시 레이더 시설, 고고도 경계레이더, 조기경보레이더 …”
손 제독이 작성한 나머지 계획표적은 다음과 같았다.
* 2차 표적
전투기, 헬리콥터, 수송기 등 군용항공기의 격납고 및 활주로. 대규모 탄약 저장소, 로켓과 미사일 저장시설. 기갑 및 포병 기지, 군수 정비창
* 3차 표적
미얀마 국방부 본부, 각 군 본부, 지역별 사령부, 정보 사령부. 군수 사령부
“좋습니다. 상륙지점은 어디로 낙점하셨습니까?”
“2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먼저 전략적으로 가장 유용한 곳은 시트웨(Sittwe)입니다.”
“…”
“미얀마 라카인주의 주도입니다. 항만의 활용도가 높고, 공항이 있습니다. 향후 전선 전개에 유리하나 민간인의 피해가 예상되는 것이 단점입니다.”
“그건 좀 부담스럽군요. 다음은요?”
“그리고. 시트웨 북쪽 마운그다우(Maungdaw)입니다. 항만과 공항은 없으나 상륙에 적합한 해안을 가지고 있고.”
“음 ···.”
“로힝야 반군과의 거리도 가깝습니다. 단점은 연결된 도로 사정이 열악하여 전선 전개가 어려운 점입니다.”
“어차피, 60만이 넘는 미야마군을 상대로 우리 병력만으로 내륙으로 진출하면, 늪에 빠지는 것과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곳곳이 밀림이라서 첨단 무기로 극복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마운그다우로 상륙해서 교두보를 확보한 다음 상황에 따라 시트웨를 확보하는 것으로 하죠.”
“다만, 지형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마운그다우에서 시트웨까지도 육로 이동이 만만치 않습니다. 도로 사정도 열악하고요.”
“음···. 좀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민간인 피해가 최소화하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이 적을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성명문은 발표한 지 30시간이 흘렀다. 미얀마 군부에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세계 언론은 OSS 성명서와 함대의 움직임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었다.
우리의 요구와 군사행동이 과도하다는 여론이 제법 되었지만, 예상보다 논조가 그리 비판적이진 않았다.
되려 미얀만 군부가 얼마나 미친 집단인지 심층 분석한 기사와 함께.
군부 쿠데타에 대항하여 미얀마 시민이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성명을 발표한 지 이틀이 지난 이후, 미얀마 군부의 반응이 나왔다.
그들이 내놓은 대책이라곤 OSL 곡물 운반선을 내놓는 것과 나포를 주도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향후 벵골만과 미얀마 해 통행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
미얀마 군부의 성명이 발표되고 나서 즉시 짧은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 * * * * * *
… 앞서 OSS가 미얀마 군부를 향해 발표한 성명은 단 한 글자도 수정할 수 없다.
협상은 없다.
모든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미얀마 군부는 괴멸적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 24시간 남았다.
* * * * * * *
반대성명이 발표되자. 전 세계 언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중국이 끼어들었다. 중국 외교부장이 발표한 성명의 골자는 이러했다.
‘중국은 현 미얀마 정부를 지지하며. 미얀마가 곤란한 처지에 빠졌을 때 도울 의향이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의 하나로 미얀마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의 성명에 OSS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 일대일로 : 중국의 ‘신실크로드 전략’으로 내륙과 해상을 연결하는 경제벨트를 지칭한다. 미얀마는 ‘일대일로’ 중 하나로 중국이 인도양에 진출하는 중요한 통로로 인식되었다.
국내외 반응을 살피면서. 향후 벌어질 일들에 대해 고심하는 중 손이일 제독이 찾아왔다.
“대표님!”
“네. 제독님. 그렇지 않아도 부르려고 했습니다.”
“저는 계획표적에 대한 타격방식에 대해 의논드리려고 했습니다.”
“하하.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먼저 제독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론 선제타격과 일제사격이 전술적으론 유리합니다만. 대표님이 고려하시는 전략적, 정치적 목표에 따라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제 머릿속에만 넣고 미처 말씀을 드리지 못했군요.”
“네. 대표님이 단순히 응징과 보복만을 위해 이런 대규모 작전을 계획하진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먼저. 정치적 목표는 OSS가 미국보다 두려운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이미 그런 존재인 것 같긴 합니다만 ···.”
“아닙니다. ESSO를 제외하면 필리핀 민다나오와 우크라이나 정도에서만 OSS의 영향력이 미친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아…”
“ESSO 의 안보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을 취한 것이 소프트파워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일부 국가에 전달된 것 같습니다.”
“대표님! 이번 작전의 전략목표에 대해 한 번 더 설명해 주십시오.”
“미얀마 시민군과 로힝야 반군 연대를 지원해서 미얀마 군부를 축출하고. 친 OSS 정권이 수립하는 것을 돕는 것입니다.”
“아 ···.”
“이미 OSSIA 요원들이 미얀마에 침투해 작전을 수행 중입니다.”
“어떤?”
“라오스, 태국, 방글라데시에 시민군과 반군의 보급 루트를 만들고. OSS의 공격에 내응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륙작전을 감행하시는 것은 흩어진 시민군과 반군을 모아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미얀마 군부의 탄압과 학살로 시민군, 학생군, 지역 게릴라들은 모두 밀림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들에게 해방구를 만들어 줄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일제사격 (Salvo Fire)으로 적의 대응능력을 무력화 시키는 게 맞을 듯합니다.”
“상륙을 위한 표적만 제거하게 되면, 적이 작전을 눈치챌 수 있으니. 미얀마 군부의 역량을 축소하는 전방위적인 공격이어야 할 것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제해권과 제공권을 장악하는 데 필요한 미사일의 숫자가 얼마나 될까요?”
“미얀마군이 장비는 열악하나 그 숫자는 엄청납니다. 육군 병력이 65만에 이르고 전투기도 200대가 넘게 있습니다.”
“…”
“해군도 제법 규모가 됩니다. 초기 제공권과 제해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400발 이상이 소요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먼저, SSGN 잠수함의 토마호크로 적의 정찰, 감시 및 공군자산을 무력화시키고. 함대가 벵골만으로 진입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작전 개시 전 최종 결심을 받겠습니다.”
“네. 그럼 수고해주세요.”
손이일 제독과 대화를 마치고 생각에 잠겼다.
전쟁상황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다. 침몰하는 군함과 불타는 전차, 추락하는 전투기의 모습이 그려졌다.
군인이든 민간이든 똑같은 생명인데. 내가 불필요한 희생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한 것이라 자위하여 보았지만, 결국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이란 사실만 자각할 뿐이었다.
만약 모두가 죽고 죽이는 아비규환의 세상이 온다면. 마지막 방아쇠는 내가 당기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신념 때문에 독배를 드는 순진한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 말이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나는 강철 심장을 가져야만 하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사이 또 하루가 지나갔다.
간밤의 고민 끝에 한가지 결정을 바꿔야만 했다. 전쟁을 치르기로 마음먹은 마당에 감상적인 결정을 해서는 안 되는 깨달음이 있었다.
실패는 돌이킬 수 없는 늪에 빠지는 것과 같았다. 조금이라도 승리에 유리한 결정을 해야만 했다.
다시 손이일 제독을 불렀다.
“제독님. 상륙지점을 바꿔야 하겠습니다.”
“그럼. 시트웨를 생각하시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마운그다우에서 시트웨로 진격하는 사이 미얀마군이 방어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습한다면. 가장 고가치 자산을 확보해야 합니다.”
“고가치 자산이라면 ···?”
“시트웨 공항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제독님 제가 지도와 위성사진을 확인해 보니, 해변과 공항 사이가 마치 해자처럼 물이 들어오고 연결되는 도로도 하나뿐입니다.”
“네. 저도 확인했습니다. 시트웨로 상륙한다면 항공상륙을 위주로 작계를 변경해야 할 듯합니다.”
“확인하셨다니 안심입니다. 공항장악이 우선이니 특임대의 역할이 클 것 같습니다. 김준명 이사를 불러주세요.”
김준명 이사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들어왔다.
“대표님 부르셨습니까?”
“네. 작전에 변경사항이 있어 의논하려고 합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나는 지도 앞으로 가서 미얀마 시트웨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상륙지점을 이곳 시트웨로 변경했습니다. 해변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공항을 확보해야 합니다.”
“음 ··· 해변하고 가깝긴 하지만, 아무래도 본대는 헬리본으로 들어가는 게 맞을 듯합니다.”
“좀 더 설명해 주시지요.”
“경험상 이곳처럼 학교에 민간 가옥까지 많은 지역은 잠입도 어려울뿐더러, 이동 간 예상치 못하는 돌발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렇겠죠. 그게 고민입니다.”
“그러므로 공항점령이 목표라고 한다면 일시에 들이쳐서 공항 외곽을 통제하고 관제탑을 점령해야 합니다.”
“…”
“제공권이 확보되었다면, 적 사령부가 상황을 파악할 시간이면 공항은 우리에게 장악된 이후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격 공중강습이 답이란 말씀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전격 공중강습!
그것은 수십 대의 수직 이착륙기와 헬기로 순식간에 병력을 투사하는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작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