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 동맹의 트리거
‘한 세상 멋지게 산다.’라는 진민규 사무총장의 말이 왠지 위로되는 것 같았다.
힘들고, 어렵고, 외롭더라도 ‘한 세상 멋지게 살면 그뿐’ 이란 생각에.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며 괴롭혔던 어떤 허무함이 사라지는 듯했다.
한 세상 멋지게 살면 그뿐이었다.
중국의 횡포가 극에 달한 만큼 동남아시아 국가의 PATA (Pan-Asian Treaty Alliance) 창설은 속도를 내고 있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와 주도권 경쟁이 만만치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PATA의 하위 연합체인 ASEP (Asian Southeastern Pact)을 먼저 만들었다.
즉. PATA에 동아시아의 ESSO 와 동남아시아의 ASEP이 하위조직이 되는 셈이었다. 다만 필리핀은 ESSO에 남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ASEP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그리고 브루나이와 싱가포르가 가입을 결정했고. 의장국과 사무총장은 동남아시아 각국이 2년 임기로 돌아가면서 맡기로 하였다.
첫해에는 연합을 제안한 베트남이 ASEP 의장국이 되기로 하였다.
ASEP의 주요목표는 경제 협력과 함께 PATA를 통해 ESSO 와 군사적 동맹을 유지하고. 동시에 창설되는 PATA 군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PATA는 NATO의 모델을 따라 각국이 자국의 군대 일부를 PATA 군의 지휘체계에 배속시키는 형식이 되었고.
ESSO 군과 같은 신속대응군을 별도로 창설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각국에서 수천에서 1만의 병력을 파견했고 PATA 신속대응군은 약 5만의 병력을 갖추게 되었다.
PATA의 의장과 군의 총사령관은 내가 겸직하게 되었다.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OSS와 ESSO 의 군사력 없이는 PATA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두가 금세 깨달았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었다.
이로써, PATA란 하나의 연맹체 중국의 동쪽과 남쪽을 바다에서 포위하는 형세가 만들어졌다.
이것은 중국의 확장을 확실히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진민규 사무총장의 걱정대로 중국이 아시아의 어느 한 나라를 침공하면, 중국발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했다.
러, 우 전쟁과 중국의 대만침공으로 동유럽이 폐허가 되었고. 중국이 대만을 먹게 되었지만.
2차 대전 때처럼 독일이 해체되고, 일본이 무조건 항복이라는 그런 말살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태평양에서의 확전을 두려워한 나머지 대만을 포기한 것이 큰 화근으로 남았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자치공화국 몇 개를 잃었지만. 여전히 넓은 국토와 자원이 있었고, 전쟁 의지는 여전했다.
앙숙이었던 러시아와 중국은 공동의 적과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게 되었다.
그것에 대비하여.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노렸던 남방 자원지대 전체가 ASEP으로 묶였고, PATA란 단일 동맹체가 되었다.
PATA는 어쩌면.
1차 대전 이전 유럽의 복잡한 동맹의 트리거처럼, 거대한 뇌관을 스스로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초의 세계대전은 사라예보에서 울려 퍼진, 단 한 발의 총성으로 시작된 것처럼 말이다.
그 한 발의 총성이 1,500만 명을 죽였고, 800만 명의 전쟁고아를 만들었다.
위험을 막기 위해, 더 큰 위험의 칼날 위에서야 하는 현실이었다.
중국의 내부사정을 확인해볼 필요를 느꼇다. 이 부장에게 대중국 특별 정보보고를 준비하라고 지시하였다.
“대표님. 지시하신 보고서는 보안 전문으로 보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특기할만한 사안과 중국 내부의 분위기를 촌평해주세요.”
“네.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볼 때, 중국은 내부에 응축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어떤 게 있습니까?”
“중국 내부에 공공의 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타겟은 소수민족 차별과 자문화 중심주의입니다.”
“음 ··· 그 약발이 떨어지게 된다면 ···.”
“그럴 때 외부에 적을 만드는 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수나라, 당나라처럼 나라가 결딴나기도 했지만. 허허.”
“수, 당은 고구려란 존재가 있어서 그랬던 것이고. 중국이 내부에서 쪼개길 가능성은 없습니까?”
“내부 결속을 엄청나게 다지는 모습이다. 다만 결속은 한족만의 것이고, 소수민족 탄압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소수민족이 응집해서, 중국이 5호 16국 시대처럼 돌아갈 가능성은 없나요?”
“그러기엔 소수민족의 역량이 너무나 초라합니다. 군벌이 발호하기엔 중앙집권이 너무 잘되어있고요.”
“그렇군요.”
“요즘은 마치 진나라 시황제 시대 같습니다.”
“ ··· 그건 그렇고 동북 3성의 조선족 라인은 잘 유지되고 있습니까?”
“동북 3성의 정보 축선은 북한 정찰총국과 협조하여 계속 강화하고 있으며 ···.”
“…”
“극동공화국도 러시아와 중국 접경지역에 대한 정보를 OSSIA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급변 사태에 대비할 만 합니까?”
“조선족 자치정부 내부에 상당한 정보자산이 있고, 유사시 외곽 조직을 만들 세포조직도 육성하고 있습니다.”
“음, 중국이 팽창한다면. 남방과 극동 어느 쪽이 먼저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까?”
“먼저, 올해는 조용히 지나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됩니다.”
“이유는?”
“우리가 미얀마를 접수하고 PATA가 결성된 것에 상당히 당황하는 눈치입니다. 또 그것 때문에 좀 더 힘을 모으는 것 같고요.”
“…”
“중국이 팽창하는 방향은 러시아가 얼마나 체력을 회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러시아가 체력을 회복하면, 극동과 남방 양쪽에서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PATA의 결성이 국지적 분쟁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은 대신 ···. 터지면 크게 터져야 하는 정세를 만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중국 내 소수민족의 세포조직에 좀 더 신경 써 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OSSIA에서 파악한 중국 내부의 상황은 대략 이러했다.
중국은 연이은 환경 참사와 부동산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로 사회불안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은 경제 우선주의 속에 환경파괴를 가속화 하였고, 노골적인 한족 우대정책으로 소수민족을 더욱 탄압했다.
절대다수인 한족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 자치주 등의 소수민족의 토지와 이권을 빼앗아 한족에게 불하하기에 이르렀고.
더불어 ‘하나의 중국에 동화하지 못하는 소수민족’이란 프로파간다를 통해 사회 불만의 방향을 돌리려 했다.
– 프로파간다(propaganda) : 특정한 이념, 사고방식을 주입하는 일련의 활동. 선전, 선동, 주입식 교육 등 광범위한 세뇌도 포함된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소수민족 자치주에 대한 한족 이주정책을 꾸준히 시행해왔었고.
그 때문에 대부분 소수민족의 자치주에서 한족의 인구비율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한족의 소수민족 혐오 정서는 자치정부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것으로 이어졌고, 그것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해도 중국의 사법부는 한족의 손을 들어주기 일쑤였다.
그것은 소수민족 중 비교적 대우가 좋았던 조선족도 예외가 될 순 없었다.
동북공정, 서북공정, 서남공정, 막북공정 등 체계적인 역사 왜곡으로 상당수의 한족이 세뇌에 가까운 왜곡된 인식하게 되었다.
– 동북공정 : 만주 역사 조작 (고구려, 발해 등)
– 서북공정 : 위구르 역사 조작과 왜곡
– 서남공정 : 티베트 역사를 조작하여 인도와 영토분쟁의 명분을 만듦
– 막북공정 : 몽골, 흉노, 돌궐의 역사 왜곡 (칭기즈칸 중국인 설 유포 등)
그들 한족 이외의 모든 소수민족은 열등 민족 혹은 체재에 불응하는 세력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고.
김치, 삼계탕이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주장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태권도의 기원이 중국이라면서 자체적인 단증을 발급하고, 축구의 종주국이 중국이라는 발상 등 중국의 문화공정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중국 공산당은 한족만 세뇌되면 그뿐이었다.
세계의 모든 문화의 시작이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어이없는 세계관이 급속도로 퍼졌다.
말도 안 되는 지식의 왜곡에도 중국의 지식인들은 그것에 부역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선량한 학자적 양심은 그것을 바로잡을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한족의 대부분인 소수민족을 차별하는 정서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그것을 노골적으로 실천하는 사례는 더욱 많아지고 있었다.
…
동남아시아 국가를 ASEP으로 묶고 PATA를 통한 군사동맹을 강화한 것으로 인해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었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깡패 짓을 멈추고 있었다.
베트남과 필리핀 상선들은 PATA, ESSO 함께 OSS의 선기를 다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사실 그 배들이 OSS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굳이 말리지도 않았다.
OSS는 건드리면 터진다는 예측 불가능한 군사집단으로 인식되어 있었고, 최근 미얀마 전정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중국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어렵게 얻은 대만을 지키고, 힘을 비축하기 위해 불필요한 분쟁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들이 움츠리고 있는 전향적인 변화는 역설적으로 숨어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불안한 평화는 유지되었고.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었다. 시간상으로 가을이지 겨울이나 다름없었다.
세 번째 아스널십인 신기전 3호가 진수되었고, 세 번째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라카기가르 화산의 분화는 그 규모가 작아졌지만, 여전히 아황산가스와 화산재를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었고.
건조해진 날씨는 연례행사처럼 대륙의 곳곳에 산불을 일으켰다.
대륙의 판과 판이 겹쳐서 만들어진 열도의 섬 곳곳에서도, 크고 작은 화산이 분화를 시작했다.
동시다발적으로 태평양 곳곳에서 화산이 터지고 나니, 열도의 화산섬을 피해 키리바시와 마셜제도의 환초에 기지를 세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에 접어들어 폭발한 화산은 세 번째 겨울에 대한 경고와도 같았다.
세계 각국은 분쟁을 멈추고 겨울을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PATA에 소속된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었고.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상당량의 석탄을 공급해 주어야 했지만, 이번엔 원조가 아닌 북한이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그것을 수입할 수 있었다.
물론, 극동공화국의 에너지 수출 쿼터를 OSL이 조절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북한이 자력으로 에너지를 수입할 수 있는 것은 희토류 채굴이 원활 이루어졌고, 라진과 개성의 경제 특별구역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겨울을 기다리는 중, 이 부장의 긴급한 소식을 전해왔다.
“부장님. 무슨 일입니까?”
“대표님. 러시아가 타타르스탄을 침공했습니다.”
“아 ··· 이제 곧 겨울인데 어째서?.”
“그러게 말입니다. 모두가 긴장을 놓은 사이 허를 찔린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