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 제3강습전단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를 방어하는 것이 식량자원 확보를 위해 우리에게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OSS 흑해함대를 창설하고 주둔시키는 일은 인적자원이 동원되는 것을 넘어, 피의 대가를 치를 것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었다.
미국의 제안은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함대창설에 필요한 모든 함선과 장비를 무상공여하고, 보급 지원 그 이상이 필요했다.
“알겠습니다만, 몇 가지 조건이 더 있습니다.”
– 네 ··· ?
– 이 정도면 ···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
“먼저,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Diego Garcia), 지중해의 시고롤라(Sigonella)등 미국령 섬과 군사적 파트너 지역에 있는 미국 항공기지를 OSSAC 항공기가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십시오.”
– 아, 네.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환초 몇 개를 OSS가 매입 혹은 영구 임대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십시오.”
– 그, 그건 어떤 이유로?
“OSS 함대의 보급기지로 쓸 겁니다.”
– 알겠습니다.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OSS의 백업 기지가 키리바시에 있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 알고 있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조선소와 군수시설이 있더군요.
“네. 그곳에서 핵연료를 OSS가 직접 농축하는 것을 용인해주십시오.”
– … 전례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전향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이제 크림반도와 흑해는 우리가 맡겠습니다. 대신 러시아가 아르메니아 남쪽으로 남하하는 것은 미국이 막을 것으로 믿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저희도 그 부분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
그렇게 OSS의 제4강습전단 창설이 확정되었다.
미국으로부터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과 함재기 일체 그리고 알레이버크급 이지스함 등 호위함을 공여받기로 하였다.
그렇다고 제4강습전단이 구성되길 기다리기에는 정세가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필리핀 민다나오에 주둔하고 있던 제3강습전단이 흑해로 출발하였고. 합동화력함인 아스널쉽 1척도 전단에 포함 시켰다. 신기전 3호였다.
제3강습전단에는 OSS 흑해함대란 별칭이 주어졌다.
동시에 크림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OSS 크림여단의 추가적인 입대를 허용하였다.
OSS 크림여단이 병력을 늘린다는 소식이 퍼지자, 우크라이나군 전역자들이 대거 지원하게 되었다.
대우와 보수도 좋았지만, 크림반도 탈환의 전설이 크림여단과 함께했기 때문이었다.
그중엔 예브파토리아 상륙작전을 참여했던 우크라이나 해병 1사단 병력이 상당수 포함되었다.
그렇게 OSS 크림여단은 15,000명에 달하는 사단급 병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크림여단의 장비 개선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여단 병력 전원에게 바리티늄 방탄복 세트가 지급되었고, 그것의 성능을 시연하는 행사도 하였다. 그들에게 자신감과 자부심을 더욱 불어넣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태평양 곳곳의 미국령 섬 몇 개를 영구임대하였고. 또 그런 환초에 있는 미군기지 몇 곳에 OSS의 보급기지나 보급창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잠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에 김준명 이사가 찾아왔다.
여느 때처럼 담배를 피우기 위해 나서는 중에 혜인이 우릴 불러세웠다.
“여기요~”
혜인은 보온병에 담긴 커피와 머그잔 두 개를 건네주고 있었다.
“어! 고마워.”
“날도 추운데, 담배는 ···.”
“하하. 그러게”
“이거 들고 가서 마시면서 피워요, 뜨거운 커피에요.”
문득 우리가 부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신흥캠프 바닷가의 벤치에 김준명 이사와 나란히 앉아 담배를 피워물었다.
보온병의 커피를 머그잔에 따르자 따뜻한 하얀 수증기가 공기를 데워주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경호 요원들이 바다와 우리의 등 뒤를 주시하고 있었다.
“대표님! 그러고 보니, 미국이 하던 일을 우리가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게요. 인도, 파키스탄만 빼고 세계 모든 분쟁지역에 우리가 개입하고 있네요.”
“전쟁이 또 일어날까요?”
“터지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이네요.”
“하아~ 저도 군인이지만,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특히 러시아는 ···.”
“투쟁이 습관이 되면 모든 걸 투쟁으로 풀 수밖에 없죠. 그건 개인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개인이라뇨?”
“어떤 방법을 반복해서, 무언가 얻어낸 사람은 그 방법 이외에는 생각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싸워서 얻다 보면 싸움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리죠.”
“아 ···.”
“그저 선택일 뿐인데, 그것을 포기나 패배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죠.”
“…”
“혹은 그 반대로 포기와 패배인데, 그게 선택인 것처럼 위장하거나 정신 승리하는 때도 있고요. 하하.”
“그러고 보면 대표님은 위험한 순간이나 중요한 상황에 정말 이성적인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매우 비합리적일 때가 많아요. 그저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수시로 되물을 뿐이죠.”
“그 말씀은 비합리적이어도 진짜 원하는 것이면 한다. 이 말씀인가요?”
“하하. 네. 맞습니다.”
“그런데 대표님. 좀 조심스러운 말인데 ···.”
“네. 말씀하세요.”
“조직이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커졌습니다.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
“내부 사찰이나 감시하는 조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걱정해줘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입니다.”
“네?”
“저는 누구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 말씀은?”
“전에 누군가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라’란 말이 있죠.”
“오! 뭔가 그럴싸합니다. 하하.”
“영화 대사 중 하나인데. 협상이든 조직운영이든 시사하는 바가 큰 명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 속은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알 수 없죠. 부모 자식이라 하더라도요.”
“…”
“하지만 상황은 노력을 기울이면 알 수도 있고, 또 만들 수도 있죠.”
“정말 그렇네요. 사람의 마음은 어쩌지 못하지만, 상황은 만들 수 있군요.”
“저는 제가 사람을 의심할 상황을 만들었다면, 이미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아! 역시 대표님은 ···.”
“저는 천성이 착해서 친절한 게 아닙니다. 전략적으로 친절한 것이 장기적으로 제가 편해지는 길이라서 선택한 것입니다.”
“아 ···. 왠지 무섭습니다.”
“네?”
“그게, 대표님은 정말 전략적으로 친절을 포기할 수 있는 분 같아서요. 그러니까 찍히면 ···.”
“하하하. 누구든 그렇지 않겠어요?”
“아닙니다. 보통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친절한 사람은 한없이 친절하고, 강한 사람을 그저 강해서 부러지고 그렇죠.”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요.”
“대표님은 이성적으로 천사와 악마를 선택할 수 있는 분 같습니다. 겪어보니 그렇습니다.”
“에이~ 저도 사람입니다. 하하.”
…
곳곳에서 감지되는 전운은 겨울의 혹한을 잊게 할 정도였다.
제3강습전단은 우크라이나 흑해로 향하고 있었고, 튀르키예의 쿠르드 루트를 통한 쿠르디스탄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운을 더욱 짙게 만드는 소식을 이 부장이 전해왔다.
“대표님! 안 좋은 소식입니다.”
“네. 이번에 또 뭔가요?”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이 EASA 가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 정말 ···. 러시아가 NATO의 영향력이 적은 지역부터 접수하고 있군요.”
“네. 그렇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최악의 독재국가 중 하나이다. 국제적 영향력이 적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자국민의 외국 여행을 금지하고, 권력자의 황금 동상이 세워지는 이상한 나라였다.
깨끗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전국에 검은색 차량을 금지하고, 수도의 모든 건물의 외벽은 흰색만 사용할 수 있었다.
– EASA (Eurasia-Africa Security Alliance) : 유라시아-아프리카 안보 동맹. 러시아, 중국, 이란, 아프리카 사헬 국가를 아우르는 동맹체 –
이 부장은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투르크메니스탄 국력은 걱정될 게 없지만 ···. 카자흐스탄이 문제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 러시아, 이란이 내륙으로 연결되는군요.”
“…”
“아! 맞아, 부장님. 타타르스탄 망명정부가 카자흐스탄에 있잖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망명정부는 제3국으로 추방할 것 같습니다.”
“러시아, 중국, 이란에 둘러싸인 내륙국가의 한계 때문인 건 이해하겠지만. 아 ···.”
“이렇게 되면 카스피해 전체가 러시아의 영향력권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구소련 시절의 군사시설과 생산기지의 상당수가 카자흐스탄에 남아있습니다.”
“러시아, 이란에 걸려있는 경제제재를 EASA 자체적으로 극복하겠군요…”
“그렇습니다. 러시아, 중국, 이란, 아프리카 … EASA를 블록경제로 묶으려는 의도가 분명히 보입니다. 인도도 한발 걸치고 있고요.”
“음. 알겠습니다. 부장님, 그대로 카자흐스탄의 정보 채널과 휴민트는 계속 신경 써서 유지해주세요.”
“타타르스탄 지원을 계기로 이미 상당한 정보축선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좋습니다. 적어도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미래에 대해서 저울질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네. 알겠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끼인 내륙국가였고. 카자흐스탄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나면 이란이었다.
이란에서 서쪽으로 이라크와 시리아를 지나면 지중해로 이어진다.
‘러시아가 유럽과 터키를 우회해 지중해로 진출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
세 번째 겨울의 혹독한 날씨는 정치 도덕의 한계점을 명확히 보여주었고, 자국 이기주의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자국 이기주의가 없었던 시절은 없었지만, 적어도 명분이란 것을 만들기는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익에 따라 언제든 총구의 방향을 돌릴 수 있는 세계가 되어갔다.
…
겨울이 끝나갈 즈음, 타타르스탄 망명정부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임시정부를 세웠다. OSS의 주둔지가 안전하다는 판단에서였지만,
카자흐스탄에서 추방된 덕분에 타타르스탄의 수도였던 카잔에서 1,500km나 떨어진 곳이었다.
과거 타타르스탄을 위해 싸웠던 병사들이 대거 OSS 크림여단에 자원입대 했다.
그로 인해 OSS 크림여단의 병력도 5만여 명으로 늘었고, 3개 사단과 2개의 여단으로 편제된 OSS 크림군단이 되었다.
그리고 제3강습전단이 흑해에 도착했다. 세바스토폴을 함대 기지로 삼았다.
OSSIA로부터 긴급 보안 전문이 도착했다.
[… 대규모 이란군 이라크 접경지대 집결, 이슬람 혁명 수비대 포함. 바스라와 바그다드 접경 방향 …]전문을 확인하고 나서, 곧바로 이 부장에게 보안통신을 연결했다.
“부장님! 확실한 겁니까?”
“미 CIA로부터 공유받은 정보입니다. 저희쪽 채널로도 확인했습니다. 확실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