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 절망이 진화시킨 괴물
이란이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오랜 앙숙의 땅을 공격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일 것이다.
“부장님. 이란의 명분이 뭡니까? 이란이라면 뭔가 선전전이 먼저 있을 법한데.”
“그게 ‘미국에 의해 더럽혀진 이슬람의 땅을 정화하는 성전’ 이랍니다.”
“아이고 ···. 하마스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이었군요.”
“대표님 예측이 맞습니다. 정보분석에 따르면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이 상당한 공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뒤엔 중국과 러시아가 있을 테고. 조만간, 중동 전체가 전쟁에 휩싸이겠군요.”
“조만간이 아니고,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네?”
“이란이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량의 무기를 지원했고, 하마스는 대량의 로켓 공격과 함께. 전방위적으로 하마스 군을 이스라엘로 침투시켜 공격하고 있습니다.”
“5차 중동전쟁 이후 다시 추진되던 범아랍과 이스라엘의 화해 분위기도 물 건너가겠군요.”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편들기까진 참았는데. 사우디까지 나서니 다시 불이 붙은 거죠.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피의 보복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랬다.
팔레스타인 처지에서 보면,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는다는 것은.
자신들의 희생과 고난, 차별과 박해 기억을 묻어버린 채로, 아랍 기득권 국가가 평화를 누리게 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팔레스타인이 가두어진 가자지구는 거대한 교도소로 영구 고착화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악에 받친 역사는 시오니즘이란 괴물을 만들어내었고, 영국을 위시한 서방의 무책임한 약속들이 팔레스타인 비극의 시작이었다.
이스라엘은 200만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가자지구에 가둬두고, 생필품까지 제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경찰의 이유 없는 폭력도 끊이지 않았다. 수차례의 분쟁과 보복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어린이만 수백 명에 이르렀다.
세계인들은 하마스의 테러는 연일 뉴스에 보도되기 마련이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학살에 가까운 만큼 공격하는 일은 좀처럼 보도되지 않았다.
괴물은 괴물을 낳는 법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낳은 괴물이었다.
“5차 중동전쟁은 하마스를 통한 대리전이었다면, 이번은 이란이 직접 개입하는 더 큰 규모의 6차 중동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아~ 시리아, 요르단은 직접당사자가 될 것이고, 이란이 그리 나오면 사우디도 반유대주의로 나갈 가능성이 커지겠군요.”
“그렇습니다.”
“미군은, 이집트는 어쩌고 있습니까?”
“이미 제5함대가 페르시아만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집트도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어찌 되든 한바탕 난리가 날 것 같습니다.”
“미국이 이참에 이란을 손보려는 모양인데, 이라크랑은 다를 텐데 ···.”
“아마도 저희에게 흑해함대 창설을 요청했던 것이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었던 것 같습니다.”
“쿠르드족이 취할 스탠스가 애매하겠네요.”
“그들도 과거 경험이 있으니, 어느 한쪽에 이용당하진 않을 겁니다.”
“음 ··· 이란이 국경을 넘으면, 러시아와 중국도 일을 벌일 가능성이 커질 것 같습니다. 수시로 보고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시아파와 수니파로 나뉘어 반목하던 아랍은 반유대주의란 하나의 기치에 모여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친미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애매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미국은 이참에 이란을 박살 내려고 하겠지만, 그것은 모를 일이었다.
이라크도 제법 큰 나라였지만. 이란은 국토만 해도 이라크의 4배가 넘었다. 남한의 16배보다 컸다.
인구도 이라크의 2배가 넘어 1억에 가까웠다. 명목 GDP도 3배가 넘었다. 이란의 병력은 예비군을 포함하면 140만 이상이었다.
…
불안한 겨울이 끝나가고 있었다.
CNN은 미쳐가는 세계를 중계하고 있었다.
[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또다시 이스라엘에 대규모 로켓 공격을 시작하면서 가자지구 장벽을 넘었습니다······.]…
[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 감행한 가운데. 시리아군이 골란고원을 넘어 이스라엘을 향해 진격 중입니다.] [ CNN 브레이킹 뉴스···. 이란이 이스라엘에 선전포고하였습니다. 이것에 그치지 않고 이라크에 이스라엘까지의 진격로를 열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또한. 만약 이에 응하지 않을 시 무력으로 진격로를 확보하겠다고 천명함으로써, 이란은 두 국가에 동시에 선전포고를 한 것입니다.
이란은 ‘이슬람의 가치 회복을 주장하며 범아랍권이 반유대주의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서도 경고성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그것은 추가적인 미군의 주둔을 허용할 경우 반이슬람 세력으로 규정하고 성전의 대상이 될 것을 밝힌 것입니다······.
이것은 전례가 없던 대규모 중동전쟁이 6번째로 발발한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미군은 제5함대를 페르시아만에 전진 배치하였으며···.]
터질게, 터지고 말았다.
이스라엘을 위시한 서방의 거의 모든 국가와 언론은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로 규정하고, 비난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동안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방치한 그들이 자초한 일이란 사실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들은 1차 대전 이후 승전국들이 베르사유 조약을 통해 독일에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이, 독일을 다시 괴물로 만들 것이라 예견했던 케인스의 교훈을 잊고 있었다.
존 메이나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 (독일) 민족 전체를 기나긴 기간 동안 빈곤과 절망 속에 두게 된다면, 그들의 국제적 의무가 이행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팔레스타인은 전쟁을 일으킨 것도, 국제적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었지만. 그들을 빈곤과 절망의 늪에 빠뜨리고 얻은 혜택을 이스라엘과 서방이 나누어 가진 것이었다.
절망의 늪 속에서 생존하고 세대 이어가는 그들을 이스라엘은 때를 가리지 않고 핍박했다.
이스라엘로부터 처절한 생존을 이어가는 일은 그들을 괴물로 진화시키기 충분했다.
[ … 이란이 이라크로 진격을 시작한 가운데. 요르단도 대이스라엘 전쟁에 참전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과 레바논 접경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고···.]우리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중동전쟁은 어디가 선이고 무엇이 이익인지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답이 없는 전쟁이었다.
[ …이스라엘 가자지구에 이어 서안지구에서도 무장폭동이 일어나 이스라엘 군경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요르단도 반유대주의 전쟁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가운데, 이집트가 시나이반도로 군대를 전진 배치하고 있다는 정보를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입수되었습니다.
이라크 정부군은 이란군에게 항복하거나 소극적 전투에 임하고 있어, 이란군의 진격속도를 높이는 있습니다.
이에, 미 5함대는 폭격과 공습을 통해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시가전이 일어나고 있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는 민간인 피해가 예상되어 폭격이 어렵고. 이란, 시리아, 요르단 등 넓어진 전선으로 고가치 표적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펜타곤은 이란 본토 공습을 저울질할 그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이란은 핵보유국으로···.]
정신없이 뉴스를 보는 가운데 진민규 사무총장이 연락을 해왔다.
“대표님. 별일 없으십니까?”
“세상이 망가져 가고 있는데···. 저에게 별일이 있겠습니까.”
“대표님 상의드릴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미국이 극동공화국의 석유를 수입하게 해달라고 합니다.”
“아이고~ 빠르기도 해라···.”
“아마도 중동전쟁이 격화될 걸 예상해서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듯합니다.”
“안된다고 하세요.”
“대표님 그래도···.”
“지금 미국이 우리에게 뭔가 더 요구할 처지가 아닙니다. 지금 흑해에 파병해서 러시아 막아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몫은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
“미국 콘 벨트에 있는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있어서, 우크라이나에서 배로 실어오고 있는데. 상황이 급해지니 이제 와서···.”
“미국이 얼굴이 두껍긴 하죠···.”
“아무튼. 안된다고 하세요. 대답이 궁색하시면, 제가 고집 피운다고 하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표님.”
“네”
“일본이 ESSO 군에 참여하는 것을 강력히 원하고 있습니다. 동중국해 분쟁 때문에 일본 해상자위대보다는 ESSO 군 깃발이 필요한가 봅니다.”
“음···. 해자대에 한해서 파병하는 것으로 하죠.”
“네. 알겠습니다.”
미국이 중동전쟁의 늪에 빠져 있는 사이 중국이 오판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고, 마냥 ESSO에서 일본을 따돌리는 것도 좋아질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 CNN 긴급뉴스입니다. 미국 제5함대가 공격을 당했습니다.이란이 대규모 자폭드론을 동원해 제5함대의 항공모함 전단을 선제공격했다는 소식입니다.
아직 자세한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미 해군의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격당하는 순간의 상황이 촬영되었으나 아직 화면이 입수되지는 못하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 항공모함이 직접타격을 받은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아~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었다. 상식을 뒤엎는 전개였다.
이 부장이 비화통신을 연결해왔다.
“네, 부장님 지금 뉴스를 보고 있습니다.”
“아···. 대표님.”
“네. 말씀하세요.”
“미 항모가 전투 불능이 될 정도로 피해를 보았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 그게···.”
“잠깐 지금 뉴스에 화면이 나오네요.”
CNN을 통해 송출되는 화면엔 미국 항공모함을 향해 새카맣게 날아오는 자폭드론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이지스함에서 쉴 새 없이 요격미사일이 발사되고 있었다. 화면에 보이는 것만 최소 수십에서 백여 발의 미사일이 발사되었고, 미사일의 비행운이 시야를 가릴 정도였다.
하늘에서 폭발하는 자폭드론이 불꽃놀이처럼 곳곳에서 섬광을 내고 있었고, 그 장면을 카메라는 온전히 따라가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쉼 없이 공중에서 터져나가는 자폭드론은 연기 사이로 또 다른 자폭드론이 대거 몰려오고 있었다.
다시 수십 기의 요격미사일이 연속해서 날아오르고, 요격을 피한 자폭드론이 시야에 들어오자 CIWS 미사일과 팰렁스 포에서 열화우라늄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미 항공모함의 갑판에 자폭드론 3대가 연속적으로 떨어져 굉음을 내고 폭발하였고, 그 충격은 카메라 앵글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아~”
“대표님 CNN 보고 계신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란이 오랫동안 준비한 것 같습니다. 샤헤드-136 자폭드론과 신형 자폭드론이 최소 5천 기 이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미국 항모를 표적으로 발사되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