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 10,000 TJ
유럽의 각국은 선진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마피아가 모든 경제와 치안에 영향을 미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한 유명한 언론인은 신문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해가 진 유럽은 마피아가 지배한다.’
그것은 나라 속에 또 다른 나라가 있음을 의미했다.
게다가 각지의 전쟁과 징병에서 탈주한 탈영병이 대거 마피아에 합류하거나 또 다른 마피아 집단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런 마피아 정치와 마피아이즘은 멕시코, 브라질, 엘살바도르 등 남아메리카에선 현실정치를 좌우하게 된 지 오래였다.
그런 현실은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한반도를 주목하게 했고, 온라인 소셜미디어에서는 새로운 해시태그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PolarKoreaSanctuary
그것은 지구상에 아직 온전한 성역이 북극과 남극 그리고 대한민국이란 의미였다.
언론에선 북극, 남극, 대한민국, 극동공화국을 묶어 Polar-Korea-Peacebelt 라 불렀다.
…
미국의 참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 중동전쟁은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미 해병 1사단은 호르무즈 해협의 작은 도시 민아브 (Minab) 점령한 것에 이어 항구도시인 반다르 아바스 (Bandar Abbas)를 장악하였고, 미군의 대규모 상륙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란이라고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먼저 이스라엘에 주둔 중인 이슬람 혁명수비대를 본토로 불러들였고, 이란 정규군도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혁명수비대가 이라크를 거쳐 이란 본토로 들어오면 미군은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또한, 이란은 미군의 공습을 제한하기 위해 자국의 유전에 불을 지르는 초강경 수를 썼다.
유전의 불길과 연기는 항공모함에서 이함 한 전투기의 항공작전을 방해했고. 간헐적인 자폭드론의 공격과 이란 포병사단의 무차별적인 포격은 미 해병대의 진격을 저지하기에 충분했다.
미군의 대대적인 공습에도 이란의 군사적 자산은 마르지 않았다. 양보다 질이 아닌, 양 그 자체가 질이 되는 것 같았다.
워낙 이란군의 규모가 큰 것도 있었지만.
이란은 미군의 공습에 대비하여 자신들의 군사적 자산을 어떻게 은폐하고, 엄폐하여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이는 미군이 공습하여 제거한 이란군의 시설과 장비가 기만체 이거나 구형 장비일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이란의 넓은 영토였다.
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까지는 약 470km를 진격하면 되었었다. 게다가 도로까지 일자로 축 뻗어 있었다.
하지만, 미군이 점령한 반다르 아바스에서 이란의 테헤란까지는 1,400km를 넘게 구불구불 가야만 했고 그 길도 좋지 못하였다.
미군의 이란 본토 진격로 1,400km의 길목 곳곳에는 미군이 통과해야 할 도시와 매복지가 수도 없이 많았고. 도시를 만날 때마다 시가전으로 극복해야만 했다.
그리고 테헤란까지 진격한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러시아가 합병한 아제르바이잔과 테헤란은 불과 370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한 것이나,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을 때 벌어졌던 일이 미국과 이란전쟁에서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그것이 눈과 추위에서 뜨거운 갈증과 모래폭풍으로 바뀐 것뿐이었다.
어쩌면 미국은 미군이 이란의 유전지대를 점령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확보하면, 이란이 협상에 나올 것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란은 자국의 유전 곳곳에 불을 지름으로써 그런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이란의 초토화 작전은 이란 본토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들이 점령한 이라크 땅에서 쿠웨이트와 가까운 바스라의 유전지대에도 불을 지른 것이었다.
이란의 이런 대응이 미군보다 미국 내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것은 ‘이스라엘이 뭐길래 미국 청년들을 희생시키고, 중동의 불안을 가속하여 세계 경제를 망치는 전쟁을 시작했느냐?’란 현실적인 목소리였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또 한 번에 수렁에 빠져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잃을 것이 많은 미국이 절멸을 각오하는 국가와 전쟁을 치르는 것은 최첨단 무기로도 극복이 되지 않는 과제였다.
어쩌면 설득과 협상, 타협과 정치에 익숙한 서방의 가치관에서 나오는 전략과 전술은 똑똑함을 겸비한 순교자들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그런 모습을 목도 하면서, 미국의 전술은 멍청한 독재자에게만 먹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막의 폭풍 작전 당시 이라크의 지도자 후세인은 군 경력이 전혀 없으면서도 전군을 지휘했었다.)
이런 정세를 보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미국이 사라진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미국의 정치체제가 무너져도 달러가 유지될까?’
‘달러체계가 무너진다면 내가 가진 부를 어떤 방식으로 유지해야 하지?’
‘만약 미국이 무너지려 한다면, 내가 그것을 막거나 지연시킬 힘이 있을까?’
‘내가 사재기하는 것이 세계 경제의 붕괴를 촉진하는 것은 아닐까?’
문득 내가 하는 고민이 사치스러운 고민이란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이신영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에~ 대표님.”
“이사님. 귀금속을 좀 사줘야겠습니다.”
“어떤 거로요?”
“금, 은, 팔라듐, 플래티늄 ···.”
지금이 ‘부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란 생각이 들었다.
돈 세상이 전쟁에 휩싸인 지금 가치의 보전과 교환수단에 대한 대격변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귀금속을 사 모으라는 지시에 이신영 이사가 반문했다.
“대표님. 지금도 1t이 넘는 금이 있는 데? 또 사요?”
“네. 금, 은뿐만 아니라 철광석, 구리, 티타늄 같은 원자재와 담배, 위스키, 와인 등 고가치 사치품과 진통제, 항생제, 인슐린 같은 의약품까지 무차별적 사재기를 했으면 합니다.”
“안 그래도 전쟁통이라 다 비싼 것들만 말씀하시네요 ···.”
“이사님. 전쟁이 언제 끝날지 예상이 되세요?”
“… 그걸 제가 어찌 알겠어요.”
“그러니 그러는 겁니다. 정시운 이사와 OSL에도 이야기해둘 터이니 적극적으로 추진해주세요”
“규모는 어느 정도나 생각하세요?”
“현재 우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얼마나 됩니까?”
“음 ···. 대략 5,500조 조금 안 돼요.”
“마음 같아선 2,000조는 쓰고 싶은데.”
“헤엑~ 대표니임!”
“압니다. 쉽지 않다는 거 그러니 최대한 준비해 주세요.”
“세계 경제가 흔들거리겠는데요.”
“이미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의 1년 예산이 9,000조가 넘습니다. 1,000조쯤 풀린다고 해서 ···. 물가는 좀 오르겠지만 당장 어떻게 되고 그렇지 않습니다.”
“암튼, 알겠습니다. 그 많은 걸 어디에 보관하시려고요?”
“일단 부피가 큰 것들은 마셜캠프와 키리바시에 비축하고요, 귀금속의 50% 정도는 잠수함과 항공모함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분산할 것입니다.”
“운반하는 것도 일이네요.”
“캠프로 가는 것은 김완준 이사, 함대에 보관하는 것은 김준명 이사와 상의하시면 될 겁니다.”
“알겠어요. 대표님. 그런데 ···.”
“네?”
“이렇게 사 모으다가 값이 오르면 10% 정도는 처분할 수 있게 해주세요. 분명 가격이 엄청나게 오를 것이고, 마무리될 때쯤 조금 풀면 상당 부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거예요.”
“네네. 그런 부분은 이사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네에~ 대표님.”
이미 금값은 몇 년 사이에 3배 이상이 오른 상황이었다.
게다가 중국이 RISE 협정을 맺으면서 중국, 러시아, 인도, 이란과 중앙아시아 국가 등은 달러 경제권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그리고 중국은 과거 영국 해군력을 극복하지 못한 나폴레옹이 영국을 경제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취했던 대륙봉쇄령과 비슷한 정책을 시행 중이었다.
러시아, 이란, 중앙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연계된 자원 벨트의 수출입을 위안화와 루블로만 받는 조치로서, 그것의 목적은 달러 경제를 견제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 패권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과거 미국은 현재와 같은 상황을 정치,경제적 강압(일본:플라자 합의)이나 전쟁(이라크)으로 해결하였지만, 현재는 그 두 가지 조치를 상대가 먼저 선제적으로 일으킨 상태였다.
– 플라자 합의 : 1980년대 일본의 경제성장을 위협으로 느낀 미국은 1985년 9월 미국, 일본, 서독, 프랑스, 영국등 주요 5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을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만나. 일본 엔화의 통화가치를 상승시키도록 했다.
– 이것으로 일본의 경제의 버블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하고 지금의 일본이 되었다.
이런 상황을 세계의 모든 경제주체가 인지하고 있었고, 떨어지는 달러의 위상은 공황적 가치축적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경을 초월한 가치교환 수단은 2가지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금과 비트코인이었다.
금은 원자번호 79번으로 다이아몬드처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것이 불가능한 물질이다.
이것은 79개의 프로톤과 중성자를 핵융합해야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금 1g을 합성하려면 벼락이 10,000번 떨어지는 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번의 벼락에 1 TJ (테라줄:1조 줄)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걸 석유로 환산하면 대략 2억6천만 리터의 석유를 써야 1g의 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또다시 각광 받는 비트코인은 이미 2024년 이후 99%의 채굴이 끝났고 곧 99.99%의 채굴이 완료될 상황이었다.
끝없이 발행량이 증가하는 화폐는 전쟁으로 국가체제가 의심받는 상황에선 불신이 증폭될 수밖에 없었고, 금은 그것을 보관하고 교환하기에 불편한 수단이었다.
비트코인 1개당 한화로 5억이 넘어선 지 오래였고, 내 지갑에는 아직도 엄청난 수량의 비트코인이 남아있었다.
그런데도 나의 상상력은 그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까지 생각하게 했고, 그 불안과 근심은 끝도 모를 비축과 백업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ARK 집무실에서 미래에 대한 근심을 키워나가고 있을 때. 비상경계 등이 점멸되기 시작했고, 함 내 작전상황실로 향했다. 상황실에 들어서자 작전관이 다가와 경례를 올려붙였다.
“대표님.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현 상황을 요약해서 보고해주세요.”
“제1강습전단의 항공모함을 목표로 다수의 미사일이 발사되었으며, 대부분 요격에 성공했습니다.”
“대부분요?”
“네. 요격에 실패한 미사일이 있었으나 목표를 벗어나 바다에 떨어졌습니다.”
“요격 실패의 원인이 뭡니까?”
“중국이 발사한 미사일이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발사해서, 요격에 실패하였습니다.”
“네? 극초음속 미사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