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22
22화 – 이회영함
혜인은 날 멈춰 세웠다. 그리고 내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꼼짝 말고 그대로 있어요.”
“…”
나는 망부석처럼 서 있을 수밖에 없었고, 혜인은 내가 온전히 감각에만 의지하도록 만들었다.
“이것 봐요! 바다 건너 전쟁이 났어도, 감각은 그대로예요.”
내가 혜인을 잡아 일으키려 하자, 그녀는 내 양손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이대로 조금 더 느껴봐요.”
“…”
혜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천천히 부드러운 긴장감에 내 머릿속은 하얗게 지워졌고, 온몸이 참기 힘든 경직으로 가득 채워졌다. 둑이 터지듯 긴장이 풀리자, 짧은 섬광이 스치듯 지나갔다.
숨을 고르고 있는 혜인에게 물었다.
“힘들지 않았어?”
“몰랐어요, 힘든지. 그 순간만큼은 다 내 것에요. 오빠의 모든 게.”
머릿속의 모든 생각이 사라진 채로, 혜인을 품에 꼭 안았다. 그렇게 쌔근쌔근 그녀의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
다음날.
여의도 집무실에 사내 핵심인물을 모두 모이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혜인과 함께 서울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하는 장거리 운전이라, 운전이 재밌다고 느껴졌다. 집무실에 도착해서 몇 가지 준비를 하고 사람들을 기다렸다.
김완준 이사를 제외한 부사장 이하 주요 임원이 모두 모여 있었다.
책상 위에 검은 천으로 덮어둔 의문의 물건을 가리키며 정시욱 이사가 물었다.
“이건 뭡니까?”
“천을 걷어 보세요”
검은 천을 걷어내자. 골드바 1100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리 찾아 놓은 금괴 110kg이었다.
테이블 위에 쌓인 금괴를 보고, 누구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놀란 그들을 향해 말했다.
“여기 이 자리에 모이신 분은 회사의 핵심이자, 저의 측근입니다. 이 금을 여러분 모두에게 나누어서 보관할 것입니다.”
“네에 ~ ?”
“각자 100g 골드바를 110개, 11kg씩 드릴 것입니다.”
“아 ~”
“10kg은 저를 위해 보관해 주시고, 1kg은 여러분께 드리는 보너스입니다.”
얼마 전 이사로 승진시키고. 민간 잠수함사업을 맡긴, 현민성 이사가 금괴를 더미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물었다.
“… 그런데 금 11kg 면 얼마나 되는 건가요?”
“금액으로 계산하면 10억이 조금 넘을 것입니다.”
“아 ···.”
“각자 머리를 쓰셔서. 안전하면서도, 신속하게 찾을 수 있는 곳에 보관 해주세요. 불시에 제가 찾을 수 있습니다. 그때 주시면 됩니다.”
진민규 부사장이 쌓아놓은 금괴 더미와 내 눈을 번갈아 보며 이야기했다.
“그래도 이걸 어떻게 ··· 금고에라도 넣으시지.”
“여러분들이 가장 믿을만한 금고입니다.”
김완준 이사의 몫은 이신영 이사가 보관하고, 그가 복귀하면 전하기로 했다.
내가 나눠준 금은 그들의 퇴직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최후의 방주를 타기 위한 탑승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직원들에게 몇 가지 당부와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데이터브릭스로 향했다. HWS와 리스크스코프의 개발 회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
HWS 개발 회의에서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은, 좀 더 정확하고 빠르게, ORI (Omni risk Index) 지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더 강력한 컴퓨팅 파워와 자원 그리고 조금 더 진화된 AI 기술이 필요했다.
이경호 대표 의견은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AI 기술의 격차를 좁힐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초격차 기술은 공유가 안 되리라 생각했다.
“이 대표님.”
“네.”
“제 생각엔 구글이나 MS를 파트너로 삼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점에서 ···?”
“음 ··· 공정한 거래는 쉬워도, 공평한 협업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 역량을 넘어서는 것들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경호 대표님!”
이경호 대표는 갑작스러운 호명에 다소 당황한 듯했다.
“네?”
“데이터브릭스에 1천억 원을 조기 투자하겠습니다. 우선 이것으로, 다른 기업에 의존하는 것을 피해 보도록 하죠.”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정도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경호 대표는 놀라움과 자신감이 뒤섞여 다소 흥분한 모습이었다. 그를 향해 한마디 덧붙였다.
“그렇지 않을 겁니다. 부족할 겁니다.”
“네?”
“제 말은 1천억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지 마시고, 오로지 개발에만 포커스를 두시란 말씀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격한 듯한 이경호 대표에게 진정하라는 듯 손짓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네. 말씀 기다리고 있습니다.”
“리스크스코프를 투자와 자산운용에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버전을 개발해 주세요.”
“아~”
이경호 대표는 짧은 탄성과 함께 고개를 들어 뭔가 생각하는 듯했다.
“그렇겠네요. 정말 그렇게 사용될 수 있겠습니다.”
“저희 OSLAM의 남궁한 팀장에게서 연락이 올 겁니다. 그 친구에게 시스템 설명을 해주시고, 의논해 보시면 좋은 방법이 나올 겁니다.”
이경호 대표와 회의를 마쳤다.
그렇게 며칠 동안의 서울 일정을 마무리하고, 통영으로 돌아왔다. 번잡한 서울을 벗어나, 다시 바다를 보니 좋았다.
김창기 선장과 바다로 나가 낚시도 하고, 혜인과 할 수 있을 땐, 했다.
…
그러던 어느 날,
반가운 소식이 왔다. 한화오션과 잠수함 건조를 위한 본계약 체결이 앞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시욱 이사와 한화오션의 한규동 부사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군과 당국을 설득한 결과였다.
한화오션의 한규동 부사장의 전언에 따르면.
우리가 한화오션과 민간 잠수함 건조 계약을 무산된 경우. 독일 218급이나 일본의 타이게이급을 도입할 것이란, 으름장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건조할 잠수함의 최종 사양도 정해졌다.
총사업비는 1조 6천억 원으로 결정되었다.
8천억 대인, 도산안창호함에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개발과 동시에 건조가 이루지는 방식으로, 개발비용이 포함되어 비용이 더 들었지만, 배수량을 크게 늘려 6,900t으로 결정되었다.
대한민국 해군의 최신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이 3700t이다.
중국이 탄도 미사일 실험을 위해서. 핵 추진 잠수함 대신 만든, 청급 잠수함이 6,700t인 것을 생각하면. 재래식 잠수함으로는 배수량을 극한까지 끌어 올린 것이라고 했다.
무장체계는 모두 제외되었다.
어뢰는 물론이고, 탄도 미사일 발사관이나, 순항미사일 수직발사체계(VLS) 등이 자리했던 곳을, 모두 거주와 화물적재를 위한 공간으로 배정하였다.
무장이 없으니 운용 인원의 숫자도 대폭 줄어들었다. 그리고 자동화에 노력을 기울여 잠수함 운영을 위한 승조원의 숫자를 더욱 줄였다.
특별히. 삼투압 방식의 해수 담수화 장비를 잠수함에 적합하게 개발하여, 청수 적재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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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명 : 이회영함
– 길이 : 96.5m
– 전폭 : 11.7m
– 전고 : 16.9m
– 배수량 : 수중 6,900t / 수상 4,000t
– 속도 : 수중 17노트 / 수상 11노트
– 항속거리 : 수상 27,520km
– 잠항심도 : 300m
– 최대심도 : 400m
– 최대 잠항 시간 : 17일
– 최소운용 인원 : 15명
– 선체 소재 HY-100 고장력강
– 추진방식 : 디젤 전기 추진 / AIP 추진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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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명은 해군의 양해를 얻어 이회영함으로 했다.
항일독립운동이나 국가발전에 기여한 인물과 해상에서 공을 세운 인물에서, 잠수함 함명을 따오는 우리 해군의 규칙을 따르고 싶었다.
이회영은 한일 병탄 조약 체결 이후 전 재산을 처분하고, 일가족 50명을 이끌고 만주로 망명하였다.
그 후 신흥무관학교를 세웠고, 동생 이시영은 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하는 등, 6형제가 모두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무언가 목표는 다르지만 내 이야기와 닮았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리고 난 그의 아나키즘적 성향이 좋았다. 그의 성향은 아들 이규창이 흑색공포단에 가담하여 활동하게 했다.
…
이회영함은 민간 잠수함이기에, 무장체계는 전면 삭제되었지만. 방어용 회피 장비는 그대로 적용되었다.
액티브 소나 (Active Sonar), 패시브 소나 (Passive Sonar), 매드 (MAD)등 각종 탐지장치와 디코이 (Decoy) 등은 군사용 잠수함과 동일하게 탑제 하기로 하였다.
매니퓰레이터(로봇팔)가 장착된 수중 드론과 그것을 수중에서 투사하는 장치를 동시에 개발하기 위해, 국내외 몇몇 회사와 별도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수중 드론엔 이미지 소나와 더불어, 음파와 광통신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상 송신 장치도 추가되었다.
상황에 따라 수중 드론이 잠망경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기다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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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