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30
30화 – 라카기가르
남궁한 팀장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 대표님!”
“무언가! 야수의 심장이 뛰었나 보군요. 말씀하세요. 하하”
“네. 지난번에 별도 어카운트에 배정해주신 1조 원을 원유, 석탄, 가스등 에너지 관련 퓨처(선물)에 배팅했습니다.”
“좋습니다. 다 잃어도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 ··· 아”
“하지만 제 느낌엔 남궁 팀장님! 부자 되시겠네요.”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
남궁한 팀장. 그가 부자가 되더라도, 그것을 잠시나마 누릴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기를 마음속 깊이 빌었다.
…
소냐또레는 혼돈에 빠진 세계를 아는지 모르는지. 평온한 대양을 가로질러 오키나와 나하로 향하고 있었다.
길고 지루한 항해 끝에 나하에 기항했다.
휴식이 필요했지만, 별도의 숙소를 예약하진 않았다. 그 어떤 불안이 배를 떠날 수 없게 만들었다.
김창기 선장과 선원들이 배의 보수와 보급에 분주한 사이에도. 선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리스크스코프만 쳐다보고 있었다.
– 똑, 똑
노크 소리와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았다. 혜인이 미소를 머금은 채로 위성 전화를 들고 서 있었다.
“반가운 소식이 있는 거 같아요.”
“어, 그래? 누구?”
“한화오션 한규동 부사장님이세요.”
빼앗듯이 급하게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네. 부사장님!”
“대표님!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
“오! 네. 어서요.”
“앞으로 6주면 이회영함의 진수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와악!”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마치 잃어버린 열쇠를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나에게 잠수함은 다음 세상으로 들어가는 열쇠나 다름없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기쁜 나머지 ···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나 빨리 건조된 건가요?”
“네. 앞서 말씀드렸던. 무산된 프로젝트에서 제작된 잠수함 유닛의 규격이 이회영함의 기준과 잘 들어맞았습니다.”
“오!”
“게다가 완성도도 높아서, 약간의 수정만으로 그대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배수량이 조금 늘어 7300t 이 될 것 같습니다.”
“와아! 감사합니다. 정말 기쁜 소식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남았습니다.”
“…?”
“차기 프로젝트로 개발된. 신형 추진체계를 이회영함에 탑재하기로 내부 합의가 되었습니다. 속도도 빨라지고, 연비가 개선되어 항속거리도 더 늘어날 것입니다.”
“와아! 정말 시의적절합니다.”
“시의적절이라뇨?”
“… 제 조바심을 달래줄 적절한 순간이란 말이었습니다. 하하”
사실은 잠수함을 만져보기도 전에,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고. 말 하고 싶었었다.
“하하하”
전화통화 중이었지만. 다음 세상과 다음의 일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 그리고 제가 보내드린, 보안 메일은 확인해 보셨나요?”
“네. 확인했습니다. 대단한 프로젝트입니다. 저희 한화오션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다행입니다. 정부와 해군 측은 어떤가요?”
“네. 메일에서 언급하신 정부와 해군과도 접촉했습니다. 당국은 오히려 민간에서 추진되어 다행이라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요?”
“민감한 기술과 군사정보를 자연스럽게 입수할 기회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
“그리고요?”
“국정원에서 먼저 저희 쪽에 접촉을 취해 왔습니다. 이 차장이란 분이 ··· 대표님을 아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더라고요.”
“아 그 사람은 ···.”
국정원 이 차장은 나와 악연과 인연, 고마움과 증오가 교차하는 인물이었다.
“대표님도 아시는 분인가요?”
“네 알고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던가요?”
“네. 러시아가 적성국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민감한 국가이니 조심하라면서도. 금번 프로젝트가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본사가 아직도 날 사찰하고 있는 걸까?’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내 일을 방해하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잘 되었습니다. 바쁘시겠지만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럼 저희 OSL 진민규 부사장이 연락을 드릴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국정원 이 차장님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금번 프로젝트를 당국과 협의 없이 진행하는 것으로 하라는군요.”
“늘 그래왔습니다.”
“네?”
“외교적 문제가 생겼을 때. 발을 빼기 위한 것입니다. 아마도 구두 협조 외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을 것입니다.”
“기술과 정보는 얻어가되. 문제가 되면 저희가 다 뒤집어쓰는 것이군요.”
“그 부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화오션과 부사장님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 역시 여기까지 오는데 수많은 곡절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엔지니어로서 꼭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입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감사합니다.”
…
마음이 바빠졌다. 나하에서 보급을 마치자마자 휴식 없이 통영으로 출발했다.
나의 조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배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요트의 갑판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어디서 왔는지, 한 무리의 돌고래들이 소냐또레와 선두 다툼을 하듯 헤엄치며 배를 인도하고 있었다.
“후우~”
깊이 들이마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다음의 세계와 다음의 일, 다음의 나를 생각했다.
우리를 따라오고 있는 돌고래 사이, 먼바다에 떠오른 잠수함 이회영함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어느새, 배는 제주도를 비켜 가고 있었고. 구름 속에 갇힌 한라산이 보였다.
그 장엄한 광경조차 어떤 불안에 퇴색되고 있음을 느꼈지만. 한규동 부사장이 전해준 기쁜 소식을 복기하니, 작은 전율이 느껴졌다.
‘6주다. 한 달 반이면 잠수함이 뜬다.’
…
배가 통영에 가까워지자, 한국에서의 일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노트북을 열고, 부함장 후보자의 인적사항과 면접 일정부터 확인했다.
그때였다.
화면에 붉은색 속보 알람이 번쩍거렸다.
무서운 뉴스가 이어졌다.
인간의 교만에 신음하던, 지구는 참았던 마지막 숨마저 토해내어 버렸다. 아이슬란드의 라키(라카기가르) 화산이 다시 폭발한 것이었다.
서기 934년, 1783년에 대분화로 핵겨울과 유사한 화산 겨울을 불러왔던 바로 그 화산이었다.
영상으로 비추어진. 라키 화산이 분화하는 모습은 마치, 지하에서 잠자던 악마의 군대가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두려웠다.
전대미문의 대형 화산폭발에, 전문가와 과학자들의 분석이 이어졌다. 그것은 두려움을 소름 끼치는 공포로 바꾸어놓기 시작했다.
3개의 대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미증유의 대형 산불. 쉴 틈 없이 이어진 두 개의 초대형 화산폭발.
불가항력적 자연 재난은 예측하기 어려운 새로운 위험을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것을 가속하게 하는 중국의 허튼짓과 러시아의 미친 짓이 복잡한 기술적 재난을 더하였는 것이다.
전통적 자연재해와 기술적 재난이 상승적으로 결합 되어, 대처 불가능한 다발적 재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쇄적, 복합 재난 형태로 더욱 대형화되는 Natech (Natural Disaster Triggered Technological Disaster) 재난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이었다.
2주도 안 되는 너무나 짧은 시간에, 지구의 관용성을 넘어선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특히, 라카기가르 화산의 대폭발이 새로운 형태의 대 재난을 촉발하는 트리거가 되었다고 밝혔다.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대재난의 모습을 예측하는 기사의 헤드라인이 눈에 띄었다.
얼음과 불의 노래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스타크 가문의 가언 ‘겨울이 온다’를 차용한 제목이었다.
화산이 폭발하고 대 겨울이 온다는 점에서. ‘얼음과 불의 노래’가 예언서처럼 느껴졌다.
믿겨 지지가 않았다.
그 기사는 만우절 농담 같이 느껴졌다.
기사에선, 올해 겨울부터 무서운 계절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급증할 것이며. 계속된 온난화로 인해, 임계점을 넘어버린 지구의 냉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수년 내에 지구의 기후는 대격변 할 것이고. 소빙하기에 버금가는 기후로 변할 것이며.
이것은 또 다른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 재난을 촉발할 것이라고 ··· 공포에 가득 찬 어조로 말했다.
그다음의 세계는 무엇도 예측할 수 없다는 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인류는 도전과 응전이 아닌 순응을 배워야 할 때가 되었다.’ 였다.
무서웠다.
나의 상상력은 그 두려움을 더욱 키웠다.
소름이 돋았다.
시간이 없었다.
겨울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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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ore 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