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34
34화 – 단단한 마음
전화기로 전해오는 김완준 이사의 목소리엔 당혹감을 넘어 두려움에 떨리고 있었다.
나 역시 혼란스러웠지만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냉정을 찾아야만 했다.
“이사님!”
“네…”
“이사님이 진정하셔야 합니다. 이사님의 냉정한 판단에 두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습니다.”
“후우~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음 ··· 현재 민다나오 자치정부는 민족주의 세력이 주축인 게 맞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납치를 주도한 세력은 자치정부에 적대적인 세력이 맞습니까?”
“네. 민족주의 세력이 필리핀 정부와 협상하는 것에 반대해서, 떨어져 나온 이슬람 세력이 MILF입니다.”
“MILF 전체입니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 중에서도 일부 강경파가 이번 납치를 주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최우선으로 우리 직원의 안전부터 확인부터 해주시고. 좀 더 명확한 상황파악을 해주세요.”
“네”
“그리고 민다나오 자치정부로부터 어떤 협조를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해 주시고요.”
“…”
“자치정부 내부에도 이슬람 세력과 커넥션이 있을 겁니다. 돈을 아끼지 마시고. 최대한 정보를 확보해 주세요. 이사님!”
“네.”
“항상 OSS 경호팀을 대동하고 다니십시오. 저도 대응방안과 돌발 상황에 대해 준비를 하겠습니다.”
“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2014년에도 MILF(Moro Islamic Liberation Front)가 독일인 관광객을 납치해서 참수 협박한 사건을 알고 있었다.
그 당시 몸값 60억 원과 시리아와 이라크에 대한 공습 중단을 요구했었다. 이후 결과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
통화를 지켜보던 김준명 이사가 놀라며 물었다.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
“이사님. 신흥캠프에 대기 중인 팀으로 구출 작전이 가능합니까?”
뜬금없는 질문에 김준명 이사의 표정이 달라졌다. 홍해에서 해적과 조우 했을 때, 바로 그 표정이었다.
그는 자세를 고쳐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가능합니다. 브라보 팀도 정예이고, 델타 팀은 데브그루 출신이 주축으로 남미 정글에서 미국 기자를 구출한 경험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표님! 무슨 일이 ··· ?”
“우리 직원 2명이 모로족 이슬람 반군에게 납치되었답니다.”
“아 ··· ”
“신흥캠프에서 이사님 없이, 구출 작전 입안이 가능합니까?”
“네. 가능합니다. 박일림 팀장도 있고, 모든 팀이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김완준 이사와 정보공유를 해서,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준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곧바로 김준명 이사는 신흥캠프의 박일림 팀장과 소통하면서, 팀별 임무 분담과 정보수집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현지 우리 직원이 납치된 것은 과거 독일 관광객 납치와는 성격이 다른 문제였다.
민다나오 타위타위에 뿌리를 박으려는 상황에서 어설프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불안한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다. 기다리던 김완준 이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사님 직원들의 안전은 확인했습니까?”
“네. 영상통화로 확인했습니다. 별문제 없이 잘 아니 억류되어 있으나 건강 상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두서없이 이어지는 김완준 이사의 말에 현지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민다나오 자치정부 쪽은 어떻습니까?”
“네 최대한 협조하려고 하지만. 그들도 마땅한 해결책은 없어서 그런지 난감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사님!”
“네”
“이제부터 제 말 잘 들으세요!”
“네. 대표님.”
수화기 너머로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에 이어 심호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먼저, 반군에게 만약 우리 직원 신상에 위해가 있으면. 10억 페소의 10배인 100억 페소를 반군소탕 현상금으로 건다는 경고부터 하세요.”
“100억 페소면 2,300억인데 ··· 네 알겠습니다.”
“몸값은 뭐로 달라고 합니까?”
“비트코인으로 달라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잘 되었네요?”
“네?”
“현금이나 금 같은 현물이면. 물리적인 무게나 확인 절차 때문에, 일이 틀어질 위험이 있어서 한 말입니다.”
“아 ···.”
“인질 교환 장소에서 육안으로 우리 직원이 확인되는 즉시, 10억 페소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지정한 전자지갑에 송금하겠다고 제시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사님!”
“네”
“무슨 일이 있어도, 인질교환 장소는 우리가 정하는 것으로 해야 합니다.”
“만약 저쪽에서 거절하면 어떻게 하죠?”
“인질 인도 장소를 바꾸거나, 몸값을 올리면 협상이 무산되는 것을 강경하게 알리세요”
“네 ···.”
“또한, 협상이 결렬되면 100억 페소를 반군소탕 현상금으로 거는 것은 물론, 우리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자력 구제할 것임을 강하게 어필하세요”
“…”
“그들에게
기회는 딱! 한 번뿐이란 것을
강력하게 강조하시고. 강하게 협상에 임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박일림 팀장과 상의하셔서 OSS팀과 함께 움직이시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은 김준명 이사가 따로 연락 드릴 것입니다.”
신흥캠프의 김완준 이사와 통화를 마치자. 피가 마르는 듯한 긴장이 몰려왔다.
김준명 이사와 함께 배의 갑판으로 나갔다. 말도 꺼내기 전에 그가 담배를 꺼내주었다.
– 후우~
“대표님! 구출 작전은 시행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현장에서 ··· ?”
“작전 시행은 차선입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직원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대표님! 이것이 선례가 되면 ···.”
“저는 지금. 우리 직원을 납치한 반군과 협상하는 것에, 심각한 모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견뎌야 하겠지요.”
“…”
“처음 생각은 저들이 요구한 몸값의 10배를 현상금으로 걸고, 소재를 파악한 다음, 기습해서 구출하려고 했습니다만···.”
“아 ···.”
“우리 직원의 생명을 걸고 모험을 할 순 없지요.”
그들과 협상한다는 것이 모욕적이고 굴욕적으로 느껴졌다.
처음 납치 소식을 들었을 때. 반군이 요구하는 몸값의 수십, 수백 배를 들여서라도 구출을 넘어선 응징을 하려고 했었다.
공기 중으로 담배 연기가 흩어지는 사이 소냐또레는 통영 집에 도착했다.
배를 정박 후 집으로 향했다.
김준명 이사는 숙소에 대기 중인 알파 팀을 내 집으로 집결시켰고, 그와 함께 신흥캠프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사님!”
“네”
“저에게 그림자 경호를 붙여주세요.”
“이미 지시해 두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있으니 보이지 않는 것이고요. 그런데 갑자기 왜?”
“본사에서 절 사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
“별일이 생기진 않겠지만. 괜한 일로 이유 없이 가둬놓고, 이것저것 캐묻고 하는 그런 곳이니.”
“…”
“다시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럽니다.”
“알겠습니다.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안절부절 긴장된 시간이 계속되었고.
다음날이 되어서 신흥캠프 김준명 이사에게 연락이 왔다.
협상은 잘 진행되었고, 우리가 정한 모처에서 우리 직원의 신병을 인도를 받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절차는 인질의 신변 확인 시 5억 페소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송금하고, 인질을 인도받은 후 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나머지 5억 페소를 송금하기로 했다.
MILF 반군의 지갑 주소를 받아 확인해보니. 만든 지 하루밖에 안 된 지갑이었다.
순간 그들을 골탕 먹일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그만두었다. 만에 하나라도 일을 그르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고. 인질 교환하는 시간이 되었다. 현지에 있던 김성현 대리가 영상통화로 현장을 중계했다.
.
.
.
OSS의 찰리 팀과 에코팀이 무장한 채 도열한
반대편으로 MILF 반군이 칼라시니코프 AK47 소총을 비켜 들고 늘어서 있었다.
멀리 우리 직원들이 보였다. 양손이 뒤로 묶이고, 재갈을 물려놓은 상태였다. 그 뒤로 반군의 A47 총구가 직원을 등을 짓누르고 있었다.
‘개애~ 새끼들’
그것을 보는 순간 ‘우욱’하고 가슴 깊이 주먹 같은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진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질의 재갈을 풀고 총구를 치워야만, 입금절차를 시작하겠다고 전달했다.
반군은 순순히 인질의 재갈을 풀었고. 나는 전자지갑의 전송 버튼을 눌렀다. 5억 페소의 비트코인이었다.
송금 확인을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 와중에 반군의 픽업트럭이 눈에 들어왔다. 도요타 툰드라 위에 거치된, 중 기관총의 모습이 위압적으로 보였다.
송금이 확인되었는지. 우리 직원 둘이 우리 쪽으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여전히 두 손은 등 뒤로 묶여있는 상태였다.
우리 직원이 무사한 것을 김완준 이사가 보고했고. 나머지 5억 페소의 비트코인을 송금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반군들은 도요타 픽업트럭에 올라타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먼저 자리를 떠났다.
우리 OSS팀과 직원들이 신흥캠프로 복귀한 것을 확인하고 나니, 긴장이 풀렸고. 참았던 무엇이 다시 끌어 올랐다.
곧바로 다시, 김완준 이사에게 전화했다.
“대표님! 마음고생 많으셨죠.”
“아닙니다. 힘든 일은 이사님이 다 하신걸요. 고생하셨습니다.”
“이사님!”
김완준 이사는 안도가 되었는지 다시 예전의 경쾌한 목소리를 되찾은 듯했다.
“네 대표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들으세요”
“네 ···? 아 ··· 알겠습니다.”
“지금 즉시 민다나오 자치정부와 접촉하셔서. 다음의 사항을 진행해 주세요. 필요하면 적절히 기름칠도 하시고요.”
“네. 지시하시지요.”
“먼저 우리 OSS의 MILF 반군소탕 작전을 용인받는 것입니다. 그게 되면, 민다나오 발전 기금으로 50억 페소를 기부할 것입니다.”
“직접 소탕요? 그리고 50억 페소면 1,000억이 넘는데. 직원들도 무사히 돌아왔는데 ···.”
“…”
나는 침묵으로 나의 의지를 대변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김완준 이사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 ··· 알겠습니다. 대표님.”
“민다나오 자치정부의 의뢰를 받아 OSS가 작전을 수행하는 형식을 취하면 될 것 같습니다.”
“…”
“그리고 작전 시행 전 자치정부가 반군의 무장해제와 투항 권고 시한을 24시간 정도 두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사님이 힘써주실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말씀 하십시오. 대표님”
“MILF 반군 근거지에 대한 정보에 10억 페소 현상금을 걸고. 정보수집에 최대한 힘을 기울여 주세요.”
수화기 너머 김완준 이사의 목소리가 다시 힘을 잃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표님 ···.”
“이사님! 마음 단단히 먹으시고. 그대로 진행 해주세요”
“…”
“이번 협상으로 저들에게 얕보인 이상. 제2, 제3의 납치사건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아 ···.”
“잘못되면. 우리가 정착하기 위해 힘들게 꾸린, 신흥캠프에서 철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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