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4
4화 – 코르시카
비행기에서 내리니, 상쾌한 공기가 마중 나온 듯이 밀려왔다. 점점 흥분되는 나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드리아해 연안에 있는 아름다운 해안 도시. 안코나는 사진으로 보았을 때 보다 더욱 아름다웠다.
공항에서 조선소까지 차로 이동하는 동안, 수많은 역사적인 건물과 활기찬 지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해안가에 다다랐을 때, 아드리아해의 푸른 바다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윤슬로 일렁였다.
아름다운 풍경을 본 현민성 팀장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아~”
부드럽게 출렁이는 바다 위, 크고 작은 배들이 평화롭게 흔들리고 있었고.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절벽과 푸른 언덕은 어떤 장엄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페레티 그룹의 조선소에 도착하였다.
작은 환영식이 준비되어 있었고. 페레티의 엔지니어들에게서 어떤 장인정신 같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조바심을 눈치챈,
그들은 나의 배 소냐또레에 우리를 안내했다.
눈 부신 태양 빛과 푸른 바다 사이에 놓인 매끄러운 선체에 sognatóre 가 멋스럽게 새겨져 있었다.
그 우아한 곡선을 보았을 때, 배를 뜻하는 라틴어와 프랑스어가, 어째서 여성명사인지 알 것 같았다.
소냐또레에 승선했다.
나의 요구사항이 적용된 마스터 캐빈과 첨단 기술이 적용된 편의 시설을 확인했다. 마음에 들었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꼈다.
페레티 엔지니어로부터 기술적인 사항을 인수·인계받으면서 김창기 선장과 시험 운전을 했다.
잔잔한 파도가 선체에 부딪히는 모습에, 아드리아해의 아름다움이 더해져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가 나에게 주는 진짜 선물. 소냐또레와 함께 삶을 즐기고, 다가올 시간을 대비할 차례다.
이제 소냐또레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남았다. 이곳 안코나에서 최대한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선장님. 여기서 한국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음. 지도상으로만 계획하면 3, 4개월 걸리겠지만. 기상 상황이나 기항지에서의 일정이 늘어지는 걸 고려하셔야 할 겁니다.”
“그렇군요. 보급에 신경을 써야겠네요.”
“네. 그렇죠”
최단 거리로 직행하지 않고. 코르시카를 거처,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서 대서양을 찍고. 지중해를 관통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계획을 세웠다.
출항을 위한 보급은 김창기 선장에게 일임하고, 앞서 한국에서 선발했던 승무원을 이곳 안코나로 오게 했다.
안민기 항해사와 갑판원 한 명 그리고 김민 기관장, 이혜인 비서가 한국에서 이탈리아 안코나로 출발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페레티의 엔지니어인 앤쏘니가 여행에 동참하기로 했다.
편안한 여행을 위해 현지에서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 셰프를 고용했고, 하우스 키핑을 위한 스튜어디스도 두 명 채용했다.
…
모든 준비를 마쳤다.
첫 기항지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프랑스 코르시카섬으로 정했다.
소냐또레호는 안코나에서 출항했다.
코르시카섬까지 직항하면 400해리, 평균 순항속도 10노트를 유지해도 40시간이면 갈 수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해안선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항해하기로 했다.
아드리아해의 해안선은 그림 같았다.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를 거쳐 갔다.
아드리아해를 빠져나와 지중해로 진입했다.
이제 배에 조금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즈음이었다. 김창기 선장이 입을 뗐다.
“대표님 낚시를 해보시죠”
“… 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은 잠시 접어두시고, 제가 다 준비해두었습니다. 언제 또 지중해에서 낚시를 해보겠습니까? 낚시를 시작하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순간을 없을 것입니다.”
그는 미끼의 차이점, 낚싯대를 올바르게 던지는 방법을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 어떤 새로운 메커니즘을 배우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자자, 낚시는 기다림과 타이밍의 예술입니다. 대표님의 감각이면 금방 배우실 겁니다.”
내가 인생의 첫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 사이, 김창기 선장은 한때 스페인 해안에서 잡은 거대한 참다랑어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어어! 있다 ··· 뭔가.”
손에 뭔가 묵직한 탄성이 느껴졌다. 이것이 낚시꾼들이 말하는 손맛이란 걸 알아차렸다.
“줄에 텐션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감으세요”
“이 ··· 이렇게요?”
“하하 ··· 네. 이렇게 낚싯대를 끌어당겨서, 여유를 준 다음 앞으로 밀면서 감으면 좀 더 쉽습니다.”
선장은 내가 스스로 감을 찾기를 기다리는 듯,
옆에 서서 잔소리인지, 격려인지 모를 듯한 추임새를 계속 넣었다.
마침내 뭔지 모를 듯한 물고기가 수면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와아! 조금 더 힘을 써보세요.”
“오! 마히마히입니다.”
“네?”
“이놈 이름입니다. 우리말로 만새기라고 하죠”
제법 큰놈이었다.
어른 팔뚝보다 큰, 초록색 비늘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못생겼지만 빛깔만큼은 비현실적으로 이쁜 물고기였다.
첫 낚시의 손맛을 보여준, 마히마히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풀어주었다.
낚시는 계속되었다.
나는 마히마히를 한 마리 더 잡았고, 선장은 덴텍스와 참다랑어, 마히마히도 잡았다. 그가 허풍쟁이는 아니었던 것이었다.
김창기 선장은 즉석 해서 참다랑어 회를 뜨기 시작했고, 안민기 항해사는 어디선가 소주를 꺼내왔다.
“크으~ 역시 챙겼구먼, 하하”
지중해 노을과 함께 남자들의 시간이 무르익었다.
지중해 한가운데서
갓 잡은 참치회 그리고 한국에서 공수해온 소주,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과 바다가 함께 했다.
이를 지켜보던 이탈리안 셰프가 마히마히로 만든 피시 스테이크를 가져왔다. 처음 먹어보았지만 제법 맛이 괜찮았다.
모두가 취할 순 없는 노릇이라, 안민기 항해사는 자리를 뜨고 선장과 나는 취하도록 마셨다.
배는 그리스와 시칠리아를 통과해서 이탈리아 남부해안을 따라가고 있었다.
…
사르데냐를 지나 코르시카를 향하고 있었다.
코르시카의 바스티오에 기항하기로 했다.
보급과 휴식도 필요했지만, 나폴레옹의 고향인 코르시카에 잠시라도 발을 디뎌보고 싶었다.
바스티오에 기항하자, 곧바로 아작시오로 갔다. 나폴레옹의 동상 앞에 섰고, 잠시 그를 생각했다.
소냐또레!
꿈을 놓지 않았던 몽상가. 나폴레옹의 천재성과 과감한 실천이 그의 몽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천재성이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운이 다한 것을 인정하지 못했을 뿐.
문득, 미뤄두었던 다른 일들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 바스티오에 기항한 배로 돌아갔다.
“이 비서님”
“네 대표님”
“주요 보고사항 정리한 거 주시고요. 국내외 주요 뉴스 요약한 리포트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과학과 기후 관련 사항은 따로 정리할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OSLAM 투자팀장에게 달러 보유 비중을 늘리라고 해주세요. 미국 금리를 예의 주시하라는 말도 전해주시고요”
“네. 대표님”
…
배는 항해를 계속했다.
코르시카의 바스티오를 떠나 스페인과 모로코 사이 지브롤터 해협으로 향했다.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빠져나가는 길목. 지브롤터 해협, 2차 대전 때 독일의 U보트 생각이 났다.
해류가 대서양으로 향하고 있으니, 심해의 조류는 그 반대 방향일 것이다. 그때 지중해로 들어가는, U보트 함장의 고민을 상상해보았다.
생각이 U보트에 이르자, 그동안 막연히 생각해 왔던 것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후의 생존을 위한 방주는
잠수함이라고 늘 생각해 왔었다.
다만 그것이, 단순히 돈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망설였었다.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몽상은 구체적인 계획으로, 계획은 실천으로 빛을 보아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거주성을 생각하면, 최소 4,000톤은 되어야 할 것 같다. 최근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된 잠수함이 3,000톤 후반이니 그보다 큰 프로젝트다.
재래식 잠수함에 무장을 제외하더라도, 1조 원 가까이 들 것이다. 부대시설과 승조원까지 생각한다면 가진 재산의 상당 부분을 쏟아 넣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만약,
세상이 멸망하는 상황이 온다면, 숫자로 지닌 내 돈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에 이 비서가 국내외 뉴스를 정리한 리포트를 가져왔다.
가장 눈에 띄는 기사는, 중국이 인공강우에 성공하고 그것을 대대적으로 실시한다는 기사였다.
비가 오게 하려는 목적으로, 수백 발의 로켓과 대포를 구름에 쏘아 올리고 있었다. 인공적으로 구름을 만들어내기까지 한다는 기사였다.
인간이 날씨까지 조작하기에 이르렀다는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뉴스는 온통 지구 온난화, 이상기후, 전쟁, 총기 난사, 마약등 세기말적 분위기를 느끼기 충분하게 만들었다.
────────────────────────────────────
────────────────────────────────────
카사블랑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