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45
45화 – 청해진
신흥캠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김완준 이사였다.
TMSH 기지는 막바지 공사가 한참 이었고. 특히 주택단지 조성에 상당한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그 바쁜 와중에도 텃밭을 가꾸는 모양이었다.
어찌 된 건지, 회식 때 싱싱한 상추가 올라와서 놀랐는데. 그것이 김완준 이사의 텃밭에서 가꾼 것이라고 했다.
하도 자랑을 늘어놓는 통에, 그의 텃밭을 구경하러 갔다.
“우와~ 이사님. 이건 텃밭이 아니라 거의 농장인데요. 언제 이걸 다 ···.”
“심심해하는 OSS 요원들 좀 부려먹었지요. 하하하”
순간, 이 텃밭을 좀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님!”
“네”
텃밭 주변 우리 땅의 경계를 가리키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저 위 땅까지 농장을 키우죠.”
“그러기엔 일손이 ···.”
“이곳 현지인들을 고용해서 농장을 가꾸도록 하죠.”
“어 ···.”
“어차피 사서 먹으나, 직접 길러서 먹으나. 비용은 큰 차이가 없을 듯합니다.”
“아, 그것도 좋겠네요. 신선하고, 우리에게 맞는 작물을 심을 수 있게 되고. 이참에 고구마도 좀 심어야겠어요. 하하하”
“버섯도 좋을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자라나니까요.”
“오! 그것도 좋겠네요.”
폭이 30m가 되어도, 기둥이 필요 없는 풍압식 에어 비닐하우스도 세우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신흥캠프 기지 외곽에 제법 큰 농장이 꾸려지게 되었다.
신흥캠프를 꾸미기에 바쁜 어느날, 현정민 조리장이 찾아왔다.
“함장님.”
“오, 현 닥터. 어서 오세요.”
“그냥 조리장이라고 편하게 부르세요. 하하”
“하하. 무슨 일이십니까?”
“함장님. 직원들 이주를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 그렇지요.”
“그래서 저도 이곳에 뿌리를 내려볼까 합니다.”
“오 좋습니다.”
“그런데···.”
“왜요? 무슨 망설여지는 문제가 있습니까?”
“네. 여자친구가 있는데. 둘 다 비혼주의라서 ···.”
“그렇군요. 음 ··· 그분 하시는 일이 무언가요?”
“그 친구도 의사입니다. 가정의학과 입니다.”
“잘되었습니다.”
“?”
“그분만 괜찮다면, 우리 회사에서 고용하고 싶군요. 물론 최고 대우로.”
“아 ···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신흥캠프에 병원을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바로 시작하면 되겠네요. 가정의학과라니 시작하기에 더욱 좋습니다.”
“휴가 이야기를 하려고 왔는데. 뜻밖의 선물입니다. 그 친구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그럼 이참에 휴가도 다녀오세요. 곧 긴 항해가 있을지도 모르니, 여자친구와 상의도 하시고요.”
“감사합니다. 함장님”
…
현정민 조리장이 한국으로 휴가를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여자친구가 나의 제안을 수락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현아 선생은 OSL 소속 의사가 되기로 하였고. 타위타위로 이주해, 신흥캠프의 내의 진료소를 맡기로 했다.
주택단지와 농장, 병원까지.
이제 신흥캠프는 보안회사의 기지가 아닌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집단 거주지, 소소한 행복을 나누는 예쁜 마을의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었다.
캠프의 분주한 일상이 이어가던 중에 강인수 대령이 소식을 전해왔다.
OSS 1번 함을 인도받기 위해 승조원들과 네덜란드로 날아갔던. 그가 대양을 건너 곧 신흥캠프에 도착한다는 연락이었다.
이제 잠수함과 별개로 타위타위섬 주변을 초계할 군함을 가지게 된 것이다.
…
얼마 지나지 않아.
타위타위 신흥캠프의 앞바다에 OSS-01, 1번 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법 그럴듯한 군함의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1번 함이 입항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OSS 팀원 전체가 선착장에 모였다.
초계함이지만 길이 108m의 웅장한 자태를 가진 홀란트급 원양초계함이었다.
후미 갑판에 NH90 NFH 헬기를 태운 모습에 다들 흥분하는 모습이었다.
– 우와~ 헬기다!
– 오! 이제 헬리본 작전도 가능한 건가. 하하
예인선을 타고 1번 함에 오른 배흥덕 도선사는 마치 자동차 레이서가 1열 주차하는 것처럼, 단박에 그리고 부드럽게 배를 접안시켰다.
배가 접안되는 동안, 강인수 대령과 함께 함상에 늘어선 승조원들의 모습을 보고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거의 두 달에 걸쳐 20,000km의 긴 여정을 견뎌온 그들이었다. 그것도 처음으로 운용해보는 배를 말이다.
검게 그을린 강인수 대령과 마주했다.
그가 천천히 절도있는 경례를 올려붙였다. 나도 정중히 그의 경례를 받았다.
“대령님!”
“1번 함, 신흥캠프로 배속을 명 받아. 입항을 신고합니다.”
다가가 강인수 함장의 손을 맞잡았다.
“고생하셨습니다. 무탈하셔서 다행입니다.”
“차질 없이 임무를 완수해서 기쁠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자연스레 그의 눈길은 1번 함과 나란이 접안된 잠수함으로 향했다.
“저것이 이회영함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강인수 함장은 선착장에 접안되어있는 이회영함과 신흥캠프를 다시 한번 둘러보더니 말을 이었다.
“대표님. 이곳이 마치 청해진 같습니다.”
“하하하.”
청해진이란 말에 강인수 대령이 나를 꿰뚫어 본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말한 청해진은 통일 신라 시절 해상왕이었던, 장보고의 무역거점이자 해상기지를 말했다.
그 시절 장보고는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무역 패권을 장악했었고. 당시 대식국이라 불리던 페르시아와 아라비아까지 무역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신라 사람이었지만, 초 국가적인 존재였다. 청해진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해상 왕국을 건설했었다.
신흥캠프와 TMSH는 현대판 청해진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은 무역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모를 일이었고.
타위타위 현지의 민다나오 자치정부로부터 암묵적인 자치를 인정받고 있었고. 자치부 남부의 치안을 우리에게 의존할 정도 였다.
타위타위 현지인들도 MILF를 몰아낸 것을 계기로, OSS를 타위타위의 방어군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신흥캠프는 이미 초 국가적인 우리들의 해방구였다.
…
1범 함의 승조원을 위해 오리엔테이션을 겸한 환영식을 열었다. 저마다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흥겨운 시간을 이어갔다.
박일림 팀장은 ‘타이만 여명’ 작전에서 피탄 된 알파팀의 헬멧과 플레이트 케리어를 들고 다니면서,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실감 나게 설명하고 있었고.
한쪽에선 드론 오퍼레이터 역할을 했던 이회영함 승조원들이 모여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다가가서 보니, 그들은 드론으로 적 고속단정에 충돌하던 순간의 영상을 돌려보고 있었다.
어느새 붉은 노을이 지기 시작했고, 즐겁고 평화로운 신흥캠프의 밤은 깊어졌다.
…
OSS의 주요 임원들과 회의를 했다.
1번 함에는 에코팀이 승선해 타위타위섬부터 티히크티히크에 이르는 연안의 경비 및 치안을 맡기로 했다. 부족한 인력은 현지 인력을 선별해 채용하기로 했다.
OSS 작전팀의 숫자도 늘려야만 했다.
함정 근무로 빠지는 전력을 보완하는 것도 필요했지만. 그들에게도 휴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폭스트롯(F), 골프(G), 킬로(K), 오스카(O) 4개의 작전팀을 구성하고.
한국 특수부대 예비역을 중심으로 하되, 외국의 다양한 특수부대 출신을 받아서 전술 교류가 가능하도록 했다.
추가로 시에라(S)팀.
우리 해군의 해난 구조 전대 SSU(Sea Salvage Unit) 예비역을 주축으로 심해 잠수팀을 추가했다.
이때를 대비해 이회영함에 감압시설도 준비되어 있었다.
9개의 작전팀과 1개의 심해 구조팀 그리고 작전지원대의 역할을 하는 줄루(Z)팀.
11개의 OSS 팀은 원양초계함인 1번 함, 군수지원함인 2번 함, 잠수함인 이회영함과 함께할 것이었다.
놀이와 여흥을 겸한 훈련도 계속되었다.
OSS 작전팀과 승조원 모두에게 공통으로 한 훈련은 드론 조종이었다.
각종 장애물 레이싱, 낙하물 투하 경기와 더불어 편대 기동훈련도 했다.
프로그램화된 집단 기동이 가능하긴 했으나, 그것은 준비된 상황에서만 가능했다.
매번 상황이 바뀌는 작전 현장에서 개별 오퍼레이터가 편대 비행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선도 기체를 따라가는 종대 비행이었다.
자연스럽게 2차 대전 당시 폭격기의 선도 폭격과 비슷한 교리가 만들어졌다.
서지석 준위가 개조한 자폭 드론 시험도 진행되었다.
폭발력의 10분의 1로 낮춘 폭약을 장착한 자폭 드론의 시험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전술적 상황에 따라 접촉 신관의 방향과 개수를 조절할 수 있었다.
정확도는 말할 필요 없이 정확했고, 야간에도 정밀한 위치를 타격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 같았다.
평상시 폭약과 신관을 따로 보관하다가, 자폭 드론으로 운용하기 직전에 순서대로 드론에 부착하기만 하면 되었다.
폭발물 전문가이기도 했던 그는 통로개척 및 대전차용 폭약도 따로 준비하였다. 폭발력이 한쪽 방향으로 투사되는 RPG 탄두와 같은 원리였다.
가능성을 본 나는 Matrice 350 RTK 드론 500대를 추가로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폭격과 자폭을 위한 실전훈련이 필요했다. 그것을 위해, TMSH 기지가 건설 중인 티히크티히크 섬으로 향했다.
2가지 드론으로 실제 60mm 박격포탄의 투하 훈련을 하였다.
리볼버 860 드론 2기에 박격포탄 8발을 채우고. 16발을 순차적으로 투하했다.
고공비행으로 투하해도 오차범위 3m의 높은 정밀도를 보였다.
저공비행을 하면 표적의 1m 안에 정확히 포탄이 떨어졌다. 범위 사격을 하는 포격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정확했다.
폭격의 정밀도는 350 RTK 드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규모 특수전에서는 비대칭 화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생각되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표적의 1m 안에 떨어지는 박격포탄이라니 ···. 그것도 복수의 표적을 향해 동시에 말이다.
1번 함과 이회영함에 각각 350 RTK 드론 50기, 리볼버 860 드론 10기를 배치했다.
그리고 평문 통신에 사용할 OSS만의 음어를 정했다.
단순 무전 음어가 아닌 쉽게 기억하고 다양한 수단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음어를 만들었다.
*** OSS의 필수 음어표 ***
그곳 (한국, 필리핀) 날씨 : 음어를 사용하겠다. (했다.)
선물(gift) : 구조팀 또는 보급
피곤(tired) : 구금, 억류
아픈 사람, 환자(sick) : 무장(적 무장)
친구(friend) : 잠수함, 이회영함
가족(family) : OSS
음식, 식사(food, meal) : 현재 상태
아스피린(aspirin) : 개인화기 (총)
새(bird) :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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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
한국 날씨는 어떻습니까?
이곳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고생입니다.
사흘 동안 두통이 계속되어서, 매일 아스피린 4알 먹고 있습니다.
– 음어 사용.
– 현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 개인화기로 무장한 적 12명.
모스부호
O — S ··· 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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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베로드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