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49
49화 – 해상공수급
이회영함은 술루해를 지나 스프래틀리 군도를 우회하였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남중국해를 통과했다.
박은석 중령과 OSS 일행은 무사히 세베로드빈스크 세브마쉬 조선소에 도착했고.
ARK 함에서 승조원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약식 진수식을 준비 중이라는 연락이 왔다.
그의 연락을 받고 ‘내가 직접 갈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잠수함이 인도양으로 들어서려면, 말라카해협과 순다해협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다소 돌아가더라도 빠른 통과를 위해 순다해협으로 향했다.
카리마타해협을 지나 자카르타 앞바다, 순다해협의 초입에 이르렀다.
태평양 전쟁 당시 순다해협 해전과 제2차 자바해전의 격전지.
중순양함 휴스턴과 경순양함 퍼스가 탄약 부족과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에게 맹렬히 돌격하여, 장렬히 침몰당하면서 끝까지 그 책임을 다했던 그곳이 순다해협이었다.
두 해전의 격전지를 눈으로 보고 싶었지만. 순다해협은 폭이 50km도 안 되는 해협이었기에
잠항하여 은밀히 통과했다.
최은석 대령과 승조원들 모두가 긴장을 늦추지 못하였다.
신흥캠프에서 출발해 순다해협을 빠져나오는 2,560km의 거리였지만, 수많은 선박과 복잡한 해저지형 때문에 4일이 넘게 소요되었다.
이회영함은 인도양에 들어섰다.
여기서부터는 아프리카 남단까지 일직선으로 대양을 건너면 되었다.
아나키스트
이회영의 꿈과 불굴의 신념.
그의 강철 같은 의지를 닮은
강철의 잠수함.
이회영함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미지의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
대양에 이르자 잠수함 승조원들은 긴장을 풀수 있었고. 이따금 일광 부상 때 햇볕을 쬐곤 하였다.
어느새 이회영함은 해상보급을 위해, 9번 함과 랑데부할 좌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랑데부 지점의 위도와 경도 좌표는 –7.26° 72.41°였다. 영국령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인근으로 3730km를 더 가야만 했다.
낮에는 전탐의 접촉보고가 없는 한 수상 항해를 계속했고. 대략 6, 7일 후에 9번 함과 지정된 좌표에서 조우할 예정이었다.
승조원들 중에 낯선 얼굴들도 있었지만, 모두가 하나같이 정갈한 성격에 맡은 임무에 충실한 인재였다.
문득 궁굼한 마음에 최은석 대령에게 물었다.
“대령님, 어떻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신입 승조원을 모집할 수 있었던 겁니까?”
“하하. 해군 현역들에게도 OSS가 유명하답니다.”
“그래요?”
“이렇게 훌륭한 근무환경에 높은 연봉, 꼼꼼한 지원정책까지, 입소문이 안 날 수가 없죠.”
“오~”
“주특기와 병과를 살리고 싶은 해군 예비역에겐, OSS와 OSL이 꿈의 직장이라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하하.”
“잘되었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리고 해군 지휘부에서도 우리에게 매우 호의적입니다.”
“?”
“잠수함 승조원은 물론, 함정 근무자들에게는 전역 후 OSS에 입사하는 것이 동기부여가 되어서, 사기진작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아, 그건 미처 생각 못 했는데. 아무리 뛰어난 잠수함 승조원이라도 사회에 나오면 그 경험을 살릴 게 없으니 ···.”
“그렇죠. 게다가 근무성적이 좋아야만 OSS에 입사할 수 있으니,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합니다.”
“생각지 못했는데, 뭔가 우리 해군에 일조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쁘네요.”
…
승조원의 피로도를 고려하고, 우리보다 2일 늦게 출발한 9번 함과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항해속도를 낮추었다.
9번 함엔 OSL 본사와 통신 유지를 위해 혜인이 타고 있었다.
박은석 중령으로부터 기다리는 소식이 도착했다. 약식이지만 제법 웅장하게 진행된 ARK호의 진수식 동영상이었다.
이번에도 유민 중사는 샴페인 병을 야구선수처럼 던졌고, 그 어느 때보다 시원하게 샴페인 거품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ARK호의 내, 외부 사진도 함께 보내왔다. 가슴이 웅장해질 만큼 크고 멋진 모습이었다. 내부 의장공사도 내 의도대로 잘되어 있었다. 특별히 요청했던, 잠수함 내부의 헬스장도 잘 갖춰져 있었다.
…
지루한 항해가 이어지는 중에 남궁한 팀장으로부터 투자보고서가 도착했다.
그 실적이 놀라웠다.
‘이놈의 세상이 망하기 전에 돈을 다 쓰고 죽는다.’라는 심정으로 돈을 썼지만. 되려 돈이 늘어나고 있었다.
내가 보유한 순 자산은 300조 원에 육박했다.
리스크스코프가 만들어낸 정보를 48시간 동안, 독점하는 것은 투자에 있어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ORI는 재난을 대비해 만든 지수였지만. 그것은 사람들의 긍정적, 부정적 심리를 정확히 잡아내었고.
결국, 사람이 움직이는 자산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어떤 위험을 2일 먼저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위험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모든 투자제안을 거절한 나 자신에게 스스로 칭찬할 만했다.
그것은 현재의 세계경제구조가 지속하는 동안은 달러패권에 기대어 무한히 돈을 찍어내는 기계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왼손이 버는 돈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나의 신조를 지키기 위해 적당히? 벌어야만 했다.
…
첫 번째 해양보급을 위해 9번 함과 랑데부할 영국령 인도양 어디쯤을 향해, 이회영함은 묵묵히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일광 부상 중 김준명 이사와 함교탑에 올라 최은석 대령과 함께 바닷바람을 쏘였다.
잠수함 생활을 하면서 니코틴의 굴레를 벗을 줄 알았는데. 푸른 바다와 따스한 햇볕, 소금기 머금은 바람을 맞으니 담배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용케 발견한 김준명 이사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불붙인 담배를 건네주었다.
– 흐읍 ··· 후우 ~
‘아무도 모를 거다. 이 맛을···.’
흡연이 미개한 습관이라고 하지만. 대양의 한가운데 잠수함 함교에 올라서서 피우는 담배 맛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쾌락이다.
그것의 모습은 모두 닮아있다.
긴장이 길수록 그 쾌락의 크기도 크다. 오래 참을수록, 그 맛이 달다. 식욕도, 성욕도, 성취욕도, 흡연 욕구도.
어느 유명한 언론인이 십수년간 하루에 담배 한 개비씩 피웠다는 일화를 듣고, 그것이 자기 절제의 모습이 아니라. 진정한 쾌락을 실천하고 있다고 느꼈었다.
그렇게 상념에 잠겨있다가 문득, ARK호를 얻기 위해 지금껏 견뎌온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잠수함이 부상한 상태였고, 한국과 시차도 맞았다. 위성 전화로 본사(국정원) 이 차장의 보안 채널에 연결했다.
“어~ 이 대표.”
“지난번 출장은 잘 마무리되었습니까?”
“이 대표 덕분에 회사에서 퇴물 취급을 면하게 되었다네. 하하하.”
“이번엔 제가 부탁이 있어 연락했습니다.”
“그려, 그려 말해보게.”
“제가 러시아에서 일 추진하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그럼, 대단한 일 하고 있지. 하하.”
“러시아 정부와 군산복합체 특히 세브마쉬의 이상 동향이 없는지 한번 알아봐 주십시오.”
“그야 뭐 어렵지 않네만, 채널은 어찌 유지하는가?”
“우리 해군의 보안전통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알겠네. 내 3, 4일 안에 보내주도록 하겠네.”
전화를 끝고 박은석 중령에게 SNS 메시지를 보냈다.
[그곳 날씨는 어떻습니까? 음식은 입에 맛나요?]휴대폰을 보고 있었는지 바로 답신이 왔다.
[이곳은 겨울입니다. 한국의 날씨는 어떤가요? 여기 음식은 그럭저럭 먹을 만 합니다.]OSS 음어로 나눈 대화였다.
날씨는 음어사용의 시작을 뜻했고, 음식은 현지 상태나 이상 징후를 뜻했다.
…
어느새 이회영함은 첫 번째 해상공수급을 위한 좌표에 가까이 왔다.
항해 중인 잠수함에 해상보급하는 해상 공수급은 상당한 훈련도를 요구하는 어려운 작전 중의 하나였기에, 승조원들은 제법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잠수함은 위도 7.20 / 경도 72.40의 어디쯤 다다랐고, 전탐의 접촉보고에 이어서, 함교 견시가 육안으로 9번 함을 확인하였다.
두 함정이 천천히 나란하게, 서로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는 평행선을 이루어 나아가야 했다.
이회영함의 승조원들도 함교와 갑판으로 나와 해상공수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9범 함과 이회영함이 바다 위에서, 평행을 이루며 파도를 가르고 있었다.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는 그 평행 말이다.
이윽고 9번 함에서 로미오 깃발이 올라왔다. 수급준비 중을 알리는 의미였다.
이회영함에서도 갑판의 해치가 열리면서 해상수급을 위한 텔레스코픽 붐이 높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총원 준비이 ~
9번 함에서 함 내 방송 중인 전화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9번 함의 수병이 투색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투색총 : 줄을 멀리 던질 때 사용하는 총)
투색총이 발사되자, 날아온 줄을 이회영함의 승조원이 잡았다. 그 줄을 해상공수급을 위한 붐에 연결하였고. 보급품 이송을 위한 케이블을 도르래에 연결하였다.
– 당겨!
– 빨리 당겨!
투색줄과 보급케이블을 연결하기 위해 수병을 독려하는 소리가 망망한 바다 위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준비를 마치자,
해상수급을 위한 거대한 유류 호스가 보급케이블을 따라 천천히 다가왔다. 구불구불 휘어져 들어오는 호스가 마치 거대한 바다뱀 같아 보였다.
이회영함에 가까이 온 유류 호스의 커다란 프로브(probe)의 생김은 야한 무엇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프로브가 유류 공급구에 철커덩! 소리와 함께 밀려들어 갔다. 이윽고 호스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울컥울컥 부르르 떨리는 유류 호스의 모습에서, 잠수함의 연료탱크를 향해 생명수 같은 검은 연료를 힘겹게 뿜어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광경을 보며 제법 야한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닐 것이다. 다들 같은 생각을 하지만 말하지 않을 뿐이라고 믿고 싶었다.
잠수함의 유류 보급을 마치고. 식료품과 기타 보급품이 케이블을 따라 전달되었다.
모든 해상공수급이 무사히 완료되자. 두 함정의 승조원들이 대함경례를 위해 늘어섰다.
신희립 함장이 최은석 대령보다 한기수 높은 관계로 이회영함의 승조원들이 먼저 대함경례를 하였고, 이어서 9번 함 승조원들의 우렁찬 경례 구호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두 함정이 바다 위에 만들었던 평행선은 다음을 기약하며 멀어졌다.
그리고 이회영함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바다의 수평선을 향해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
해군 보안 전통문으로 본사(국정원) 이 차장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러했다.
2차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이 진척을 보이지 않고. 핵 사용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가속화되자.
러시아 특유의 막 나가는 방식의 정책들이 하나, 둘씩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중 가장 우려할만한 것은 러시아 국내에 들어와 있는 자산을 동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우려 섞인 내용이었다.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해상수급을 위한 유류호스와 프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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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