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60
60화 – 알렉세이
그 찰리팀 대원 박태주 중사, 그가 건넨 것은 유산탄 파편이 박힌 100g짜리 골드바였다.
“이 이건”
그는 OSS에서 유일하게 정보사 산하로 바뀐 UDU (Underwater Demolition Unit) 예비역이었다.
UDU는 HID와 함께 북파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어서 그의 최종계급은 알 수 없었고. (유닛은 계급과 군번이 없다.)
502 기지에서 남양함(고구마)에서 발진하는 침투 잠수정을 경험하였다는 것 까지만 알려졌다.
OSS에서는 그가 UDU 편입 전 UDT/SEAL 계급에 따라 박중사로 호칭하고 있었다. –
“대표님이 주셨던 금괴입니다. 말씀대로 워 벨트 뒤 포켓에 끼워두었는데, 이것이 절 살렸습니다.”
“아 ···.”
“현정민 선생님 말씀으로는 그게 아니었다면 제 콩팥이 결딴났을 거라고 하더군요. 하하”
“아! 다행입니다. 다행. 그런데 이걸 왜 저에게 ···.”
“저는 생명을 건졌으니, 대표님은 기념품을 건지시는 거죠. 하하하”
감격스러웠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마침 이회영함에서부터 매고 온 백팩이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백팩에서 같은 골드바 2개를 꺼내서 맞잡은 그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고생하셨습니다. 이것이 또 한 번의 행운을 가져다줄 겁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나는 그가 준 기념품을 내 품속에 넣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알파부대의 대원들에게도 100g 골드바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그것을 주면서 말은 그럴싸하게 했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우크라이나 SBU 알파부대 대원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뜻밖의 선물에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쉽지 않은 인연을 길게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작전 요원들을 챙기고 나서 ARK호 함 내를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크고 여유로웠다. 이회영함도 꽤 신경 써서 만든 것이었지만, ARK는 그 레벨이 달랐다.
가장 기뻤던 부분은 모든 승조원에게 1인 1실의 개인 공간을 배정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비정기 승함 인원을 수용하기 위한 숙소도 꽤 쾌적했다.
함 내 헬스클럽엔 운동 기구뿐만 아니라. 탁구대와 당구대까지 갖춰져 있었다.
그것을 소개하면서 내 취향과 의도를 잘 파악한 진민규 부사장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ARK호는 모든 시설이 여유로움에도 불구하고, 함 내부엔 아직 설비가 들어오지 않은 남는 공간이 제법 되었다.
아직도 둘러볼 곳이 많았지만, 피로감을 느껴 함장실을 먼저 보자고 했다.
함장실을 보고 가장 놀란 점은 침실과 집무실을 따로 나눠 놓은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나서야 ARK호가 잠수함이 아닌 내 집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집무실 출입구엔 5평 정도의 부속실이 딸려 있었다.
하나하나 진민규 부사장의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보였다. 모든 것에서 감탄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함장 집무실에서 지휘통제실의 주요정보와 메인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었고. 소소한 모든 것이 잠수함이라고 생각하기엔 사치스러울 정도로 여유로웠다.
그렇게 ARK호의 면면에 감탄하던 중. 고스트베어가 언급했던 3명의 SBU 비밀요원을 만나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준명 이사에게 인원 점검 상황을 물어보니 한 명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동으로 작전계획 하면서 SBU 알파 부대원와 비밀요원의 숫자가 16명+3명이라고 알려왔던 것이었다.
문득, 짐작 가는 사람이 있어 진민규 이사에게 그 인물을 함장실로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그는 진민규 부사장이 러시아인 임에도 정식직원으로 채용한 알렉세이 페트로비치 소콜로프(Alexei Petrovich Sokolov)였다.
그가 비밀요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러시아와 적대행위를 한 우리로서는 민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진민규 부사장이 알렉세이와 함께 함장 집무실로 들왔다. 다소 긴장한 얼굴의 그 옆에서 진 부사장이 통역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질문을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심문하는 분위가 연출 되었다.
– 당신은 러시아 사람인가?
– 그렇다.
– 알렉세이 당신이 러시아인이라면, 지금 이 자리에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은 조국을 배신한 것이 아닌가?
그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알렉세이 당신은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은가?
– 아니다. 나는 OSS의 직원으로 남고 싶다.
대화가 길어진다고 해서 진상을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나는 고스트베어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다. 이 작전도 그와 함께 계획한 것이다. 당신은 SBU의 비밀요원이 아닌가?
혼란한 눈빛의 그는 대답을 머뭇거리고 있었다.
– 알렉세이 당신은 코사크(Cossack), 드네프르(Dnieper), 스텝(Steppe) 중 한 명이 아닌가?
그는 체념한 듯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 … 그렇다. 내가 드네프르다. 하지만 나는 비공식 요원이다. 나의 진짜 직업은 원자로 엔지니어가 맞다.
– 그렇다면 ···.
알렉세이는 내 말을 끊고 말을 이었다.
– 나는 OSS 직원으로 남고 싶다.
– 알겠다. 고스트베어와 협의해서 향후 당신의 거취를 결정하겠다.
여전히 그의 표정이 밝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알렉세이 당신의 노고를 높이 산다. 당신의 거취와 상관없이 당신이 우리를 도와준 것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
– 고맙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큰 보상은 OSS의 직원으로 남고, 여기 미스터 진과 함께 일하는 것이다.
큰 고민거리였다. 알렉세이의 신분을 확인했지만 안심할 부분은 아니었다.
아무리 우방이라고 하지만 우크라이나 보안국 요원을 ARK호 함 내에 두는 것은 부담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원자로 엔지니어가 알렉세이뿐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고스트베어에 보내는 보안 전통문을 작성했다.
[… 드네프르(알렉세이)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가 우리 OSS 직원인 것을 알고 있었는가?드네프르가 SBU로부터 받은 임무는 무엇인가?
그것을 알려줘야 그의 신분을 유지 시킬 수 있다.]
…
작은 근심이 있었지만. 든든한 핵 잠수함 ARK호는 깊은 바닷속을 조용히 헤쳐나가고 있었다.
슬슬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세베로드빈스크에서 우리가 수행한 작전에 관한 기사였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러시아를 등 뒤에서 깊숙이 찌르다.]대부분 기사는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특수부대를 세베로드빈스크로 보내서 큰 교전을 치렀다는 내용이었고.
그 결과 정박 중인 군함을 모두 격침 시켰고 세브마쉬 조선소를 폭파했다는 것이었다.
몇몇 기사에선 그곳에서 건조 중인 잠수함까지 우크라이나가 탈취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OSS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다행이었다.
어느새 ARK호는 덴마크와 영국 사이 바다 어느 지점에 도착했다. SBU 알파 부대원들과 작별할 시점이 된 것이다.
SBU 우크라이나 보안국의 요청으로 독일 해군의 순양함이 그들의 귀국을 돕기로 되어 있었다.
보안 통신으로 독일 군함을 확인한 ARK호는 부상했고, SBU 알파부대 대원과 비밀요원들을 보트에 태워 보냈다.
그 인원에 알렉세이(암호명 드네프르)는 빠져 있었다. 그는 ARK호에 남았다.
독일 순양함의 수병들과 ARK호의 승조원들이 대함경례를 마치고 잠수함은 다시 깊은 심해로 숨어들었다.
이제 고향과도 같은 타위타위 신흥캠프로 돌아가는 길만 남았다.
북극항로를 통해 바로 질러가는 것도 잠시 고민했지만.
러시아 해군의 Harmony에 탐지될 위험도 있었고. 미국의 SOSUS가 아직 남아 있을 수도 있었다.
– Harmony 해저 교통을 모니터링 하기 위한 러시아 해군의 수중 청음 어레이 시스템 (NATO 잠수함 활동을 감시) –
– SOSUS (Sound Surveillance System) 미, 소 냉전 시기에 만들어진 미 해군의 수중 음향 탐지 시스템 –
다시 아프리카를 돌아 태평양으로 가야 했지만. ARK호는 수중 27.5노트(51.11km/h)의 속도를 유지하며 무보급으로 항해할 수 있었다.
이회영함으로 2달 걸린 거리였지만 ARK호는 20일이면 신흥캠프에 도착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도 제법 긴 항해였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물론 바깥 공기에 대한 결핍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보고, 배우고, 체험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곳곳에 진 부사장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특히 태닝 실은 일반 사회에 있는 태닝 샵처럼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시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2차 대전 중에도 잠수함 승조원의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자외선을 쪼이는 기구가 사용되긴 하였지만.
멍청하게 생긴 보안경을 끼고 기계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 여가와 정신건강까지 고려한 진정한 휴식이 가능한 시설이었다.
체력단련실 옆에 마련된 게임룸에는 당구대, 탁구대 그리고 링크된 전자 타켓과 에이소프트 건으로 슈팅 매치가 가능한 시설까지 있었다.
그걸 시설을 하나하나 체험하며 승조원, OSS 요원들과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가끔.
우리가 떠들고 환호하는 소리가 커질 때면, 함 내 방송 소리가 들리곤 했다.
– 함 내 정숙.
– 전방 5500야드(약 5km) 접촉 보고.
그렇게 ARK의 수중항해는 계속되었고.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인도양의 심해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타위타위 신흥캠프로의 복귀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을 시점에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본사(국정원) 이 차장이 불명예 퇴직을 종용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차장이 OSS를 우크라이나 보안국에 연결해준 사실이 본사(국정원)에 알려지게 된 것이었다.
일이 그렇게 꼬이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SBU 우크라이나 보안국의 수장이 감사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수신자는 국정원 제2차장이었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잠수함의 속도를 늦추고 이 차장과 위성전화를 연결을 했다.
“이 차장님!”
“어, 이 대표.”
“어찌 된 겁니까?”
“그게 SBU 국장이 ‘귀측과 합동 작전’ 어쩌고 하는 메시지를 우리 제 2차장에게 보냈지 뭔가 ···. 하하하”
“아이고 이런.”
“그러게 말이야, 합동이 아니라 협력이나 협조란 말만 썼어도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 데 말이야 ···.”
“그래서 이 차장님 거취는 ···?”
“아무래도 퇴직해야 할 거 같네. 처벌은 안 한다고 하니 ··· 됐지 뭐 ···. ”
“하아 ···.”
이 차장은 자조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참에 꼰대 하나 치운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허허.”
“이 차장님!”
“어 그래 말씀하시게.”
“이참에 그냥 우리 회사로 오시죠. 제가 이 차장님 잘린 연금 몇 배로 드리겠습니다.”
“어 ··· 그 ··· 그래도 되겠나?”
“바로 필리핀 타위타위로 오십시오. 집이고 뭐고 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
타이푼급 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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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