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64
64화 – 디토바토
ESB (Expeditionary Sea Base) 원정 이동 기지선 도입을 위해 회의에서, 400m는 넘은 선체의 크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속속 제기되었다.
단순히 안정성이나 운용 효율을 떠나서 주요 운하의 통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결정적으로 배의 속도도 느린데 파나마 운하는 말할 것도 없고, 수에즈 운하 조차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자르 바이킹(Jahre Viking)은 큰 배에 대한 혼자만의 로망에 불과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ESB 두 대를 운용하는 건 어떨까요?”
– 네에?
– 굳이 그러시려는 이유가?
– 미 해군도 4척 밖에 없는 것을?
“단지 작전을 위한 이동기지 역할을 넘어서,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OSS와 OSL 전체가 근거지를 옮겨갈 수 있게 위해서 입니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 네에?
– 신흥캠프는 어쩌고?
– 아아 ~
– 와아아 ~
– 아 ··· 대표님은 대체 ···.
– 그럼 저희 보유 함선의 총배수량이 50만 톤이 넘습니다.
“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 저 또한 많이 생각했습니다.”
“…”
“신흥캠프와 TMSH 역시 엄청난 노력을 위해 만든 우리의 근거지입니다.”
– 그쵸 여길 어떻게 버립니까?
“네 당연합니다.”
– 여길 어떻게 일구었는 데 …
“중요한 것은 지킬 것은 우리이지, 한 줌 땅이 아닙니다.”
“…”
“저는 단지, 이곳을 지킬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또 다른 선택 옵션을 한가지 더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 아 …
– 알겠습니다.
– 또 다른 위협이라 …
옆에서 듣고 있던 이 차장이 혼잣말하듯 한마디 내뱉었다.
“거참. 이 대표! 크루즈에 ESB까지 아주 바다를 떠다니는 작은 도시국가를 만들려나 보군. 허허허”
“네. 어찌 보면 그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인수 대령이 말을 이었다.
“그런 뜻을 가지셨다면. 2대 그 이상도 상관없지요. 다만 ···.”
“다만?”
“그런 정도의 특별한, 위급한 상황이라면. 여러 가지 군사적 충돌도 포함될 터인데. 방어가 취약합니다. 특히 항공방어가 그렇습니다.”
“네 그 부분 저도 고민 중입니다. 마음 같아선 이지스함을 도입하고 싶습니다만 ···.”
– 네에? 그건 우리나라도 5척뿐인데 ···.
“네 알죠. 미국은 100척 가까이 됩니다. 방법을 찾아보고 안되면 대안이라도 갖춰야겠죠.”
– 그렇게 된다면, OSS는 싱가포르를 제외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의 해군력을 능가합니다.
“네 그렇죠. 아무튼,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런 그렇고”
– ???
“건조될 ESB의 추진체계를 원자력으로 할 순 없을까요?”
일단 그냥 한번 던져본 말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강렬히 원하는 것이기도 했다.
– 그건 어려울 겁니다.
– 기술력을 갖춘 나라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정도인데 ··· 러시아는 물 건너갔고, 중국은 턱도 없고, 미국도 마찬가지고 ···.
이때 이 차장이 헛기침하며, 좌중의 이목을 모으더니 입을 열었다.
– 으허험!
이 차장은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으라’라는 듯이 연신 헛기침을 해대었다.
– 차장님 말씀하시죠.
“원자력 추진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그리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정말입니까?”
“한화오션! 우리나라에서 직접 만들면 됩니다.”
– 네?
– 그게 가능하다고요?
– 미국이 그냥 둘까요?
이 차장은 몸을 낮추면서 속삭이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과거 그리니까… 2021년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이 완전 폐지된 적이 있었지요?”
– 네. 그렇죠
– 그쵸, 2012년까지는 300km 넘는 고체연료 로켓은 개발도 보유도 못한다는, 2021년 되어서야 800km 제한이 풀렸죠.
“맞아요. 42년 만에 미사일 사정거리 제한이 풀린 겁니다. 우리 주권을 되찾은 거죠.”
– 그런데 왜 갑자기 미사일 이야기를 …
“잘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풀리자마자!!!”
이 차장은 말끝에 힘을 주었다.
”한두 달 만에 각종 중, 장거리 미사일 개발완료를 발표했던게 이상하지 않았었나요?”
– 그렇긴 하죠
– 아 ··· 그러니까 ···.
“네. 그때도 이런저런 문제와 정치적 압박으로 대놓고 하진 못하지만. 그 당시, 암암리에 개발은 다 해놓고 있었던 겁니다.”
– 아 짐작은 했지만 …
“사실 미국도 ‘대놓고 걸리지만 마라’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기술로 가능하단 말씀인가요?”
“뭐 저야 기술적인 건 자세히 모르겠습니다만. 원자력 발전 기술이야 우리나라가 충분히 가지고 있고. 배에 탑재할 원자로를 만드는 건!”
– ???
“OSS가 러시아 세브마쉬에 핵 잠수함 건조를 의뢰할 때 한화오션 기술자들이 가서 배워오지 않았습니까?”
– 아 ···.
“사실 그런 이유로 본사(국정원)에서도 OSS가 핵 잠수함 만드는 걸 묵인했던 것입니다.”
– 그래도 국내에서 만드는 걸 당국에서 ···
“항공모함 같은 건 눈에 딱! 보이는 것이니까 못하겠지만. ESB가 유조선을 개조하는 것이라면, 게다가 해군함정도 아니니 해볼 만하다는 겁니다.”
그저 꿈 같은 상상을 한번 말해본 것인데 실현 가능성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이 대표 의지가 확실하다면. 내가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네.”
“부탁드립니다.”
“국가적으로도 돈 들이지 않고 원자력 함선을 만들어 볼 기회가 되니. 먹힐지도 모르겠네.”
“네네. 이 차장님 한번 힘써 주십시오.”
“알겠네. 난리라도 터지면 나도 그 배 타야 할 테니 노력해 보겠네. 허허허”
회의 중에 김완준 이사가 전화기를 들고 내 눈을 맞추었다. 급한 전화인 것 같았다. 내가 눈짓하자 그는 자리를 피하고 있었다.
다시 회의실로 들어온 그의 표정이 좋지 못하였다.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표님! 난감한 일이 터졌습니다.”
“난감한 정도면 큰일 아니니, 말씀 해보세요.”
“민다나오 자치정부에서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음 ··· 여기 다 모여있으니 바로, 말씀해보세요.”
“자치정부가 MILF(모로 이슬람 해방 전선) 잔당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했는데, 자신들이 화력에서 밀린다고 합니다.”
“필리핀 주 정부는 어쩌고? 왜 우리에게?”
“아시다시피. 자치정부는 필리핀군이 개입하는 걸 꺼리는 데다가, 저희가 지리적으로도 가까이 있고 ··· 저희가 더 믿을 만 하답니다.”
“우리가 타위타위에 발붙이고 있는 이상 거절할 수 없겠네요.”
나는 회의실에 모인 사람 하나하나 눈을 마주치며 명령을 하달했다.
“김준명 이사님!”
“네.”
“델타 팀 이하로 작전 준비를 해주시고. 출동은 빠르게 하되, 교전은 신중하게 모든 상황이 파악된 후 천천히 진행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강인수 함장님. 1번 함을 출동 대기시켜 주세요”
“네, 항상 출동 대기 상태입니다.”
“최은석 함장님! 고단하시겠지만, 만약의 상황에 이회영함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준비해 주시고요.”
“김완준 이사님, 민다나오 자치정부와 긴밀히 협조해서 최대한 많은 작전 정보를 준비해 주세요.”
MILF 잔당의 새로운 근거지는 디토바토섬이었다. 타위타위에서 100km 떨어진 거리여서 우리에게도 위협이 될만한 곳이었다.
그들과 우리 OSS는 구원이 있기에 이번에 확실히 소탕할 필요성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OSS 직원을 납치해서 몸값을 요구했던 바로 그 세력이었다.
나는 서지석 준위와 함께 9번 함에 올라 작전지원대와 드론 편대를 운영하기로 하였다.
세베로드빈스크에서 공격 드론을 운영했던 ARK호 승조원 일부와 9번 함에 올랐다.
1번 함에 김준명 이사 이하 델타, 에코, 폭스트롯, 골프 4개 팀이 승선했고 디토바토섬으로 먼저 출발했다.
나와 서지석 준위도 9번 함에 승선해 곧바로 따라갔다.
이동하면서 9번 함 비행갑판에 리볼버 860 공격 드론 30기를 출격 대기 시켰다.
…
디토바토섬 현장에 도착해보니 민다나오 자치군이 왜 어려워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민다나오 자치군의 배들도 바다에 떠서 바라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완만한 해변을 100m 정도 지나면 완전 빽빽한 밀림이었다.
그 밀림은 마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오마하 해변에서 기관총으로 수많은 연합군을 학살했던 독일군 벙커를 연상시켰다.
섣부른 상륙이나 헬리본 작전은 적에게 타겟을 만들어줄 것이 자명했다.
김준명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전보다 편할 것 같았다.)
“이사님 봐서 아시겠지만 섣부른 상륙이나 헬리본은 안 되겠습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건 침투 특수 작전과 다른 정규전 같은 양상입니다.”
나는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해가 지기 전까지, 함포로 상륙지점의 밀림을 초토화하고. 야간 상륙을 통해 교두보를 확보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게 좋겠습니다. 야간엔 저희 장비가 월등하니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사님 그렇더라도 밀림 수색은 민다나오 자치정부군에 맡기세요. 굳이 저희가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네.”
“밀림 참호지대까지 자치군에 길만 터준다 생각하시고. 안전한 작전 부탁드립니다.”
“네 대표님의 뜻 이해했습니다.”
먼저 350 RTK 정찰 드론을 몇 대 띄워 밀림지대를 정찰했다. 과연 곳곳에 참호와 엄폐물을 만들어놓고 MILF가 매복해 있었다.
중기관총과 RPG 7도 보였다. 빽빽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드론으로 정밀 포격하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신희립 함장과 함께 강인수 함장, 김준명 이사와 3자 통화를 하면서 효율적인 포격에 대해 논의했다.
결론은 압도적인 화력을 동원해서 상륙 직전까지 쉬지 않는 포격으로 적들이 방어선을 재구축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전화수의 함 내 방송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실전! 실전!
– 총원! 전투 배치.
9번 함 수병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오차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위치에 자리했다.
가장 먼저 1번 함의 함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76mm 62 구경장의 슈퍼래피드 함포였다.
– 투퉁! 투둥! 투퉁!
9번 함의 30mm 기관포도 박자를 맞추듯이 발사되었다.
– 퉁퉁퉁퉁퉁 … 퉁퉁퉁퉁퉁
이에 질세라 1번 함의 부포 MARLIN WS 30mm 기관포도 포문을 열었다.
– 텅텅텅, 텅텅텅, 텅텅텅 … 텅텅텅
그와 동시 1번과 9번 함 양쪽 함선에서 12.7mm 중기관총 10여 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사격을 시작했다.
– 타타타타쾅, 타 다다다···.
총성과 포성이 밀림 전체를 뒤덮고 있었고, 총탄에 부서지는 나무 파편이 연기처럼 해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탄약의 30%를 쏟아부었다.
그리고 잠시 사격을 멈추었다. 퇴각한 적이 방어선을 재구축하기를 기다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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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650 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