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67
67화 – 바이락타르
G650 ER 제트기 안에서 보는 바다는 개방감은 부족했지만. 뭔가 아늑하면서도, 높은 고도 덕분인지 지구를 한눈에 내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행하는 내내 이신영 이사는 쉬지 않고, 제트기의 호화스러움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건 모습이 OSL 직원들도 적응이 되었는지, 혹은 나를 배려하는 것인지.
이신영 이사의 호들갑에 장단을 맞춰 추임새를 넣고 있었다. 그걸 수록 이신영 이사는 신이나 보였다.
비행기는 순식간에 나가사키 상공에 이르렀다. 정말 순식간 이었다. 내 느낌에 말이다. 항상 배만 타고 다녀서 그런지 새로운 물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시계를 보니 타위타위 봉가오 공항에서 이륙한 지 3시간 흐른 뒤였다.
요트로 이동했다면 이래저래 5, 6일은 걸렸을 터인데 ···.
문득 ‘그동안 뭐 했나?’ 싶은 생각이 들정도 였다.
제트기에서 바라보는 나가사키 만은 잔잔한 바다 위로 햇살이 반짝이고 있었다.
비행기는 나가사키 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렌딩기어가 지면에 충돌하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였다.
경량항공기 조종 면장을 가진 초보 파일럿인, 나로서는 G650 ER 기장의 조종실력에 감탄과 존경심을 금할 수 없었다.
비행기는 공항 활주로를 천천히 벗어나 택싱 중이었다. 택시웨이 끝에 마중 나와 있는 정시운 이사와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 택싱(taxing) : 항공기가 자체동력으로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
– 택시웨이(taxiway) : 활주로와 주기장을 잇는 유도 도로.
비행기가 완전히 멈추자 기장의 기내 방송이 이어졌다.
– OSS Echo-Romeo ONE. 나가사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OSS ER 1 : 호출부호)
– 현재 이곳의 기온은 이례적으로 영하 7도입니다. 보온에 각별히 신경 쓰시길 바랍니다.
스튜어디스가 출입문을 열자, 옷깃을 파고드는 한기가 느껴졌다. 겨울에도 영상 4도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없는 나가사키의 날씨가 아니었다.
모두가 준비해온 외투를 꺼내 입느라 분주했다.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니 정시운 이사와 직원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대표님!”
“정 이사님. 오랜만에 얼굴 보니 뭔가 뭉클합니다.”
“네 대표님. 큰일 치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는 우크라이나에서 정이사님이 애써주신 덕분입니다.”
우리는 숙소인 가든 테라스 나가사키 호텔로 향했고, 여장을 풀고 내일을 위해 휴식을 취했다.
호텔은 전망이 무척 좋았다. 가든 테라스란 호텔의 이름답게, 나가사키 도시 전체의 풍광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다.
말하자면 담배 한 대 피워물기에 딱! 좋은 그런 장소였다. 혜인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테라스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 후우 ~
나가사키 항구를 바라보니, 지난 일들이 속속 떠올랐다.
이탈리아 안코나에서 인생 최초의 배, 요트 소냐또레를 처음 받던 순간부터 이회영함으로 한계 심도까지 잠항했던 기억.
ARK호를 되찾기 위해 치렀던 전투 그리고 이제 제트기를 타고 이곳 나가사키까지 ···.
‘그때 만약 김준명 이사가 RPG 7을 구해오지 못했더라면 ···.’
순간 무언가 번뜩였다. 혜인을 찾았다.
“혜인! 혜인아.”
“어~ 오빠.”
그녀는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하얀색 가운 틈으로 우윳빛 살결의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내 노트북 가져왔어?”
“난 또 ···.”
혜인은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난 오빠 비서인데 그걸 안 챙겼을까 봐. 호호”
“응 그것 좀 빨리 챙겨줘. 생각났을 때 빨리할 일이 생겼어.”
“네에~”
노트북을 켜고 휴대전화 테더링을 통해 보안 연결을 했다. 와이파이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SBU 고스트베어에 보안 전통문을 보냈다.
[ … 드네프르(알렉세이)의 고용은 계속 유지토록 하겠다.상호 신의가 지켜진다면. 그의 신분은 OSS 엔지니어로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튀르키예의 무장 드론인 바이락타르 TB-3의 대리 구매해 줄 수 있는가?
가능하다면 150기를 구매해 50기를 우크라이나 측에 무상 공여할 의사가 있다. 본 장비는 한국군이 아닌 OSS가 자체 보유할 것이다.
… ]
세베로드빈스크와 디토바토섬의 전투에서 공격 드론의 효용성은 충분히 확인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병 비정규 전투에 국한된 것이었다.
특히 세브마쉬 조선소에 전차와 장갑차를 상대하면서 절실히 느꼈다.
상용 드론을 개조한 자폭 드론이나 60mm 박격포탄으로는 그것을 상대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란 사실을 말이다.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는 단순한 무인 공격기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히어로 드론이었다.
그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1차 전쟁 때 이미 바이락타르를 찬양하는 시와 노래가 만들어졌을 정도였다.
그것은 정찰 드론의 역할을 넘어, 150kg의 무장을 탑재하고도 체공 시간이 24시간 이상이었다.
대전차 미사일과 레이저 유도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본격적인 UCAV 군사 공격 드론이었다.
게다가 업그레이드된 TB-3 모델은 날개를 접어 배에 실을 수 있고, 캐터펄트가 없는 작은 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에서도 이륙시킬 수 있었다.
바이락타르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앞으로 도입할 ESB 중 한 척을 드론 모함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아쉬운 대로 항공모함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항공모함보다 나은 구석도 많았다.
전투기 조종사는 자체적으로 교육 훈련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용도 어렵지만.
드론 오퍼레이터는 자체적인 훈련으로도 얼마든지 양성할 수 있었다.
가격도 1기당 70억 원 정도여서 가성비가 매우 좋은 항공 무기체계였다.
바이락타르(Bayraktar) TB-3의 제원은 다음과 같았다.
* * * * * * * * * *
전장 : 8.35m
익폭 : 14m (접이식 날개)
높이 : 2.6m
승무원 : 0명 (지상관제 요원 3명)
최대 이륙중량 : 1450kg
최대화물 중량 : 280kg
순항속도 : 125노트 (약 230km/h)
최대 속도 : 160노트 (약 296km/h)
항속 거리 : 6,000km
운용 고도 : 5,500m
비행 범위 : 170km (원격 조종 거리)
연속 비행시간 : 24시간
* * * * * * * * * *
정신없이 노트북을 자판을 두드리고 나서 고개를 드니, 혜인이 우두커니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다 했어요?”
“으···. 응”
계면쩍게 웃는 날 보고는 혜인도 생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가운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뽀얀 우윳빛 눈부신 광채가 점점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나가사키의 밤은 깊어갔다.
…
다음날.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솟아오르는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짭짤하고 달콤한 바다향이 느껴졌다.
우리는 MHI 미쓰비시 중공업의 나가사키 조선소로 향했다.
마치 개미처럼 거대한 조선소를 가로지르는 노동자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을 맞이했다.
레이터스 호의 진수식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위용의 크루즈 유람선을 보게 되었다.
그 웅장한 모습은 잠수함이나 항공모함과는 다른 어떤 것이었다.
뭐랄까? 거대한 아파트 아니, 작은 도시 하나가 통째로 물에 던져지기를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진수식 행사가 시작되었고. 익숙한 지루함은 금세 지나가 버렸다.
한눈에 들어올 수 없는 거대한 선체 곳곳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행사의 대미를 장식할 샴페인 병을 깨뜨리는 순서가 되었다.
혜인은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새하얀 원피스 드레스에 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다.
레이터스 호의 웅장한 곡선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자태의 혜인이었다.
샴페인 병은 도크의 높은 크레인에서 줄에 매달려 내려와 있었다. 행사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혜인은 하늘 높이 손을 들어, 샴페인 병을 힘껏 던졌다.
삼폐인 병이 공중을 가르는 동안 혜인의 드레스가 빙글 회전했다.
원피스 끝자락이 나풀거리며 피어올랐고. 그걸 바라보는 모든 시선에 아름다운 자태를 선명히 각인시키고 있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선생님이 초원에서 춤추며 빙그르르 돌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줄에 매달린 샴페인 병은 공중에서 멋진 부채꼴을 그리며 날아갔고, 레이터스로 선체에서 하얀 거품을 내며 폭발했다.
마지막으로 혜인이 진수선을 자르자.
사람들의 박수 속에서 축포가 쏘아졌고, 볼이 터지면서 하늘은 형형색색의 꽃가루가 날렸다. 마치 혜인의 아름다움을 경배하듯 말이다.
…
진수식은 끝이 났지만, 취역을 위해서는 2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취역 후, 레이터스의 크루즈 노선은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인천 > 통영 > 제주 > 오키나와 나하 > 타위타위 봉가오 > 팔라우 > 괌 > 사이판 > 가고시마 > 대마도 > 여수 > 인천
…
우리는 나가사키 공항에서 OSS ER1 제트기를 타고 한국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사천 공항이었다. 한화오션의 옥포 조선소에서 한규동 부사장과 이 차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사천 공항에 도착했고 나와 경호 인력을 배치된 OSS 2명이 내렸다.
비행기는 김포공항에 혜인과 김완준, 정시운, 이신영 이사를 내려주고. 다시 사천 공항에서 대기토록 했다. (그들에겐 각자 휴가와 함께 서울에서 해야 할 미션을 주었다.)
나와 OSS 요원은 준비된 차량으로 거제도 옥포 조선소로 향했다.
옥포 조선소 경내에 들어서니. 이회영함을 건조하기 위해 맨땅에 헤딩하듯 동분서주한 정시운 이사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와 함께 옥포 조선소로 향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조선소 경내 한화오션 본사 앞에 도착하니 에스코트를 위한 직원이 마중 나와 있었고. 그들을 따라 대회의실로 향했다.
그곳엔 한규동 부사장과 이 차장이 함께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한 부사장의 의견에 따라, 조선소 경내의 모처로 이동했다.
선박 부품을 조립하는 공장의 허름한 작은 사무실이었다.
한규동 부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보안상의 허점이 있을 수도 있어서, 이리로 모셨습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아닙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 차장이 말을 받아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 대표가 원하는 그것을 할 수는 있는데.”
“…?”
“결정적인 한가지가 해결이 안 된다네 ···.”
“그게 어떤 건가요?”
이 차장이 눈짓으로 한규동 부사장이 설명을 시작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ESB의 빠른 건조, 원자로 제작까지는 모두 해결이 됩니다.”
“…”
“마지막 핵연료를 넣는 그것까지도 기술적으론 문제가 없는데 ···.”
“그런데 왜 ··· ?”
“핵연료 자체를 수급할 수가 없습니다.”
“아 역시 ···”
이 차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고 있었다.
…
바이락타르 TB2
바이락타르 TB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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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