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74
74화 – 키리바시
씁쓸한 기분으로 러, 우 전쟁의 전황을 계속 살펴보았다.
인구 180만의 에스토니아는 허무하게 러시아 수중에 들어가고 말았고. 순식간에 일어난, 러시아의 리투아니아 점령은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2차 대전 때 독일은 프랑스를 2주일 만에 점령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로써 러시아는 발트 3국을 모두 수중에 넣었고. 발트해 중심으로 나가는 연안 모두를 점령하였다.
발트해의 제해권이 러시아에 넘어간 것은 물론. 발트 3국을 통하여 벨라루스로 진출하는 전략적 옵션이 사라지게 된 셈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주춤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옆집이나 다름없는 발트 3국이 하나씩 넘어가는 데다가, 벨라루스는 국경을 맞대고 있었다.
그리고 벨라루스가 러시아와 비교되어서 작은 나라로 인식되고 있지만. 국토의 크기가 우리나라의 두 배나 되는 나라였다.
인구 200만의 리투아니아 점령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어린애 손목 비트는 그것만큼이나 쉬웠을 것이다.
미국은 유럽의 복잡한 지형과 정세 그리고 바다에 발목이 잡혀있었다.
미군의 6함대는 아드리아해와 에게해에 있으니 2,000km를 날아가야 항공지원이 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F-22의 작전반경이 1,840km였고, F-35 Lightning II이라도 해도 2,200km였다.
NATO 국가 안에 있는 공군기지를 이용하면 되겠지만, 소티(Sortie) 제한에 따른 전력손실은 불가피해 보였다.
– 소티(Sortie) : 거점에서 군용 항공기의 임무차 출격횟수 –
게다가 미 해군 6함대는 이란에 침공당한 이라크까지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복잡해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은, 그렇지 않아도 주춤주춤하던 폴란드를 더욱 자신의 국경을 지키기에도 벅찬 지경으로 만들었다.
만약 폴란드가 뚫린다면, 독일까지 전선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는 포위되는 형국이 되는 것이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과 러시아의 역할이 바뀐 모양이었다.
그나마 우크라이나와 불가리아를 이어주는 루마니아가 라틴계 국가란 사실이, 어렵게 찾은 행운이었다.
…
키리바시 공화국으로 떠난 김완준 이사가 위성 전화로 연락을 해왔다.
“대표님!”
“네. 완준 이사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고생이라기보다. 여기 타라와가 수도 맞나요?”
“네 맞습니다.”
“와~ 그래도 일국의 수도인데 어째 우리나라 읍내만도 못합니까?”
볼멘 목소리엔 불만이 가득했지만. 왠지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고 여러 가지로 불편하시겠네요.”
“뭐가 없어도 너무 없어요.”
“그렇겠죠. 현지인 고용은 어렵지 않고요?”
“그런 대충 영어가 통해서 괜찮습니다만. 결정적으로 인터넷이 미쳐버릴 거 같이 느립니다.”
“아, 스타링크를 챙겨야 했는데.”
“그러게요. 저도 미처 깜박했지 뭡니까.”
“완준 이사님!”
“네 대표님. 말씀하세요”
“곧 OSS 에어카고 1호 화물기가 들어옵니다. 필요한 목록 보내주시면, 비행편으로 우선 보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며칠 대표님 못 뵈었더니 보고 싶네요. 그나저나 이거 공사를 시작하면 수조원대의 돈이 들어갈 거 같습니다.”
“완준 이사님!”
“네”
“100조 원이 들어가도 괜찮으니, 빠르고 튼튼하게 만들어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기본적인 것만 세팅해놓고 얼른 돌아가서 준비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완준 이사가 보낸 메일이 도착했고. 간단한 인사말로 시작해 그가 필요한 물품목록을 보냈다.
* * * * * * * * * *
스타링크(위성인터넷 연결장치) 3세트 이상, 노트북 5, 위성 전화 3, 무전기 20 ···.
맥심 커피믹스, 초코파이, 드롱기 커피머신
최신형 휴대전화 (삼성과 애플), 고급술(위스키 18년 이상, 와인), 소주, 쿠바산 시가, 중 가격 명품시계 (1천만 원 이하), 고급 여성 속옷,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등)
100인치 이상 대형 TV (삼성, 엘지)
* * * * * * * * * *
목록을 읽어보니 당장 실무에 필요한 것도 있었지만, 현지의 당국자를 마사지하는 데 필요한 물건 같았다.
진민규 부사장에게 메일을 토스하면서 OSSAC (OSS Air Cargo) 1호기가 준비되는 대로 목의 물건을 싣고, 타위타위 봉가오 공항으로 오도록 지시했다.
때마침 진 부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표님. 보내신 메일은 확인했습니다. 그 외 더 필요하신 건 없습니까?”
“지금 딱히 생각나진 않는데. 아! 수공구와 도구를 되는 데로 보내주세요. 삽, 톱, 마체테(정글도) 그리고 전기톱 같은 도구들요.”
“네. 키리바시로 갈 화물과 구분해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래 주시면 좋죠.”
“그런데. 사실 부탁드릴 일이 있어 전화했습니다.”
“네. 뭐든 말씀하세요. 하하”
“알렉세이가···.”
“알렉세이가 왜요?”
알렉세이(암호명 드네프르)는 SBU 비공식 요원이었지만. 세베로드빈스크에서 채용된 원자로 엔지니어였다.
ESB 원자로 때문에 한화오션으로 파견된 상태였다.
“지금 우크라이나 정정이 불안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알렉세이가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 ··· 그렇겠죠. 알겠습니다. 알렉세이 가족은 타위타위로 데려오면 될까요?”
“네. 그래 주시면 그 친구 일하는 데도 큰 힘이 될 듯합니다.”
“알렉세이에게 가족 관련 신상정보를 저에게 보내도록 해주십시오. 나머진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생각을 더듬어보니 알렉세이의 처지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조국은 전화에 휩싸인 지 오래였고. 보안국 요원으로 러시아에 잠입했으나 신분이 노출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필리핀까지 왔다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국의 조선소에서 일하는 그였다.
그런데 키이우 바로 위의 벨라루스까지 참전해서 전쟁이 커져 버렸으니 가족 걱정에 밤잠을 설칠 모습이 상상되어 안쓰러웠다.
금세 알렉세이로부터 메일이 왔고. 곧바로 SBU 고스트베어에게 보안 전통문을 썼다.
[ … 앞서 주문한 바이락타르의 초도물량 50대는 OSS보다 우크라이나가 먼저 사용하길 바란다. 그것이 우크라이나 전황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그리고 드네프르(알렉세이)의 가족을 필리핀 타위타위로 이주시키고자 한다. 드네프로 역시 그것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OSS에서 제트기를 보낼 것이니 협조 바란다.]
보안 전통문을 보내고 나서 평소와 다르게 곧바로 회신이 왔다.
아빠 곰(고스트베어)은 생산된 바이락타르를 우크라이나가 먼저 사용하게 배려한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알렉세이의 가족을 키이우 공항 인근에 대기시켜 놓겠다고 회신했다.
…
알렉세이 가족의 신병이 확보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 OSS 1호기 G650 ER을 키이우 보스필(Boryspil) 공항로 보냈다. 또 다른 마음의 짐을 던 느낌이었다.
잠시 감회에 빠진 사이, OSSAC의 1회기 보잉 777F가 화물을 잔뜩 싣고 봉가오 공항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화물을 내리기 위해 캠프 사람들과 봉가오 공항으로 갔다. 비행기는 이미 착륙을 마치고 주기장으로 이동 중이었다.
길이 64.8m의 거대한 기체를 보니 마치 날개 달린 잠수함을 보는 듯했다.
신흥캠프에 필요한 짐들을 내리고 나서. 파일럿들을 하루 쉬게 했다. 다음날 9,000km를 날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보잉 777F에 적재된 화물의 무게를 계산하니 연료를 가득 채워도 10,500km의 항속거리가 나왔다. 연료의 85%를 써야 키리바시에 도착할 수 있는 어려운 비행이었다.
새로운 베이스의 위치를 누쿠오로에서 키리바시로 변경하면서, 항속거리가 더 긴 비행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진민규, 김웅 부사장에게 컨퍼런스 콜을 요청했다.
“대표님. 김웅 부사장과 한자리에 있습니다.”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777F보다 항속거리가 더 긴 비행기가 필요합니다.”
– 네?
– 777F가 가장 긴 거로 아는데?
“아닙니다. 보잉사의 최신기종이 있습니다. 몇 차례 실패를 거듭하고 최근 상용화된 777X 시리즈입니다.”
– 아~
– 그게 상용화되었군요.
“그중 가장 항속거리가 긴 777-8을 도입해주세요.”
– 항속거리가 얼마나 되는가요?
“화물을 싣고도 16,000km입니다. 777F의 1.5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 워~ 대단하군요.
“여러 항공사에서 주문이 밀려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 정세나 경제 상황상 인도받을 수 있는 기체가 있을 겁니다.”
– 알겠습니다.
“웃돈을 주어서라도 1대 이상 확보했으면 합니다.”
–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렇게 항속거리가 긴 기체가 필요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키리바시 공화국에 OSSAC의 자체 공항을 지을 겁니다. 항만도 함께.”
– 그 태평양 한가운데 적도의 타라와섬이 있는 키리바시 말입니까?
– 네? 자체 공항요? 그것도 태평양 한가운데에? 워어~ 대표팀이 놀라게 하는 데 적응이 된 줄 알았는데. 하하하
“잘 아시네요. 그 키리바시 맞습니다.”
– 2차 대전 때 타라와 전투가 유명해서 조금 압니다.
“아무튼, 부탁드리겠습니다.”
…
OSS 1호기를 타고 알렉세이의 가족이 타위타위 봉가오 공항에 도착했다. 그의 부모와 여동생 셋,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였다.
알렉세이의 가족이 신흥캠프에 도착하자 OSS 대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가 ‘김태희가 밭 가는 나라’, ‘장모님의 나라’란 풍문 때문인 듯했다.
다행인 것은 대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알렉세이의 여동생들이 상당한 미인이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다행인 것은 바로 타이밍이었다.
고스트베어가 알려온 정보로는 우크라이나의 정부 인원과 장비들이 키이우에서 리비우로 이동 중이라고 했다.
사실상 수도를 옮기는 것이었으나. 군과 국민의 사기를 위해 대통령과 핵심 인원 몇 명만이 키이우를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전황이 매우 급하게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빠 곰이 전한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만약의 사태에 자신의 유고조차 전략적 지렛대로 삼겠다는 각오였다고 전했다.
짧은 메시지였지만 뭔가 뭉클한 구석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폭력의 막장은 전염되는 것인지 ···. 코소보를 비롯한 세르비아와 보스니아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한 발의 총성으로 1차 대전의 시작을 알린 사라예보가 있는 바로 그곳이었다.
때마침 이 차장이 보안 회선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이 대표.”
“네 차장님. 특이사항이 생긴 건가요?”
“그렇다네 ···.”
“아, 불안합니다.”
“아무래도 중국이 움직일 거 같네.”
“아, 그거 확실한 겁니까?”
“거의 99% 확실하네. 우리 쪽은 물론 CIA 쪽에도 확인했네.”
“언제쯤인지는 확인이 어려운가요?”
“그것까지는 CIA도 모르는 것 같고.”
“…”
“중국이 확실한 준비 그러니까 훈련이 아닌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네.”
‘아, 이것들이 끝끝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