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8
8화 – 소말리아
다음날.
배로 돌아와 포트사이드 항을 출발했다. 드디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여정이 시작된 것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과정은 꽤나 복잡했다.
SCA (수에즈 운하 관리국)에 통과 요청서를 제출하는 과정부터. 도선비, 계류비, 예인선 비용까지 수천 달러를 지급해야 했다.
수에즈 운하 통과 요청이 승인되자, 운송 호송대와 합류할 지점과 날짜와 시간을 배정받았고, 그날이 오늘이었다.
합류 지점에 도착하자. 도선선이 가까이 다가왔고. 수에즈 운하 파일럿, 도선사가 우리 배로 승선했다.
도선사는 짙은 남색 바지에 흰색 셔츠, 휘장이 달린 멋진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는 운하의 항해 규정과 안전절차에 관해 설명하고, 필수 허가사항, 보험 및 안전장비를 점검했다.
소냐또레호가 수에즈 운하의 입구에 다가서자 다른 선박의 호송대와 합류했다.
“선장님. 통과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수에즈 운하의 길이가 120마일, 그러니까 193km 정도 됩니다. 대략 12시간 정도 걸리겠네요”
역사적인 운하를 통과한다는 것에 작은 흥분이 느껴졌다.
햇살이 비추는 운하의 제방과 주변의 크고 작은 사구들 그리고 작은 마을과 산업단지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운하에 진입하자. 수로를 공유하는 거대한 컨테이너선, 유조선 그리고 이따금 등장하는 해군함정을 볼 수 있었다.
김창기 선장과 혜인에게 우리가 운하를 통과하는 시간을 고려해서, Triton Global의 보안팀과 조우할 좌표와 시간을 결정하여 통보하도록 했다.
그리고 운하 주변의 풍광을 감상했다.
운하 주변의 풍경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문득 중동전쟁을 복기했다.
어릴 적 귀가 아프게 들어왔던, ‘6일 전쟁’ 애국심으로 뭉친 이스라엘의 승리.
그리고 기대를 저버린 반전.
이스라엘이 압승한 ‘6일 전쟁’ 이후에 다시 일어난 중동전쟁은 이집트의 처절한 대 복수극으로 끝이 났었다.
그렇게 수에즈 운하의 통제권을 이집트가 완벽히 회복한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왠지 모를 통쾌함이 있었다.
반복된 성공은 실패에 대한 감수성을 둔감하게 만드는 법이다. 욕망이 크기만큼 냉정함을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수에즈 운하를 빠져나와 홍해에 들어섰다.
배는 Triton 보안팀과 만나기 위한 좌표로 향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천천히 배의 속도를 조절했다.
밤을 지나 해가 수평선을 위로 고개를 내밀었고, 보안팀을 만날 위치에 도착했다.
김창기 선장은 조타실 레이더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해군의 견시병처럼, 갑판 곳곳에서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을 응시하고 있었다.
레이더를 주시하고 있던, 김창기 선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배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항로는 어떤가요?”
“남서쪽에서 직선으로 현 지점을 향하는 것으로 보아, 접선할 좌표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가 새어나간 게 아니라면, 보안팀이겠군요”
김창기 선장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놀라는 눈치였다.
“네?”
“미상의 선박이 현 좌표로 향하고 있다면,
보안팀만 정확한 위치를 안다고 할 순 단정할 순 없겠죠. 정보가 새어나갔다면 해적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높은 확률로 보안팀이겠네요”
선장은 불안한 낯빛을 감추지 못하며 말을 이었다.
“식별을 위해. 하얀색과 검은색 선기를 게양하기로 되어있습니다.”
“그렇군요. 저는 데크로 나가보겠습니다”
갑판에서 쌍안경으로 남쪽 바다의 수평선을 둘러보았다. 쾌속정 한 대가 우리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소냐또레와 가까워진 쾌속정은 천천히 속도를 늦추었다. 김창기 선장이 말 대로 흰색과 검은색 선기를 차례로 게양하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멀티캠 전투복을 입은 보안요원들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한국분이시죠!”
“네에~”
옆에 있던 혜인이 반갑다는 듯, 갑판에서 폴짝 뛰어오르면서 소리쳤다.
쾌속정은 우리 배의 5m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하였다. 보안요원과 선원들이 분주하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거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자, 무언가 부풀어 오르는 장비를 바다 위로 던졌다.
팽창식 펜더 스텝이었다. 펜더 스텝을 통해 우리 배로 보안요원 두 명이 승선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경험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팀장 김준명입니다”
“네. 이시언입니다. 한국분이 팀장이라고 하셔서, 기대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준명 팀장이 경호계획을 설명했다.
그와 팀원 한 명이 소냐또레호에 승선한다고 했다. 나머지 팀원이 탄 쾌속정이 호위선이 되어, 후미에서 에스코트한다는 것이었다.
안전지대인 인도양까지 호위를 마친 후. 보안요원들은 쾌속정을 타고 지부티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호위선으로 우리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전달했다. 그리고 소냐또레호와 호위선이 함께, 인도양을 향해 출발했다.
김준명 팀장은 UDT/SEAL 출신이었다.
최종 계급은 소령이었는 데. 영관급으로 진급하자, 정적으로 바뀐 임무에 적응이 어려워 전역했다고 했다.
그 후 프랑스 외인부대를 거쳐 지금은 몇몇 PMC, 보안회사와 느슨한 계약관계를 가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같이 승선한 팀원은 외인부대에서 인연을 맺은 친구라고 소개했다. 프랑스 지젠느 출신이었다. 이름은 브누아.
호위선에 승선한 3명 역시. 외인부대 시절 인연을 맺은 인원으로 선발했다고 했다. 이유는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우려했던 사건이 실제 있었음을 알렸다.
최근 고급요트를 호위하는 보안요원이 해적에게 정보를 유출하는 사건이 있었고. 선원과 선주 모두가 납치되었다고 했다.
선주가 거액의 몸값을 빠르게 지불해서 불상사는 없었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용병 세계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소냐또레는 항해를 계속하였다.
지부티를 지나서 예멘 연안을 통과할 때였다.
밀덕이었던 나는 김준명 팀장과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특이하게도 핸드건 홀스터를 가슴에 부착하고 있었다.
“어, 팀장님 P226을 쓰시나 보네요”
“네 맞습니다. 바로 알아보시네요.”
김준명 팀장의 플레이트 캐리어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데 홀스터를 가슴에 부착하신 이유가 있나요?”
“아, 선상에서 기민하게 움직이기 위해서입니다. 현역 때 작전상 잠수함에 승선한 적이 있었습니다. 해치를 통과할 때, 걸리적거리더라고요.”
그는 해치 손잡이 잡고 퇴출하는 자세를 취해 보이면서 되물었다.
“대표님. 혹시 군 생활은 ··· ?”
“아, 저는 의무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병기에 대해서 바로 알아보시는지?”
“취미로 IPSC 사격을 합니다.”
“아하! 의무병이셨으면 군 병원에 계셨나요?”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일반부대에 배치받아서 이만한 구급낭만 하나 더 차고 다녔을 뿐이었죠”
나는 양손을 들어 구급낭의 크기를 그려 보였다.
“이런, 어떤 부대에서 근무하셨나요?”
“꼬인 거죠.”
“네?”
“특전사로 배치되었습니다. 모두가 간부고 저 혼자 병으로 생활했습니다.”
“아, 이런.”
“논산에서 810 주특기가 나왔을 땐. ‘내 인생이 이렇게 풀리기도 하는구나’하고 좋아했었는데 ···.”
“오! 클라이언트가 특수부대 출신이라니. 왠지 반가운데요”
“아이고. 병 출신이라서 어디서 말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수다를 떨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 소리쳤다.
– 스키프! 스키프!
스키프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주로 타는 작은 배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김준명 팀장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표정에서 어떤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김준명 팀장은 무전기를 꺼내 들었고, 호위선의 팀원에게 주변에 모선이 있는지 확인하고, 견시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스키프는 우리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라왔다.
김창기 선장은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기존 항로와 다른 방향으로 배를 돌렸다.
시간이 흐르자. 스키프는 우리와 거리가 멀어졌고,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그렇게 불안한 항해가 계속되던 중 브누아가 소리쳤다.
– 스키프!
배 안에 긴장감이 가득했고, 김준명 팀장은 무전기로 분주하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 스키프! 스키프! 어나더 스키프!
스키프 한대가 더 출현했다. 두 대의 스키프가 양쪽에서 대열 후미를 추격해오고 있었다.
“대표님 선실로 들어가십시오”
김준명 팀장이 나를 등지며 말했다. 그의 오랜 경험이 위험을 감지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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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