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I will die as an actress, not a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34)
이번 생은 악녀 말고 배우로 죽겠습니다-134화(134/135)
[<세이 유어 네임> vs. <강력한 여자> 모두 넷메이트 계약 체결] [<세이 유어 네임>, <강력한 여자> 제작발표회 일정마저 겹쳐…] [<세이 유어 네임> vs. <강력한 여자> 본격적으로 경쟁 불씨 지피나…] [서재연 vs. 한새나! 전쟁의 서막 오르다!] [넷메이트의 딸 한새나! 이번에도 넷메이트와 함께]판권 계약이 완료되자마자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기사들은 다양한 이슈 거리를 안고 있었다.
판권 계약 소식뿐만 아니라 서재연 팀과의 경쟁 구도, 같은 날 진행될 제작발표회 일정…
거기다 넷메이트와 또다시 함께하게 되며 붙은 내 별칭까지.
-기사 제목 ㅋㅋㅋ 넷메이트 딸이래 하긴 ㅇㅈ
-이 정도면 넷메이트 성골이다.
-넷메이트는 한새나가 얼마나 예쁠까. 하는 것마다 대박인 데다가 매번 화제 몰이까지. 감사히 모셔라.
-넷메이트가 선택한 차세대 여왕
-<무인도>에 이어서 <홈타운>까지 계약하더니. 이번 드라마까지 ㄷㄷ
-다음 작품까지 같이 하면 인간적으로 넷메이트에서 한새나한테 주식 줘야 됨
별의별 댓글을 보다 보니 웃음이 피식 나왔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넷메이트랑 여러 번 작품하는 걸 눈여겨보고 있었구나.
졸지에 넷메이트 딸, 넷메이트 성골 등의 별칭이 생겨버렸다.
계속해서 댓글들을 읽어내려갔다.
-진짜 <세이 유어 네임> 너무 기대됨. 빨리 티저 풀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근데 이선호, 성민희도 업계 탑 급인데 한새나vs서재연 구도에 바로 묻히네 ㅋㅋ
-한새나랑 서재연이랑 친한가?
-서재연 눈에 한새나 얼마나 눈엣가시일까 ㅋㅋ 자기 절친 이나라까지 엿 맥인 후밴데 밟고 싶을 듯
-한새나 사주에 뭐 있나 봄. 매번 탑 여배우들이랑 이렇게 얽히냐.
-첫 방 뭐부터 봐야 되냐. 고민되네.
-근데 주연 넷 다 필모 거의 미끄러진 적 없이 성공가도만 달려온 애들임. 그래서 더 고민된다.
-이제야 TV 볼 맛 좀 나겠네.
-이것까지 터지면 한새나는 이제 걍 톱 배우라고 불려도 무방함.
댓글들 대부분이 예상한 반응들이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경쟁 구도가 점점 과열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곧 있을 제작발표회 현장이 가장 신경 쓰였다.
하필이면 <강력한 여자> 팀과 같은 날 잡힌 제작발표회.
또 얼마나 무수한 기사가 쏟아져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걱정스레 폰을 집어넣었다.
* * *
한편, 넷메이트가 두 드라마의 판권을 전부 사 갔다는 기사가 뜬 직후.
워너스 코리아 본사.
직원들이 휴게실에서 담배와 커피를 들고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눴다.
직원들 모두 하나같이 짙은 다크서클을 달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아침에 난 기사 소식보다 더 중대한 일을 앞두고 있었다.
“와 벌써 개봉이냐.”
“죽겠다, 아주. 유니박스에서 패뷸러스 굿즈 자기네만 단독으로 출시해달라고 난리야.”
이들에게 닥친 건 다름 아닌, 곧 있을 <패뷸러스> 개봉.
이번 시즌에는 이나라가 연기한 한국계 히어로까지 등장하자, 워너스 한국팬들과 영화관들은 개봉 전부터 난리였다.
한 직원이 담배를 탁탁 털며 말했다.
“난 두렵다….”
어쩐지 네티즌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다.
다른 직원들도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대체 유니박스는 미국 블라인드 시사회 반응 듣고 그러는 거래?”
“….”
“큰일이야. 우리도 팍팍 밀어줘야 하는데 이나라가 그렇게 대놓고 병풍일 줄은 몰랐잖아.”
직원들이 걱정하는 건 기대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이나라 캐릭터의 활약상이었다.
“시사회 본 사람들한테 들었는데 이나라 존재감이 그렇게 없었다더라. 차라리 이번에 동양인 히어로가 없는 게 나을 뻔했다고 혀를 차던데.”
“그니까. 차라리 욕이라도 먹으면 몰라. 다들 관심도 없어. 무관심 모드야, 지금.”
“지금부터 이나라로 홍보 엄청 때려야 되는데 윗선에서도 홀드했잖아. 나중에 욕먹을까 봐.”
마케팅 부서 직원들이 조용히 마른세수를 하며 새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나라로 홍보하려고 짜둔 수십 가지 계획이 전부 수포로 돌아가면, 뒷일은 전부 이들의 몫이었다.
그럼 당장 오늘부터 야근에 주말 출근까지 불사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마케팅 직원 하나가 결국 볼멘소리를 했다.
“아니, 이나라는 한새나 걸고 넘어지면서 언플을 그렇게 해댔으면 연기라도 잘하든가.”
그러자 몇몇 직원들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풉 터뜨렸다.
옆에 있던 직원이 어깨를 두드렸다.
“워워, 진정해.”
“내 말이 틀려? 차라리 한새나가 찍었으면 지금 이런 걱정 같은 거 안 했을 수도 있다고.”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말 아낄 때야. 아직 개봉도 안 했는데 관계자 입에서 병풍이니 뭐니, 이런 말 나왔다고 하면 그 소속사에서 가만 안 있을 거야.”
“….”
“뭐, 일단 극장 걸리는 순간부터 다 까발려질 테니 그때 실컷 떠들라고.”
그때 구석에 박혀서 가만히 대화만 듣고 있던 직원이 끼어들었다.
“한새나는 요새 SCBS 찍는다며?”
“그거 벌써 난리더라. 오늘 아침에도 기사 겁나 떴던데.”
“에휴. 아깝다, 아까워.”
“우리 오리지널 드라마 낼 때 무조건 한새나 데려오자.”
“그게 되어야 말이지. 지금 몸값 엄청 뛰었잖아.”
직원들이 하나둘씩 담배를 지져 끄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티저 촬영 하루 전날 밤.
강지오와 유다양의 키스신을 앞두고 스탭 모두가 분주했다.
키스신은 강지오 집 테라스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늦은 밤, 카메라 앞에서 이선호와 합을 맞추고 있었다.
이선호는 베이지 톤의 가디건과 편안한 면바지, 나는 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내추럴한 컨셉의 배경과 코디였다.
이선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이선호가 따스한 미소를 띠고 날 바라봤다.
나 역시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이선호와 시선을 맞췄다.
이선호의 얼굴이 가까워질 때마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오케이, 지금 좋아요. 모니터링 해보세요.”
감독님이 구도를 잡았다는 듯 우리 둘을 불렀다.
감독님 옆으로 다가가 모니터를 바라봤다.
“우와, 예쁘다.”
“뒤에 깔릴 야경은 CG로 들어갈 거예요.”
은은한 조명 아래 강지오와 유다양이 조심스레 마음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궐꽃을 찍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처음 찍는 키스신에 속으로 엄청 당황했었는데.
벌써 한참 옛날 일처럼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옆에서 가만히 모니터링하던 이선호가 아이디어를 냈다.
“괜찮으면 제가 새나 씨 허리를 잡을까요?”
“네, 전 괜찮아요.”
“오, 적극적인데.”
감독님이 장난을 건네자 이선호가 민망해하며 웃었다.
“아니, 제가 너무 소극적인 것처럼 보여서요.”
“그럼 중간에 천천히 이렇게… 끌어안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음, 좋아 좋아.”
그때 골똘히 생각하던 감독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들릴 정도로만 작게 말했다.
“좀 찐하게 갑시다.”
“네?”
“시청률 잡아야지. 그리고 길게 찍을 거니까 당황하지 마시고 연기 이어나가 주세요.”
히익.
순간적으로 당황해 이선호와 눈이 마주쳤다.
이선호가 날 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익숙한 주문을 받은 듯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얼굴을 보니 작은 안도감이 들었다.
로코가 익숙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니 망정이지.
왠지 의지가 되는구만.
“자, 그럼 가볼까요?”
* * *
“레디, 액션!”
“강지오 씨,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요?”
은은한 도시의 불빛이 비쳐드는 테라스, 강지오와 유다양이 난간에 기댄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새나가 연기하는 유다양은 다 알면서도 약간은 투정 부리듯, 더 말해달라고 보채듯 강지오에게 마음을 확인하고 있었다.
강지오가 나긋나긋 말했다.
“나도 몰라. 너무 멀리 와버렸네.”
그리고는 강지오가 포기했다는 듯 살짝 미소를 걸치고 유다양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스탭들이 모두 숨을 죽이고 한 쌍의 커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나한테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어요?”
“이럴까 봐. 이렇게 될까 봐.”
강지오가 바람에 날리는 유다양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전과는 확연히 다른 다정한 손길.
오늘은 백장미가 떠난 날이었다.
아직 정세은, 이은재, 유하영이 남아있었지만.
두 사람이 융합 치료에 매진하는 사이 강지오는 유다양에게 완전히 마음을 내주고 말았다.
각 팀 막내들이 설렌다는 듯 손을 맞잡고 활짝 웃고 있었다.
모니터링하고 있는 감독 역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모두가 두 사람의 사랑에 이미 푹 빠져버렸다.
그러나 한새나 말고는 그 누구도 몰랐다.
강지오와 유다양이 완전히 마음을 확인하는 이 뒤로, 어떤 아픈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마지막 관문이 자리 잡고 있을지.
조금은 진지한 분위기 속, 유다양이 해맑게 장난을 쳤다.
“그나저나 문어 다리에서 이제 하나씩 줄어가겠네.”
“문어 다리 아니라니까.”
강지오가 어이없다는 듯 받아쳤다.
“뭐, 괜찮아. 합법적인 거니까.”
“….”
“백장미. 보고 싶을 것 같아?”
갑작스러운 유다양의 질문에 강지오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 강지오를 보며 유다양이 생긋 웃었다.
“사람이 사람 보고 싶다 하는 게 죄도 아니고. 왜 말을 못 해?”
잠시 적막이 흘렀다.
“이제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게 두려워.”
“….”
“당신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계속되는 이별이야. 그게 슬퍼.”
“…….”
유다양이 그렇게 말하는 강지오를 안쓰럽고 미안한 눈길로 바라봤다.
유다양이 손을 뻗어 강지오의 눈매를 만졌다.
“항상 눈이 슬퍼. 웃어도.”
강지오가 그렇게 말하는 유다양의 손을 잡았다.
서로의 따뜻한 온기를 전하며 두 사람이 천천히 가까워졌다.
숨결이 닿을 듯한 거리.
강지오가 확인하듯 유다양에게 물었다.
“당신은 안 떠날 거지?”
유다양이 그 질문을 받고 작게 웃었다.
“이럴 땐 애가 따로 없다니까.”
“대답해. 안 떠날 거지.”
“안 떠나.”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어졌다.
강지오가 유다양의 마음을 갈구하듯 더 세게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따뜻한 키스는 오래 이어졌다.
이번 생은 악녀 말고 배우로 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