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evitably Levelled up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선수필승! (3)
[칭호 〈꿈을 먹는 자〉의 효과로 보상에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아이템 〈협회석〉을 획득합니다.]‘기여도 시스템처럼 보상으로 확률 싸움에 들어가면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지. 하하.’
가령 주사위를 던지는데 무조건 6이 나오게끔 설정된 사기 주사위를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왁자지껄 소란이 일었다.
이안이 협회석을 획득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아이템 분배가 끝났음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든 것이다.
[아이템 〈협회석〉을 몽환사 〈이안〉에게 분배합니다.] [모든 보상의 분배를 완료했습니다.]“이럴 줄 알았어. 역시 메인 보상은 꿈을 먹는 자에게 돌아가는구나.”
“뭐, 아쉽긴 하지만 꿈먹자면 인정. 여기서 제일 활약했잖아.”
“솔직히 엉뚱한 사람한테 갔으면 그게 더 화났을 듯. 순전히 요행이란 거니까.”
전체적으로 예상했다는 듯 아쉬워하면서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이안 덕분에 메인 퀘스트 클리어에 동참할 수 있었던 저레벨 몽환사들은 당연한 거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나저나 협회석이 꿈을 먹는 자 손에 들어갔으면… 처음으로 협회를 세우는 건 꿈먹자가 되는 건가?”
“와, 그럼 나 거기 가입하고 싶어.”
“아서라. 무려 히든 랭커가 설립하는 협회에 아무나 받아줄 리 없잖아.”
“맞아, 꼭 협회를 세운다는 보장도 없어. 협회석 블랙마켓 경매에 올리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매겨질 텐데 그냥 팔지도 몰라.”
다들 이안이 협회석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
격차가 너무 크면 시기나 질투보단 동경하게 되기 마련.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 동조하지 못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독재자 파이날이었다.
“말도 안 돼! 어째서… 분명 기여도로는 내가 가장 앞설 텐데!”
기여도 최고를 찍고도 운이 없으면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운이 없는 경우. 행운 스탯이 높은 자신에게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파이날은 생각했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솔로 플레이에 불과한 꿈을 먹는 자에게 내가 밀릴 리 없어……. 나에겐 이토록 많은 동료가 있는데!”
이안이 싸우는 모습은 파이날도 멀리서 봤다.
그렇기에 개인으로 치면 이안보다 많은 활약을 한 사람은 없으리라.
오직 개인으로 쳤을 때 얘기지만.
“뭐야? 결과에 승복 못 한다는 거야?”
“헐, 랭커면서 되게 찌질하다.”
“아니, 누가 봐도 꿈을 먹는 자가 받는 게 맞지 않나……. 뭘 믿고 자기가 받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던 거지?”
파이날의 칭호 효과나 행운 스탯에 대해 모르는 이들로선 그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가만히 파이날의 불만을 듣고 있던 이안이 웃으면서 말했다.
“왜 본인의 기여도가 최고일 거라 확신합니까? 혹시, 동료의 기여도를 갈취하는 능력이라도 갖고 있다든가?”
“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정곡을 찌르는 이안의 발언에 파이날은 흠칫하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칭호 〈독재자〉의 효과에 대해선 비밀이었다.
이안이 자신의 칭호나 각종 능력에 대해서 밝히지 않는 것처럼 파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칭호 효과에 대해서 알려지게 되면 동료 모집에 지장이 생길 테니까!
파티 플레이로 먹고사는 파이날에게 동료한테 디메리트를 주는 능력이 있다는 건 치명타였다.
물론 이것도 지속되다 보면 이상함을 눈치채는 게 당연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들켜도 아무도 자신에게 반항하지 못할 만큼 성장한 후에 들켜야 했다.
“어, 잠깐. 그러고 보니 우리 기여도가…….”
“아까 리자드맨 한 마리 잡을 때 기여도 몇 포인트 획득했어?”
“잠깐, 이거 이상한데? 다른 레이드 팀보다 획득한 기여도가 낮아.”
“우리는 이런데 파이날 님은 뭘 믿고 자신의 기여도가 최고일 거로 생각한 거지.”
“서, 설마 우리의 기여도를 뺏기고 있었던 거야? 확인해 보니까 경험치 획득양도 다른 팀보다 적어!”
이안이 가볍게 던진 한마디에 커다란 파문이 일어났다.
다른 레이드 팀이 획득한 경험치, 기여도 등 보상을 비교하면서 이상함을 눈치챈 것이다.
“파이날 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다들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보게! 이건 오해가…….”
독재자 파이날이 필사적으로 파티원들을 설득하는 동안 이안은 느긋하게 현실로 귀환할 준비를 마쳤다.
[버려진 황무지를 클리어했습니다. 현실로 귀환합니다.] [몽환석을 획득합니다.]* * *
몽환사와 꿈 안개에 대해서 다루는 전문 채널에는 〈드림 오브 레전드(Dream of Legends)〉, 일명 ‘돌(DOL)’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프로그램이 존재했다.
전 세계 몽환사에 대해서 소개하고 꿈 안개가 발생한 지역, 한 주의 랭킹 등 다양한 코너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이슈가 생기면 발 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드림 오브 레전드의 진행자 쥬라기 팍입니다! 패널분들과 한 주의 이슈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나눠보는 시간을 가질 텐데요. 이번에도 꿈을 먹는 자가 관련돼 있다면서요?”
“예, 그렇습니다. 얼마 전 버려진 황무지에서 레이드가 끝난 후 벌어진 일입니다. 랭킹 5위의 독재자 파이날이 본인의 파티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오오, 독재자 파이날이라면 대규모 파티 플레이로 유명한 랭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먼저 진행자가 가장 핫한 키워드인 꿈을 먹는 자를 던지고, 패널들이 받아서 흥미를 유발하게끔 호응했다.
“그동안 독재자 파이날이 랭커로 성장한 비결이 자신의 추종자들, 즉 파티원으로부터 보상을 갈취해 와서라고 합니다.”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예. 몽환사에게는 워낙 상상을 뛰어넘는 기이한 능력이 많지 않습니까?”
‘파이날에겐 동료를 등쳐 먹는 능력이 있다.’
버려진 황무지에서 레이드가 끝난 직후 파다하게 퍼진 소문이었다.
그로 인해 파이날은 최악의 평판을 달렸고, 이렇게 이슈로 언급될 정도였다.
“그런데 독재자 파이날과 꿈을 먹는 자는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하하, 놀라지 마십시오. 이러한 파이날의 비밀을 들춰낸 사람이 바로 꿈을 먹는 자!”
“오오오오, 했네, 했어. 꿈을 먹는 자가 또 해냈어.”
“그것도 무려, 단 한 번 같은 레이드를 뛰었을 뿐인데 알아차렸다는 겁니다.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이걸로 시스템 관리자 설이 한층 설득력을 얻었군요.”
“이번 일로 수많은 몽환사가 꿈을 먹는 자의 밑으로 들어가길 원한다지요?”
“에이, 전부터 그랬지만 한층 더 열기가 올라간 건 사실입니다. 특히 꿈을 먹는 자가 협회석을 손에 넣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더 그렇지요!”
모든 이슈는 기승전, 그리고 꿈을 먹는 자였다.
“협회석을 손에 넣은 꿈을 먹는 자 이안! 그는 과연 협회석을 사용할 것인가, 팔 것인가?”
“어느 쪽이든 세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겠지요. 만약 그가 협회를 설립한다면… 어후, 세계의 몽환사가 들썩이겠네요. 하하.”
“몽환사만 들썩이겠습니까? 각국 정부와 대기업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걸요!”
“그렇습니다. 벌써부터 다음 주 방송이 기대됩니다!”
이안의 행보에 대해 온갖 추론을 꺼내며 한바탕 열띤 토론을 나누던 진행자와 패널들은 한참 지난 후에야 겨우 본제로 되돌아왔다.
이번 이슈의 중심인물인 파이날조차 존재감을 잃게 만드는 꿈을 먹는 자의 위엄.
“그런데 독재자 파이날은 이 건에 대해서 순순히 인정했다고 합니까?”
본래 칭호의 효과를 비롯한 모든 능력과 효과는 오직 본인만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독재자 칭호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확실하게 알 방법은 방법은 없었다. 관련 능력을 가진 특별한 몽환사가 아닌 이상.
“독재자 파이날은 계속 부인하는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일부 추종자 역시 그를 믿는다며 곁에 남기로 했다더군요.”
“아니, 계산한 결과 다른 레이드 팀보다 낮은 보상을 획득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말입니까?”
“예. 그것은 파이날의 능력이 아니라 시스템 조작이나 외부의 개입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독재자 파이날의 인터뷰 영상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잠시 후 자료 화면으로 전환되면서 독재자 파이날의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고 믿습니다.
* * *
독재자 파이날이 가졌어야 할 협회석을 가로채서 돌아온 이안은 장대호와 크리스, 두 사람을 다시 한 자리에 모았다.
“으으, 으으으으…….”
“하하, 어때요. 순식간에 레벨업했죠?”
“진짜, 진짜 세 번은 없는 겁니다! 으으, 분명 두 번 다시 안 간다고 다짐했는데…….”
진절머리 난다며 장대호는 부들부들 떨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 장대호 앞에는 얼어붙은 땅에서 작업한 결과물이 잔뜩 쌓여 있었다.
위대한 노가다의 산물, 통조림의 산물이었다.
그러자 크리스도 질 수 없다는 듯이 황옥 수백 개를 꺼내며 들뜬 표정으로 자랑했다.
“저도 황옥 잔뜩 모아 왔어요! 잘했죠? 헤헤.”
“그러게. 혼자서 이만큼이나 쓸어 오다니 대단한데?”
이안의 칭찬에 크리스는 웃음을 실실 흘리면서 어떻게 사냥했는지 신나게 떠들었다.
“널널하게 사냥했거든요. 분명 처음 진입할 때는 다른 레이드 팀도 많았는데, 사냥하다 보니까 어느새 전부 사라졌더라고요?”
“아, 응…….”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굉장히 무서울 수 있는 얘기를 즐겁게 떠들면서 자랑하는 크리스였다.
이안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애매한 표정을 지었고, 사정을 모르는 장대호는 그런가 보다, 하면서 대견한 표정으로 크리스를 보았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들었는데, 다들 저한테 양보한 걸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에요. 세상은 아직 아름답네요. 헤헤.”
해맑게 웃으면서 다른 레이드 팀이 양보한 거라고 말하는 크리스. 혼자만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었다.
‘그래. 살고 싶으면 강제로 양보해야 했겠지. 설마 전멸당한 건 아닐 거야. 무사히 살아남았을 거라고 믿자.’
이안은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몽환사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자칫하면 프로그램 〈드림 오브 레전드〉의 메인 이슈를 장식한 건 이안과 파이날이 아니라 크리스였을지도 모르니까!
‘레이드 중에 벌어진 광기의 무차별 PK! 악몽의 대량 학살!’
그것은 아무리 이안이라도 상상하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한 현장이었다.
애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생각을 떨쳐 낸 이안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며 본론에 들어갔다.
“그럼 이걸로 협회를 설립할 조건은 모두 갖춰졌군요.”
고개를 끄덕이던 장대호와 크리스는 서로를 마주 보면서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어, 아직 하나가 부족하지 않습니까?”
“맞아요. 창단 멤버가 한 명 더 있어야 하잖아요.”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이안을 포함해서 총 세 명.
협회를 설립하기 위해 필요한 인원은 협회장이 될 이안을 제외한 창단 멤버 세 명. 아직 한 명이 부족했다.
장대호와 크리스가 의문을 제기하자 이안은 시계를 확인하면서 말했다.
“슬슬 도착할 때가 됐는데 말이죠.”
이안이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였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마지막 창단 멤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장대호는 연륜에 어울리는 푸근한 미소를 지었고, 크리스는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호오. 호오.”
“엑, 저 사람은…….”
이안이 마지막 멤버로 초대한 사람은 성녀 아델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