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1
마이너스 운명석 (1)
인생은 무수한 확률의 조합이다.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말도 안되는 확률의 행운을 가지고 태어난다.
또 누군가는 한칸짜리 방에 틀어박혀 언젠간 찾아올 자신의 황금기를 기다린다.
이러한 격차는 인생의 여흥으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에서조차 두드러지고 만다.
누군가는 게임에서 원하는 장비와 캐릭터를 얻기 위해 그것이 나올때까지 돈을 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원하는 캐릭터가 한번에 나올때까지 게임을 설치하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그래. 돈을 더 쓴다면 나올때까지 뽑을 수 있다.
그리고 돈이 부족하다면 나처럼 무언가 나올때까지 시간을 퍼부어야만 하는 것이다.
아니면 현실에 타협하고 그냥 게임을 플레이하던가.
그런 이유로 나는 지금 2시간째 자리에 앉아서 소위 리세마라라고 불리는 계정 초기화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하, 진짜··· 더러워서 못해먹겠네.”
지금 내가 리세마라를 반복하고 있는 게임의 이름은 .
세간에서 유달리 과금이 맵기로 유명한 게임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 게임을 시작하려면 처음에 주는 무료 뽑기에서 좋은 캐릭터를 얻어야만 하지만, 그마저도 극악한 확률탓에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리세마라를 진행하고 있는 내 정신이 서서히 피폐해져가는 중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가는 정신속에서 나는 설치했던 게임을 지우고 체념의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돈만 많았어도 이런짓 안했지.”
물론 내가 이라는 게임에 과금을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 게임의 가장 효율적인 과금 단계의 첫번째가 이 ‘리세마라’였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단계에서부터 나는 벌써 기세가 꺾여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이거 대체 언제 끝나냐.”
나는 한숨을 쉬며 게임이 지워진 화면을 바라보다가, 이내 의 설치버튼 아래에 있던 다른 게임의 아이콘으로 시선을 향했다.
하단에 보이는 다른 게임의 아이콘이 반짝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일반적인 게임의 아이콘은 움직이지 않는 것에 비해서, 처음 보는 그 게임의 아이콘만은 묘한 반짝임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화면 아래에서 보이는 그 자그마한 반짝임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가져다대었다.
톡.
아이콘을 클릭해 다운로드 페이지로 넘어가자, 이번에는 게임의 다운로드 수가 눈에 띄었다.
다운로드 수, 0.
여태껏 게임을 다운로드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따끈따끈한 신작이라는 이야기였다.
“뭐야, 신작인가?”
매년 새롭게 출시되는 모바일게임의 수는 머릿속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중에서는 이렇게 출시가 되었음에도 별다른 광고가 없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게임도 있었다.
나는 화면에 떠오른 게임의 설명을 천천히 읽어보다가, 아래로 손가락을 내려 게임의 설치버튼을 터치해보았다.
– 설치중입니다.
– 현재 진행율 : 5%
– 현재 진행율 : 71%
– 현재 진행율 : 100%
–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게임의 용량이 가벼운 모양인지 금세 게임의 설치가 완료되었다는 메세지가 떠올랐다.
게임을 설치하는데 드는 시간은 상당히 짧은 편이었다.
나는 화면에 떠오른 게임의 설치완료 메세지를 바라보면서 고민했다.
“어차피 리세마라도 말아먹은거··· 휴식이나 취할겸 신작이나 잠깐 해볼까.”
가뜩이나 의 리세마라를 하느라 지쳐있던 상태다.
이럴때는 신작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힐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고작 다운로드 수 0짜리 게임이니만큼, 뽑기가 망해도 굳이 리세마라에 열을 올릴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곧장 게임의 아이콘을 터치해 게임을 실행했다.
– MaShiN GAMES.
톡.
액정을 터치하자 회사 이름의 스플래시 이미지와 함께 화면이 넘어갔다.
그리고 그 직후, 플레이어의 이름을 설정하는 화면이 눈앞에 떠올랐다.
– 게임 시스템 / NPC가 플레이어를 어떻게 불러야할까요?
– 호칭을 입력하세요 (최대 20자)
게임 시스템이 플레이어를 어떻게 지칭해야할지 설정하는 화면이었다.
나는 자신의 닉네임을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손가락을 움직여 아무거나 적기 시작했다.
닉네임을 설정하는 내 손가락은 어떠한 방향성도 없이 그저 무작위로 자판을 두드렸다.
그렇게 천지인 키보드를 십수차례정도 터치한 나는 화면에 적힌 닉네임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 당신의 호칭 : qwrqrqrqreas
– 해당 호칭이 확실합니까?
– 예 / 아니오
어차피 대충 하다가 접을 게임인데 큰 고민없이 닉네임을 지은 것이다.
생각없이 지은 닉네임인만큼 굳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예’를 터치했다.
그리고 그 직후, 화면이 넘어가며 시스템이 내 새로운 닉네임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 당신의 호칭이 [단장]으로 설정되었습니다.
“뭔 개소리야.”
화면에 떠오른 내 닉네임은 내 의사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결정되어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당황하며 스마트폰의 화면을 노려보았다.
‘qwrqrqrqreas’ 라는 멋진 닉네임을 대신해 ‘단장’이라는 닉네임이 설정된 모습이었다.
– [단장]님, 차원요새 알레테이아에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거 아니라고.”
– 기사단의 육성 튜토리얼에 앞서 단장님을 위한 기초지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니, 어차피 정해져있는거 대체 왜 물어봤냐?”
허나 스마트폰을 보며 불만을 토로한다고 한들, 화면에 떠오른 내 닉네임이 변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게임의 스토리를 출력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게임의 다운로드 수가 0인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심지어 그렇게 나오는 게임의 스토리마저도 무척이나 진부한 편이었다.
죄다 어디에서 한번쯤 보았던 것 같은 내용인 것이다.
– 제국력 1178년.
– 태초에 천족과 마족이 있었다.
– 천족과 마족의 싸움은 952년이나 이어졌고, 그렇게 제국은 멸망하고 말았다.
“······스킵버튼은 또 어디에 팔아먹은거야.”
게다가 스토리를 스킵하기 위한 스킵버튼마저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렇게 게임의 스토리가 끝날때까지 진부한 스토리를 강제관람하는 수밖에 없었다.
분명 강제로 스토리를 봤음에도 머릿속에 남는 것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내용이었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스토리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기나긴 스토리가 끝난 게임화면은 이제 게임의 진행에 필요한 튜토리얼을 알려주는 모습이었다.
나는 이제서야 조작이 가능해진 화면을 터치하며 화면에 떠오른 내용을 읽어보았다.
– 단장님은 차원요새 알레테이아를 운영하면서, 기사단원들과 함께 여러가지 임무를 해결하게 됩니다.
– 칠흑기사단의 최대정원과 알레테이아의 시설개방도는 단장님의 레벨에 따라 결정됩니다.
– 현재 단장님의 레벨은 [1]이며, 기사단의 최대 정원은 [1]명입니다.
– [기사단원 모집] 버튼을 누르면 기사단에 필요한 인재를 모집할 수 있습니다.
– 모집한 기사단원은 F랭크에서 EX랭크까지 분류되며, 각각의 랭크에 따라 서로 다른 성장한계를 가지게 됩니다.
– 기사단원의 숫자가 최대 정원에 도달한 경우, 기사단원을 방출해야만 새로운 기사단원을 모집할 수 있습니다.
대충 내가 칠흑기사단이라는 곳의 단장이 되었으며, 뽑기를 돌려서 기사단원을 모집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여타 모바일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이었다.
그리고 메세지의 최하단에는 새로운 계정에게 가장 중요한 내용이 적혀있는 모습이었다.
바로 계정 생성시 처음으로 지급하는 유료재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 [기사단원 모집]에는 운명석 100개가 필요합니다.
– 새로운 단장님을 위해 보너스 운명석 1000개가 지급되었습니다.
– 지금 당장 새로운 기사단원을 모집해보세요.
뽑기에 사용가능한 유료재화 1000개를 나에게 지급해주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계정의 최대모집정원이 1명이고, 1회 모집에 100개가 필요한만큼 10회를 뽑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첫 가입에 10회 뽑기라.
요즘 나오는 게임들과 비교해보면 생각보다 보상이 짠편이었다.
물론 중요한 것은 최고등급이 나오는 확률이겠지만 말이다.
“제발 한번에 EX급 나와라.”
나는 화면을 노려보며 [기사단원 모집] 버튼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었다.
그렇게 내가 [기사단원 모집] 버튼을 터치하는 순간.
화면이 한차례 반짝이더니 뽑기의 결과가 화면에 출력되었다.
– [맥스(E)]가 기사단에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 해당 기사단원을 등용하시겠습니까?
– 모집한다 / 방출한다
새로 모집된 캐릭터의 이름은 ‘맥스’.
당연하지만 E랭크의 쓰레기 캐릭터였다.
나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방출한다]를 터치해 캐릭터를 삭제시켰다.
그리고 다시 [기사단원 모집] 버튼을 눌러 캐릭터를 모집했다.
고작해야 E랭크 따위로 만족하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기왕 시작한거 못해도 A랭크 캐릭터는 뽑아야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만족하는 등급의 캐릭터가 나올때까지 계속해서 뽑기를 돌렸다.
– [빅스(E)]가 기사단에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 [룩스(D)]가 기사단에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 [리옹(C)]가 기사단에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
.
.
.
.
.
– [헤럴드(C)]가 기사단에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 [빅스(E)]가 기사단에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남아있는 운명석을 전부 소진하는 동안에도, 만족스러운 등급의 캐릭터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바닥이 난 운명석의 표기만이 내 심기를 긁어올 뿐이었다.
화면에 보이는 운명석의 개수는 0개.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캐릭터는 여전히 E등급의 빅스라는 캐릭터였다.
10회나 뽑기를 돌렸음에도 고작해야 E랭크의 캐릭터를 마주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니, 대체··· EX급이 나올 확률이 어떻게 되는거지?”
나는 화면을 찬란하게 장식한 E랭크의 빅스를 보며 이마를 짚었다.
보통은 10회 뽑기를 하면 가장 좋은 캐릭터는 아니더라도 A나 B랭크 정도는 하나쯤 주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지급받은 재화를 전부 소진했음에도 C랭크가 고작이었다.
고작해야 C랭크.
모든 재화를 털어넣은 결과치고는 심히 초라한 광경이었다.
더 이상 이 게임을 플레이해야할 의욕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쯧. 그냥 이 게임 접어야겠다.”
나는 모든 재화를 날려버린 허무함에 힘이 빠진 손가락으로 [방출하기] 버튼을 눌렀다.
E랭크의 캐릭터가 남아있어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처음부터 뽑기가 망하면 접을 생각이었으니 아무런 미련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게임을 접기 위해 [방출하기] 버튼을 터치하는 순간.
나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광경을 마주해야만 했다.
– [빌(B)]이 기사단에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 해당 기사단원을 등용하시겠습니까?
– 모집한다 / 방출한다
하나뿐인 기사단원의 방출을 선택한 내가 마주한 것은, B랭크의 새로운 캐릭터가 모집되었다는 뽑기의 화면이었다.
분명 운명석이 남아있지 않을텐데도 새로운 캐릭터가 모집되어있는 상황이었다.
새롭게 모집된 캐릭터를 바라보던 나는 눈을 깜빡이며 우측 상단의 운명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남아있는 운명석의 개수를 보며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측 상단에 남아있는 운명석의 개수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수치였기 때문이었다.
“······마이너스 100개?”
잔여 운명석, -100개.
그것이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이 게임의 유료재화, 운명석의 개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