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108
109.크로우라이트 (1)
칠흑기사단의 두번째 단원, 아리엣 크레이들.
잿빛 머리카락을 가진 흡혈귀는 기사단에 들어온 순서에 맞추듯이, 칠흑기사단의 두번째 EX+랭크 캐릭터가 되었다.
물론, 그녀의 랭크가 상승하며 바뀐 것은 단지 랭크의 표기만이 아니었다.
아리엣이 EX+랭크에 도달하는 것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몇가지 특성들도 변화를 보였으니까 말이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아리엣의 상세정보였다.
[ 캐릭터 정보 ]– 캐릭터 이름 : 아리엣
– 캐릭터 등급 : EX+ RANK
– 성장 진행도 : EX+ RANK
[ 캐릭터 고유 특성 ]– 신혈의 귀족 아리엣은 가장 순수한 피를 가지고 태어난 밤의 일족입니다.
– 신혈은 밤의 일족에게 약점이 되는 태양을 극복해 움직일 수 있습니다.
– 밤의 일족인 아리엣은 모든 종류의 피를 제어하고 섭식하며, 피를 매개체로 고유마법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 아리엣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도 빠르게 회복하며, 육체를 안개로 바꾸어 이동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아리엣은 모든 밤의 일족에게서 피해를 받지 않으며, 모든 밤의 일족은 그녀의 명령에 거역할 수 없습니다.
– 환영마법의 재능을 타고난 천재입니다.
– 아리엣이 피를 매개로 사용하는 마법은 통상적인 마법보다 월등한 위력을 보여줍니다.
– 아리엣이 피를 매개로 만들어내는 환영은 일시적으로 현실을 침식해 물리적인 변화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 진실을 마주하는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 아리엣은 모든 종류의 환영을 간파합니다.
– 아리엣에게 작용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무력화합니다.
– 위신 아벤티스를 처치하고 습득한 권능입니다.
– 성역을 선포해 현실을 침식하는 새로운 위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EX+ 랭크의 특성이 무려 세개.
처음 마주할 당시에도 파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던 아리엣이지만,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 충격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까지 변모했다.
게다가 바뀐 특성의 랭크에 걸맞게, 개별 특성이 가지고 있는 능력마저 갱신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아리엣의 근원이자 중심이 되는 특성이었다.
“랭크가 오르면서 이제 아리엣이 다른 흡혈귀를 조종할 수 있게 된건가?”
피의 계보.
흡혈귀가 가지는 특수성은 그들 사이에 절대적인 상하관계를 가지게 만든다.
보다 상위의 계보에 있는 개체의 명령이 절대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아리엣은 모든 흡혈귀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
아리엣과 왕관의 반쪽을 나누어가진 여왕에게도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안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특성이 성장한 모양이네. 이제는 공격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위협적일테고.”
추가적으로 피를 이용한 모든 능력이 강화된 모습이었다.
성역을 사용한 공격은 덤이었다.
이제는 환상을 이용한 서포트뿐만이 아니라, 공격적인 면에서도 아리엣에게 많은 것들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지금까지는 무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임무에 이오를 최우선순위로 고려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아리엣을 동일한 선상에서 고려해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캐릭터의 성장이라는게 이토록 중요한 부분인 셈이다.
물론, 내 눈앞에 있는건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내 휘하에 있는 기사였지만 말이다.
“역시··· 이제는 아리엣도 많이 성장했구나. 그런데 이러면 캐릭터가 아니라 부하직원이라고 해야하는건가?”
방구석에서 네트워크를 이용해 디지털 광부로서 활동하다가, 비밀기사단의 기사단장을 자처하려니 조금 낯간지러운 면이 없지는 않았다.
이제는 온대륙의 사람들이 그 이름을 알게 된 마당에 비밀을 운운하기에는 우습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어느새 대륙의 중심에 서게된 자신과 칠흑기사단에 대한 평가를 재고하고 있다보면, 갑작스럽게 화면에 정체불명의 메세지가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띠링-.
새로운 메세지가 추가되었음을 알리는 알림음과 함께 연이어 출력되는 메세지.
그것을 발견한 내 동공이 순식간에 확대되었다.
– ■■■■■■■■■■■■.
– ■■■■■■■■■■■■.
– ■■■■■■■■■■■■.
– ■■■■■■■■■■■■.
흠칫-.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라보던 내 손가락이 당황스러운 광경을 마주하고서 멈춰섰다.
무언가를 알리는 듯한 메세지가 줄줄이 떠오르지만, 그럼에도 그 내용을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이런식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대부분 하나뿐이다.
신화적인 존재가 직접 개입한 경우.
그것도 시스템이 제대로 표기할 수 없을정도로 격이 높은 존재가 출현한 경우였다.
“······.”
화면을 지켜보던 내 눈이 재빠르게 게임의 상태를 확인했다.
화면에 떠오르는 메세지만 블라인드 처리되었을뿐, 그 외에 주목할만한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야에 보이는 단원들도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캐릭터를 보여주는 상세정보도 여전히 그 내용을 선명하게 출력하고 있었다.
눈앞에 떠오른 메세지는 그저 단순한 알림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알림을 보낸거지?’
그렇다면, 저 메세지는 대체 나에게 무엇을 알리려고 시도했는가.
그에 대해 고민하던 내 머릿속에, 한가지 가능성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아무런 이유없이 알림이 찾아오던 이유들 중, 가장 잦은 빈도로 발생하던 것.
임무.
그것도 지금 당장 처리해야만 하는 [긴급 임무]에 생각이 미치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직감한 나는 곧장 손가락을 옮겨 임무 페이지를 열어보였다.
스윽-.
그리고는 임무의 목록을 뒤져가며 새롭게 추가된 [긴급 임무]가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임무가 생겼잖아.’
그런 내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던 것일까.
나는 임무 목록에서 새롭게 추가된 임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전에 보았을 때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전설 임무].
그중에서도 촉박한 시간제한이 걸려있는 [긴급 임무]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툭.
나는 곧장 화면을 터치해 추가된 임무의 상세정보를 확인해보았다.
[전설/긴급 : ■■■■■■■■■]– 최대 참가인원 : 2명
– 제한시간 : 4시간
– 임무 개요 : 지금 당장 저지하십시오.
– 보상 : 차원요새 알레테이아의 기능 강화, EXP +100,000, 운명개화 포인트 +???
블라인드 처리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임무의 이름.
하지만 그 아래의 임무 개요만큼은 선명하게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내 시야에 보이는 임무의 개요는 무척이나 짧으면서도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지금 당장 저지하십시오.
아무런 맥락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다급하게 주장하는 모습이다.
막아야만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당장 이것을 막아야만 한다고 직감했다.
“제한시간 4시간··· 그리고 참가인원은······.”
참가인원, 2명.
제한시간이 4시간밖에 되지 않는 촉박한 임무가 칠흑기사단에 주어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내가 고민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일단은 저지해야하는 내용의 임무.
투입가능한 정원이 정해져있는 해당 임무에 대해서, 내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기사단원들을 투입한다.
그것도 현재 칠흑기사단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여겨지는 전력을 말이다.
“이오와 아리엣. 아무래도 두 사람이 가야겠어.”
이오. 그리고 아리엣.
현재 기사단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여겨지는 전력들을 고른 나는, 그들을 임무에 배정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런식으로 내용이 가려진 임무를 진행해야했던 경험은 예전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과거, 내가 직접 전투에 개입했던 시절.
[전설 임무]에서 교단의 사도가 출현했을때에, 나는 이런 유형의 상세정보를 마주했었다.당시 임무에 파견된 단원들은 교단의 사도와 대적하는 일에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이번에도 같은 유형의 일이 벌어지지 않을거라는 장담이 없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내가 개입해야만 한다.
이오와 아리엣이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정도로 강해졌다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번 임무에서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최대 4시간이 소요되는 임무.
임무가 진행되는 과정 전부를 놓치지않고 지켜봐야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직접 나서는 것도 고려해야겠지.”
결정을 마친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단원들을 임무에 파견했다.
[신화 임무]를 해결하고 돌아온만큼 다들 피로에 찌들어있을 터였지만, 그럼에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후우-.
짧은 한숨을 내쉰 내 눈앞에 파견 메세지가 연달아 떠올랐다.
방금 전에 임무를 클리어하고 돌아온 이오와 아리엣에 대한 파견 메세지였다.
– 기사단원 [이오(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아리엣(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이오. 그리고 아리엣.
성역을 획득한 기사단의 최대전력이 제대로 된 [전설 임무]에 동원되는 첫 순간이었다.
* * * * * *
제국의 붉은 까마귀.
기사들의 공포.
그림자의 혈족.
권각술의 극의.
그리고, 갈까마귀단의 수괴.
그 모든 것들이 대륙의 동부에 있는 한 남자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알데어 크로우라이트.
일찍이 인간의 몸으로 무의 한계에 다다랐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신을 받아 벽을 넘어선 노인의 이야기였다.
“이제서야 시작하는게냐.”
그런 알데어의 시선이 하늘 높이 치솟은 제단을 향하고 있었다.
거대한 봉인석을 중심부에 둔 채, 하늘까지 이어질 기세로 뻗어있는 제단.
바깥세계의 신격을 지상에 거두어들이기 위한 그것은 하나의 ‘닻’이었다.
닻.
모닥불의 현자, 글라이온이 바깥세계의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할때 가장 자주 언급하는 단어였다.
그리고 그 중요성 역시 몇차례고 강조해오기도 했다.
“알데어.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래. 그렇겠지.”
“세계를 지탱하는 인과와 운명이란 풍랑과도 같습니다. 그러한 풍랑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지상에 단단하게 고정하기 위한 닻이 필요하죠.”
“오냐.”
“그렇기에 저 닻은, 바깥세계의 존재를 유의미하게 지상에 고정시켜놓는 역할을 할겁니다.”
글라이온은 알데어를 향해 다시금 닻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깥세계의 존재.
이제 와서는 알데어조차 그 권능을 빌리고 있는 신격에게, 지상에 머무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한 작전.
글라이온이 만들어낸 이 거대한 제단은 그것을 위한 제례를 진행하는 도구였다.
모닥불의 현자는 대륙의 그 누구보다도 흑마법에 정통했으며, 제사를 이해하고 원하는 형식으로 다시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대륙의 그림자에 숨어있던 마법사들의 비밀결사, 플레이아데스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글라이온의 존재 덕분이었다.
“이만한 짓을 실험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건 세상에 네놈밖에 없을거다.”
“과찬입니다, 알데어. 이 대륙이 얼마나 넓은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저를 넘어서는 재능들도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을테지요.”
더군다나 그가 진정으로 놀란 것은, 이러한 절차가 글라이온에게 있어서는 단지 실험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미래를 위한 한번의 실험.
그저 글라이온이 생각하는 위대한 계획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행위인 셈이다.
언젠가의 대화를 떠올린 알데어가 쓴웃음을 짓고 있는 사이, 글라이온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만, 이번 제사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더냐?”
“너무 거대한 일이고, 지나치게 훌륭한 의식인 탓에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어버리고 말거라는 점입니다.”
“이목이 끌린다라······.”
“천리안의 현자는 물론이고, 칠흑기사단의 감시에서도 자유롭지 못할겁니다. 제례가 시작되는 순간 곧장 알아차리고 말테니까요.”
천리안의 현자, 헤이즐 오르네스.
청록마탑의 마탑주가 가지고 있는 관측능력에 대해 모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제아무리 글라이온이 위대한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교단이나 그녀의 눈을 속여가며 제사를 성공할 자신은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말도 안되는 기동력을 갖추고 있는 칠흑기사단까지 그 존재를 드러낸 상황이었다.
플레이아데스로서는 경계해야되는 눈이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제사가 시작되기전에 알데어가 해야되는 일은 명확하지 않겠습니까?”
“방해가 들어오겠군.”
“예. 방해가 들어올겁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칠흑기사단이겠죠. 교단의 용사는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으니까요.”
칠흑기사단.
익숙한 이름을 떠올린 알데어의 입꼬리가 느릿하게 내려갔다.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이름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조차도 나이를 먹은 무인을 상념에 젖게 하는 이름이었다.
“저는 어떻게든 의식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러니 알데어, 당신은 의식을 방해하려는 이들을 저지해주십시오.”
“의식이 성공한 이후에는 어쩔셈이냐.”
“지상에 내려앉은 신격이 성역을 선포할겁니다. 그 이후의 상황은 이전의 약속대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이전의 약속이라. 그렇군.”
“예. 그때 나누었던 약속을 지켜주시면 됩니다.”
알데어와 글라이온의 시선이 동시에 반짝이는 봉인석을 눈에 담았다.
무수한 금줄에 엮여있는 봉인석이 들썩이는 가운데.
위대한 계획을 세운 마법사가 제 의사를 천명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봐주십시오. 지상에 내려앉은 거짓된 신이 이곳에서 어떠한 일을 벌이는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