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122
125.칠흑의 방랑자 (2)
혼란스러운 기억을 마주한 뒤로도, 평범한 단칸방 생활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전설 임무]를 진행해 캐릭터의 업을 쌓아올리거나, 또 알레테이아에서 다양한 캐릭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그러한 시간속에서 나는 그날 보았던 위신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여기에는 알레테이아에서 마주했던 서포터의 조언이 있었다.
– ‘바깥세계의 존재들을 기록으로 남기거나 그 외형을 떠올리는건 위험한 행위임.’
– ‘강대한 존재일수록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걸 주저하지 않을거임.’
바깥세계의 괴물.
거짓된 신격들은 그 외형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정신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나 글라이온의 뒤에 있던 위신의 잔영처럼 강대한 존재는, 통상적인 위신들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날의 서포터가 행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내 정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기억을 열람할때 항상 서포터에게 부탁했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행동이 드디어 효과를 본 셈이었다.
“요즘 들어서 전설 임무가 자주 나오는 느낌이네. 신화 임무가 나오기 시작해서 그런가.”
그렇게 위신에 대한 생각을 비운 채로 살아가면서, 나는 가능한 단원들을 육성하기 위한 행동을 거듭해나갔다.
[신화 임무]가 생겨난 이후, 출현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한 [전설 임무]들을 클리어하거나.계속해서 뽑기를 돌려 EX랭크에 해당하는 장비들을 하나씩 수집하거나.
그런 방식으로 캐릭터들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글라이온의 배후에 있을 누군가. 신성교단의 용사. 바깥세계에서 찾아오는 불청객들.
그들과 맞서싸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이루어져야하는 전력의 증강이었다.
“거기에다가 이런 임무들도 슬슬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고······.”
그리고 그러한 행동을 거듭하며 기사단의 육성을 추구하는 내 앞에, 그동안의 대비를 증명하라는 듯이 더 많은 [신화 임무]가 나타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봉인석을 수집해나갈수록 대륙을 격리하는 장벽의 힘은 점점 약해져간다.
그 사실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면서 주변의 존재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이제는 이전보다 더 강력한 존재들마저 가시범위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상징이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임무였다.
[신화 : 칠흑의 방랑자 ‘셀레스’ 토벌 ]– 최대 참가인원 : 10명
– 최소 참가조건 : 운명개화 포인트 +750 이상
* 최소 참가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사단원은 토벌대상에게 유효한 피해를 입힐 수 없습니다.
– 제한시간 : 24시간
– 임무 개요 : 칠흑의 바다를 유랑하는 요정여왕 셀레스는 대륙에 이어지는 닻의 형성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지상에 온전히 강림하는 순간, 무수한 인간들이 그녀의 장난감으로 전락할지도 모릅니다.
– 보상 : 신규 특성 , 운명개화 포인트 +4800
– WARNING! [신화 임무]가 개시된 이후부터 재생 및 치유계통의 효과가 제한됩니다!
– WARNING! 진행중인 [신화 임무]가 종료되기 전까지 새로운 임무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 WARNING! [신화 임무]의 목표를 충족하기 전까지 작전지역에서 이탈할 수 없습니다!
– WARNING! 관련 정보를 반드시 숙지하십시오! [신화 임무]의 실패는 차원요새 알레테이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당 [신화 임무]의 이름은 [신화 : 칠흑의 방랑자 ‘셀레스’ 토벌 ].
입장조건으로 750에 달하는 운명개화 포인트를 요구하는 상당한 난이도의 임무였다.
예전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엄청난 수치.
백염을 지배하는 거미, 아트라스크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강력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존재였다.
허나 그동안 임무를 클리어해온 덕분에, 지금은 입장가능 조건을 채운 캐릭터가 두명이나 존재하는 상황이었다.
이오. 그리고 아리엣.
EX+ 랭크에 도달한 두명의 캐릭터만큼은 해당 임무에 참여할 자격을 갖춘 것이다.
“레온도 시간을 조금 들이면 조건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처음에 상대하던 적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강력한 적이다.
하지만 칠흑기사단의 캐릭터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고 있으며, 수련실에 설치된 훈련프로그램을 통해 위신과의 전투경험을 쌓아나가고 있다.
아트라스크를 제외하면 단신으로 위신을 토벌하는 사례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
참여조건을 채울 수 있는 캐릭터들만 더 존재한다면, 임무에 도전하는 것도 꿈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계속해서 약한 적들만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레온이 참가조건을 달성한다면 해당 임무에 한 번 도전해보도록 할까.”
수많은 단련을 통해 성장한 캐릭터들이 위신을 상대로 어디까지 통할 수 있을지는,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최대의 관심사나 다름없었다.
750의 참가조건을 제시하는 가혹한 상대 앞에서 단원들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그러한 기대를 가진 채로, 오랫동안 [신화 임무]의 임무 목록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흐음-.
한참동안 임무를 보며 고민하던 내가 내린 결정은 결국 하나였다.
– 기사단원 [레온(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시온(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세페이드(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아스티야(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리네어(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아리엣과 이오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을 적당한 임무에 파견한다.
한동안 업을 수급하기 위한 임무공장을 돌릴 각오를 하고서, 나는 해당 캐릭터들을 가능한 유효한 방식으로 배치했다.
물론 단원들이 임무에 나서는 동안, 나 역시 방에서 놀고있을수만은 없는 노릇.
나 역시도 게임과 단칸방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쌀먹엔진을 가동했다.
“가자, 서포터. 이제부터는 다크게이머의 시간이다.”
– 끄덕.
척-.
우스꽝스러운 장난감 선글라스를 뒤집어쓴 나와 미니 곰돌이의 생계형 게이밍 역시, 세상이 멸망하는 그날까지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 * * * * *
칠흑기사단의 제4석, 시온 크로스비트.
그녀는 모든 것이 타고 잿더미만 남아버린 도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플레이아데스의 수장, 글라이온이 신을 강림시켰던 이 땅에는 이제 잿더미만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융성했던 도시가 타오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불꽃을 휘감은 바깥세계의 존재가 지상에 내려오고서 고작 수 분.
그것만으로도 확산하는 백염이 도시를 집어삼키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이것도 단장이 나서지 않았다면······.”
그마저도 단장이 나서지 않았다면, 큰일이 나고도 남았을 상황이었다.
바깥세계의 괴물들이란 그런 존재였다.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으로 뒤바꾸어버린다.
신마대전을 통해 전해지는 기록은 흔히 과장되었다고 평가받아왔지만, 인간들이 직접 목격한 위신의 위용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얼음장미를 끌어안은 시온은 착잡한 얼굴로 이 현상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았다.
“역시··· 빨리 강해져야해.”
칠흑기사단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단장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장을 구속하는 강력한 제약은 그 일신을 움직이는 것에 수많은 손해를 강요하고 있었다.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단원들 역시 단장을 대신할 수 있을만큼 강해져야만 한다는 이야기였다.
단장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들 전부가 모이면 단장과 엇비슷할 정도는 되어야만 했다.
“······.”
그렇게 얼음장미를 끌어안은 시온이 고민하고 있던 도중.
시온은 갑작스럽게 귓가에 울려퍼지는 누군가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
귓가에 파고드는 기이한 사념.
정체불명의 의지가 시온의 귓가에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 “인간의 아이야.”
흠칫.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란 시온은 그것으로부터 이유모를 익숙함을 느꼈다.
어디선가 몇차례 목격했던 현상이었다.
그 기억을 더듬어 익숙함의 원인을 찾아보면, 그녀는 머지않아 한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위신.
바깥세계의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성역에서나 경험하던 사념의 전달을 그녀는 대륙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 “내 이야기를 들을만큼 많은 지혜를 쌓아올린 인간의 아이야.”
–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 너에게 한가지 제안을 건네도록 하겠어.”
– “마땅히 너희의 위에 군림해야하는 위대한 존재— 셀레스를 위한 닻을 준비하는거야.”
더군다나 시온의 귓가에 제 의사를 전해오는 목소리는, 그녀를 향해 명확한 목적을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셀레스.
그러한 이름으로 스스로를 소개한 위신을 위해, 지상에 그녀를 위한 닻을 준비할 것.
다섯번째 계단에 오르며 무수한 영성을 쌓아올린 덕분이었을까.
그게 아니면 장벽이 약해진 탓이었을까.
셀레스라는 존재의 의념은 명백하게 시온을 통해 의식을 진행하려는 모습이었다.
– “내 이야기를 들으렴. 인간의 아이야.”
– “그렇게 한다면 너는 내 낙원에 들어설 자격을 얻게될거야.”
– “매일 같이 감미로운 음악이 울려퍼지고, 수많은 관리인들이 유원지의 즐거운 놀거리들을 소개할거야.”
– “짜릿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나면, 나와 단둘이 앉아서 우아한 티타임을 보내게 되겠지.”
– “끝없이 나오는 달콤한 케이크, 마들렌, 거기에 어우러지는 홍차까지. 정말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지 않아?”
시온은 낯선 존재가 전해오는 사념에 다짜고짜 대답을 전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사념을 차단하기 위한 방벽을 끌어올리기 전에, 그녀가 무슨 제안을 하는지정도는 들어볼 심산이였다.
위신의 위협은 마땅히 단장에게 보고되어야하는 까닭이었다.
“흐음······.”
하지만 시온이 실제로 들은 셀레스라는 존재의 제안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끝없이 나오는 달콤한 과자와 홍차.
관리인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유흥거리.
용병생활을 하던 시절의 시온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그녀에게는 흔한 것이었다.
그야, 그것들은 지금의 알레테이아에서도 계속 나오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과자는 지금도 끝없이 나오는데······.’
기사단의 창고에 있는 물건은 뭐든 반출해도 상관없으며, 식당에서는 슈크림과 홍차를 원하는만큼 가져다먹을 수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칠흑기사단의 단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복지였다.
셀레스라는 위신이 소개하는 낙원은 이미 차원요새 알레테이아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었다.
위신에 대한 평가를 마친 시온은 곧장 마력을 끌어올려 사념을 차단했다.
– “거기에다가 나를 위해 닻을······.”
“······돌아가면 슈크림 먹어야지.”
역시 칠흑기사단만큼 시온을 대우해주는 곳은 없는 모양이었다.
위신의 사념을 차단한 시온은 돌아가면 슈크림을 잔뜩 먹기로 결심하고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외계의 존재는 때때로 이렇게 사악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홀리고는 한다.
이러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신의 강인함을 유지하는게 중요할 터.
“그런데 아리엣도 같은 제안을 들었으려나······.”
터벅, 터벅-.
시온은 오늘도 그 사실을 깨달은 채로, 임무를 위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 * *
제국 동부. 반델가드.
영주성에 위치한 침실에서는 파스가르가 수면을 취하는 중이었다.
반역자, 파스가르 아이렌포르.
이제는 플레니아와 반델가드, 두 지역을 다스리게 된 그는 매일밤 제대로 잠에 들지 못했다.
평소부터 심하던 불면증이 플레니아를 손에 넣은 이후부터는 이전보다 한층 더 심각해진 것이다.
오죽하면 매일밤 누군가 자신의 귓가에 ‘너는 방출되었음’이라고 속삭이는 꿈을 꿀 정도였다.
“······.”
그런 그가 오랜만에 숙면에 들었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오랜만에 침실에서 편안한 수면을 누릴 수 있다.
그 행복을 만끽하듯이 잠에 든 파스가르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있는 모습이었다.
잠에 든 파스가르는 이 행복한 시간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부하 녀석들이나 제국의 암살자가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 “인간의 아이야.”
그런 파스가르의 수면이 조금씩 방해받기 시작한 것은, 자고 있던 파스가르의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이후부터였다.
장난기가 가득해보이는 여성의 목소리.
생에 처음으로 듣는 목소리에 파스가르는 움찔하며 굳어버렸다.
흠칫-.
정적속에서 파스가르의 몸이 굳어있기를 잠시.
그는 이내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서, 다시 잠에 드는 것을 선택했다.
“———.”
정체모를 누군가에 의해 방해를 받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다시 잠에 들 수 있을 정도였다.
그동안의 불면증으로 인해 상당한 피로가 쌓여있던 것도 사실.
그러니 파스가르는 달콤한 수면에 빠져 현실의 냉혹함을 잊어버릴 생각이었다.
드르렁-.
잠에 빠진 파스가르가 코를 골며 다시 행복에 빠져든 순간.
파스가르의 귓가에 다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인간의 아이야.”
“······.”
– “인간의 아이야.”
– “인간의 아이야.”
– “인간의 아이야.”
– “인간의 아이야.”
– “인간의 아이야.”
“으아아아아아악——!”
귓가에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파스가르가 비명을 내지르며 일어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달콤한 숙면에서 깨어난 파스가르의 눈동자는 빨갛게 충혈되어있었다.
그동안 쌓여있던 불면증의 피로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었다.
까득-.
누구의 것인지 모를 목소리에 이를 갈던 파스가르의 귓가에, 그를 잠에서 깨운 원흉이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 “내 이야기를 들으렴. 인간의 아이야.”
– “너희의 위에 군림하는게 마땅한 존재, 이 셀라······.”
“닥쳐라———!”
우우우우웅-!
파스가르의 입에서 마력이 뒤섞인 거친 노호성이 터져나왔다.
충혈된 눈으로 거친 숨을 내뱉은 파스가르의 행동에, 주변에 있던 유리창이 산산히 깨져나간 모습이었다.
하지만 파스가르의 이야기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파스가르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존재를 향해 날이 선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방출! 그놈의 방출! 알았다고 하지 않았더냐!”
– “그게 무슨······.”
“잠이 들때면 나를 찾아와서는, 방출 되었다! 너는 방출되었다! 이제는 지겹지도 않은게냐!”
– “······?”
파스가르의 격렬한 분노가 전해진 것일까.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당황했는지 말을 멈춘 모습이었다.
무른 명장이란 기세를 잡았을때 몰아쳐야만 하는 법.
파스가르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누군가를 향해 거센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방출! 그 해괴한 말이 아직까지도 매일밤 꿈에 나타나고 있단 말이다!”
– “아니, 나는······.”
“거기에다가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나를 괴롭히려고 드는 것이냐!”
– “······.”
“썩 꺼지거라! 내 다시는 너희같은 삿된 존재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
콰아아아앙-!
마력을 타고 퍼져나가는 웅혼한 떨림에 남아있던 창문의 파편들마저 쓸려나가는 모습이었다.
파스가르의 마력이 거칠게 휘저은 침실은 어느덧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후욱, 후우-.
거친 목소리를 내뱉던 파스가르는 그것을 향해 쐐기를 박듯이, 마지막 일갈을 전했다.
“나는 파스가르 아이렌포르다! 반델가드의 지배자! 그리고, 제국에 맞설자! 더 이상 그 어떤 망령도 내 정신을 어지럽힐 수는 없을 것이다!”
파스가르의 마지막 일갈이 터져나온 이후.
더 이상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파스가르 아이렌포르.
거센 외침을 내뱉은 그는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 세월동안 그를 속박하던 망령이 사라졌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편안한 잠에 들어설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마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