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13
진혈 (3)
“여기는 대체 뭐하는 곳이야······.”
끼이익-.
자신의 방문을 열고 빠져나온 아리엣은 아무도 없는 복도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의욕이 없는 탓에 제대로 여미지 않은 외투는 아리엣의 팔꿈치에 걸쳐있는 모습이었다.
아리엣은 어두운 안색으로 복도를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사단이라고 해서 고풍스러운 양식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도 건물의 디자인은 깔끔한 편이었다.
그러면서도 최소한의 품격은 남아있는 탓에 아리엣의 눈으로 보기에도 썩 나쁘지 않은 장소였다.
“힘만 온전히 회복했다면 겨우 아티팩트따위한테 그런 수모를 당하지는 않았을텐데.”
아리엣은 그런 불만을 토로하면서 아무도 없는 알레테이아의 복도를 천천히 거닐었다.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아리엣은 그 곰인형이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곰인형이 아리엣의 눈앞에서 차원을 찢고 이동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전성기의 아리엣이라고 하더라도 곰인형을 상대로 쉽게 우위를 점하지는 못할터였다.
그렇게 아리엣이 불만을 이야기하면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그녀는 건물의 로비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사?”
아리엣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기사단 제복을 입은 검은머리의 소녀였다.
그녀는 한쪽 귀에 자줏빛 귀고리를 하고 있었는데, 귀고리에서는 범상치 않은 기운이 풍겨오고 있었다.
게다가 발을 딛고 있는 그림자에서는 거대한 마력이 넘실거리는 모습이었다.
아리엣의 눈에 비치는 소녀는 엄청난 실력을 가진 강자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아리엣은 눈앞에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이 칠흑기사단의 단장이야?”
“단장? 아, 나는 단장이 아니라··· 그런데 당신은 누구······?”
“아리엣 크레이들. 밤의 제국의 일곱 공작중 하나이자 진혈의 귀족이야.”
아리엣은 단장이 아니라는 소녀의 이야기에 안심하며 자신의 정체를 털어놓았다.
밤의 제국에 속해있던 일곱 공작들 중 하나.
그리고 밤의 일족들 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피를 가진 진혈의 귀족.
이 사실을 알게되면 눈앞의 소녀가 깜짝 놀랄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허나 그녀는 태연한 표정으로 아리엣에게 자기소개를 해올 뿐이었다.
“칠흑기사단 제1석, 이오 크로우라이트. 제복을 보니 당신이 칠흑기사단의 새로운 기사단원인거구나.”
“흐으으음··· 제1석이라······.”
아리엣은 자신을 제1석이라고 소개한 이오를 자세히 훑어보았다.
기사단의 첫번째 자리에 속해있기 때문인 것일까.
확실히 강자를 자처할만한 능력은 있었다.
대륙 전역을 뒤져보아도 저만한 수준의 인간은 쉽게 찾기 어려울 것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리엣의 머릿속에 곰인형이 했던 이야기가 스쳐지나갔다.
‘너는 기사단의 제2석임.’
눈앞에 보이는 이오가 기사단의 제1석.
그리고 지금 여기에 서있는 아리엣이 기사단의 제2석.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기사단의 단원이 두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아리엣은 혀를 차며 눈앞에 있던 이오를 향해 물었다.
“기사단에 있는 기사가 설마 당신 하나밖에 없는거야?”
“단장이 있으니까 상관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그 단장이라는 사람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오라는 기사는 분명 강한 편이었지만, 기사단의 정원이 하나밖에 되지 않는 것은 커다란 문제였다.
질보다는 양이 필요한 일에 대해서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다.
아리엣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있기에, 한때는 자신의 휘하에 많은 백성들을 거느리기도 했었다.
지금은 이상한 곰돌이에게 잡혀 기사단의 제복을 입고 있는 신세였지만 말이다.
‘오히려 기사단에 사람이 없으니까 나를 데려온걸까? 단장이라는 사람도 위대한 진혈의 귀족인 나에게 도움을 받고 싶었던거지.’
그렇게 아리엣이 단장의 의중을 짐작하며 로비에서 이오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어느 순간 아리엣의 뒤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퍼졌다.
쿵-.
등뒤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아리엣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쟁반을 들고 있는 곰인형이 서있는 모습이었다.
“······.”
아리엣은 싸늘한 눈으로 곰인형을 바라보았다.
아까전에 곰인형에게 당했던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것이다.
허나 곰인형은 태연하게 그녀에게 쟁반을 내밀어오는 모습이었다.
곰인형이 들고 있는 쟁반에는 정체불명의 포션이 담겨있는 병들이 잔뜩 놓여있었다.
쟁반을 든 곰인형은 아리엣을 향해 다가오면서 이야기했다.
– “단장이 보낸 선물임.”
“선물······?”
아리엣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쟁반을 훑어보았다.
아리엣이 추측하기에 쟁반위에 놓여있는 물체는 결코 피가 아니었다.
그리고 고급스러운 입맛을 가지고 있는 아리엣은 훌륭한 피가 아닌 액체는 결코 입에 대는 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아리엣은 곰인형을 보며 곧바로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유감스럽게도 밤의 일족들은 피가 아니면 먹지않아.”
– “단장의 명령임.”
“단장이라는 사람의 명령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애초에 나는 칠흑기사단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아직 없는걸.”
– “단장의 명령임.”
“아무리 명령이여도 나는 맛없는 액체같은거······.”
곰인형에게 확고하게 거절의 표현을 이어가던 아리엣이었지만, 이내 곰인형의 뒤에서 나타난 무언가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퉁-. 퉁-.
곰인형의 뒤에서 새로운 곰인형 두마리가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새로 소환된 곰인형들이 지금 아리엣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 잠깐만··· 왜 나한테 다가오는거야?”
순식간에 가까이 다가온 곰인형들은 아리엣의 양팔을 하나씩 붙잡는 모습이었다.
아리엣의 양팔이 모두 곰인형에게 붙잡히자, 쟁반을 들고 있던 곰인형 역시 아리엣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포션 하나를 꺼내들어 마개를 여는 모습이었다.
포션의 마개를 여는 곰인형의 모습에 아리엣은 빠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곰인형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나는 분명 이상한 액체는 안먹는다고 말했잖아······?”
허나 곰인형의 행동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모습이었다.
곰인형은 곧바로 아리엣의 입에 마개를 빼낸 포션을 들이부었다.
정체불명의 액체가 아리엣의 목을 타고 넘어가며, 아리엣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괴상한 맛을 느껴야만 했다.
“웁, 우웁······!”
강제로 포션을 먹이는 곰인형의 행동은 고작해야 포션 하나에서 멈추지 않았다.
곰인형은 계속해서 아리엣에게 포션을 들이붓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곰인형의 태도에 아리엣도 처음에는 고개를 흔들며 저항하려고 했다.
‘윽··· 역시 맛없어. 이 아티팩트는 왜 계속 나한테 포션을 먹이려고 하는··· 어?’
허나 마개가 열린 포션의 갯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자, 아리엣의 생각 역시 서서히 바뀌어갔다.
포션이 하나씩 목을 타고 넘어갈수록, 아리엣의 육체가 점점 힘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먼저 변화를 맞이한 것은 혼탁해져가는 마안이었다.
아리엣은 포션을 마시면서 쇠약해져가던 마안이 선명하게 되살아난 것을 느꼈다.
‘마안이 원래대로 돌아왔어.’
게다가 포션이 되살리는 것은 그녀의 마안뿐만이 아니었다.
활기를 잃어가던 육체 역시 서서히 전성기의 힘을 되찾아갔으며, 그녀가 재현할 수 없었던 고유의 마법계통역시 그 빛을 되찾아가는 모습이었다.
흡혈귀가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은 대량의 피를 마시는 것이지만, 단장이라는 인물이 선물한 포션은 그보다도 월등한 속도로 아리엣을 회복시키는 모습이었다.
단장이 준 선물이 정말 말도 안되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결국 그렇게 이어지던 한바탕의 포션세례가 전부 끝을 맺었을때.
아리엣은 자신의 힘이 전성기의 자신을 완전히 뛰어넘었음을 느꼈다.
일곱 공작이라고 불리며 백성들을 보살피던 때보다도 훨씬 더 강한 힘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말도 안돼······.”
포션을 전부 마신 아리엣은 입가에 포션을 잔뜩 묻힌 채로 이야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자신을 갈고닦으며 벽에 막히는 초인들은 많이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의 계기를 통해 그 벽을 넘어서는 이들도 많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리엣처럼 포션만 마시고 강해졌다는 이야기는 결코 들어본적이 없었다.
아리엣이 겪은 현상이 꿈이 아니라면, 단장이라는 인물은 아리엣같은 강자들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이야기였다.
“이오··· 이오 크로우라이트라고 했었지?”
곰인형의 구속에서 해방된 아리엣은 떨리는 손으로 입을 닦아내며 이오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아리엣이 단장에 대해 자세히 추측하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무언가를 물어보아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대답이 무엇이던지간에, 아리엣은 단장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응.”
“설마 너도 이 포션을 마시고서··· 힘을 얻은거야?”
끄덕.
아리엣의 질문에 이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그런 이오의 대답에 아리엣은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래, 그렇구나.”
평소대로라면 이런 기사단 놀이는 진작에 때려치고 나갔겠지만,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전혀 달랐다.
단장이라는 인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난 까닭이었다.
이오나 아리엣같은 강자들을 얼마든지 육성해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런 강자들을 모으기 위해 칠흑기사단을 세워 기사단원을 모집하고 있는 사람.
과연 그런 인물이 칠흑기사단을 세워 이루려고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아리엣의 머릿속에는 그 내용이 쉽사리 짐작이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런걸 경험하니까 그 단장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지는걸.”
결국 아리엣은 맥없이 의자에 기대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것을 보아버리면 더 이상 다른 것들은 작게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녀가 일곱 공작으로 불렸던 시절따위, 이 칠흑기사단에 비하면 고작해야 한순간의 위명에 불과한 것이다.
단장은 세계를 좌지우지할 세력을 제 손으로 키워내려고 하는 인물이었으니까 말이다.
“당분간은 그냥 여기에 남아있을까.”
그렇게 아리엣은 잠시동안 단장이라는 자의 기사단 놀음에 어울려주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지금의 대륙에 그녀가 의탁할 곳은 없었으니, 당분간은 이 알레테이아라는 곳에서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 * * * * *
아리엣이 알레테이아에 머물기로 결심한 이후.
아리엣은 칠흑기사단과 관련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그녀가 경험한 것은, 단장이 곰인형을 통해 그녀에게 전달한 임무를 처리하는 일이었다.
물론 그녀를 알레테이아에 데려온 곰인형과 직접 마주하는 일은, 아리엣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껄끄러운 것이었다.
그녀는 임무를 전달하는 곰인형의 모습을 보면서, 온전히 힘을 회복한 김에 곰인형과 한 번 겨루어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허나 아리엣은 금세 싸우려는 마음을 접어두고서 순순히 포탈의 너머로 이동했다.
어차피 한동안은 칠흑기사단과 함께하기로 결심한 이상, 굳이 단장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별 것 아닌 임무였네.”
곰인형이 그녀에게 전달한 임무 자체도 무척이나 간단한 편이었다.
전성기의 힘을 넘어선 아리엣에게 있어서는 순식간에 끝나는 임무였던 것이다.
그렇게 아리엣이 빠르게 임무를 마치고 알레테이아에 되돌아오면, 그 다음은 곰인형으로부터의 시설 소개 시간이 이어졌다.
거대 곰인형이 아리엣에게 가장 먼저 소개한 곳은 기사단의 식당이었다.
알레테이아의 식당은 무척이나 깔끔하면서도 넓직한 모습이었다.
이오와 아리엣, 겨우 두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넓이였다.
식당으로 아리엣을 안내한 곰인형은 그녀를 메뉴판의 앞에 세워놓고서 이야기했다.
– “식당에서는 식사를 주문할 수 있음.”
곰인형이 보여주는 메뉴판에는 다양한 메뉴들이 적혀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리엣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의미가 없는 메뉴들이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식사는 양질의 신선한 피였으니까 말이다.
아리엣은 메뉴를 소개하는 곰인형에게 자신이 먹을만한 메뉴가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식사? 그러면 피도 나오는거야?”
– “3분만 기다리셈.”
아리엣의 질문을 받은 곰인형은 곧장 요리사 모자를 쓰고서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거대 곰인형이 주방으로 들어가고서 정확히 3분뒤.
그녀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고급스러운 찻잔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리엣의 마음에 드는 우아한 찻잔의 위에는, 따뜻한 피가 모락모락 김을 내며 담겨있는 모습이었다.
정말로 곰인형이 그녀가 주문한 피를 가져온 것이었다.
아리엣은 곰인형이 가져다준 피의 혈향을 느끼며, 찻잔의 내용물을 천천히 음미해보았다.
“맛있어······!”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피는 무척이나 신선하고 달콤한 맛이었다.
어떠한 부분에서도 아리엣이 나무랄 요소가 없었던 것이다.
분명 어떤 흡혈귀가 마시더라도 만족스러워할만한 맛이 틀림없었다.
달콤한 피를 마시며 기분이 좋아진 아리엣은 눈앞의 곰인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곳에 오고서 처음으로 곰인형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의외로 피를 보는 안목은 있는 모양이구나? 좋은 피를 대접해줘서 고마워. 내가 너를 뭐라고 부르면 될까?”
– “나는 알레테이아 내부에서 칠흑기사단의 활동 전반을 보조하는 서포터임.”
“서포터. 그렇게 부르면 괜찮은거야?”
–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음.”
그렇게 서포터와 통성명을 한 아리엣은 식당에서 다섯 잔을 더 기울인 후에야 식사를 마치고 빠져나왔다.
수백년만에 피를 마시게 된 아리엣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식사를 마친 그녀가 그 다음에 찾아간 곳은 알레테이아의 수련장이었다.
알레테이아의 수련장에는 곰인형이 끼워진 허수아비가 세워져있었는데, 수련장에서는 이오가 열심히 허수아비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이오가 있는 힘껏 허수아비를 베어가르면, 부서진 허수아비는 금세 원래대로 되돌아오는 모습이었다.
아리엣은 훈련하는 이오와 부서져가는 곰인형 허수아비를 바라보다가, 이내 곰인형 허수아비 몇개를 파괴하고는 수련장을 다시 빠져나갔다.
아무래도 아리엣에게 도움이 되는 장소는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기사단의 시설이 좋은 편이네?”
알레테이아의 수련장이 그녀에게 필요한 시설은 아니었지만, 아리엣이 보기에 수련장의 설비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수련장의 탐방을 마친 아리엣은 다음으로 기사단의 창고에 찾아가보았다.
기사단이 설립된지 아직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창고에 보관되어있는 물건은 그리 많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창고의 한가운데에 전시되어있는 다섯자루의 검만큼은 아리엣의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마안을 통해 다섯자루의 검을 바라보다보면, 이내 그 검이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물건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만 것이다.
그것은 보검이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귀중한 물건이었다.
“단장은 역시 엄청난 부자였구나. 하긴, 어지간한 부자가 아니라면 이런 요새를 운영하기는 힘들겠지.”
창고에 대한 짧은 감상을 끝마친 아리엣은 그곳의 문을 닫고 빠져나왔다.
창고를 전부 둘러본 아리엣이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자신의 방이었다.
끼이익-.
아리엣이 문을 열고 들어간 자신의 방은 무척이나 깔끔한 편이었다.
방에 놓여있는 가구들 역시 하나같이 튼튼하고 좋은 물건들이었다.
당분간 그녀가 지내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깔끔한 방을 바라보던 아리엣은 자신의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침대에서 전해져오는 푹신한 감각이 마치 구름 위에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단장이라는 사람··· 도대체 어떤 모습인걸까.”
침대에 누운 아리엣은 천장을 향해 손을 뻗으며 중얼거렸다.
그녀가 하루동안 체험한 알레테이아는 무척이나 신비하고 대단한 곳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아리엣은 이곳에서 단장을 마주하기는 커녕, 그 초상화조차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아리엣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가장 큰 의문은 칠흑기사단의 단장에 대한 것이었다.
“알레테이아에서 지내다보면 한 번 정도는 만나게 되려나?”
아리엣은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기 무섭게 아리엣에게 깊은 졸음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수백년만에 느끼는 따뜻한 포만감은 서서히 그녀를 꿈속으로 이끌어갔다.
아리엣 크레이들.
그녀는 단장의 모습을 머릿속에 상상하면서 오랜만의 깊은 단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