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137
140.만검자萬劍者 (1)
반역자, 파스가르 아이렌포르.
그는 현재 반델가드의 성곽에서 보이는 기이한 무언가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하늘을 부유하기 시작한 검은 구름.
그러나 그 말단에는 꿈틀거리는 촉수가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꺼림칙한 기분까지 드는 것이,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나타난 것 같은 감각이었다.
“느낌이 좋지 않군.”
사이하고 불길한 기운.
저것에 닿는 순간 모든 것이 파멸할 것 같은 느낌.
그 이유에는 파스가르가 다른 이들보다 예민한 탓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파스가르는 저것이 결코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저것은 결코 엮여서는 안되는 물건이었다.
적어도 파스가르가 생각하기에는 말이다.
“폐하. 성도 부근의 마을 대부분이 멸망했다는 전서구입니다.”
더군다나 파스가르의 주변에 서있는 가신들에게서는, 머나먼 곳으로부터 날아오기 시작한 전서구들의 응답이 있었다.
어떻게든 신성교단의 지지를 받기 위해 그곳에 파견했던 수많은 인원들.
그들로부터 신성교단의 충격적인 상황이 전파되어오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인류의 심장으로 여겨져왔던 성도, 오르스케이프의 주변 권역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신성교단에 들이닥친 재앙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서, 그들이 데리고 있던 사도들의 소식마저 두절시켰다.
그 사실은 모든 제후들에게 있어서 어마어마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신성교단도 이제 완전히 끝났군.”
“폐하. 누군가 엿들을까 염려······.”
“오르스케이프의 주변에서도 저런 존재가 나타난 모양이지? 그 잘난 사도들이 힘도 못쓰고 무너져내린 것을 보아하니 말이다.”
대륙의 조율자 역할을 하던 신성교단이 제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제국조차도 상당한 군사력을 잃어버렸으니, 그동안 억눌려있던 국가들이 동시에 궐기할 터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대륙 각지에서 온갖 사이한 집단들이 그 실체를 드러낼 가능성도 있었다.
대륙의 안정은 완전히 물건너갔다고 보아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폐하의 말씀대로입니다.”
“좋은 소식이군. 한동안은 제국이 플레니아 방향으로 병력을 움직이기 어렵겠어.”
“다만, 저희도 충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하늘에 보이는 저것에 대해서 말인가?”
“예. 오르스케이프를 붕괴시킬 정도라면, 사실상 물리적인 수단으로는 억제가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스가르가 앞으로의 움직임을 고민하며 이야기하고 있으면, 곧바로 가신이 그에게 진언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상공에 떠있는 저 괴물을 경계해야만 한다.
거기에 대해서는 파스가르도 어느정도 공감하는 바였다.
허나, 가장 찬란한 태양도 구제하지 못한 괴물들을 고작해야 반델가드의 군사들이 어찌해야한다는 말인가.
그가 생각하기에는 부디 그들의 영토에 다가오지 않도록 기도하는 것이 전부였다.
“글쎄. 애석하게도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처럼 보이는군.”
“······폐하.”
“사제들을 모아서 가장 찬란한 태양께 기도를 좀 올려보도록 하지. 그 이외에는 뭐, 용사나 칠흑기사단이 처리해주길 바라는 편이 낫지 않겠나?”
파스가르의 눈이 다시금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둠. 눈동자. 그리고 다시 짙은 어둠.
인간의 관념으로 정의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었다.
저런 존재들을 부르는 이름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괴물.
상공에 떠있는 저것은 틀림없는 괴물이었다.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우리가 해야할 일은 해야하지 않겠나?”
“······.”
“자네라면 분명 나를 이해하겠지.”
그런 괴물을 앞에 두고서도, 파스가르가 생각하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반델가드의 번영.
그것이 반역의 길을 택한 파스가르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 말이다.
파스가르 아이렌포르는 그런 인물이었다.
그는 군주였다.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그는 마지막까지 군주로 남아있을 터였다.
* * * * * *
어둠으로 뒤덮혀있는 우주.
그곳에는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인간과는 다른 이형의 존재.
그럼에도 사람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육중한 동체를 움직이는 유기체가 있었다.
무수한 팔을 제 몸에 품고있는 그것의 이름은 ‘바실러스’였다.
– “······.”
—만검자(萬劍者), 바실러스.
그를 마주했던 수많은 신격이 그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바실러스의 몸체에는 무수한 팔이 달려있었는데, 그러한 팔에는 그 숫자만큼 수상한 무엇인가가 들려있는 모습이었다.
휘두르기 위해 존재하는 날카로운 무언가.
검의 형상을 하고 있는 그것은 틀림없이 지성체의 병장기였다.
– “더 많은··· 검이··· 필요하다······.”
바실러스가 영성과 초월적인 권능을 손에 넣은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
옛날하고도 그보다 더 옛날.
그 기억이 온전히 이어지기도 전의 이야기.
오랜 옛날부터 그는 신격이되 불완전한 존재였다.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온전히 권능을 발휘할 수 없는 이질적인 존재.
허나 그는 칠흑의 바다를 유영하는 어떠한 신격들보다도 도구를 다루는데 자신이 있었다.
도구중에서도 특히 ‘검(劍)’을 휘두르는데 있어서 재능을 타고난 것이다.
– “더 좋은··· 검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그는 비교적 최근에 대륙을 침공했던 전적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들이 ‘신마대전’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전투를 부르던 시절.
지상에 직접 강하해 무수한 인간들과 숱한 전투를 벌여왔던 것이다.
그가 쌓아올린 격은 다른 신격들보다도 부족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검의 경지는 그들보다도 훨씬 드높았다.
그는 검으로서 권능을 이루었으며, 또한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곳에서의 전투를 통해 바실러스는 도합 일만자루의 검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나같이 바실러스의 예리한 기준을 통과해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는 검들이었다.
일만자루의 검을 팔에 쥐고 휘두를 수 있는 존재.
그렇기에 칠흑의 바다에서 그의 또 다른 이명은 만검자가 되었다.
– “검이··· 내 검이··· 너무나도··· 마모되었다.”
무수한 시간은 신격들을 빗겨가고, 그것에는 만검자 바실러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바실러스가 가지고 있던 만자루의 검만큼은 그 대상에 해당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과 무수한 전투속에서 바실러스의 검은 부러지고 마모되었다.
자신보다 강대한 신격과도 숱하게 전투를 벌여왔던 바실러스였던만큼, 만검자의 검은 역경의 수만큼 빛을 잃고 부서져버렸다.
만족스럽게 손에 넣었던 검이 대부분 파손되어버린 지금.
당연하게도 바실러스의 시선은 대륙으로 향하고 있었다.
– “더 좋은 검··· 더 많은 검··· 더 강력한 검술··· 나에게 필요하다······.”
대륙을 감싸고 있던 장벽의 무게가 약해져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눈동자’가 거느리는 권속들 중 일부는 대륙에 완전히 닻을 내린 상태였다.
다시 한 번 대륙에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
그는 다시금 대륙으로 향하는 꿈을 꾸며 칠흑의 바다를 나아가고 있었다.
예전에 보았던 ‘그 검’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꿈과 함께 말이다.
– “더 많은 검··· 더 많은 적··· 그리고··· 성검······.”
성검(聖劍).
언젠가 바실러스가 보았던 가장 강력한 검은 아직도 그곳에 있을 터였다.
만자루의 검을 최고의 상태로 바꾸고, 끝내 성검마저도 자신의 손아귀에 온전히 넣을 수 있다면.
바실러스는 지금보다도 더 위를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만검자는 계속해서 다리를 움직여 대륙을 향해 나아갔다.
– “더 많은 검··· 더 좋은 검······.”
그에게 있어서는 꿈과도 같은 낙원.
그리고 그곳에 꽂혀있을 성검을 향해서.
만검자 바실러스는 망설임 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 * * * * *
“드디어 완성했나.”
불이 꺼져있는 자취방.
그곳에서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평소라면 분주하게 키보드를 움직여 쌀을 캐고 있었을 내가, 지금 이렇게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
그동안 단원들을 위해 열심히 퍼즐을 맞추고 있던 까닭이었다.
그것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잡아먹는 9칸짜리 과금 퍼즐을 말이다.
– [천명의 각인]이 재설정 되었습니다.
해당 아이템의 이름은 [천명의 각인].
상점에서 판매하는 이 유료 아이템은 캐릭터에게 추가 옵션을 부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 아이템에는 9가지 추가 옵션이 존재하며, 운명석을 소모해 개별 옵션을 잠그고 재설정 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이러한 옵션중에서는 무려 [운명개화 포인트]의 증가 옵션도 존재하고 있엇다.
1칸에 출현할 수 있는 [운명개화 포인트] 보너스의 수치는 +30.
9칸을 전부 [운명개화 포인트]로 맞춘다면 도합 +270의 업을 기사단원에게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이걸로 8명분이 전부 완성된건가. 물론 나중에 충분히 포인트가 쌓이면 최적옵션이 바뀌겠지만··· 그건 나중에 가서 돌리면 되는거겠지.”
물론 해당 캐릭터가 충분한 수치의 [운명개화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경우, 다른 옵션을 추가로 받는게 좋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10의 업조차도 아쉬운 상황.
그렇기에 나는 선두에 선 캐릭터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에게 [운명개화 포인트] 보너스를 받도록 옵션을 설정한 것이었다.
그 결과 현재 칠흑기사단의 모든 캐릭터들은 상당한 입장제한을 가진 [신화 임무]에도 도전할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이번에 얻은 석판은 리네어에게 주고··· 좋아. 이걸로 대략적인 캐릭터 세팅은 끝났네.”
나는 이번에 완성한 [천명의 각인]에 리네어의 이름을 새겨넣으며 확인을 눌렀다.
그동안 고민해왔던 빠른 스펙업의 일환들 중 하나가 정리된 것이다.
– [천명의 각인]이 [리네어(EX)]와 연결되었습니다.
파앗-!
석판을 캐릭터와 연결한 직후 곧장 화면에서 빛이 터져나왔다.
이걸로 캐릭터들의 1차적인 스펙업은 전부 끝마친 셈이었다.
거기에다가 비교적 최근에 셀레스를 기사단에 영입하기도 했으니,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전력향상이 이루어졌다고 보아도 무방할 터.
종결급 세팅과는 아직 조금 거리가 있겠지만, 이제 칠흑기사단의 강함은 이전보다 강력한 위신에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것이다.
“스펙업도 어느정도 진행했겠다··· 이제는 미뤄두었던 다른 신화 임무에 도전해볼 차례인가?”
아이템의 설정을 마친 나는 차원요새 알레테이아의 로비로 화면을 이동시켰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두었던 [신화 임무]를 재개하기 위함이었다.
칠흑기사단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신화 임무]를 통한 위신들의 배제였다.
캐릭터들이 충분한 스펙까지 올라온 이상, 이보다 더 임무를 뒤로 미뤄서는 안될 터.
나는 [임무] 페이지를 열어 지난번에 눈여겨보았던 [신화 임무]를 목록에서 찾기 시작했다.
스윽-.
손가락을 아래로 내리자 금세 목록들 사이에서 원하던 임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저번에 눈여겨본게 이거였던가. 만검자 바실러스. 그래, 분명 이런 이름이었지.”
목록에서 찾아낸 [신화 임무]의 이름은 [신화 : 만검자 ‘바실러스’ 토벌].
리스트에 있는 [신화 임무]들 중에서는 비교적 요구치가 낮고 보상이 괜찮은 편이었다.
지난번에 수행하려고 했던 셀레스의 토벌 임무보다는 쉬우면서도, 지금까지 상대해왔던 신격들에 비해서는 적당히 어려운 난이도의 위신.
그것이 지금 찾아낸 임무의 주인공이었다.
툭-.
나는 곧장 화면을 터치해 해당 임무의 상세정보를 확인해보았다.
[ 신화 : 만검자 ‘바실러스’ 토벌 ]– 최대 참가인원 : 10명
– 최소 참가조건 : 운명개화 포인트 +420 이상
* 최소 참가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사단원은 토벌대상에게 유효한 피해를 입힐 수 없습니다.
– 제한시간 : 24시간
– 임무 개요 : 칠흑의 바다에는 간혹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대륙으로 이끌리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만검자 바실러스 역시 운명적인 이끌림을 느끼고 대륙에 찾아오는 존재들 중 하나입니다. 그를 토벌하고 대륙의 안정을 도모하십시오.
– 보상 : 신규 특성 , 운명개화 포인트 +2400
– WARNING! [신화 임무]가 개시된 이후부터 재생 및 치유계통의 효과가 제한됩니다!
– WARNING! 진행중인 [신화 임무]가 종료되기 전까지 새로운 임무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 WARNING! [신화 임무]의 목표를 충족하기 전까지 작전지역에서 이탈할 수 없습니다!
– WARNING! 관련 정보를 반드시 숙지하십시오! [신화 임무]의 실패는 차원요새 알레테이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화면에 출력된 상세정보를 자세히 읽다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히 임무의 입장 제한이었다.
입장에 필요한 [운명개화 포인트] 요구치가 +420.
예전같았으면 대부분의 단원이 충족하지 못했을 수치였지만, [천명의 각인]을 활성화한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지금은 기사단에 있는 모든 단원들이 해당 임무에 참여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뭐··· 기사단원들 입장에서는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임무지.”
– 끄덕.
“만검자라는 녀석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성역인데 얻기만 해도 이득일테고 말이야.”
이번에 상대해야하는 위신의 이름은 ‘만검자 바실러스’.
이름만 봐서는 대략적인 전투 방식이 감이 잡히지 않는 상대였다.
직접적으로 맞붙기 전까지는 상대가 가진 성역에 대해서 몇가지 유추만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곰돌이가 알레테이아 안에서 단원들에게 별도의 안내를 진행해준다는 점일까.
이 사실은 단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차례 확인할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서포터. 단원들에겐 미리 이야기해뒀지?”
– 끄덕. 끄덕.
“석판에서 원하는 옵션이 안나왔으면 조금 더 미뤄졌겠지만, 제시간에 나왔으니 굳이 미룰 필요는 없지. 좋아, 임무에 전부 넣어버리자.”
사전에 기사단원들에게 충분한 고지까지 마친 이상, 내가 더 고민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남아있는 기사단원들을 전부 이번 임무에 파견한다.
결정을 마친 나는 해당 임무의 참여 리스트에 존재하는 모든 기사단원들의 이름을 때려박았다.
이오부터 셀레스까지 전부 말이다.
– 기사단원 [이오(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아리엣(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레온(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시온(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세페이드(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아스티야(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리네어(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셀레스(Unknown)]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화면을 터치하기 무섭게 명단에 포함된 단원들의 이름이 주르륵 출력되었다.
이것으로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전부 끝마친 셈이었다.
남은 것은 단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나는 미니 곰돌이와 함께 침대에 엎드린 채로, 스마트폰 너머로 비추어지는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셀레스도 있고, 크게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
만검자 토벌 임무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