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138
141.만검자萬劍者 (2)
– 차원간의 연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성역과의 충돌에 대비하십시오.
칠흑기사단.
새롭게 합류한 위신 셀레스를 포함한 8명의 기사들은, 현재 차원요새 알레테이아에 집합한 채로 새로운 전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칠흑기사단이 수행하는 무수한 임무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임무로 분류되는 위신의 토벌임무.
그것에 도전하는 단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있는 채였다.
알레테이아에 집합한 기사들 중에서는 오직 셀레스만이 태평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는 없지 않아? 너희 수준이라면 어지간한 괴물들 정도는 쉽게 잡을텐데.”
셀레스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손끝에서 자그마한 불빛을 피워올리는 모습이었다.
일평생 세계의 바깥을 유영하던 그녀는 이미 몇번이고 위신들을 만나본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단원들의 이러한 태도를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
기사단원들은 그런 셀레스의 태도에 무어라 반박하는 대신, 저마다 자신의 무구들을 점검할 뿐이었다.
– 차원간 연결이 활성화되었습니다.
– 사전에 고지된 임무내용을 반드시 숙지하십시오.
– 성역과의 충돌에 대비하십시오.
칠흑기사단의 단원들이 장비를 점검하는 사이에도, 알레테이아의 경고음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새로운 성역과 알레테이아의 충돌.
위신과의 전투를 치른다면 반드시 거쳐야하는 그 과정을 분주하게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 “흐음··· 재미 없는 태도네.”
셀레스는 그런 단원들을 얌전히 지켜보다가, 이내 시온의 어깨위에 얌전히 내려앉았다.
시온은 그런 셀레스를 신경쓰지 않은 채,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새로운 지팡이를 확인할 뿐이었다.
얼음장미를 제물로 삼아 새롭게 손에 넣은 시온의 지팡이는 평소부터 차가운 냉기를 흩뿌리는 모습이었다.
꽈악.
시온이 지팡이를 쥔 채 긴장하고 있으면, 이내 알레테이아의 로비에 생성된 포탈로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 포탈 개방까지 앞으로 5초.
– 4초.
– 3초.
– 2초.
– 1초.
성역과의 충돌을 경고하는 카운트 다운이 전부 끝난 직후.
파앗-!
포탈의 너머에서 찬란한 빛이 터져나오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빛을 흩뿌리며 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너머.
그곳에서 칠흑기사단의 기사들은 거대한 언덕을 마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언덕의 정상에는, 말도 안되는 크기의 검을 꽂아둔 채 정좌하는 인간의 형상이 존재하고 있었다.
– 경고! 신화적 존재가 성역을 선포했습니다.
– 차원요새 알레테이아가 [성역 : 파성검 라브로시아]에 진입합니다.
하늘까지 맞닿을 기세로 드높게 뻗어나가는 거대한 검.
인간이 쥐는 것이 불가능해보이는 크기의 그것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외형을 하고 있었다.
용의 형상을 음각한 채로 굳건하게 서있는 묵빛의 검신.
지나치게 거대한 그 형상은 마치 대륙의 마탑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시온을 포함한 기사들은 눈앞의 풍경을 마주하기 무섭게, 저곳에 꽂혀있는 검의 이름을 인지할 수 있었다.
—파성검(破星劍), 라브로시아.
인간의 육신으로는 휘두르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이질적인 검이었다.
– 포탈이 개방되었습니다.
– 임무를 개시하십시오.
언덕에 꽂혀있는 거대한 검을 마주한 칠흑기사단의 일원들이 위압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그들은 이내 알레테이아의 음성에 따라, 성역의 너머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제복차림의 기사단원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언덕에 울려퍼졌다.
침입자의 기색이 낯설지 않은 것인지, 가부좌를 틀고 있던 거대한 인간의 형상 역시 조용히 눈을 떴다.
번쩍.
수십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안광을 발하며 칠흑기사단을 바라보았다.
– “침입자··· 찾아왔는가······.”
“칠흑기사단 제1석, 이오 크로우라이트. 단장의 명령으로 위험요소가 될만한 위신들을 토벌하러 왔어.”
– “그런가··· 나를··· 죽이러 왔군······.”
필두기사인 이오의 입에서 흘러나온 토벌의 선언에, 만검자 바실러스는 조용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바실러스의 양손에는 두 자루의 검이 들려있었다.
하나는 보석으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검이었으며, 또 하나는 지나치게 육중한 무게를 가진 검이었다.
날카로운 검이 한자루.
그리고 둔중하고 파괴적인 검이 한자루.
양손에 하나씩 검을 들어올린 만검자가 그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 “좋다··· 그 도전··· 받아들인다······.”
“······.”
– “훌륭한··· 검객과 맞서는 것··· 그것이··· 나의 사명······.”
우우우우웅-.
바실러스의 양손에 들려있는 검이 서로 공명하며 떨림을 전해왔다.
신체의 일부와도 같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두자루의 검신.
기사단의 선두에 서있던 이오는 검의 움직임을 보는 것과 동시에, 그가 범상치 않은 검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 “걸어오는··· 싸움은··· 마다하지 않는다······.”
– “검을 쥔··· 이들은··· 모두 존중한다······.”
– “얼마든지 덤벼라······.”
두자루의 검을 들고서 이오를 응시하는 시선에, 이오 역시 망설이지 않고 그림자를 손에 움켜쥐었다.
파스스슷-.
거무스름한 그림자가 뭉쳐나가며 손아귀에 거대한 검을 만들어내었다.
더군다나 이오의 행동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그것이 이형의 검객을 마주한 이오 크로우라이트의 결단이었다.
– “좋은··· 기세군······.”
“성역선포——만개하는 그림자 정원.”
파아아아앗-!
짙은 보라색의 안광을 드러낸 이오를 중심으로, 검은색의 색채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확산하는 그림자의 영역.
그리고 그 흐름을 따라 이오의 기감 역시 크게 확장되었다.
무채색의 풍경으로 뒤덮힌 세계.
그 아래에서 거대한 검 한자루를 뒤에 세워둔 채, 두자루의 검을 쥐고 있는 만검자 바실러스.
그를 마주한 이오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그녀는 묵색의 궤적을 전면에 그려나갔다.
“—파계(破界).”
콰앙! 쿠구구구궁-.
앞으로 뻗어나가는 그림자의 검이, 눈앞의 만검자를 양단할 기세로 휘둘러진다.
수직으로 도달하는 참격.
순식간에 그어지는 궤적은 예리함과 둔중함을 모두 담고 있었다.
EX+ 랭크의 검객이 전력으로 쏟아내는 궤적이 바실러스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그와 동시에 공명하는 그림자 역시 그를 향해 모든 살의를 쏟아내었다.
– “제법··· 이구나······.”
사방에서 피할 도리 없이 파고들어오는 칠흑의 검격.
그것을 마주한 바실러스의 선택은 하나였다.
카앙-!
그는 한손에 든 검을 휘둘러서는, 이오의 검을 완전히 검으로 틀어막았다.
두 자루의 검이 충돌한 지점에서부터 그림자가 흩어지면서, 이오의 검이 기세를 잃고 자리에 멈춰서는 모습이었다.
이오의 검이 제 기세를 잃어버린 직후, 격동하는 그림자의 세계가 다시금 만검자의 몸을 노렸다.
– “인간의··· 무술치고는··· 수준이··· 높구나······.”
콰득-!
허나 그마저도 바실러스의 보석검이 기세를 흐트러뜨리며 실패하고 말았다.
공명의 중심점을 정확히 타격하듯이 뻗어나오는 검격.
물리적인 수단으로는 결코 타격할 수 없었을 그림자가, 만검자 바실러스의 검격에 얻어맞은 채로 정지했다.
우우웅-.
한층 기세가 꺾여나간 그림자의 성역에 이오가 의아함을 느끼는 찰나.
바실러스의 모든 눈동자가 이오를 바라보며, 양손의 검이 이오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이오! 피해야해요!”
“으윽······!”
카앙-! 카가가가각-!
순식간에 번뜩이는 궤적을 마주한 이오가 재빠르게 몸을 비틀었다.
변형하는 그림자의 검이 유선형의 형상을 그려내어 움직이며, 바실러스의 검을 간신히 막아내는 모습이었다.
준비동작이 전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뻗어나오는 검격.
사고와 동시에 이어지는 공격에 당황한 이오의 발이 뒤로 큼지막하게 물러섰다.
“—파계!”
콰앙! 쿠구구구궁-.
뒤로 물러서던 이오는 다시 한 번 파계를 일으켜 만검자 바실러스를 노렸다.
그녀의 파계는 근접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 “소용··· 없다······.”
하지만 이번에도 바실러스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콰드드득-!
그는 그림자의 일부를 내려찍어서는, 공명하는 그림자의 파동을 완전히 정지시켰다.
벨 수 없는 것을 베게 하고, 막을 수 없는 것을 막아내게 만드는 기적.
실체가 없는 것을 베어내는 그의 검에 이오와 아스티야의 눈동자가 동시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림자가······!”
“검이··· 그림자를 베어냈어요······?”
칠흑기사단의 기사들은 그제서야 만검자가 어떠한 존재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검을 쥐는 것으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검의 기적.
그는 만류귀종의 종착역이면서, 이적을 일으키는 검의 화신이었다.
검을 쥔 모든 이들이 동경하는 이상적인 검객.
그 위용을 마주한 칠흑기사단의 판단은 즉각적이었다.
“전원, 거리를 벌린 채로 공격해!”
기사단 내에서 아스티야와 함께 가장 뛰어난 검술실력을 보유한 이오.
그녀가 만검자를 상대로 주무기를 봉쇄당한 모습에, 곧장 작전을 바꾸어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타올라라, 업화!”
“—아이스 블래스트!”
“성역선포—범람하는 피의 호수.”
“—빛이여. 당신을 부정하는 이의 눈을 흐리소서.”
“검검아! 제일 좋은 검 두자루만 꺼내줘!”
수적인 우위를 살려 만검자 바실러스를 압박한다.
원거리 공격부터 시작해 전력으로 기사단의 모든 화력을 투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페이드가 쥐고 있는 종말의 궤적이 섬뜩한 일직선을 그리며 뻗어나가고, 시온의 얼음계통 마법이 무수한 한기를 쏟아내며 떨어져내렸다.
붉은색의 호수가 범람하며 바닥에서 피의 가시가 솟구쳤으며, 그 앞에서는 검은 불꽃을 몰고 달려나가는 레온이 있었다.
바실러스 하나를 대상으로 쏟아지는 일제사격.
인간의 무위를 넘어선 어마무시한 충격이 그를 노리고 날아오는 모습이었다.
“—팔중섬격.”
– “참으로··· 가엾다······.”
만검자는 그러한 공격을 앞에 두고서도,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대신 그는 검을 뽑아들었다.
검 두자루를 대신해 제 몸에 숨겨두고 있던 수천자루의 검을 말이다.
촤르르르륵-.
공작새의 화려한 꼬리깃이 펼쳐지듯이, 바실러스의 뒤에서 검을 쥐고 있는 무수한 팔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저마다 제각기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검들.
그것들 중에는 격렬한 전투를 이기지 못하고 파손된 것도 있었으며, 새것과도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는 물건도 존재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이루어져 만들어진 것이, 바로 만자루의 검을 휘두르는 만검자 바실러스였다.
– “검의 아래에서는··· 전부··· 부질없는 것······.”
바실러스의 뒤에서 펼쳐진 팔은 단순히 검을 쥐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것들은 전부 검이었으며, 또한 검이 나아가는 길이기도 했다.
검로(劍路).
무수한 검술의 형태가 만검자의 수많은 팔을 통하여 재현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내보이는 위력 전부가, 바실러스의 두 손이 펼치는 것과 동일했다.
– “보아라······.”
콰아앙-!
콰직! 콰지지지직-!
카앙!
무수한 검들이 그려나가는 검로가 칠흑기사단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한자루의 검이 날아오는 투창을 튕겨내었다.
또 한자루의 검은 찔러들어오는 붉은 가시를 깨부쉈다.
한자루의 검은 눈보라를 베어갈랐으며.
다른 한자루의 검은 타오르는 불꽃의 기세를 죽여나갔다.
검으로서 재현하는 군세의 기적.
만개의 손이 펼쳐내는 기적에 칠흑기사단의 기사들이 다음의 포화를 준비했다.
“아스티야! 흐름을 읽어줘!”
“알았어요!”
“시온! 아리엣! 적의 발걸음을 늦출 방법을······!”
“······문제없어.”
“레온! 리네어! 위신에게 지나치게 접근하지마!”
수많은 명령들이 분주하게 내려지며, 대형을 갖춘 칠흑기사단의 단원들이 끊임없이 제 역할을 이어나갔다.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움직임.
그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것을 본 만검자는, 그 모습을 얌전히 두고만 보지는 않았다.
콰앙!
만검자의 발이 지면을 박차는 것과 동시에, 어느새 그의 신형이 칠흑기사단에 가까워졌다.
– “내 검은··· 막을 수··· 없다······.”
쾌속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한걸음.
그의 일보는 공간을 건너뛴 채 적을 향해 도달했다.
마법을 준비하던 시온이 잠시 상대를 놓친 사이, 만검자 바실러스의 검은 시온마저 자신의 공격범위에 넣고 있었다.
스태프를 붙잡은 시온은 당황한 채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바실러스의 검은 마법사가 반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시온!”
– “편히··· 쉬도록······.”
번뜩이는 칼날이 시온을 노리고 휘둘러진다.
반응할 수 없는 찰나.
매서운 검을 본 시온이 제 두눈을 질끈 감으려던 순간.
그들의 사이에 끼어든 것은, 시온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 “너무 가깝지않아? 이런 식으로 다가오면 곤란한걸.”
요정여왕 셀레스.
시온의 어깨 위에 앉아있던 그녀가 조용히 박수를 친 것이다.
짜악-!
셀레스의 손바닥이 한차례 경쾌한 박수소리를 퍼뜨린 직후.
바실러스의 모습이 그곳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세, 셀레스······?”
– “괜찮아. 마법사부터 노리는 비겁한 녀석은 내가 날려버렸으니까.”
셀레스의 이야기를 들은 시온의 눈이, 다시금 바실러스를 쫓아서 움직였다.
시온이 위협받은 위치로부터 아득히 떨어져있는 상공.
그곳에서 바실러스가 떨어져내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진작에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높이였지만, 만검자 바실러스는 태연하게 지상을 향해 착지하는 모습이었다.
콰앙-!
묵직한 소리를 내며 착지한 그는, 다시금 수많은 눈동자를 움직여 칠흑기사단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시선으로 칠흑기사단을 포착한 바실러스의 발걸음이 분주한 속도로 나아가는 모습이었다.
“다들! 상대의 다리를 묶어줘!”
“—아이스 스트라이크!”
타다다다다다닥-.
재빠른 움직임으로 지평선 끝에서부터 달려오는 바실러스는, 말도 안되는 속도로 칠흑기사단과 다시 거리를 좁혀나갔다.
물론 칠흑기사단 역시 그것을 가만히 두고보지만은 않았다.
수많은 원거리 포화가 바실러스를 노리고 쏟아졌으며, 그중의 일부는 바실러스의 검을 피해 경미한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바실러스는 멈추지 않고 거리를 좁혀 다시금 검을 휘둘러왔다.
– “죽어라······!”
가까이에 달라붙은 바실러스의 검이 노리는 표적은, 이번에는 시온이 아닌 그 어깨에 있던 셀레스였다.
물론 셀레스는 그런 바실러스의 모습을 태연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짜악-!
그녀가 가볍게 박수를 치는 것만으로도 바실러스는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으니까 말이다.
– “고생했어. 다시 한 번 노력해보자구.”
가벼운 박수와 함께 이동한 바실러스는 매서운 눈빛으로 칠흑기사단을 쏘아보았다.
그 이후의 전투 양상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멀어진 거리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금 달려들었다.
타다다다닥-.
그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칠흑기사단의 포화를 뚫고 돌진하면, 자연스럽게 셀레스의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짜악-.
원래 자리로의 귀환을 알리는 소리.
그 소리와 함께 되돌아간 바실러스는 또 다시 지평선 끝자락에서 달려오는 수밖에 없었다.
– “그아아아아아—!”
끝없이 달려오고, 다시 되돌아가고.
다시 한 번 달려오고.
그 끝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채로 전력으로 달려오기를 수차례.
아득한 거리를 둔 채 반복하는 지옥의 레이스가 이어지기 시작하자, 만검자 바실러스는 거센 포효를 내질렀다.
닿지 않는 거리에 울분을 토하듯이.
검을 섞지 않는 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그는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카앙! 카가각! 콰과과과광-!
만검자 바실러스의 검이 번뜩일 때마다 주변의 지형지물들이 베여나가고 땅이 패였다.
– “그아아아— 그아아아아악—!”
바실러스가 내지르는 포효속에서도, 칠흑기사단의 단원들은 꾸준하게 포화를 이어나갔다.
쏟아지는 투창.
떨어져내리는 우박.
무수한 공격이 반복되는 가운데, 지면을 향해 화풀이를 하던 바실러스의 움직임이 갑작스럽게 멈춰섰다.
파르르-.
자리에 멈춰선 바실러스의 왼쪽 팔은 미세하게 경련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검을 뻗어 칠흑기사단을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희번덕거리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 “비겁한··· 자들······.”
검을 휘두르던 바실러스의 기색이 바뀌었다.
갑작스럽게 그가 보이는 이질적인 태도에, 칠흑기사단 전원이 경계의 시선을 내보였다.
위신을 상대로 치루는 전투가 이렇게 일방적인 구도로 끝날 일은 없을 터.
그렇기에 칠흑기사단의 기사들은 만검자 바실러스의 다음 움직임을 경계하는 것이다.
철컥.
무기를 겨누고 모두가 바실러스를 바라보고 있으면, 바실러스는 떨리는 손을 바닥에 찔러넣으며 이야기했다.
– “검을 모욕한··· 이들에게··· 베풀어줄 관용은··· 없다······.”
“······.”
– “내 검이··· 너희를··· 처단할테니······.”
만검자 바실러스의 이야기가 끝난 직후.
우우우웅-.
지면에 꽂혀있던 거대한 검 한자루가 검명을 퍼뜨리며 진동했다.
파성검 라브로시아.
이 자리의 모든 이가 휘두를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그것이, 제 주인을 반기듯이 맥동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