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139
142.만검자萬劍者 (3)
아스티야는 제 눈앞에 놓여있는 거대한 검을 보며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검을 쥐었다.
그것은 검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했으며, 인간이 휘두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무기보다는 지형지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려보이는 모습.
만검자 바실러스는 그런 검을 바라보면서 손을 뻗고 있었다.
지이이이잉-.
거대한 검신에 음각된 용의 형상이 빛을 머금으며 번쩍였다.
– “오라··· 나의··· 검이여······.”
파스스스-.
언덕에 꽂혀있던 검이 서서히 뽑혀나오며, 이내 만검자 바실러스의 손이 하늘을 향해 치켜올려졌다.
파성검 라브로시아.
별을 멸망시키겠다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검 한자루가, 지면에서 완전히 분 리되어 공중을 부유하고 있었다.
바실러스는 손에 닿지 않은 검을 바라면서, 그것을 향해 자신의 의사를 불어넣는 모습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적들을 처단하라.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닿는 살기가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저거, 사용할 수 있는 검이였어······?”
“아무래도 성역의 능력인 것 같아요.”
부유하는 검이 허공에서 한차례 회전하더니, 이내 그 묵직한 손잡이를 만검자 바실러스에게 건네는 모습이었다.
휘릭.
만검자 바실러스는 거대한 검을 쥔 채 가볍게 한차례 휘둘러보였다.
검신의 크기만 보더라도 그 충격량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리적인 수단으로는 저것을 저지할 수 없다.
그것을 깨달은 칠흑기사단의 단원들은 서로간에 거리를 벌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저만한 검을 대체 어떻게 휘두르는거야!”
– “그 의지가··· 검에··· 닿아있다면··· 그것을 휘두르는 일은··· 필연······.”
양손에 쌍검을 쥔 채 달려나가는 리네어가 항변해보지만, 바실러스는 주저없이 검을 쥐고 달려오는 모습이었다.
지잉-.
검명을 퍼트린 파성검 라브로시아가 바실러스의 손아귀에서 휘둘러졌다.
그 육중한 질량을 통째로 지면에 내려꽂는 듯한 일격.
검이 노리는 곳은 기사단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아스티야를 포함한 단원들 모두가 그것이 자신들을 노리는 공격임을 실감하고 있었다.
– “절멸··· 시켜라······.”
묵직한 검신이 지면에 한차례 충격을 가한 이후.
콰앙! 콰과과과광-!
파성검 라브로시아에 닿은 지면이 갈라지며 지상을 뒤흔드는 진동이 터져나왔다.
갈라지는 지면과 함께 터져나오는 검풍은 지상에 발을 붙이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만한 풍압을 가지고 있었다.
‘피하지 않으면 안돼!’
파성검 라브로시아가 가져올 이변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아스티야였다.
대지를 가르며 휘둘러진 검격은 필시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초래할 터.
그녀는 황금빛의 눈동자로 다가오는 미래를 읽고서, 근처에 있던 셀레스를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셀레스! 다들 이곳에서 벗어나도록 부탁해요!”
– “좋아. 그렇게 할게.”
아스티야의 지휘를 들은 셀레스는 그녀의 부탁에 빠르게 응해주었다.
짜악.
한차례 짧은 박수소리가 울려퍼진 직후, 칠흑기사단의 위치가 순식간에 뒤바뀐 것이다.
만검자 바실러스를 둘러싸는 듯한 형태.
거대한 검을 쥔 바실러스를 포위하는 형태로 자리한 칠흑기사단의 사이를, 매서운 검풍이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모습이었다.
콰아아아앙!
궤적에 걸친 모든 것들을 처참하게 부수는 광경에, 아스티야는 입술을 깨물며 방금 전까지 자신들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아야만 했다.
‘저런게 검술이라니······.’
말도 안되는 무게를 지닌 검을 자유롭게 휘두르는 광경.
허나 파성검 라브로시아를 휘두르는 방법은, 만검자 바실러스가 가진 막대한 힘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검술의 묘리에 따른 위력의 극대화.
바실러스는 파성검 라브로시아의 무게로 인한 부하를 덜어내면서, 그 위용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그것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멀리서 휘두르지 못하게 달라붙어야만 해요!”
방금 전까지의 칠흑기사단은 원거리에서의 포화로 그를 쓰러뜨리려고 시도했지만, 파성검 라브로시아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아스티야는 지금까지의 생각을 정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검자 바실러스의 진정한 위용이 드러나는 것은, 그와 지나치리만큼 거리가 벌어진 상황에서였다.
그가 휘두르는 파성검 라브로시아는 거리의 제약을 무시하고 참격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검술로서 그를 꺾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물러선 이오였지만, 오히려 그 판단이야말로 오판이었던 셈이었다.
파성검 라브로시아가 가진 성역으로서의 능력은, 공간을 뛰어넘는 피해를 입히는 참격이었다.
검술을 통달한 만검자에게 부족한 거리의 개념을 보완해주는 검.
그것이 더해지는 것으로 만검자는 비로소 완벽에 가까운 검을 휘두르는 셈이었다.
“제가 보조할테니 가능한 그가 검을 휘두르는 것을 저지해주세요!”
“알았어, 아스티야.”
이오를 포함한 칠흑기사단의 기사들이 저마다 검을 쥔 채 바실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방금 전에 휘둘러진 참격을 통해서, 아스티야가 경고하던 것이 무엇인지 이해한 까닭이었다.
바실러스를 상대하기 위한 아스티야의 준비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스티야는 바실러스를 향해 뛰어들면서, 후방에서 마법 화살을 만들어내는 셀레스를 향해 한가지 부탁을 더했다.
“셀레스! 제가 위험해질 것 같으면 위치에 상관없이 곧바로 근처 어딘가로 전이시켜주세요!”
– “갑자기 움직이더라도 적응할 수 있겠어?”
“저라면 충분히 가능할거예요! 다른 단원들의 이름을 부르는 경우, 가능한 그들을 뒤쪽으로 보내주세요!”
– “문제없어. 그런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들어줄게.”
아스티야가 셀레스에게 요청한 것.
그것은 아스티야에게 위험이 닥치는 경우, 셀레스의 판단에 따라 그녀를 이동시켜달라는 것이었다.
그녀의 눈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미래에 대처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공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해야만 했다.
자신의 요청을 들은 셀레스가 순순히 수락하는 모습에, 아스티야는 곧장 검을 쥐고서 정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곳에서는 일만자루의 검을 쥔 바실러스가 기사단원들의 검을 틀어막고 있었다.
“—어둠이여!”
만검자 바실러스를 향해 돌진하는 아스티야가 제 눈에 걸린 예지의 초점을 바꾸었다.
파앗-!
황금빛을 띄던 아스티야의 눈동자가 푸른 광채로 뒤바뀌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신성력을 대신해 마력을 동력으로 삼아 움직이는 것이다.
이전보다 더욱 짧은 미래를 비추게 된 예지의 풍경.
그럼에도 아스티야는 그것이 이번 전투에 더욱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 “검을··· 쥐어라··· 그것이··· 너희에게 주어진··· 긍지일 터······.”
“검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지겹도록 쥐고 있었어요!”
좌측 상단. 정면. 우측.
아스티야의 푸른 눈동자가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검이 나아갈 궤도를 재었다.
미래를 보여주는 눈동자는 만검자의 검이 뻗어나올 궤적을 예고하고 있었다.
올곧게 흐르다가도 변주가 들어가는 매서운 검격.
휘둘러지는 검을 마주한 아스티야의 검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카앙! 캉! 카아앙-!
신성력을 머금은 채 휘둘러진 검이 허공에서 뻗어나오는 궤적을 일제히 억제했다.
– “오호······.”
흑과 백.
대비되는 색상이 뒤섞인 검신이 물흐르듯 흘러나가며 바실러스의 검과 충돌했다.
흉내낼 수 없는 궤적들이 매서운 속도로 아스티야를 노리지만, 아스티야는 그것에 반응해 뻗어나오는 공격들을 차단해냈다.
원래라면 막을 수 없었을 공격들이 미래를 보는 눈에 읽히며 차단당한다.
아스티야는 그것에 그치지 않고서, 자신과 함께하는 기사단원들의 움직임을 조율하기까지 했다.
“레온! 뒤로 물러서요!”
“뭐? 잠깐만······!”
“이오! 위에서 커다란 참격이······!”
“알았어!”
“리네어!”
“자, 잠깐만······! 셀레스, 빼줘서 고마워······.”
회피가 필요한 단원들을 보조하면서, 필요한 경우 셀레스를 이용해 그들을 후방으로 이탈시킨다.
전장의 흐름 전체를 읽으면서 전투의 내용 전반을 조율하는 행위.
아스티야의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많은 정보량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처리되고 있었다.
그녀가 여태껏 이만한 양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허공에서 휘둘러지는 일만자루의 검은 아스티야의 뇌를 처리한계까지 몰아붙이기에 충분한 위압감을 가지고 있었다.
– “제법··· 잘 피하는군······!”
카앙! 캉-!
아스티야가 빠른 속도로 바실러스의 검을 억누르고 있으면, 그녀를 눈여겨보던 바실러스가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방향을 공격하던 검들이 일제히 아스티야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스티야를 상대하는 방향에 조금 더 무게를 두겠다는 바실러스의 판단이었다.
더군다나 바실러스의 움직임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 “멸절하라······.”
지이이이잉-!
파성검 라브로시아에 각인된 용이 빛나며, 거대한 검이 기이한 궤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거대한 검의 형상이 드리우는 그림자는, 인간의 다리가 벗어날 수 있는 거리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육체적인 한계로는 회피할 수 없는 검격이 아스티야를 노리고 떨어져내렸다.
검으로는 저지할 수 없는 회피불능의 참격.
그것을 마주한 아스티야의 예지가 그녀에게 수많은 경고를 쏟아내었다.
‘피할 수 없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회피가 불가능한 검격.
검격을 마주한 그녀가 긴장한 채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스티야의 몸이 옅은 빛무리에 휩싸였다.
그 정체를 직감한 아스티야의 눈이 다음의 예지를 전달해왔다.
비틀리는 시야.
그 직후에 뒤바뀌는 장소.
전이의 예고를 알려오는 예지의 시야에 아스티야는 그 다음을 준비했다.
– “······!”
짜악-!
짧은 박수와 함께 아스티야의 몸이 검격의 경로에서 사라졌다.
일순간 모습을 감춘 아스티야가 다시 제 기척을 드러낸 것은, 아리엣이 미리 만들어두었던 환영의 발판 위쪽이었다.
위치를 뒤바꾼 아스티야의 검이 바실러스를 향해 휘둘러졌다.
불의의 습격에 미처 반응할 틈이 없었던 것일까.
아스티야의 재빠른 검격이 바실러스의 육신에 미세한 상처를 내는 모습이었다.
– “같잖은··· 수작을······!”
격노한 바실러스의 눈동자 상당수가 아스티야를 향해 움직였다.
그녀의 전이에 대응한 수많은 검격이 다시금 아스티야를 노리는 것이다.
카앙! 캉! 캉!
아스티야는 바실러스의 검을 억제하며 그에게 피해를 입힐 빈틈을 찾아내려고 시도했다.
그럼에도 바실러스의 검은 지나칠정도로 그 수가 많았기에-.
빈틈을 노리려는 아스티야의 검격은 전부 무위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윽··· 검이 지나치게 많아요!”
– “나의 검은··· 가볍지 않다······.”
하나 하나가 순수한 실력으로 아스티야를 능가하는 검이었다.
미래에 대한 예지를 통해 우위를 점하려고 해도, 그녀를 경계하면서 움직이는 검의 숫자가 자그마치 일만.
압도적인 수의 폭력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빈틈을 노리는 것을 차단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아스티야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변수가 필요해. 숙련된 기사조차도 결코 예측할 수 없을만한··· 치명적인 변수가······.’
카앙-!
휘둘러지는 바실러스의 검을 틀어막은 아스티야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만검자 바실러스와 거리가 벌려진 사이.
그 틈을 노린 파성검 라브로시아가 다시금 궤적을 틀어오는 모습이었다.
어느새 거대한 그림자가 다시 아스티야를 뒤덮는 모습이었다.
‘치명적인 변수··· 아······!’
파앗-!
빛을 내며 내려찍히는 파성검 라브로시아를 바라보던 아스티야가, 무언가를 떠올리고서는 곧장 검을 들어올렸다.
그녀에게는 위협적인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
아스티야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사용할 수 없는, 예측불가능한 공격을 이어나갈 수단이 말이다.
“셀레스!”
짜악.
셀레스의 박수소리와 함께 아스티야의 위치가 다시금 뒤틀렸다.
이전의 위치와 완전히 반대방향에서 뻗어나오는 검격.
흑백의 검신이 그려나가는 궤적이 바실러스의 육신을 스치고 지나갔다.
촤악-!
허공에 그어지는 회색의 선이 붉은 피를 흩뿌리는 모습이었다.
– “그워어어어—!”
“셀레스! 지금부터 가능한 빠른 속도로 저를 옮겨주세요!”
카앙! 캉!
바실러스의 반격을 틀어막은 아스티야의 외침이 언덕에 울려퍼졌다.
그녀가 고안해낸 돌파구.
그것은 셀레스가 보이는 무작위 공간전이에서 기인한 방법이었다.
셀레스의 다음 전이위치를 예측한 아스티야가, 그것을 이용해 만검자 바실러스를 공략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 “뭐? 진심이야?”
“상관없어요! 제가 셀레스를 믿고 있어요!”
아스티야의 부탁을 들은 셀레스가 의문을 표하지만, 아스티야는 굳건한 믿음이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신은 그녀를 믿을 수 있노라고.
그리고 아스티야 자신이라면, 충분히 그것을 이용할 자신이 있다고.
그녀의 자신만만한 목소리를 들은 셀레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박수를 쳤다.
짜악-.
셀레스의 박수소리와 함께 다시금 아스티야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 “알았어. 자신있다면 도와주지 않을 이유가 없지.”
“고마워요, 셀레스!”
방금 전까지 바실러스의 정면을 노리던 아스티야의 검이, 전이로 인해 위치가 뒤바뀐 채 후방을 노리고 파고든다.
번쩍이는 검광.
날카롭게 뻗어나가는 검격이 만검자 바실러스의 검에 틀어막혔다.
아스티야의 기척에 반응해 바실러스의 검이 본능적인 방어를 이루어낸 것이다.
허나 아스티야의 공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다음!’
짜악-.
정면에 있던 아스티야의 신형이 다시금 바실러스의 위쪽에서 나타났다.
정수리를 노리고 찔러들어가는 일격.
바실러스의 검이 아스티야를 발견하고서 황급히 그녀를 저지하려 시도해왔다.
카가가가각-!
교차하는 검의 일면이 바실러스의 살갗을 스쳐지나가며, 바실러스를 노리던 검의 피해범위가 줄어들었다.
– “그워어억······!”
‘다음.’
짜악-.
피해를 입은 바실러스의 눈이 격노하며 상공에 있는 아스티야를 노려보지만, 그 눈동자가 그녀를 노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등장과 동시에 사라지는 신형.
모습을 감춘 아스티야의 검이 다시금 시야의 사각에서 찔러들어온 것이다.
파앗! 촤아아아악-!
배후에 모습을 드러낸 아스티야가 바실러스의 등가죽을 베어갈랐다.
– “그워억! 그워어어억······!”
짜악-.
또 다시 박수소리가 울려퍼지며, 아스티야의 모습이 흐릿하게 변했다.
반격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속도로 사라지는 육신.
흐릿하게 번지던 육신은 다시 한 번 시야의 사각에서 튀어나오며, 날카로운 검을 바실러스의 몸에 찔러넣었다.
푹-!
통증을 느낀 바실러스가 눈알을 굴려보지만, 이번에도 그곳에 아스티야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라면 할 수 있어.’
짜악-.
박수와 동시에 사라진 그녀의 모습이, 자세를 낮춘 채로 검을 밀어올리는 아스티야가 되어 나타난다.
등장과 퇴장.
불합리한 공격과 무작위 전이를 반복하는 아스티야의 공격이 이어졌다.
셀레스의 박수는 아무런 규칙성도 없는 위치에 그녀를 이동시켰고, 아스티야의 예지는 그러한 상태에서조차 공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대응불가능한 기습의 반복.
난잡하게 번져나가는 검격에 바실러스의 눈은 가야할 장소를 잃어버렸다.
‘다시, 다음 공격으로······!’
촤악! 샤샤샤샥-.
촤아아아악-!
바실러스를 둘러싼 주위에서 검광이 번뜩이며 그를 압박해간다.
공격해야할 대상을 잃은 파성검 라브로시아는 마구잡이로 휘둘러졌으며, 검객의 이성을 무너뜨린 신성한 마검은 바실러스의 육신을 잔혹하게 난도질했다.
검과 궤적.
별자리를 이어가듯이 그려지는 빛줄기가 어지러이 휘둘러졌다.
‘다음. 그리고 다음······!’
횡으로 그어내리는 일격.
그 뒤를 이어 뻗어나오는 찌르기.
쇄도하는 참격.
섬전과도 같은 일섬.
각양각색의 공격이 일만자루의 검을 공략하며 그 빈틈을 열어젖혔다.
– “그··· 그으으윽······!”
때로는 날카롭게.
그리고 때로는 부드럽게.
아스티야의 시간속에 새겨져있던 모든 검이 일제히 터져나왔다.
촤악! 캉! 촤아아아악-!
어느 순간의 검은 흐름이었으며, 또 어느 순간의 검은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이해와 동시에 뻗어나가는 검격속에서 아스티야의 사고가 스스로를 지워나갔다.
무아(無我).
검격의 폭풍속에서 한자루의 검이 된 그녀는 검의 성역에 자신의 흔적을 아로새겼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간다면··· 나는······!’
칠흑기사단 제6석, 아스티야.
이 순간 그녀는 한자루의 검이었다.
뻗어나가는 검로가 그녀를 이루었으며, 새겨지는 상흔이 그녀의 존재의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검을 알고, 자신을 알고, 또 검이 도달하는 미래를 알기에——.
그녀는 자신이 비로소 진정한 기사가 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파앗-!
아스티야의 눈을 뒤덮고 있던 푸른색의 광채가 빛을 내었다.
그녀에게 미래를 보여주던 기적의 편린은, 이 순간을 기점으로 하나의 풍경을 더해나갔다.
검의 궤적.
아스티야가 아직 휘두르지 않은 검의 궤적마저도, 그것이 그녀가 이루어낼 수 있을 가능성임을 알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닿을 수 있어!’
닿지 못한 미래를 향해 아스티야의 검이 움직였다.
흐릿하게 무너진 선을 덧칠하듯이 유려하게 움직이는 곡선.
더없이 아름다운 선이 뻗어나가며, 아스티야가 보지 못했던 검의 세계를 향해 이어졌다.
점과 선.
그리고 그를 뛰어넘는 무언가.
도달하지 못했던 미래를 향해 아스티야의 검이 앞서나가며-.
– “그르르··· 그륵··· 구워어어억······!”
촤아아아악-!
그녀의 검이 외계의 신격을 베었다.
검을 쥐고서 십년하고도 삼년.
아스티야는 이제서야 자신이 검을 통달했음을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