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14
레프리온 용병단 (1)
두번째 기사단원, 아리엣을 칠흑기사단에 영입한뒤로 벌써 3일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매일같이 알레테이아에 접속해 칠흑기사단을 육성하는 중이었다.
게임에 매일 접속한다고 출석보상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게임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중이었다.
지나치리만큼 페이스가 느린 게임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던 점은 아무래도 이 게임이 방치형 게임이라는 점일 것이다.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별도로 조작을 가하지 않아도 게임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이오도 이제 많이 강해졌구나.”
지난 사흘동안 게임을 플레이하며 벌어진 변화 역시 적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말해보자면, 그중 첫번째는 이오가 이전보다 전투에 능숙해졌다는 점일 것이다.
매일같이 수련실에 박혀 수련해오던 이오의 진면목이 이제서야 드러난 것일까.
전투AI는 이제 전투에 들어설 때마다 파격적인 전투를 선보이고는 했다.
수련을 거듭할수록 이오의 전투센스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며칠동안 모은 경험치도 적지 않은 편이고. 역시 캐릭터가 늘어나니까 성장속도도 안정적으로 변하는 느낌이야.”
그다음으로 중요한 변화는 며칠동안의 플레이를 통해 내 레벨 역시 올랐다는 점이었다.
로비에서 대기하는 캐릭터가 두개나 되자, 나는 이전과는 다르게 캐릭터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임무에 파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지나치게 자주 임무에 파견하는 경우 캐릭터가 로비에서 수면을 취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사흘동안 내 레벨은 2레벨이나 올라 6레벨이 되었다.
– 단장님의 레벨이 [6]레벨이 되었습니다.
– [드림 커넥터]의 활성화 빈도가 소폭 증가합니다.
– 식당에 새로운 메뉴가 추가되었습니다.
– 레벨이 상승하며 다음과 같은 기능들이 새롭게 해금되었습니다.
– NEW! 알레테이아에 기사단원들을 위한 의상실이 추가되었습니다.
– NEW! 선택 가능한 임무에 새로운 [전설 임무]가 추가되었습니다.
– [전설 임무]는 세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임무입니다.
– 동시에 진행가능한 [전설 임무]의 개수는 최대 1개입니다.
플레이어 계정이 6레벨이 되면서 내가 맞이한 변화는 그리 많지 않았다.
새로운 기사단원 슬롯이 열리거나,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되거나 하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기사단원들을 위한 알레테이아의 추가적인 시설이 개방되었다.
나는 알레테이아 내부에 새롭게 개방된 의상실의 모습부터 확인해보았다.
알레테이아에 생긴 의상실은 옷걸이와 진열장이 난무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아무래도 뽑기를 진행하면서 얻은 치장 아이템들을 이곳에 배치하는 용도로 보였다.
“치장아이템 전용 공간이라.”
나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알레테이아의 의상실을 바라보았다.
이 게임의 치장아이템은 캐릭터의 스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편이었다.
다만 어느 게임이던간에 캐릭터의 성능보다는 외형에 치중하는 플레이어도 있기 마련이었다.
의상실 기능은 그런 플레이어들을 위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코디네이트에 비중을 두는 플레이어들을 잡기 위한 시설인 것이다.
물론 이 게임에 플레이어라고는 나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말이다.
“있으면 좋고 없다고 아쉽지는 않은 그런 기능이네.”
내가 의상실에 대해 내린 평가는 그것이 전부였다.
언젠가 한 번 날잡아 코디 아이템을 정리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번에는 [전설 임무]를 확인해보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알레테이아의 의상실에서 벗어나 [임무] 페이지로 들어가면, 나는 그중에서도 유달리 빛을 발하고 있는 하나의 임무를 발견할 수 있었다.
6레벨에 도달하면서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두번째의 [전설 임무].
나는 오랜만에 마주한 [전설 임무]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 [전설 : ‘레프리온 용병단’이 운반중인 화물 탈취]
– 최대 참가인원 : 2명
– 제한시간 : 없음
새롭게 추가된 임무의 내용은 어느 용병단이 가지고 있는 화물을 탈취해오는 것이었다.
화물을 탈취하라는 임무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처음 보는 유형의 임무였다.
게다가 이번 임무는 특이하게도 참가인원이 2명까지 늘어나있는 상황이었다.
평소에는 1명의 기사단원만을 임무에 파견할 수 있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의외의 일이었다.
나는 새롭게 나타난 [전설 임무]의 내용을 바라보면서 유심히 고민했다.
“참가인원이 2명이 됐다는건 그만큼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뜻인가?”
화물의 탈취. 그리고 인원의 증가.
새로운 임무의 상세정보를 살펴보던 나는 그동안의 게임플레이를 돌아보았다.
이오도 그렇고 아리엣도 그렇고 다들 전투에 있어서는 상당히 능숙한 면모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이었다.
게다가 이전의 [전설 임무] 역시 커다란 문제 없이 끝난 상황이었다.
새로운 임무의 난이도가 높다고 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데 크게 지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내 캐릭터들은 다름 아닌 EX랭크 캐릭터들이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재능개화 포션]을 이용해 성장치를 최대까지 올린 만렙 캐릭터이었다.
이런 캐릭터들이라면 난이도가 오른 스테이지도 쉽게 깰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차피 성장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올려놓은 캐릭터들이기도 하고··· 좋아, 그냥 이대로 내보내자.”
잠시동안 고민하던 나는 이내 결심을 마치고 해당 임무를 선택했다.
그리고 임무를 수행할 대상에 이오와 아리엣을 차례대로 올려놓았다.
스윽. 툭-.
화면을 조작해 임무의 선택사항을 모두 설정한 나는 곧장 버튼을 터치했다.
그러자 임무의 선택화면이 사라지며 순식간에 화면에 메세지가 떠올랐다.
– [전설 : ‘레프리온 용병단’이 운반중인 화물 탈취] 임무를 선택하셨습니다.
– 기사단원 [이오(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아리엣(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퉁-.
임무가 활성화되자 두 사람이 앉아있는 로비에 곰돌이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허공에 포탈을 만들어내는 모습이었다.
지금까지의 임무들과 마찬가지로 두 캐릭터들이 새로운 스테이지로 이동하기 위한 포탈이었다.
허공에 새로운 포탈이 만들어지자, 아리엣과 이오는 서로 마주보며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 (당황)
– (진지)
– (고민)
그렇게 두 캐릭터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잠시.
이내 이오와 아리엣은 곰돌이가 만들어낸 포탈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게임을 시작한 이래, 계속해서 단독으로 임무를 수행해온 이오와 아리엣이었다.
두 캐릭터가 함께 수행하는 임무는 나로서도 처음인 것이다.
“둘이 같이 하는 임무는 처음이라 좀 걱정되네.”
과연 두 캐릭터는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은 채,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화면 너머의 캐릭터들에게 그러한 걱정을 가지며 스마트폰의 화면을 지켜보았다.
* * * * * *
“신전까지는 앞으로 얼마나 남았지?”
필리어 왕국의 국경부근을 지나고 있는 어느 마차의 안.
그곳에서 레프리온 용병단의 단장, 레프리온 아이언실드는 바로 앞의 마부석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런 레프리온의 앞에는 레프리온 용병단의 단원, 빌이 마차를 모는 중이었다.
그는 원래 자유도시의 마부 출신이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레프리온과 인연이 닿아 용병단에 합류하게 된 인물이었다.
당연하지만 말을 모는 솜씨만큼은 레프리온 용병단 안에서도 발군이었다.
고삐를 쥐고 주변을 살펴보던 빌은 뒷자리에 앉아 검에 기름칠을 하고 있는 레프리온을 향해 이야기했다.
“제가 계산해봤을때··· 아마 못해도 5일은 더 걸릴겁니다.”
“5일이라. 생각보다 많이 남았군.”
5일.
빌에게서 대략적인 예상시간을 들은 레프리온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에게 이번 의뢰를 맡겼던 신전까지의 거리가 아직 많이 남아있는 탓이었다.
허나 그런 레프리온의 표정은 정면을 바라보며 말을 몰고 있던 빌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빌은 계속해서 정면을 향해 말을 몰아가면서 이야기했다.
“그나저나 단장, 아무래도 저거 너무 수상하지 않습니까?”
“너도 저 물건을 신경쓰고 있었나.”
“여기에 저 물건 신경쓰지 않는 녀석이 어디있겠습니까. 물론 눈치 없는 녀석이라면 저걸 팔아먹으면 얼마나 나올지부터 고민하겠지만 말입니다.”
빌의 이야기에 레프리온은 자신의 옆에 있던 물건을 힐끔거렸다.
용병단의 다른 용병들과 마차를 나누어탄 레프리온의 옆에는 은은하게 빛을 내는 거대한 광석이 놓여있었다.
신성교단의 의뢰로 방문한 던전에서 발견한 정체불명의 광석.
이번 의뢰를 맡긴 신성교단에서는 용병단이 이 물건을 신전까지 운반해오기를 원하고 있었다.
물론 이 의뢰를 맡고 있는 레프리온의 입장에서도 가능한 빠르게 이 물건을 신전에 가져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에게 약속되어있는 성공보수와는 별개로, 그는 이 광석을 마주한 순간부터 이유모를 불길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은 물건이다. 가능한 빨리 신전으로 가져가서 조치를 취하는게 낫겠지.”
“단장의 눈으로 봐도 그런겁니까?”
“여태까지 불길한 기분이 드는 물건은 많았지만, 그럼에도 이만큼이나 불길한 느낌이 드는 물건은 이번이 처음이군.”
지금도 레프리온은 옆에 놓여있는 광석으로부터 사이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신성교단의 의뢰가 아니었다면 가까이 두는 것조차 반기지 않을만한 물건이었다.
그가 다른 용병들을 대신해 직접 광석을 지키기로 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정체불명의 광석이 언제 이변을 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운반중인 광석에서 문제가 벌어진다면, 그 문제를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레프리온 이외에는 없었다.
그렇기에 레프리온은 지금도 자신의 검을 점검하면서 광석의 모습을 감시하고 있었다.
“단장이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가능한 빨리 가져다주는 편이 낫겠습니다.”
레프리온의 이야기를 들은 빌은 그를 돕겠다는듯한 태도로 이야기했다.
빌도 그렇고 다른 용병들도 그렇고, 레프리온의 감에 대해서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신뢰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레프리온 자신도 스스로의 직감을 무척이나 신뢰하는 편이었다.
지금 당장은 저 광석을 해결할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빌. 평소에는 잘 안가던 지름길이라도 있나?”
“저라고 뭐 대단한 방법이 있겠습니까? 일단은 말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까지 아슬아슬하게 몰아보는거죠.”
빌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에 든 고삐를 강하게 쥐는 모습이었다.
어떻게든 레프리온의 요구에 맞춰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것이었다.
빌은 거기에 대해 단장인 레프리온을 향한 짧은 이야기를 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가 얼마 전에 보았던 기묘한 꿈에 대한 것이었다.
“그나저나 단장, 제가 얼마 전에 재미있는 꿈을 꿨는데, 꿈에서 커다란 곰인형 하나가······.”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인걸. 나한테도 자세히 들려주지 않을래?”
그러나 빌의 이야기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들이 난생 처음듣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마차안에 울려퍼진 것이다.
그에 빌과 레프리온의 시선이 동시에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향했다.
두 용병의 시선이 향하는 장소.
그곳에는 고급스러운 제복을 어깨부근까지 늘어뜨리고 있는 잿빛머리의 소녀가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레프리온 용병단이 신전을 향해 운반중이던 광석의 위에 앉아있는 채로 말이다.
눈앞에 나타난 침입자의 모습에 당황한 레프리온이 빠르게 검을 들어올렸다.
“······전원 전투태세! 습격이다!”
휘릭-.
레프리온은 눈앞의 소녀를 향해 검을 겨누며 이야기했다.
뾰족한 귀와 창백한 피부.
틀림없는 흡혈귀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소녀에게서는 짙은 마력이 새어나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흡혈귀중에서도 상위 위계에 도달한 마법사가 분명해보였다.
그는 곧장 검에 투기를 두르며 눈앞의 적을 경계했다.
허나 레프리온의 눈앞에 있는 흡혈귀는 이상하리만치 여유로워보이는 모습이었다.
“누구냐! 당장 정체를 밝혀라!”
“아리엣 크레이들. 지금은··· 칠흑기사단의 제2석이라고 소개해야겠네.”
“칠흑 기사단······?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군. 대체 기사단이 우리에게 무슨 용건이지?”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이 물건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았거든. 거기에 더해서 아까의 이야기도 계속해서 들으면 좋겠는걸.”
아리엣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소개한 흡혈귀의 목적은 하나였다.
레프리온 용병단이 운반하고 있던 정체불명의 광석을 탈취하는 것.
그것이 칠흑기사단이라고 지칭하는 존재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인 것이다.
용병단에게 있어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그렇기에 레프리온은 싸늘한 목소리로 아리엣을 향해 이야기했다.
“너희에게 물건을 넘겨줄 생각은 없다.”
“이야기를 듣고싶다는 말은 진심이었는데, 아무래도 더 이상의 대화는 힘들어보이네.”
그런 레프리온의 거절의사에 아리엣은 기품있는 동작으로 한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들어올린 손으로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만들어냈다.
느긋하게 움직이던 아리엣의 손이 허공에서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파앗-!
한차례 빛이 퍼져나가며 레프리온을 둘러싼 주변이 짙은 안개에 휩싸였다.
사방을 뒤덮은 안개속에서 레프리온의 귓가에 아리엣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절하면 무력으로 받아가는 수밖에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