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143
146.탈환 (1)
자유도시 안델리움.
한때 평화와 번영이 약속되어있던 도시의 하늘에는, 며칠째 불규칙한 낙뢰가 떨어져내리는 뇌우가 지속되고 있었다.
콰르릉-.
콰광!
귀가 멀어버릴 듯한 날카로운 소음.
그 아래에서는 섬뜩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며, 싸늘하게 식어가는 인간의 형체가 늘어나고 있었다.
구멍이 뚫린 지붕 아래에 숨어 벌벌 떨고있는 소년 역시, 그러한 미래가 자신에게 다가올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으··· 으흐윽··· 엄마······.”
소년이 두려움에 떨며 눈물을 훔치고 있으면, 이내 뚫려있던 천장 사이로 거대한 새의 그림자가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만한 거대한 형체.
그것은 돌연 안델리움의 하늘에 모습을 드러내었으며, 안델리움에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초래한 원흉이었다.
펄럭-.
소년의 머리 위에서 거대한 날갯짓 소리가 울려퍼졌다.
“으흐윽··· 흐윽······.”
깃털 하나가 사람의 몸을 덮을만큼 커다란 크기의 조류.
그 머리는 독수리를 닮아 날렵하며, 그 몸체는 부엉이를 연상시킬만한 두터움을 가지고 있었다.
—천둥을 부르는 새, 아다바스트.
안델리움에 도래한 파멸은 감히 인간의 눈으로 담을 수 없는 기적을 입고 있었다.
“······.”
항거불능의 괴물.
도시를 지키던 수많은 기사들이 죽음에 이르렀으며, 수뇌부 대부분이 날카로운 발톱에 채여 도시 전체가 통제불능 상태가 되었다.
더 이상 도시의 누구도 다시 이곳에 평화가 찾아오리라는 믿음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소년 역시 희망을 잃어버린 채로 웅크리기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소년의 가족들은 진작에 저 괴물의 발톱이 채어갔으며, 이 주위에 서있던 병사들도 생명의 빛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였다.
“흐윽··· 찬란한 빛이여··· 흐으윽······.”
모든 것을 잃어버린 소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제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가장 찬란한 태양.
그가 어린 시절부터 교육받았던 하늘 위의 태양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구원해주길 간청한다.
떨리는 기도소리가 커져갈수록, 하늘에서 내려치는 벼락의 강도 역시 높아져갔다.
콰릉-!
천둥소리가 울려퍼지는 상공에서는 괴물이 고개를 기울이며 끔찍한 울음소리를 퍼뜨렸다.
– 그워어어어어!
콰릉, 콰르릉-!
눈앞이 번쩍이는 광경속에서 소년은 끊임없이 찬란한 빛의 이름을 불렀다.
부디, 위대한 태양이 저 괴물을 물리쳐주기를.
그리고 다시금 이곳에 태양이 드리워질 기회가 찾아오기를.
“찬란한 빛이여··· 찬란한 빛이여, 부디······.”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나가던 기도는 금세 끝을 맺었다.
소년에게는 그 이상 기도를 이어나갈 지혜도,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기도를 끝낸 소년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천장에 다시금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콰아앙-!
거대한 그림자가 내려앉으며, 간신히 유지되던 건물의 형체가 풍압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갔다.
소년의 집을 포함한 수채의 집이 무너지고, 붕괴되는 건물의 너머로 소년의 눈이 무언가를 포착했다.
소년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방금 전까지 하늘을 부유하고 있던 거대한 괴물이었다.
– “성가신 것을 불렀구나. 인간의 아이야.”
아다바스트의 푸른 눈동자가 소년의 모습을 비추었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과도 같은 눈동자.
전신을 타고 흐르는 뇌광에서는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천둥을 부르는 새가 소년을 깊게 응시한 직후.
콰릉-!
소년은 자신의 죽음을 실감했다.
* * * * * *
용사 알칸디오와 대화를 나눈지 어느덧 며칠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수차례 아리엣을 대륙에 파견해, 성도를 포함한 대륙의 모든 성소들을 탈환하기 위한 회담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봉인석이 포함된 모든 장소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그것은 곧장 알레테이아의 시스템에 반영되었다.
[탈환 임무].위신들에 의해 점령당한 거점을 수복하는 새로운 임무들이 [임무] 탭에 추가된 것이다.
알칸디오의 협력덕분에 오르스케이프를 점령한 이후에야 얻을 수 있을만한 정보들을 쉽게 손에 넣게 된 셈이었다.
“아무래도 곧바로 오르스케이프에 쳐들어가는건 힘들겠지.”
그렇게 추가된 [탈환 임무]는 해당 지역에 존재하는 위신에 대한 정보와 함께, 그곳에 진입하는데 필요한 [운명개화 포인트]의 제한 역시 알려주고 있었다.
임무의 입장제한이 높고 보상이 많을 수록, 탈환이 어려운 유형의 위신이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나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탈환 임무]에 우선순위를 매겼다.
지금 당장 진입할 수 있는 것.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마지막으로 충분히 성장한 후에 시도할만한 것.
당연하지만 성도 오르스케이프는 마지막 분류에 해당하는 장소였다.
칠흑기사단이 충분히 성장하지 않으면 공략이 불가능한 난이도였으니, 우선은 비교적 쉬운 임무들부터 수행하며 힘을 키워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으니··· 예전처럼 다짜고짜 나서서 때려부수는건 어렵다고 봐야겠어.”
백염을 지배하는 거미, 아트라스크가 닻을 내렸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오르스케이프를 기점으로 상당한 숫자의 위신이 닻을 내렸고, 그들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했다.
이제는 단원들이 직접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어보이지 않으면 곤란했다.
칠흑기사단이 세워진 근본적인 목적.
대륙을 노리는 위신을 격퇴하고 대륙의 안전을 보장할 차례였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먼저 나서는 임무는 이게 괜찮겠네.”
칠흑기사단에게 주어진 막중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첫번째 [탈환 임무].
나는 임무탭에 있는 임무들중에서, 지금의 칠흑기사단에게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임무를 선정했다.
지금 당장 진입할 수 있는 임무중에서, 비교적 난이도가 쉬운 것을 선정한 것이다.
툭-.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터치하자 이내 화면에 임무의 상세정보가 출력되었다.
[ 탈환 : 천둥을 부르는 새 ‘아다바스트’ 토벌 및 자유도시 안델리움 수복 ]– 최대 참가인원 : 10명
– 최소 참가조건 : 운명개화 포인트 +975 이상
* 최소 참가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사단원은 토벌대상에게 유효한 피해를 입힐 수 없습니다.
– 제한시간 : 128시간
– 임무 개요 : ‘아다바스트’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새는 지상에 닻을 내려 도래한 위신들 중 하나입니다. 아다바스트는 현재 안델리움의 상공을 부유하며, 그 주변을 자신의 성역으로 삼아 주변의 영토를 침식해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안델리움에 거주하는 생명체의 숫자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다바스트를 토벌하고 유물을 회수해 자유도시 안델리움을 완전히 해방하십시오.
– 보상 : 신규 특성 , 운명개화 포인트 +9400, 탈환 성공 보너스 +???
– WARNING! [탈환 임무]가 개시된 이후부터 재생 및 치유계통의 효과가 제한됩니다!
– WARNING! 진행중인 [탈환 임무]가 종료되기 전까지 새로운 임무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 WARNING! [탈환 임무]의 목표를 충족하기 전까지 작전지역에서 이탈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수행할 임무의 이름은 [탈환 : 천둥을 부르는 새 ‘아다바스트’ 토벌 및 자유도시 안델리움 수복].
위신에 의해 침식당한 자유도시 안델리움을 수복하고서, 그곳에 내려앉은 아다바스트라는 위신을 토벌하는 임무였다.
이번 임무에 참가하기 위해 요구되는 [운명개화 포인트]의 수치는 975.
1000에 가까운 업을 필요로하지만, 대부분의 단원이 이번 임무에 참여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신화 임무]의 보상으로 지급되었던 막대한 보상에 더해, [천명의 각인]에 의한 [운명개화 포인트]가 추가로 더해지고 있으니까 말이다.리네어를 제외한 모든 기사단원이 가까스로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셈이었다.
“리네어야 비교적 최근에 합류했으니까··· 따로 시간을 들여 전설 임무로 부족한 포인트를 보충하는 수밖에 없겠지.”
리네어를 함께 보낼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최근에 들어온 단원이니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리네어가 셀레스처럼 처음부터 막대한 업을 쌓고 있던 단원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탈환 임무]들은 저마다의 시간제한이 정해져있는 임무들.
뒤쳐지는 캐릭터는 따로 시간을 들여 육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좋아. 리네어를 제외한 인원들을 전부 이번 임무에 파견하면 되겠어.”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둔 채로 결정을 마친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임무에 참여할 캐릭터들을 등록했다.
스윽-.
아다바스트의 토벌에 참여하는 것은 리네어를 제외한 전원.
순차적으로 캐릭터들을 임무에 등록한 후에, 나는 버튼을 터치해 이번 임무의 참여인원을 확정시켰다.
– 기사단원 [이오(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아리엣(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레온(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시온(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세페이드(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아스티야(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셀레스(Unknown)]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임무에 참여하는 단원들의 이름이 연달아 화면에 출력된 직후.
임무의 개시를 알리는 소리와 함께 화면 속의 알레테이아에 새로운 포탈이 생성되었다.
칠흑기사단이 설립된 근본적인 목적.
다시금 대륙을 위협하는 거짓된 신을 죽일 시간이었다.
* * * * * *
차원요새 알레테이아의 로비.
아쉬운 얼굴을 하고 있는 리네어를 남겨둔 채로, 칠흑기사단의 단원들은 저마다 전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철컥-.
전투를 위해 가져온 장비를 결속시키는 소리가 로비에 울려퍼졌다.
분주한 알레테이아의 풍경속에서 리네어가 조용히 포탈을 바라보면, 로비 전체에 익숙한 경고음이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모습이었다.
– 성역과의 충돌에 대비하십시오.
– 사전에 고지된 임무내용을 반드시 숙지하십시오.
이번에는 칠흑의 바다가 아니라 대륙에 선포되어있는 성역으로 향하는 까닭이었을까.
리네어의 귓가에 들려오는 내용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편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상대가 거짓된 신들이며, 그들의 임무가 바깥세계의 괴물들을 죽이는 것임은 변하지 않았다.
단지 리네어만이 그 위대한 여정에 참여하지 못할 뿐이었다.
“검검아. 다음 임무에는 나도 함께할 수 있겠지?”
쿠구구구궁-.
리네어의 질문에 화답하듯이 검의 정령이 한차례 몸을 떨었다.
다음에는 분명 가능할거라는 답변이었다.
다른 이들은 이해하지 못할테지만, 오랫동안 검의 정령과 교감해왔던 리네어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불안에 젖은 손길로 검의 정령을 만지작거리는 리네어의 앞에서, 다가올 전투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빠르게 울려퍼졌다.
– 포탈 개방까지 앞으로 5초.
– 4초.
울려퍼지는 카운트다운에 기사단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포탈을 향해 움직였다.
흐릿하게 번진 포탈의 너머.
카운트다운이 모두 끝나면, 그들이 이번에 상대해야할 위신이 그 너머에 모습을 드러낼 터였다.
– 3초.
– 2초.
– 1초.
빠르게 줄어드는 카운트다운.
순식간에 카운트다운이 끝나버린 직후, 알레테이아의 로비에 굉음이 울려퍼졌다.
지이이이잉-.
불투명하던 포탈너머의 풍경이 일렁이더니, 이내 선명하게 그 모습을 비추기 시작하는 광경이었다.
포탈의 너머에 모습을 드러낸 신의 성역.
그곳에 보이는 것은 어두컴컴한 하늘의 아래에서 떨어져내리는 거센 낙뢰였다.
– 경고! 신화적 존재가 성역을 선포했습니다.
– 차원요새 알레테이아가 [성역 : 포효하는 천둥의 둥지]에 진입합니다.
진동하는 하늘.
지상을 불태우는 만갈래의 번개.
눈을 어지럽히듯이 빛이 번쩍이며,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불규칙하게 쓸어버리고 있었다.
포효하는 번개의 영역속에서 한쌍의 푸른 눈동자가 그들을 바라보았다.
—천둥을 부르는 새.
일찍이 신화적 존재로 거듭난 거대한 생명체를 향해서, 칠흑기사단 전원이 포탈의 너머로 발을 내딛었다.
– “······.”
터벅, 터벅.
폐허로 변모한 안델리움의 영토를 칠흑기사단의 발걸음이 가로질렀다.
검정일색의 기사들이 걸음을 내딛는 가운데에서, 고고한 새는 여전히 그들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푸른 눈동자는 모든 것을 관철하는 지성으로 제 영역에 들어온 침입자들을 훑어보았다.
“이 성역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겠네요.”
“동감이야.”
검을 쥔 아스티야가 상공의 적을 경계하며 검을 뽑아들었다.
파직, 파지직-.
아다바스트의 전신을 뒤덮은 뇌광이 강렬한 빛을 번뜩였다.
공중을 표류하던 거조는 서서히 그 고도를 낮추었고, 어느새 그 그림자가 드리워질만큼 기사단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기사단 전체를 뒤덮을만큼 거대한 새의 그림자.
펄럭이는 날개의 아래로 깃털을 흩날리면서, 아다바스트가 기사단을 향해 이야기했다.
– “천둥의 영역에 함부로 발을 내딛었으니,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으리라.”
기사단을 향해 전해진 선전포고.
그 직후 아다바스트의 번개가 뻗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