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146
110.크로우라이트 (2)
이오 크로우라이트.
칠흑기사단의 첫번째 기사이자, 그림자의 혈통을 타고난 그녀는 현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런 이오의 앞에서는 백은을 공중에 띄운 아리엣이 함께 걸어가는 중이었다.
원래부터 이오가 길을 찾는데 능숙하지 않았던 까닭일까.
이오를 대신해 목적지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리엣의 몫으로 남아있었다.
“이오. 그쪽이 아니라 저쪽이야. 이질적인 마력이 느껴지고 있잖아.”
“응. 알았어.”
“······여전히 길을 제대로 못찾는구나.”
이오가 길치라는 사실은 이미 칠흑기사단 안에서도 유명한 편이었다.
길치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임무에 이오가 단독으로 파견되었을거라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리엣은 허둥대며 자신에게 따라붙는 이오의 발걸음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강해져도 해결되지 않는 것을 보면, 이오 본인의 천성이라고 보더라도 무방할 터였다.
“예전부터 쉽지 않았던 것 같아.”
“하기야, 마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마법사와는 거리가 먼 부류니까.”
터벅. 터벅.
기사단의 망토를 펄럭이며 걸어가는 이오와 아리엣의 눈이 주변을 훑었다.
짧은 대화를 나누는 틈틈히 두 사람의 기감은 주변에 존재하는 위협을 감지하는 중이었다.
이번 임무는 여태 진행해왔던 임무들 중에서도 가장 급박하고 위험한 임무였다.
임무에 나서기 전, 지령서를 나눠준 서포터가 전한 이야기만 생각해봐도 그랬다.
서포터는 두 사람이 진행했던 위신의 토벌 못지 않게, 이번 일에 대해서 경고하는 모습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이번 임무에는 대체 뭐가 있길래 서포터가······.”
“······.”
그렇게 자유도시 발리토르 부근을 걸어가던 두 사람이 발걸음을 멈춰세운 것은, 어느새 숲에 깊숙히 들어섰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즈음이었다.
쿠구구구궁-.
대기가 떨리는 듯한 강렬한 진동.
그 뒤에 터져나오는 사이한 파동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두 사람의 얼굴이 굳었다.
특히나 아리엣의 경우에는 이오보다도 심각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 까닭이었다.
“흑마법의 의식······? 아니야. 평범한 제사와는 조금은 다른 것 같은데······.”
의식.
흑마법사들이 초월적인 존재와 소통하는 행위가, 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리엣은 그러한 의식으로부터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평범한 의식과는 무언가 다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아리엣의 입에서 당황에 젖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설마··· 바깥세계의 괴물들을 지상에 끌어들이려는거야?”
닻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강림의 의식.
그녀가 일찍이 레비언트 군도에서 느꼈던 불길한 행위가 이곳에서 재현되려고 하고 있었다.
저것을 마주한 직후부터, 아리엣은 어째서 이번 임무가 그토록 급박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 대륙에 위신을 강림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것도 무수한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국가연합의 한복판에서 말이다.
“······아리엣?”
“이오, 시간이 없어! 빨리 가야만 해!”
누가 이런짓을 저지른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플레이아데스.
거짓된 신들의 힘을 이용하려고 하는 인간 마법사들의 비밀결사가 분명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아리엣이 이오를 재촉해 황급히 의식을 진행하는 장소로 이동하려고 했다.
주변 어딘가에 의식을 진행하는 제단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제단을 찾아내서, 플레이아데스가 진행하고 있는 의식을 저지해야만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누군가 바깥세계의 괴물들을 강림시키려고 하고 있어. 우리가 상대하던 녀석들이랑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알겠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게.”
더군다나 제단에서 터져나오는 힘의 규모를 생각해봤을때, 지금까지 전투를 치뤄왔던 위신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존재가 내려올 것이 분명했다.
칠흑기사단이 토벌에 성공했던, 위신들 중에서도 비교적 약한 개체가 나왔던 임무와는 급이 다르다.
지상에 닻을 내리고 강림하는 것만으로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칠흑기사단으로서는 한시를 다투는 긴박한 일이었던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아리엣은 곧장 이오를 데리고 제단을 찾아 이동하려고 했다.
아니, 갑작스럽게 눈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누군가만 아니었다면 분명 그렇게 했을터였다.
“미안하지만, 이 앞으로 보내주기는 힘들 것 같구나.”
제단을 찾아 움직이려고 했던 두 사람의 발걸음은, 목적지로 향하지 못한 채 제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
아리엣과 이오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
그곳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울창하게 솟아있는 나무들 사이에서 나타난, 근육질의 상체를 훤히 드러내고 있는 노인.
하얗게 새어가는 머리카락을 가진 노인의 정체는, 이오가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알데어······?”
“오랜만이로구나. 크로우라이트의 아이야.”
알데어 크로우라이트.
이오가 가족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마주했던 크로우라이트의 사람이자, 그녀에게 파계에 대해 알려주었던 스승이기도 한 인물.
그리고, 제국 전체에 거대한 공포를 안겨주었던 전설적인 무인.
그런 존재가 어느새인가 두사람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알데어의 모습에, 아리엣은 백은을 꺼내들며 이오를 향해 물어보았다.
“이오. 아는 사람이야?”
“응. 알데어는 나에게 그림자를 제어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스승같은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왜 우리를 방해하려고 하는걸까. 아무래도 이야기를 좀 들어봐야겠는걸.”
휘릭-.
백은을 겨누는 아리엣의 모습에, 알데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너희들을 이 앞으로 보내줄 수는 없겠군. 그게 내가 맡은 임무라서 말이다.”
“······임무? 설마 당신, 저 의식과 모종의 관련이 있는거야?”
“녀석에게는 제법 많은 빚을 졌지.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빚을 질테고.”
후우.
차가운 바람속에서 짧은 한숨을 토한 알데어가 주먹을 쥔 채 자세를 잡는 모습이었다.
그런 알데어의 눈을 마주한 이오는, 그가 진심으로 자신들을 막으려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아는 알데어는 장난이나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오가 아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정직한 편이었다.
정의로운 사람이라고는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자신만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무인.
그것이 이오가 아는 알데어의 모습이었다.
“알데어. 길을 열어줘.”
파스스슷-.
허공에서 그림자의 검을 만들어낸 이오가, 눈앞의 알데어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손에 검을 쥔 채 알데어를 바라보았지만, 이오는 굳이 그와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건, 네가 따르는 단장이 시킨 일이더냐?”
“응. 열어주지 않으면 싸울수밖에 없어.”
“그럼 나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칠흑기사단의 단장과는 이미 한차례 빚을 정리했으니 말이다.”
허나, 알데어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이오가 바라던 대답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오의 부탁을 들었음에도, 알데어는 자리에서 비켜나는 것을 거절했다.
오히려 마력을 끌어올리며 자신의 주변에 그림자를 넘실거리게 만들 뿐이었다.
“······알데어.”
적대하는 알데어의 태도를 본 이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진심이었다.
주먹을 쥔 알데어에게서는 물러나려는 기미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알데어가 이오와 싸우려고 한다.
자신의 눈앞에 선명하게 존재하고 있는 그 진실을, 이오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하는거야?”
“······.”
“지금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알데어에게 그렇게나 중요한 일이야?”
끄덕-.
이오를 마주한 알데어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전히 강건한 기세를 끌어올린 채로, 이오와 대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오의 오드아이를 마주한 알데어의 자색 눈동자가 반짝였다.
“중요한 일이다. 내가 평생 제국을 뒤집고다닌 이유도, 기사가 되는 것을 포기한 이유도 저곳에 있으니 말이다.”
“······.”
“철없던 시절부터 나는 지키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되찾고 싶었던 것이 있었고, 또 그럼에도 손이 닿지 않는 것도 생기고 말았으니.”
알데어의 입에서는 진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딘가 거대한 결의에 찬 듯한, 강인하고 선명한 눈빛이 이오를 주시했다.
이오는 그런 알데어의 기세가, 흉포한 짐승의 그것을 닮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지키고 싶은게 있고, 또 되찾고 싶은 것도 여전히 남아있으니.”
“그건······.”
“잃어버린 것은 반드시 되찾는다. 그것만이, 이 노부가 무학에 들어선 이후로, 단 한차례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유일한 결의인게다.”
레긴델트 교도소에서 빠져나오고, 오랜 시간에 걸쳐 재활을 꾀한 알데어의 육신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쇠약한 채 죽을 날을 기다리던 노쇠한 죄수는 더 이상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니 네가 크로우라이트의 아이라고 하더라도, 이곳을 넘어가게 놓아둘 수는 없다.”
“알데어. 거기에서 비켜줘.”
“안된다고 말하지 않았더냐.”
“······알겠어. 알데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했어.”
물러서지 않는 알데어의 태도를 확인한 이오가, 검을 들어올린 채로 두눈을 감았다.
짧은 고민.
그리고 그 후에, 눈꺼풀을 들어올린 이오의 오드아이가 선명한 빛을 발했다.
이오는 이전보다도 한층 더 날카로워진 기세로 알데어를 향해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이제 거기에서 비켜.”
“끌끌··· 재미있구나. 네가 그런, 무인에게 어울리는 눈을 하게 되는 날이 찾아올줄이야.”
“단장에게 받은 임무야. 비키지않으면 베겠어. 이건 마지막 경고야.”
알데어는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이곳에 있다.
설령 그 상대가 알데어라고 하더라도, 그녀는 망설임없이 검을 휘둘러야만 했다.
그러니까, 그를 향해 건네는 경고야말로 이오 크로우라이트가 알데어 크로우라이트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덤벼보거라. 무인에게 긴 말은 필요하지 않을 터. 더군다나 기사라면, 그에 어울리는 해결방법이 존재하지 않더냐.”
“어울리는 방법?”
“결투. 그게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방법일테지. 나와 같은 무법자들에게도 언제나 명쾌한 해답을 내어주는 해결방법이었으니.”
싸움은 피할 수 없다.
알데어와의 마찰은 필연적이었다.
그 사실을 직감한 이오가 검을 고쳐잡으며 아리엣을 향해 눈짓했다.
“아리엣. 먼저 가서 의식을 막아줘. 알데어는 내가 상대하겠어.”
“······이오.”
“가능한 빠르게 결판을 내고 쫓아갈게. 그러니까······.”
“알았어. 네가 그렇다면, 나라도 먼저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거겠지.”
이오의 이야기에 수긍한 아리엣이 허공에 백은을 휘둘렀다.
휘릭-.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파랑새 한마리가 이오의 어깨에 내려앉는 모습이었다.
“길을 찾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어줄거야.”
“끌끌··· 이 노부가 너희를 순순히 보내줄 것 같더냐.”
물론 알데어에게는 자리를 벗어나려는 아리엣을 얌전히 놓아주려는 생각은 없었다.
파스스슷-.
알데어는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한 아리엣을 향해, 그림자의 권격을 쏘아내려고 했다.
허나, 알데어의 의도는 결국 행동이 되지 못했다.
정면에서 마력의 파동을 퍼뜨리기 시작한 이오의 존재가, 알데어의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긴 까닭이었다.
“이제는—— 내가 알데어보다도 더 강해.”
“이런······.”
이오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그림자의 영역.
지평선의 너머까지 뒤덮을 기세로 뻗어나가는 짙은 어둠에, 알데어는 전신의 털이 바짝서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단 한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포식자의 기운.
알데어의 눈앞에 있던 이오는, 더 이상 예전의 어리숙한 기사같은게 아니었다.
“글라이온 그 멍청한 마법사놈이, 아무래도 계산을 잘못한 모양이로구나.”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하는 기사의 모습에, 알데어의 입꼬리 역시 호선을 그렸다.
우우우우웅-.
알데어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그림자의 기운이 전신을 뒤덮었다.
그림자의 대검을 쥔 채, 성역을 일으키기 시작한 이오를 마주한 알데어가 광기에 어린 무인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런 기사를 눈앞에 두고서, 어찌 한명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더냐.”
* * * * * *
하늘을 겨냥하듯 드높게 솟아오른 제단.
이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제단에 도달한 아리엣의 눈은, 믿기지 않는 광경을 마주하고서 크게 일그러지고 말았다.
무수한 숫자의 눈동자가 지상을 바라보고 있는 제단의 앞에서, 이오보다도 먼저 찾아온 선객이 존재하고 있던 까닭이었다.
휘황찬란한 법복을 입은 채, 그 위에 큼지막한 문장을 매달고 있는 성직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그는 신성교단에서도 최강의 전력에 해당하는 ‘사도’였다.
“······.”
그리고 그런 사도가 지금, 눈을 감은 채로 거대한 나무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었다.
쓰러진 사도에게서 생명반응따위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이미 숨이 끊어진 채로, 전리품을 상징하듯이 그곳에 걸려있을 뿐이었다.
나무에 걸려있는 사도의 옆에는,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마법사 하나가 서있었다.
그는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후드를 내린 채, 입가만 드러낸 미소를 지으며 아리엣을 반겨주는 모습이었다.
“반갑습니다. 칠흑기사단의 기사님.”
“······당신은?”
“글라이온. 지금 이곳에서 찬란한 성과를 이룩해낸 마법사들에게, 보잘 것 없는 지혜를 빌려주는 우둔한 학자입니다.”
모닥불의 현자, 글라이온.
마법사는 아리엣을 향해 자신을 소개했다.
그런 글라이온을 마주한 채로, 아리엣이 그를 향해 짧은 질문을 건넸다.
“저기에 있는 인간은?”
“기사님을 맞이하기 전에 다른 손님이 찾아와서 말이죠. 곤란한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 손님을 접대해드렸습니다.”
교단의 사도가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이미 한차례 전투를 통해 깨달은 아리엣이었다.
허나 눈앞의 마법사는 그런 사도를 상대해놓고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듯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글라이온의 뒤에 세워져있는 거대한 제단이었다.
사방으로 터져나오는 질척한 기운과는 다르게, 제단은 무척이나 고요하고 정적인 모습이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의식이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제례에 통달한 흑마법사가 의도적으로 성공직전의 의식을 지연시키고 있거나.
“오래전부터 칠흑기사단의 여러분과는 한번쯤 만나뵙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리엣이 생각하기에, 눈앞의 마법사는 후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글라이온의 로브 아래에서부터 시작해, 하늘에 떠올라있는 눈동자까지 사이한 기운으로 가득차있었다.
바깥세계의 괴물들을 다루는 제례에 대해 적지 않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 마법사가 의식을 유예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 분명했다.
이미 완성되어버린 의식을 모종의 이유로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상황을 파악한 아리엣은 이오가 도착하기까지 글라이온의 주의를 끄는 것을 선택했다.
대화의 중간에 빈틈이 생긴다면, 그 틈새를 파고들어 의식을 방해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칠흑기사단을 기다렸다고? 아무래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모양인걸.”
“물론, 아주 중요한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인데?”
칠흑기사단을 기다리던 이유.
그에 대한 대답이 흘러나온 것은, 환하게 웃고 있던 글라이온의 입가가 씁쓸한 미소로 뒤덮혀버린 직후였다.
“단장.”
“······.”
“당신들을 이끄는 칠흑기사단의 단장과 대면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