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17
서포터의 창고정리 (1)
어린 시절의 나는 무한히 돈을 꺼낼 수 있는 저금통을 가지고 싶어했다.
아무리 저금통에서 돈을 빼내어도 줄지 않아서, 내가 언제라도 부담없이 용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에 이르러서는, 아무리 긁어도 한도가 찾아오지 않는 카드를 갈망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그저 자신의 동경일뿐, 그것이 실제로 이뤄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어쩌면 내가 제대로 된 홍보조차 되지 않는 이 게임에 쉽게 빠져든 것도 어린시절부터 이어져왔던 소망의 연장선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써도 바닥을 보이지 않는 유료재화가 눈앞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 게임 안에서 내가 가진 운명석은 마르지 않는 샘이자 한도가 없는 카드와 같은 것이었다.
비록 나 혼자밖에 없는 게임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내가 고래이자 큰손인 셈이었다.
“오늘은 작정하고 아이템 박스나 열어봐야겠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부터 그런 한도 무제한 카드를 이용해 내킬때까지 아이템을 뽑아볼 생각이었다.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랜덤 아이템 박스].
이 아이템을 한계까지 구매해 열어보면서 나오는 장비들을 확인해보려는 것이었다.
물론 뽑기에서 장비 아이템이 나온다고 해서 그것들을 전부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EX랭크의 아이템을 제외하고서는 아마 대부분 창고에 쳐박혀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러기 위해서 추가된 곳이 알레테이아의 창고였으니까 말이다.
“이번 퀘스트로 아이템 풀도 넓어졌겠다. 예전보다는 EX랭크가 확실히 잘나오겠지.”
언젠가 작정하고 장비아이템을 뽑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전설 임무]를 클리어한 이후로 출현하는 아이템의 풀 역시 증가한 상황이었다.
이전보다는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나는 아이템 박스에서 무더기로 EX랭크가 나오는 상상을 하면서 상점 페이지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버튼을 터치해 [랜덤 아이템 박스]를 가능한 한도까지 쓸어담기 시작했다.
– [랜덤 아이템 박스]를 구매했습니다.
– [랜덤 아이템 박스]를 구매했습니다.
.
.
.
– [랜덤 아이템 박스]를 구매했습니다.
톡. 톡. 톡. 톡. 톡. 톡.
아이템을 구매하는 검지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부리나케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화면을 연타하다보면 나는 금세 [랜덤 아이템 박스]를 무더기로 쌓아놓을 수 있었다.
상점에서 넉넉한 수량을 구매한 나는 곧장 알레테이아의 로비로 되돌아왔다.
그리고는 로비를 지나가는 곰돌이 인형을 바라보면서 인벤토리 버튼을 터치했다.
“곰돌아. 형은 EX랭크 아니면 안쓰는거 알지?”
후우.
나는 짧은 심호흡을 하고는 인벤토리의 [랜덤 아이템 박스]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었다.
그리고는 하나씩 아이템 박스의 내용물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파앗-!
아이템 박스를 사용하는 것과 동시에, 화면이 찬란한 빛에 뒤덮히며 보상이 출력되기 시작했다.
– 아이템 박스에서 [기타 : 작은 돌(F)]이 나왔습니다.
– 아이템 박스에서 [기타 : 큰 돌(E)]이 나왔습니다.
– 아이템 박스에서 [기타 : 작은 돌(F)]이 나왔습니다.
.
.
.
– 아이템 박스에서 [기타 : 큰 돌(E)]이 나왔습니다.
– 아이템 박스에서 [기타 : 평범한 돌(F)]이 나왔습니다.
– 아이템 박스에서 [기타 : 무늬가 있는 돌(E)]이 나왔습니다.
임무를 클리어하면서 아이템 박스의 아이템풀이 넓어졌다는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었던 것일까.
[랜덤 아이템 박스]를 난타하자 화면에 크고 다채로운 돌들이 출력되기 시작했다.이전과는 다르게 정말 다양한 돌들이 뽑기에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나 [평범한 돌(F)]이나 [무늬가 있는 돌(E)]같은 아이템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나는 크고 다채로운 돌들의 출연에 경악하면서 계속해서 아이템 박스를 개봉해나갔다.
“······돌아버리겠네.”
물론 [랜덤 아이템 박스]에서는 돌 시리즈 이외에도 다양한 물건이 나오기도 했다.
각양각색의 코디 아이템이나 저급한 무기, 어디에 써먹기도 애매한 기타 아이템들이 그것이었다.
코디 아이템은 의상실에 넣고, 기타 아이템들은 창고에 쳐박아놓는 것이 좋을만한 물건들이었다.
다만 그럼에도 EX랭크의 출현 확률이 확실히 높아지기는 한 것일까.
나는 무제한 뽑기를 시작한지 8분여만에 첫번째 EX랭크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었다.
– 아이템 박스에서 [장비 : 만년설의 파편(EX)]이 나왔습니다.
첫번째로 나온 아이템의 이름은 [만년설의 파편(EX)].
해당 아이템은 조그마한 얼음조각의 형상을 하고 있는 머리핀이었다.
생김새만 보자면 일반적인 코디 아이템들과 다를바가 없지만, EX랭크인 것을 보면 이오가 차고 있는 귀고리처럼 특수한 효과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새로 출현한 아이템을 확인한 나는 그것을 터치해 자세한 정보를 살펴보았다.
[ 만년설의 파편(EX) ]– 장착 캐릭터가 사용하는 모든 마법이 얼음속성으로 변환됩니다.
– 장착 캐릭터의 마력효율이 176% 증가합니다.
– 얼음 속성 마법의 위력이 211% 증가합니다.
– 더 이상 더위를 느낄 수 없게됩니다.
– 더 이상 추위를 느낄 수 없게됩니다.
랜덤 박스에서 나온 아이템은 다음과 같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장착하는 경우 모든 마법이 얼음 속성으로 변하며, 얼음 속성 마법의 위력이 증가하는 아이템이었다.
얼음속성 마법이 주력인 마법사 캐릭터가 착용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장비아이템인 것이다.
다만 그동안 봤던 다른 EX랭크의 아이템들에 비하면 다소 빈약해보이는 효과였다.
첫번째 항목을 제외하면 강력한 패널티가 없다는 점만큼은 높게 평가할만하겠지만 말이다.
“이오나 아리엣에게 줄만한 아이템은 아닌 것 같은데. 이번 아이템은 일단 패스.”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주기는 곤란한 아이템인만큼, 나는 일단 [만년설의 파편(EX)]에 대한 처리를 보류했다.
창고에 박아두고서 언젠가 적당한 캐릭터가 나온다면 착용시키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렇게 아이템에 대한 판단을 마친 나는 계속해서 아이템 뽑기를 이어나갔다.
첫번째 EX랭크 아이템이 제법 빨리 나왔기 때문이었을까.
두번째 EX랭크 아이템은 첫 뽑기 이후 20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 등장하는 모습이었다.
– 아이템 박스에서 [장비 : 백은(EX)]이 나왔습니다.
아이템 뽑기에서 두번째로 획득한 EX랭크 아이템의 이름은 [백은(EX)]이었다.
다른 아이템들에 비해 확실히 이름이 짧아보이는 이 아이템은 화려한 지팡이의 형태를 하고 있는 물건이었다.
지난번에 [분열하는 아성(EX)]을 뽑은 이후로 제법 오랜만에 무기 카테고리의 아이템을 획득한 것이다.
무기 카테고리의 아이템이라면 다른 부위에 비해 성능적인 측면에서 탁월할 터였다.
나는 이번에 뽑은 [백은(EX)]의 자세한 옵션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아이템을 클릭해보았다.
[ 백은(EX) ]– 장착 캐릭터의 마력효율이 322% 증가합니다.
– 장착 캐릭터의 물리방어가 99% 증가합니다.
– 장착 캐릭터의 마력저항이 99% 증가합니다.
– 모든 종류의 마안을 증폭시킵니다.
– 마력의 흐름이 정순해집니다.
– 장착 캐릭터의 주위를 부유하며 자동으로 캐릭터를 추격합니다.
* 하루에 한 번, 다음과 같은 효과가 적용됩니다.
– 첫번째 공격을 확정적으로 방어합니다.
– 두번째 공격을 확률적으로 방어합니다.
– 세번째 공격을 낮은 확률로 방어합니다.
내가 아이템 박스에서 두번째로 획득한 아이템, [백은(EX)]의 효과는 무기 카테고리의 장비답게 확실히 좋은 편이었다.
우선 물리방어와 마력저항이 증가하고, 마력의 효율이 증가하며, 마력의 흐름이 정순해지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캐릭터에게 가해지는 공격을 막아주는 효과까지 붙어있었기에, 아리엣과 같은 마법사들에게 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나는 해당 아이템을 보는 순간 그것을 누구에게 줘야할지 결정할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백은(EX)]의 주인은 아리엣이었다.
“마안에 버프를 주는 효과까지 달려있다고? 이러면 무조건 아리엣한테 줘야겠지.”
마법사를 보조하는 효과에 마안의 증폭 효과까지 달려있는 이상 물건의 주인을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백은(EX)]은 무조건 아리엣에게 장착시킬 생각이었다.두번째 EX랭크 아이템의 주인을 결정한 나는 다음 EX랭크의 아이템을 뽑기 위해 계속해서 가챠를 돌렸다.
톡. 톡. 톡. 톡.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화면이 수차례 번쩍이며 반복적으로 아이템들이 출력되었다.
다만 재화가 많다고 해서 확률이 자비롭지는 않은 것일까.
[백은(EX)]을 뽑온 이후로는 나는 상당한 시간동안 고배를 맛보아야만 했다.“······.”
제법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이템 뽑기에서 EX랭크의 아이템이 출현하지 않았던 것이다.
5분. 10분. 15분. 20분.
나는 계속해서 시간을 재면서 반복적으로 뽑기 버튼을 터치했다.
그와 동시에 확률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무자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아무리 돈을 많이 쏟아부어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하던 인터넷 방송인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것이다.
그렇게 반복되는 화면터치가 30분 가까이나 이어졌을까.
나는 기나긴 시간을 들인 이후에야 가까스로 다음 결실을 얻어낼 수 있었다.
– 아이템 박스에서 [기타 : 타오르는 깃(EX)]이 나왔습니다.
– 아이템 박스에서 [장비 : 이스탈리스(EX)]가 나왔습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EX랭크의 아이템이 출현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이번에는 아이템 뽑기에서 2개의 EX랭크 아이템이 연속으로 나오는 모습이었다.
아이템의 이름은 각각 [타오르는 깃(EX)]과 [이스탈리스(EX)].
하나는 깃털처럼 생긴 장식품이고, 다른 하나는 검은색의 반장갑이었다.
“와··· 한참동안 안나오더니 이번에는 두 개가 연속으로 나와버리는구나.”
나는 EX랭크 아이템이 연속으로 나온 것에 환호하면서도, 아이템을 터치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툭.
획득한 아이템의 아이콘을 터치한 내 시야에 각각의 정보가 하나씩 순차적으로 화면에 떠올랐다.
[ 타오르는 깃(EX) ]– 보유중인 캐릭터가 사망하는 경우 해당 아이템을 소모해 완전히 회복시킵니다.
세번째로 획득한 EX랭크 아이템은 [타오르는 깃(EX)].
부활효과를 가진 1회성 소모아이템이었다.
EX랭크의 아이템치고는 지나치게 짧은 텍스트였지만, 그럼에도 아이템의 효과만큼은 확실한 편이었다.
나는 [타오르는 깃(EX)]의 상세설명을 보며 짧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활효과라··· 이 게임이 진짜 안좋은 의미로 대단한 게임이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캐릭터가 죽었다고 사용이 잠기고 그러진 않겠지?”
감탄이 나오는 게임의 스토리와 마이너스로 내려간 운명석의 개수를 보건데, 아무래도 가능성이 전혀 없어보이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타오르는 깃(EX)]의 존재에 감사하면서 다음 아이템 역시 확인해보았다.
네번째 아이템의 이름은 [이스탈리스(EX)].
반장갑의 형상을 하고 있는 장비 아이템이었다.
[ 이스탈리스(EX) ]– 장착 캐릭터의 공격속도가 100% 증가합니다.
– 특성의 랭크가 한단계 상승합니다.
눈앞에 보이는 [이스탈리스(EX)]의 설명을 확인한 나는 곧장 머릿속에서 계산을 두드려보았다.
짧지만 강력한 텍스트에 담겨있는 특성의 랭크를 올려준다는 효과 때문이었다.
현재 이오가 가지고 있는 특성의 랭크는 S.
최고 등급인 EX랭크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템은 그런 이오의 랭크를 한단계 증가시킨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아이템을 누구한테 줘야할지는 이미 정해져버린 셈이었다.
“이거는 이오한테 줘야겠네.”
[이스탈리스(EX)]는 당연히 이오의 몫이었다.이 아이템을 이오한테 주는 것으로 이오의 특성을 EX랭크에 도달시킬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모든 아이템의 판정을 마친 나는 피곤해진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사람이 1시간동안 뽑기만 돌리다보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침침해진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계속해서 뽑기를 이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EX랭크 하나만 더 뽑을··· 아니, 아니지. 오늘은 그냥 여기에서 그만둘까.”
하지만 이내 인벤토리에 가득 쌓여있는 아이템을 보면서 더 이상 뽑기를 진행하는 것을 포기했다.
지금 내 인벤토리에는 EX랭크가 되지 못한 아이템들이 잔뜩 쌓여있는 상황이었다.
좋은 아이템을 뽑는 일에도 시간이 걸리지만, 뽑은 아이템을 정리하는 일에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아무래도 자기 전에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을 창고에 좀 넣어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코디 아이템들 역시 의상실에 제대로 넣어놓아야 할테고 말이다.
“자기전에 아이템이나 정리해야겠다.”
정리해야할 아이템을 확인한 나는 인벤토리 창을 닫고 로비로 되돌아왔다.
그리고는 분류해야할 아이템을 하나씩 확인했다.
고통과 즐거움이 공존하던 아이템 뽑기시간이 끝났으니, 이제부터는 인벤토리를 정리할 시간이었다.
그렇게 아이템의 정리를 결정한 나는 인벤토리의 아이템들을 하나씩 알맞은 곳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이오와 아리엣에게 EX랭크의 아이템을 선물하는 것부터였다.
* * * * * *
차원요새 알레테이아의 복도.
그곳에서 아리엣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복도를 걷는 중이었다.
평소라면 팔꿈치까지 흘러내리고 있었을 그녀의 외투도 오늘은 조금 더 높은 곳에 위치해있는 모습이었다.
아리엣이 평소보다 들떠있는 모습으로 알레테이아의 복도를 거닐고 있는 이유는 하나.
그녀가 오늘 단장에게 선물받은 물건 때문이었다.
“역시 단장도 나같은 진혈에게 어울리는 물건이 어떤건지 잘 아는 모양이네.”
아리엣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에 쥐고 있는 화려한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쥐고 있는 지팡이의 이름은 ‘백은’.
대륙의 모든 마법사들이 탐낼만한 물건이면서, 동시에 얼마나 많은 돈을 들이더라도 쉽게 구할 수 없는 보물이었다.
밤의 일족이자 일곱 공작 중 하나였던 아리엣이지만, 그런 그녀조차도 이정도 급의 물건을 마주한 것은 몇번 되지 않았다.
그런 수준의 물건을 단장으로부터 선물받았기에 아리엣의 기분이 무척이나 들떠있는 것이었다.
아리엣이 쥐고 있는 백은에는 사용자를 따라오는 추적기능도 존재하고 있었지만, 아리엣은 혹여나 지팡이에 흠집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싶어 백은을 소중하게 손으로 들고가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단장이 숨겨놓았던 보물들을 가져온게 분명해. 아마 기사단의 창고에도 새로운 물건이 도착해있지 않으려나.”
아리엣은 백은을 들고 걸어가면서 단장에 대한 새로운 추측을 늘어놓았다.
그녀가 아는 한, 단장은 대륙에서도 손에 꼽힐만한 부자였다.
아리엣이 쥐고 있는 백은이나 창고에 있는 명검같은 물건들을 수도 없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오늘 선물을 받은 것은 아리엣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와 같이 로비에 있던 이오 역시 귀중한 물건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그런 단장이 제대로 보물을 풀기 시작했다면, 어쩌면 기사단의 창고에도 새로운 물건이 들어와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리엣은 기사단의 창고에 직접 찾아가 새로운 물건이 생겼는지 확인해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흐음··· 문이 열려있네.”
그렇게 아리엣이 창고를 확인하려는 생각으로 복도를 걸어 창고의 앞에 도착하면, 그곳에는 이미 반쯤 열려있는 창고의 문이 보이고 있었다.
끼이익.
나머지 문을 열어젖힌 아리엣은 지팡이를 기울인 채 불이 켜져있는 창고의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에 완전히 들어선 아리엣은 바닥에 잔뜩 늘어져있는 물건들과, 창고 한가운데에 서있는 거대 곰인형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창고를 확인하러 찾아온 아리엣보다 한발자국 앞서 서포터가 창고에 찾아와있었던 것이다.
“서포터? 여기서 무슨 일이야?”
– “단장의 명령으로 창고를 정리하는 중임.”
아리엣이 창고에 서있는 서포터를 바라보며 묻자, 서포터는 대답을 돌려주며 바닥에 있는 물건을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진열장으로 이동해 물건을 하나씩 올려놓는 모습이었다.
아리엣은 창고를 정리하는 서포터를 바라보다가, 다시 창고의 바닥에 쌓여있는 물건들로 시선을 향했다.
알레테이아의 창고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숫자의 물건들이 쌓여있는 모습이었다.
대충 보기에도 정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보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정리가 끝나려면 제법 오래 걸릴 것 같아보이네.”
– “단장의 명령임.”
서포터는 그런 아리엣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뭉툭한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들어올려서는, 순서를 맞추어 진열장에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총. 총. 총. 총.
분주하게 움직이는 서포터를 바라보던 아리엣의 머릿속에도 잠깐 정도는 도와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아리엣이 서포터를 동정하는 것도 잠시.
아리엣은 창고에서 일어난 무언가의 이변을 느끼고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서포터가 물건을 진열하고 있는 진열장의 바로 위쪽.
그곳에서 공간이 벌어지면서 정체불명의 균열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리엣이 고개를 들어 균열을 바라보고 있으면, 머지않아 균열의 너머에서 무언가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퉁-. 데구르르.
물건을 정리하던 서포터의 머리 위로 굴러떨어진 무언가의 정체는 바로 돌이었다.
그것도 다채로운 무늬가 새겨져있는 화려한 돌 말이다.
“돌······? 갑자기 돌이 왜 떨어지는거야?”
허나 서포터는 떨어지는 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물건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서포터가 진열장에 물건을 정리하고 있으면, 벌어져있던 균열에서 계속해서 물건들이 떨어져내렸다.
퉁-. 퉁-. 퉁-. 퉁-.
서포터의 머리 위에서 쉴새없이 떨어져내리는 물건들의 정체는 당연히 돌이었다.
큰 돌 부터 시작해서 작은 돌에 화려한 돌까지, 무수한 숫자의 돌이 무작위로 떨어져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그런 돌들 사이에는 지나치게 큰 돌 역시 섞여있는 모습이었다.
콰앙-!
균열에서부터 떨어진 커다란 돌 하나는 진열장의 모서리에 안착하며 균형을 무너뜨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기울어진 진열장은 어느 순간 서포터의 머리 위로 완전히 엎어졌다.
쾅! 와장창창!
진열장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과 동시에, 서포터가 정리하던 물건들 역시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정리하던 물건들이 한순간에 쏟아져내리자 아리엣의 입에서도 무의식중에 탄식이 터져나왔다.
“아······.”
아리엣은 당황한 표정으로 진열장에 깔린 서포터를 바라보았다.
끼익. 끼이익.
자신의 머리로 진열장을 지탱하고 있던 서포터는 짧은 마찰음을 내며 아리엣을 돌아보았다.
그런 서포터의 머리에는 어째서인지 옅은 주름이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파란 안광을 흘리며 아리엣을 바라본 서포터는 언제나와 같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 “단장의 명령임.”
“······.”
짧은 대답을 마친 서포터는 기울어져있던 진열장을 원래대로 세워놓았다.
그리고는 떨어진 물건들을 다시 주워 진열장에 채워놓는 모습이었다.
아리엣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런 서포터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서포터의 위에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커다란 돌의 존재는 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