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24
25.현상수배 (1)
불이 꺼져있는 자취방.
그곳에서 나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스마트폰의 화면속에는 알레테이아의 풍경과 함께 [임무] 페이지의 모습이 보이는 중이었다.
자기 위해 침대에 누운 내가 [임무] 페이지를 보고 있는 이유는 하나.
새로운 임무가 추가되었다는 메세지를 방금 전에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도 [캐릭터 특별 임무]가 추가되었지만, 오늘 추가된 임무는 그것과는 궤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무려 [전설 임무]가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 NEW! 선택 가능한 임무에 새로운 [전설 임무]가 추가되었습니다.
– [전설 임무]는 세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임무입니다.
– 동시에 진행가능한 [전설 임무]의 개수는 최대 1개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칠흑기사단의 기사단원들이 수행할 수 있는 임무는 크게 네가지였다.
첫째. 간단한 목표를 달성하는 [일반 임무].
둘째. 지정된 장소를 탐험하는 [수집 임무].
셋째. 특정 캐릭터에게 부여되는 [캐릭터 특별 임무].
넷째. 파격적인 경험치와 보상을 주는 [전설 임무].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건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전설 임무]였다.
게임의 메인스토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 가장 중요한 임무인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스토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게임에서 유의미한 내용을 기대하면 안되겠지만 말이다.
“새로운 전설 임무가 뜨는건 제법 오랜만이네. 이게 대체 얼마만이지.”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떠오른 [임무] 페이지에서는, 새로운 [전설 임무]가 목록에 추가되어있는 모습이었다.
새로운 [전설 임무]의 이름은 [전설 : ‘제례 – 승격의식’의 보호].
이름만 봐서는 내용이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 임무였다.
그렇기에 나는 [임무] 페이지에서 해당 임무의 상세정보를 확인해보았다.
그렇게 확인한 새로운 [전설 임무]의 내용은 이전에 클리어했던 다른 [전설 임무]들과 커다란 차이가 있는 모습이었다.
[전설 : ‘제례 – 승격의식’의 보호]– 최대 참가인원 : 1명
– 제한시간 : 24시간
– 임무 개요 : 네번째 계단의 마법사 ‘라케일 알렌바흐’는 승격의식을 성공시켜 마지막 계단에 도달하고자 합니다. 칠흑기사단은 의식이 끝날때까지 라케일이 방해받지 않도록 그를 보호해야만 합니다.
– 보상 : 차원요새 알레테이아의 기능 강화, EXP +10,000
이번에 새로 등장한 [전설 임무]의 경우에는 이전과는 다르게 제한시간이 정해져있었다.
해당 [전설 임무]의 제한시간은 24시간.
게다가 임무의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임무들과는 다르게 디펜스 임무에 가까워보였다.
다시 말해서 최대 24시간동안 디펜스를 진행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여태껏 진행했던 임무들중에서 가장 소요시간이 긴 임무인 셈이었다.
물론 그 대신 보상도 이전과는 다르게 푸짐한 편이었다.
알레테이아의 기능 강화가 추가되어있으며, 경험치도 무려 1만이나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전설임무가 주던 경험치를 생각해보면, 보상 경험치가 1만이나 되는 파격적인 임무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었다.
“아무래도 디펜스 임무처럼 보이는데. 누구를 보내야 디펜스에 어울리려나.”
어차피 조작요소가 없는 방치형 게임인 이상, 켜두기만 해도 클리어되는 [전설 임무]를 내가 받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나는 화면에 떠오른 임무의 내용을 바라보면서 임무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고민해보았다.
현재 내가 동원할 수 있는 기사단원은 세명.
이오와 아리엣, 그리고 레온이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들중에서 누군가를 지키는 일에 가장 특화되어있는 캐릭터를 고르라고 한다면, 거기에 어울리는 캐릭터는 당연히 하나밖에 없었다.
아리엣 크레이들.
칠흑기사단의 두번째 기사단원이었다.
“레온의 화력이나 이오의 기동력도 나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디펜스를 한다면 아리엣쪽이 훨씬 낫겠지?”
아리엣은 마법이 발동중인 영역을 기반으로한 대규모 상태이상에 특화되어있는 마법사였다.
아리엣이 있는 영역에 침입한 적들은 혼란에 휩싸인 채로 방황하다가 격퇴당하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환영마법을 제외한 아리엣의 전투능력 역시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종족 자체의 기본값이 높아 몸을 안개로 뒤바꾸거나, 피를 조종해 상대를 공격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백은(EX)]은 마법사에게 부족한 방어력까지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임무를 맡기기에는 아리엣이 제격이었다.
“그래. 역시 아리엣이 가는게 맞겠다.”
결심을 마친 나는 아리엣을 선택해 임무를 전달했다.
세번째 [전설 임무]인만큼 이전보다는 상당히 난이도가 높을 터.
임무의 목적에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를 보내 최대한 수월하게 클리어하는 편이 옳았다.
그렇게 임무를 수락한 나는 눈앞에 떠오르는 메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전설 : ‘제례 – 승격의식’의 보호] 임무를 선택하셨습니다.
– 기사단원 [아리엣(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지령서를 든 곰돌이가 아리엣의 앞에 내려왔다.
아리엣은 곰돌이에게 지령서를 받아 그것을 읽어보고서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백은(EX)]을 손에 쥐었다.
자신에게 하달된 임무에 참여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렇게 칠흑기사단의 세번째 [전설 임무]가 시작되었다.
* * * * * *
“아르크에 파견되는 수집임무는 가능하면 내가 청원을 넣었으면 하는데.”
차원요새 알레테이아의 내부.
칠흑기사단의 제3석인 레온은 알레테이아의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레온이 앉아있는 원형테이블의 맞은편에는 다른 기사들이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제1석 이오. 그리고 제2석 아리엣.
레온과 마주하고 있는 다른 기사들의 앞에도 저마다의 커피잔이 하나씩 놓여있었다.
레온이 칠흑기사단에 들어오고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덕분에, 이제는 편하게 말을 걸 정도는 친해진 것이다.
셋이서 대화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아리엣이 들고 있는 잔만큼은 두 사람과 내용물이 다른 모습이었다.
아리엣은 홀로 붉은 액체가 담겨있는 커피잔을 홀짝이고 있는 중이었다.
“레온. 아르크에 연고라도 있는거야?”
“그래. 시간이 날때마다 자주 찾아가야하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지.”
붉은 액체를 마신 아리엣이 레온을 향해 물으면, 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레온이 자유도시 아르크에 자주 찾아가고자 하는 이유.
그것은 미궁 안에서 얼어붙은 시온의 모습을 점검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시간이 날때마다 시온을 찾아가서는, 얼어있는 시온에게 혼잣말이라도 건넬 생각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임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의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그런 이유라면 양보해주지 못할 것도 없겠네.”
“아리엣. 이해해줘서 고맙다.”
“······나도 상관없어.”
아리엣이 그런 레온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하면, 이오 역시 그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레온이 수집임무를 자주 맡더라도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는 이야기였다.
칠흑기사단의 일원이 임무를 진행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은 [수집 임무]를 진행하는 것이 전부였기에, 사실상 외출시간의 상당부분을 레온에게 양보해주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었다.
이 부분도 시간이 흐르며 단원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서 어느 정도 개선될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이오. 밤의 일족인 나야 알레테이아에 계속 머물러도 괜찮다지만, 이오는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괜찮은거야?”
“단장이 내리는 임무만 있으면 충분해.”
“우리 제1석은 변함없이 성실하네.”
그렇게 세 사람이 청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이내 아리엣의 뒤쪽에서 무언가 떨어져내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퉁-.
평소와 마찬가지로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것은 지령서를 손에 들고 있는 서포터였다.
지령서를 들고 나타난 서포터의 모습에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서포터에게로 향했다.
“새로운 임무를 가져온거야?”
– “이번 임무는 아리엣 크레이들에게 하달되었음.”
갑작스럽게 등장한 서포터의 모습에 이오가 서포터에게 물으면, 서포터는 아리엣을 향해 지령서를 가져가면서 이야기했다.
이번 임무가 아리엣을 대상으로 내려온 임무라는 이야기였다.
스윽.
서포터가 내민 지령서를 바라본 아리엣은 그것을 한차례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서포터를 바라보며 임무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 물어보았다.
“서포터.”
– “무엇이든 물어봐도 좋음.”
“임무의 마지막 내용이 가장 중요한거지?”
아리엣이 서포터에게 받은 지령서.
그곳에는 네번째 계단의 흑마법사가 다섯번째 계단에 오르는 것을 도우라는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지령서의 마지막에는 추가로 한줄의 내용이 적혀있는 모습이었다.
윗부분에 적혀있는 내용은 어디까지나 마지막 한줄을 이행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지령서의 내용을 확인한 아리엣이 이야기하면, 서포터는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 “임무가 끝난 이후의 라케일 알렌바흐의 생사는 중요하지 않음.”
“그 다음은 어디까지나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거네? 알았어.”
단장이 내린 임무의 상세내용을 파악한 아리엣은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릭-.
아리엣이 자리에 서기 무섭게, 멀찍이 떨어져있던 새하얀 지팡이가 아리엣의 손에 날아들었다.
손을 뻗어 백은을 붙잡은 아리엣은 서포터의 뒤에 열리기 시작한 균열을 바라보았다.
이미 몇번이나 마주한 포탈이지만, 그녀가 그것을 마주할때마다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일찍이 ‘위대한 다섯 계단’의 정상에 오른 아리엣이지만, 그럼에도 서포터가 만들어내는 포탈을 완전히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리엣의 눈에 비추어지는 칠흑기사단은 언제나 미지와 신비로 가득차있는 것이다.
“단장이 시킨 일이라면 어쩔 수 없지. 승격의식을 내 눈으로 다시 보게되는건 정말 오랜만인걸.”
아리엣은 그렇게 말하며 포탈의 너머로 발을 내딛었다.
아리엣을 집어삼킨 포탈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 * * * * *
대륙 남부. 크로테오스 대삼림에 위치한 라케일의 연구실.
그곳에서 라케일은 제자들과 함께 제단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마도의 ‘위대한 다섯 계단’중에 네번째 계단에 이른 흑마법사이자, 사령학파의 장로들중 하나인 라케일 알렌바흐.
그가 크로테오스 대삼림에 자리를 잡은지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라케일이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승격의식을 위해서였다.
제물과 공양의식으로 경지를 높일 수 있는 흑마법사지만, 다섯번째 계단으로 향하는 길만큼은 다른 경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난해했다.
거대한 의식과 술자 본인의 깨달음, 그리고 그를 위한 제물까지 갖추어져야만 마지막 계단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라케일은 3년이라는 시간동안 자신의 의식을 위해 무수한 준비를 갖춰왔다.
연구실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제단 역시 그가 갖추어온 준비들 중 하나였다.
“어떻게 보아도 아름다운 제단이로구나.”
라케일은 자신의 눈앞에 구비되어있는 거대한 제단을 보며 그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했다.
그가 제자들과 함께 준비한 제단은 라케일이 진행해왔던 역대 의식을 통틀어 가장 완벽한 물건이었다.
한치의 오차도 찾아볼 수 없는 제단은 승격의식에 대한 라케일의 갈망만큼이나 대단한 물건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의식에 사용되는 촉매와 제물들 역시 가장 품질이 좋은 것들로 구비해놓았다.
이번 의식만큼은 결코 실패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었다.
“승격의식만큼은 절대 실패해서는 안된다. 알겠느냐?”
“예. 라케일님.”
“무슨 일이 있어도 의식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방비를 철저히 하거라. 승격의식이 실패한다면 이 실패는 단지 나만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닐테니까 말이다.”
“물론입니다. 하루에도 몇차례씩 마법진의 상태를 점검하는 중입니다.”
라케일의 연구실을 둘러싸고 있는 무수한 방어마법은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것이었다.
허나 라케일은 그런 방어마법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기분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가 의식에 필요한 제물들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하필이면 신성교단의 성인을 자극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성 알칸디오.
중앙신전의 미친 성기사는 지금도 라케일을 찾아 크로테오스 대삼림 곳곳을 뒤지는 중이었다.
다행히 대삼림이 넓은데다가 은폐마법도 훌륭한 탓에 아직까지 충돌은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승격의식이 진행되며 그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성 알칸디오가 이곳을 찾아내는 것도 시간문제일 터였다.
“알칸디오는 위험한 인물이다. 결코 안심하지 말고 혹시라도 있을 불상사에 철저히 대비하도록 하여라.”
“예.”
“나는 이만 돌아가 의식을 위한 준비를 계속 진행하겠다.”
“알겠습니다. 라케일님의 분부대로 여유가 되는 녀석들에게는 마법진의 보완을 맡기겠습니다.”
제자와의 대화를 마친 라케일은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갔다.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가는 라케일의 불완전한 발걸음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다.
그렇게 제단을 벗어난 라케일이 자신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그는 그곳에서 무언가의 이변을 알아채고 몸이 굳었다.
평소에 라케일이 앉아있던 책상의 위.
그곳에 발을 꼬아놓은 채로 앉아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안녕?”
“바, 밤의 일족이 여기에는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거냐······!”
라케일은 자신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흡혈귀의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라케일의 연구실에는 외부의 침입을 저지하는 무수한 숫자의 방어마법이 존재하고 있었다.
허나 그의 눈앞에 있는 흡혈귀는 경보하나 울리지 않고 안으로 침입한 모습이었다.
성 알칸디오가 경보를 뚫고 들어왔어도 경악할만한 상황인데, 누군지도 모르는 흡혈귀가 경보조차 울리지 않고 들어온 것이다.
게다가 라케일을 바라보는 흡혈귀의 시선은 무척이나 거만하고 여유로운 채로, 그를 깔보는듯한 감정을 눈에 담고 있는 중이었다.
진혈(眞血).
흡혈귀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최고위의 귀족이 지금 그의 앞에 앉아있는 것이다.
라케일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지팡이를 흡혈귀를 향해 들어올렸다.
눈앞의 침입자에게 어떻게든 대응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여기에는 대체 무슨 용건으로 침입한······!”
“무기는 내려놓고서 이야기할까.”
“허억······!”
쿵-.
그는 자신의 위에서 쏟아져내리는 강한 압력을 느끼며 바닥에 무릎꿇었다.
고위 마법사가 발하는 프레셔였다.
프레셔는 상위 경지의 마법사가 하위의 마법사를 제압할때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격차가 명확하게 벌어지지 않으면 효과가 부족하기에, 실전에서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리고 라케일에게 프레셔가 통한다는 것은, 상대가 위대한 다섯 계단중에서 다섯번째 계단에 도달했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그중에서 상위에 속하는 존재라는 의미인 것이다.
눈앞에 마주한 흡혈귀의 프레셔에 제압당한 라케일은, 무릎을 꿇은 채로 흡혈귀를 올려다보아야만 했다.
“나는 칠흑기사단의 제2석, 아리엣 크레이들. 보다시피 밤의 일족중에서도 진혈의 귀족이야.”
“칠흑기사단······? 그곳에서 대체 왜 나를 찾아왔다는 말이냐······.”
“단장의 명령으로 네 승격의식을 도와주려고 왔어. 물론 어디까지나 방해를 받지 않도록 보호해줄뿐이지, 의식에 직접 손을 얹을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라케일을 무릎꿇린 아리엣은 그를 찾아온 목적에 대해 이야기했다.
라케일의 승격의식을 돕는 것.
그것이 칠흑기사단의 일원인 아리엣이 말하는 그녀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였다.
라케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다섯번째 계단의 진혈이 어째서 자신을 돕겠다고 찾아온다는 말인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형편이 좋은 이야기였다.
그런 아리엣의 이야기에 라케일이 당황하고 있으면, 아리엣은 여전히 고아한 태도로 이야기했다.
“이해가 안되는거야? 내가 지금 너희를 도와주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잖아?”
“내 승격의식을 돕겠다고······? 다섯번째 계단에 도달한 마법사가 나를 도울만한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이냐?”
“내가 너희의 승격의식을 돕는 이유? 그거야 당연히 하나밖에 없지.”
아리엣은 라케일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잠시 뒤에, 마지막 말에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세상 무엇보다도 간단하면서 강렬한 한마디를 말이다.
“단장이 그걸 바라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