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30
31.레긴델트 교도소 (1)
알레테이아 서포터.
차원요새 알레테이아를 관리하는 서포터의 첫 일과는 이른 아침부터 알레테이아를 깨끗이 청소하는 일이었다.
물론 알레테이아의 드넓은 공간을 청소하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런 일을 진행할 때는 서포터의 다른 분신들 역시 동원되고는 했다.
빗자루와 걸레를 든 서포터들이 분주하게 알레테이아의 복도를 뛰어다니는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난 이오 크로우라이트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수많은 서포터들을 보고 놀라는 것도 가끔씩 벌어지는 일이었다.
“어··· 서포터? 좋은 아침이야.”
– 끄덕.
알레테이아의 청소를 모두 끝마치고 나면, 그 다음은 보통 기사단원들의 식사를 준비하고는 했다.
기사단원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그리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었다.
진화한 서포터에게 있어서 식사의 준비에는 2분밖에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칠흑기사단의 단원들이 요구하는 요리 역시 일정한 패턴이 있는 편이었다.
아리엣은 날마다 피를 받아갔으며, 이오의 경우에는 면 종류를 자주 시키는 편이었고, 레온은 최근에 들어서 제육덮밥만 주문하기 시작했다.
서포터에게 있어서 그들이 원하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 제육덮밥이라는 음식, 정말 괜찮은데? 어느 나라 음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응.”
서포터의 제육덮밥을 먹기 시작한 이래, 레온은 매일같이 제육덮밥에 대한 극찬을 하는 중이었다.
알레테이아가 제공하는 최고급 요리 서비스를 제공받았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리엣과 이오 역시 매일같이 만족하며 잘 먹는 중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면, 서포터는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서야 요리사 모자를 벗을 수 있었다.
– “······.”
청소와 요리. 설거지.
이 모든 것들이 끝난 이후부터는 단장의 결정에 따라서 서포터의 일과가 달라지고는 했다.
단장이 기사단원을 새로운 임무에 보내려고 하면 그곳으로 향하는 포탈을 만들었고, 단장이 아이템을 선물하면 해당 아이템을 기사단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오늘 단장이 선택한 행동은 창고에 물건을 넣어놓는 것이었다.
단장의 행동을 확인한 서포터는 기사단의 창고로 이동했다.
– “······.”
서포터가 창고로 이동하면 이내 서포터의 머리 위에 물건들이 차례대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떨어지는 물건들을 진열장에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것도 서포터의 일이었다.
툭. 투두둑.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물건중에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돌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서포터는 떨어지는 돌을 한쪽 구석으로 몰아넣고서, 창고의 물건들을 진열장에 순차적으로 전시해놓았다.
총. 총. 총. 총.
서포터의 빠른 발걸음으로 창고 내부의 물건을 정리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 “정리 완료.”
일처리를 마친 서포터는 단장의 아이템 투척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창고를 지켜보았다.
물론 창고 정리가 끝난 이후에도 알레테이아를 관리하려는 서포터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기사단원들의 점심식사를 제공하거나, 기사단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거나.
또 기사단원들에게 포탈을 열어주거나.
서포터의 바쁜 일과는 매일같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단장과 칠흑기사단을 위한 일이었다.
* * * * * *
내가 마지막으로 [전설 임무]를 클리어하고 나서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알레테이아에는 몇가지 변화들이 있었다.
우선 레온의 전투스타일이 정립되며 전투에서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게 되었다.
전투가 개시되자마자 스크롤을 겹쳐 찢더니, 각종 스크롤의 효과를 강하게 받으며 활약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집 임무]를 나가서 한동안 돌아오지 않던 성과가 나타난 것일까.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전투양상을 보여주는 레온이었다.
나는 레온이 보여주는 화려한 전투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성능을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나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지.”
모바일 게임에서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의 성능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레온의 성능은 충분히 칠흑기사단의 일각으로 자리할만한 수준이었다.
아무리 모바일 게임에서 뽑은 남자 캐릭터라고 해도 성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성장한 레온의 다음으로는, 플레이어 레벨이 9레벨이 되면서 추가된 ‘감옥’이 존재했다.
내가 9레벨에 도달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시설이 알레테이아에 설치된 것이다.
– NEW! 알레테이아에 기사단원들을 위한 감옥이 추가되었습니다.
다만 이 감옥의 존재는 나에게 있어서 실로 의문스러운 공간이었다.
대체 이 게임에 왜 감옥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게다가 딱히 기사단원들을 위한 공간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저곳에 들어가고 싶어할만한 기사단원은 아무도 없을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다른 무언가를 감옥에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아직까지는 감옥에 들어갈만한 대상을 짐작할 수 없었다.
“감옥의 경우에는··· 사실상 쓸모없는 공간이었고.”
다시 말해서 당장은 쓸만한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차라리 이오가 시간이 날때마다 찾아가는 의상실쪽이 조금 더 가치가 있는 편이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가치를 느낄 수 없는 시설인 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가된 변경사항의 경우에는, 지금 내 눈앞에 떠올라있는 새로운 메세지와 관련된 것이었다.
스마트폰의 화면에 떠오른 메세지는 새로 추가된 임무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 모습이었다.
– 단장에 대한 [이오(EX)]의 신뢰도가 상승했습니다.
– [캐릭터 특별 임무 : 이오]가 추가되었습니다.
– [임무] 페이지로 이동해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사단의 제1석, 이오 크로우라이트.
그녀와 관련된 새로운 [캐릭터 특별 임무]가 추가된 것이다.
지금까지 클리어한 [캐릭터 특별 임무]는 레온과 관련된 것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이오와 관련된 임무가 추가된 상황이었다.
메세지를 확인한 나는 곧장 [임무] 페이지로 이동해 임무의 상세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 [캐릭터 특별 임무 : ‘레긴델트 교도소’ 습격]
– 최대 참가인원 : 이오(EX)/1명
– 제한시간 없음
– 임무 개요 : 레긴델트 교도소는 제국에서 가장 악명높은 교도소입니다. 교도소를 습격해 그곳에 갇혀있는 죄수들을 해방시키십시오.
– 보상 : 이번 임무의 결과에 따라 보상이 변경됩니다.
새롭게 추가된 임무의 이름은 [‘레긴델트 교도소’ 습격]이었다.
참가 가능한 캐릭터는 당연히 이오 하나뿐이었고, 제한시간은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임무의 내용은 교도소를 습격해 그곳에 있는 죄수들을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임무의 내용을 보고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교도소를 습격하는거야 그렇다고 치고, 보상은 왜 아무것도 안보여주냐?”
다른 게임이라면 확률에 따라 다르다고는 해도 대략적인 보상목록정도는 보여줬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임무를 클리어했을때 나오는 보상에 대해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단지 임무의 결과에 따라 변경된다는 내용이 적혀있을 뿐이었다.
이 임무가 끝나기 전까지는 보상이 무엇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등받이에 기대어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이내 손가락을 움직여 스마트폰의 화면을 조작했다.
“······어쩔 수 없나. 반복 임무도 아닌데 보상을 모르더라도 어차피 클리어는 해야겠지.”
[전설 임무]와 [캐릭터 특별 임무]의 경우에는 어지간하면 한번쯤은 클리어하고 넘어가야하는 임무였다.보상이 뭔지 몰라도 일단 도전은 해봐야만 한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이번 임무에서 엄청난 보상이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짧은 고민을 마친 나는 이오에게 새로 추가된 임무를 하달했다.
툭.
버튼을 눌러 임무를 설정하기 무섭게 화면의 하단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캐릭터 특별 임무 : ‘레긴델트 교도소’ 습격] 임무를 선택하셨습니다.
– 기사단원 [이오(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그 이후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령서를 든 곰돌이가 이오의 앞에 나타나고, 이오가 곰돌이에게 받은 지령서를 읽었다.
그리고는 곰돌이가 만들어준 포탈의 너머로 걸어들어갔다.
그렇게 이오의 새로운 임무가 시작되었다.
* * * * * *
제국의 최북단.
극악한 죄수들을 가두기로 소문난 레긴델트 교도소의 최심부.
그곳에는 무수한 구속마법으로 전신이 억눌려져있는 노인이 있었다.
후우-.
쇠창살 너머에 갇혀있던 노인이 숨을 내쉬면, 감옥의 안에는 새하얀 입김이 흘러나오는 모습이었다.
제국에서도 가장 추운 지역에 위치한 레긴델트 교도소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알데어. 이곳에 들어온지도 벌써 5년이 넘었군. 어때, 레긴델트는 살만한가?”
그리고 그런 노인의 앞에는 새하얀 코트를 입고 서있는 남자 하나가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캘리어 볼트.
이 레긴델트 교도소를 총괄하는 교도소장이었다.
그가 노인을 바라보며 교도소에 대한 감상을 물으면, 이내 쇠창살의 너머에서 껄껄거리는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오냐. 시간가는줄 모르겠더구나.”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군. 자네같은 거물이 만족하지 못하면 우리 교도소의 위상이 떨어지지 않겠나.”
캘리어는 그렇게 말하며 노인의 복부에 지팡이를 밀어넣었다.
콰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캘리어의 지팡이가 노인의 복부를 강하게 짓눌렀다.
말라 비틀어진 육신에 캘리어의 지팡이가 아무런 저항없이 파고들었다.
노인은 그런 캘리어의 행동에 눈을 부릅뜨고 기침을 토해내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다시 캘리어를 노려보았다.
“커헉··· 허어억······!”
“알데어 크로우라이트. 자네를 잡기 위해 제국의 정예기사가 얼마나 죽었는지 기억하나?”
“케헥! 콜록, 콜록······.”
핏발이 선 노인의 눈이 자신을 향하자, 캘리어는 미소를 지으며 지팡이를 다시 떼어놓았다.
툭. 툭.
자리에 되돌린 지팡이로 교도소의 바닥을 두어차례 두드린 캘리어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노인의 표정을 감상했다.
한때 공포의 상징으로 군림하던 노인이지만 지금은 감옥에 갇혀 그를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이 레긴델트에 있는 제국의 공직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희열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아직도 가슴이 아프군.”
“헛소리를··· 여전히 잘도 늘어놓는구나······.”
“허나 이곳에 있는 자네는 아직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고 있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어.”
캘리어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쇠창살의 앞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두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는 적막한 장소에 캘리어의 불규칙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자네가 이곳에 있는 동안에 제국도 많이 바뀌었지. 특히나 제국에 위협이 되던 그림자의 혈족들 역시 상당히 줄어들었네.”
“······.”
“크로우라이트의 방계인 자네마저 그런 수준인데, 그 저주받은 피를 진하게 타고난 이들은 얼마나 위험하겠나? 문제가 없으려면 미리 손을 써서 처리해야지.”
캘리어가 전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한 노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랫동안 바깥세상의 소식을 전해듣지 못한 노인이었다.
혈족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캘리어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처음이었다.
굳어가는 노인의 얼굴을 보던 캘리어는 과장스러운 손짓을 하며 그 뒤에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내가 알기로는 둘··· 많아봐야 셋정도 되겠군. 그림자의 혈족이 전부 사라지는 편이 제국의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캘리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거야. 내 조만간 자네에게 꼭 좋은 소식을 가져다줄테니.”
“몇번이고 말하지만, 나는 이미 가문에서······.”
쉿-.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노인의 앞에서 캘리어는 자신의 입에 손가락을 대었다.
그와 동시에 노인을 옭아매던 수많은 마법이 작동하며 노인이 입을 다물었다.
이 교도소에 있는 모든 죄수들은 캘리어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그 어떤 행위도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캘리어는 노인을 향해 마지막 한마디를 전하며 등을 돌렸다.
“그럼 내 다음 선물을 기대하게나.”
창살 너머에서 사라지는 캘리어의 모습을 보면서 노인은 이를 갈았다.
까드득.
핏발이 선 눈동자에는 짙은 살의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알데어 크로우라이트.
그것은 한때 제국에서 현상금이 가장 높았던 노인의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