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35
36.10레벨 특별 패키지 (2)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어두컴컴한 미궁.
그런 미궁의 안에 포탈을 열고 빠져나온 것은 거대한 곰인형이었다.
알레테이아 서포터.
범상치 않은 아우라와 안광을 풍기는 곰인형은 물이 가득차있는 거대한 통을 포탈 너머에서 꺼내왔다.
장작을 이용해 물을 덥힐 수 있는 목욕통이었다.
드르르르륵-.
커다란 통을 준비한 서포터는 주변에 있던 얼음을 번쩍 들어올리더니, 이내 들고 있던 얼음을 물이 가득차있는 목욕통에 집어넣었다.
풍덩!
커다란 얼음이 들어간 목욕통에서 물이 흘러넘쳤다.
서포터는 물속에 들어간 얼음의 모습을 살펴보다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통 아래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 “······.”
타다닥-.
장작타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물통이 데워지기 시작했다.
서포터는 그런 물통의 앞에서 부채질을 하며 물의 온도를 알맞게 조절해나갔다.
치이이이익.
목욕통의 물이 데워지며 사방에 수증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데워진 물이 서서히 얼음을 녹이며 수증기를 배출하는 모습이었다.
사방으로 뻗어나오는 수증기를 보면서도, 서포터는 물 온도를 적당히 조절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잘못하다가는 기사찌개가 될 수 있는만큼 불조절은 신중히 해야만 했다.
“······.”
펄럭. 펄럭.
서포터가 부채질을 시작한지 몇분이나 지났을까.
시온을 감싸고 있던 얼음이 절반 이상 녹기 시작했을즈음, 목욕물을 지켜보던 서포터는 부채질을 멈추고 알레테이아로 되돌아갔다.
알레테이아에 놓고온 물건을 가져오기 위함이었다.
포탈을 타고 알레테이아에 돌아갔던 서포터가 다시 미궁에 되돌아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제자리에 돌아온 서포터의 뭉툭한 손에는 환하게 타오르는 깃털이 존재하는 모습이었다.
단장의 지시로 지난번에 창고에 넣어두었던 귀중한 물건이었다.
기사단의 창고에 들어있던 것을 서포터가 꺼내 가져온 것이었다.
‘타오르는 깃’을 가져온 서포터는 그것을 잘 데워지고 있던 기사찌개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부채를 주워들어 천천히 불조절을 시작했다.
“으, 으음······.”
펄럭, 펄럭, 펄럭, 펄럭-.
서포터가 섬세한 움직임으로 불조절을 재개하고서 몇분이 더 지나갔다.
이제는 슬슬 얼음이 거의 다 녹아내렸을 즈음, 기사찌개 안에서 데워지고 있던 시온이 눈을 떴다.
깜빡. 깜빡.
목욕통속에서 눈을 뜬 시온은 잠시 눈을 감았다 뜨더니, 이내 멍한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따뜻한 물속에 잠겨있던 시온이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거대한 곰돌이 인형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마주한 거대 곰돌이 인형은 놀랍게도 시온을 물속에 넣고 물을 데우는 중이었다.
“어··· 지금 저를 잡아먹으려고 물을 끓이는건 아니겠죠······?”
– “너는 선택되었음.”
“선택? 서, 설마··· 오늘의 먹잇감으로 선택당한건가요?”
시온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한, 자신은 미궁안에서 칼에 찔려 쓰러졌다.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분명 눈앞의 곰인형은 시온이 이전에 미궁에서 한차례 마주했던 그것이었다.
설마 미궁을 지배하던 곰인형이 파티원들을 전부 처리하고서, 시온을 오늘의 먹잇감으로 삼으려는 것인가.
시온이 그런 고민을 하며 곰인형을 바라보고 있으면, 미궁을 지배한적 없는 거대 곰인형 서포터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 “시온 크로스비트. 너는 이시간부로 칠흑기사단의 기사단원이 되었음.”
“칠흑··· 기사단······? 제가 기사가 되었다구요? 하지만 저는 마법사인데요?”
– “칠흑기사단은 차원요새 알레테이아를 거점으로 삼는 기사단임. 그리고 단장이 널 새로운 칠흑기사단의 기사단원으로 선택했음.”
서포터는 그렇게 말하며 타오르던 불씨를 부채로 몇차례 내리쳤다.
툭. 툭. 툭.
서포터가 불씨를 내려치자 목욕통을 데우던 불씨가 한순간에 사그라드는 모습이었다.
목욕물을 데우던 불을 완전히 꺼버린 서포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아직도 물에 잠겨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온을 향해 이야기했다.
– “참고로 거부권은 없음.”
“저기, 그런데 레온은··· 혹시 레온은 못봤나요? 저랑 같은 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용병이 근처에 있을텐데요······.”
– “······.”
“레온은 실력이 조금 부족하지만, 듬직하고 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거든요. 저보다는 레온이 분명 기사에 어울릴거예요! 그러니까 레온을······.”
– “레온 크로스비트는 알레테이아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음.”
서포터의 이야기를 들은 시온의 눈이 크게 떠졌다.
차원요새 알레테이아.
칠흑기사단의 거점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한 것이다.
첨벙.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시온은 놀란 표정으로 서포터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레온이 거기에 있는건가요?”
– “레온 크로스비트는 현재 칠흑기사단의 제3석임.”
“레온이 드디어 기사가 되었군요! 정말 다행이네요······.”
서포터의 이야기를 들은 시온은 행복한 미소를 짓다가, 금세 무언가를 깨닫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목욕통의 밖으로 빠져나와, 부채를 챙기는 서포터의 옆에 자리잡았다.
레온이 칠흑기사단이라는 곳의 기사가 되었으며, 시온 자신 역시 같은 기사단에 기사 자격으로 초대받은 상황이었다.
시온에게 있어서는 이만큼이나 기쁜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시온이 목욕통에서 빠져나오자, 서포터는 시온이 빠져나온 목욕통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올렸다.
시온은 그런 서포터를 향해 환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빨리 기사단에 돌아가죠! 기사가 된 레온의 모습이 보고싶··· 에, 엣취······!”
너무 오랫동안 물속에 잠겨있었던 것일까.
시온은 물속에서 빠져나오기 무섭게 재채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콜록, 콜록.
시온이 몇차례 더 기침을 하자, 서포터는 머리위에 목욕통을 얹은 채로 이야기했다.
– “감기에 걸리기 전에 알레테이아로 돌아가겠음.”
“엣취! 자, 잘 부탁드릴게요! 저기··· 곰인형님은 이름이 뭔가요?”
– “나는 알레테이아에서 칠흑기사단의 활동을 돕는 서포터임. 좋아하는 방법으로 불러도 상관없음.”
“서포터인가요? 그럼 그렇게 부를게요!”
부채와 목욕통을 챙긴 서포터는 열려있던 포탈의 너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총. 총. 총. 총.
시온은 안으로 들어가는 서포터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서포터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며 알레테이아로 향하는 포탈에 들어섰다.
레온이 있다는 기사단으로 향하는 시온의 가슴은 기대감으로 두근거리는 모습이었다.
* * * * * *
[EX랭크 기사단원 모집 티켓]을 사용해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모집한 이후.한참동안 시온의 캐릭터 상세정보를 확인하던 나는, 이내 커다란 결심을 하면서 창을 닫았다.
내가 그토록 기대하던 얼음속성 특화 세팅이 되어있는 마법사 캐릭터였다.
창고에 틀어박혀있는 관련 장비아이템들을 장착시키면 상당한 퍼포먼스를 보일게 분명했다.
다만 고민이 되는 것은 저 거대한 얼음덩어리에게 어떻게 [재능개화 포션]을 먹이냐는 것이었다.
“그냥 선물해주면 전달이야 되겠다만··· 얼음인데 포션은 어떻게 먹지? 그냥 위에 가져다 뿌리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곰돌이가 얼음 위에 포션을 뿌리는 모습이었다.
아리엣에게 억지로 포션을 먹이던 모습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곰돌이가 시온에게 포션을 먹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는 얼음을 쪼개서 집어넣던가 하는 방식인데, 아무래도 이쪽은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보였다.
그렇게 내가 [재능개화 포션]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면, 갑작스럽게 화면에 무언가 메세지가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띠링-.
알림음과 함께 떠오른 메세지에 나는 당황한 눈으로 해당 메세지를 바라보았다.
– 기사단원 [시온(EX)]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 [타오르는 깃(EX)]을 해당 기사단원에게 사용하시겠습니까?
– 수락하기 / 거절하기
화면에 떠오른 메세지의 내용은 이번에 새로 얻은 캐릭터에 대한 것이었다.
EX랭크 캐릭터 시온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으며, [타오르는 깃(EX)]을 소모해 시온을 되살릴거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나는 갑작스럽게 눈앞에 떠오른 메세지에 심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전에 뽑은 캐릭터가 갑자기 왜 돌연사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전투조차 내보내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뭐야? 개복치냐? 뭔데 뽑자마자 갑자기 죽어.”
갑작스럽게 죽음의 위기에 처한 시온의 모습에 나는 아이템의 사용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캐릭터를 뽑자마자 해당 캐릭터가 죽기 직전이라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사태가 반복된다면 결국 시온을 뽑은 것도 의미가 없는 행동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EX랭크 캐릭터라면 [기사단원 모집] 기능을 사용해서 다른 캐릭터를 모집하는 것도 가능했고 말이다.
메세지를 보며 고민하던 나는 결국 고심끝에 버튼을 터치했다.
“하··· 얼음속성 아니었으면 절대 사용버튼 안눌렀는데.”
단순히 EX랭크 캐릭터를 하나 뽑는 것과, EX랭크인데 얼음속성의 마법사인 캐릭터를 뽑는 것의 난이도는 차원이 달랐다.
창고에 박혀있는 아이템들을 실전에서 사용하려면 지금이 얼마 안되는 기회인 것이다.
나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타오르는 깃(EX)]을 소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해당 아이템을 소비한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알레테이아의 로비화면으로 돌아갔다.
캐릭터를 확인하기 위해 로비로 이동하면 그곳에는 처음 보는 낯선 캐릭터가 존재하는 모습이었다.
“······?”
나는 의문이 어린 눈으로 화면 너머의 캐릭터를 바라보았다.
화면속에 보이는 캐릭터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아니라, 제복을 입은 채로 후드를 뒤집어쓴 은발의 캐릭터였다.
얼음은 어디가고 해당 자리에 새로운 캐릭터가 나타나있는 모습이었다.
낯선 캐릭터의 모습에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해당 캐릭터의 머리 위를 터치해보았다.
파앗.
터치와 동시에 이펙트가 나타나며 캐릭터에 대한 조작메뉴가 출력되었다.
– 제4석, 시온 크로스비트.
–
–
–
그렇게 해당 캐릭터의 정보를 확인한 내가 마주한 이름은 시온 크로스비트.
어딘가 익숙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내가 방금 전에 뽑았던 얼음속성의 마법사였다.
얼음덩어리를 뽑았는데 안에서 은발의 마법사 캐릭터가 나왔다.
그것도 [타오르는 깃(EX)]을 통해 한차례 되살려야하는 캐릭터가 말이다.
눈앞에 보이는 터무니없는 결과물에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곰돌이가 어디 빙하속에 얼어있던 고대의 냉동인간이라도 가져온거냐?”
그게 아니라면 쉽게 설명할 수 있을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해당 캐릭터가 내 예상처럼 쉽게 죽는 개복치 부류는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무언가 특별한 설정이 있는 모양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부류의 마법사 캐릭터라는 것을 확인한 이상,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을 망설일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한 나는 버튼을 눌러 [재능개화 포션]부터 시온에게 선물했다.
“뭐, 멀쩡하게 생긴 캐릭터 나왔으면 좋은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얼음덩어리보다는 화면속에 비추어진 시온쪽이 훨씬 나았다.
인터넷에 흘러가는 말로는 외모도 성능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성능이 좋은데 외모도 괜찮은 캐릭터가 제일이고, 외모만 뛰어난 캐릭터라도 성능이 좋은 캐릭터와 비견될 인기요소가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성능쪽에 손을 들어주겠지만 말이다.
아이템을 선물한 내가 시온을 보며 감상을 떠올리고 있으면, 이내 하늘에서 쟁반을 든 곰돌이가 떨어져내렸다.
퉁-.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접시를 가득 채운 포션을 들고나온 곰돌이는 포션을 시온에게 들이밀었다.
“저거 다 먹으면 창고에서 아이템이나 꺼내줘야겠네.”
나는 그런 곰돌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창고에 쌓여있는 장비 아이템들을 떠올렸다.
알레테이아의 창고에서 시온이 가져다 쓸만한 아이템은 두가지였다.
[얼음장미(EX)]와 [만년설의 파편(EX)].하나같이 얼음계통 마법에 증폭효과를 가져다주는 아이템이었다.
시온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시너지를 내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한두피스만 더 맞춘다면 얼음마법쪽 아이템세팅은 종결에 가깝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종결 아이템세팅을 갖춘 시온이 숙련도까지 최대치를 찍은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왠지 모르게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얼음마법을 난사하며 전장을 휩쓰는 마법사.
종결세팅이란 언제나 사람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 * * * * *
차원요새 알레테이아에 도착한 시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빠르게 목욕을 마치고 서포터에게 받은 제복으로 갈아입는 것이었다.
시온 크로스비트가 받은 기사단의 제복은 세련되면서도 튼튼해보이는 모습이었다.
다만 사이즈가 조금 큰 모양인지 소매가 헐렁한 느낌이 있었다.
금세 기사단의 제복으로 갈아입은 시온은 방문을 열고 알레테이아의 복도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복도를 떠돌던 레온과 처음으로 눈을 마주쳤다.
“시온······?”
“레온!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레온이 갑작스럽게 마주한 시온을 보며 놀란 모습을 보이면, 시온은 레온에게 다가가 격한 재회의 인사를 나누었다.
레온과 시온이 서로를 다시 만나기 위해 기다렸던 시간은 다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나름대로 감동스러운 해후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나 레온의 경우에는 예상치못했던 재회에 무척이나 감명을 받은 모습이었다.
오죽하면 두 사람을 지켜보던 아리엣이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내뱉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단장 얼굴보면 눈물도 보이겠는걸.”
“······아리엣.”
“물론 단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가족이랑 다시 만나게 된건 축하해줄게.”
아리엣은 그렇게 말하며 소파에 누워 책을 보는 모습이었다.
이전에 레온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몇차례 늘어놓았기에, 다른 기사단원들 역시 시온의 정체를 익히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리엣뿐만 아니라 이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시온을 반겨주었다.
죽음의 위기를 헤치고 다시 만난 가족의 이야기는 이오에게 있어서도 충분히 감명깊은 이야기였던 까닭이었다.
“나는 기사단의 제1석, 이오 크로우라이트. 칠흑기사단에 들어온걸 환영해.”
이오의 환영인사를 받은 시온은 물기에 젖은 얼굴을 가리기위해 망토의 후드를 뒤집어썼다.
레온을 만나면서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을 다른사람에게 보이기에는 부끄러웠던 까닭이었다.
후드를 푹 눌러쓴 시온은 이오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기사단의 제1석을 향해 정중한 태도로 인사를 전했다.
용병출신의 시온이 알고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담은 인사였다.
“시온 크로스비트입니다. 저기···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할게요!”
“응. 좋은 자세야.”
“아리엣 씨도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칠흑기사단의 단원들을 만난 시온이 인사를 나누고 있으면, 이내 시온의 뒤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퉁-.
이미 몇차례나 들어 익숙해져있는 소리에 단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서포터에게로 향했다.
시온의 뒤에는 포션을 가득채운 쟁반을 가져온 서포터가 서있는 모습이었다.
시온은 자신의 뒤에 나타난 서포터를 보며, 서포터가 들고 있는 접시에 대한 질문을 건넸다.
“서포터? 그건 뭔가요?”
– “단장이 주는 선물임.”
“단장이 주는 선물······?”
– “칠흑기사단 최고의 복지임. 남기지 말고 전부 먹으셈.”
쿵.
서포터는 들고 있던 쟁반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이야기했다.
서포터의 이야기를 들은 시온은 당황한 얼굴로 포션의 개수를 가늠해보았다.
대략적으로 가늠해보아도 100개 가까이 되어보이는 수량이었다.
포션을 전부 먹어야 한다는 서포터의 이야기가 믿기지 않았던 시온은, 근처에 있던 레온을 붙잡고 방금 전에 들었던 이야기에 대해 물어보았다.
“레, 레온··· 정말로 이걸 전부 먹어야하나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레온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온의 시선을 피했다.
시온이 이오와 아리엣을 번갈아 보면, 두 사람 역시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아리엣의 경우에는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시온은 쌓여있는 포션을 보며 두려움에 떨다가, 이내 손을 뻗어 포션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지, 진짜 먹을게요······?”
“······.”
“아무도··· 안말리나요?”
시온이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아도, 시온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시온은 어쩔 수 없이 포션병을 들어 내용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포션병을 높이 들어올린 시온은 눈을 감고서 들고 있던 포션 한병을 전부 들이마셨다.
시온이 단장에게 받은 포션을 전부 먹어치운 직후, 그녀는 자신의 몸속을 순환하는 마력이 증가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법사에게 있어서는 말도 안되는 변화였다.
서포터가 선물이라고 한 이유도, 단장이 전부 마시라고 한 이유도 전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한번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은데요.’
시온은 눈을 꼭 감고서 포션을 한병씩 계속해서 들이마셨다.
포션을 한병 마실때마다 시온의 마력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와 동시에 상당한 포만감도 함께 따라왔다.
수많은 포션을 연달아 마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포션을 마시기 시작한 시온이 쟁반을 전부 비울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저, 전부 먹었어요······.”
그리고 쟁반을 가득 채우던 포션을 시온이 전부 해치웠을때.
시온은 자신이 마도의 다섯번째 계단에 올라섰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스스로의 길을 개척할 자격이 있는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경지.
대륙의 모든 마법사들이 이 광경을 보면 경악할만한 상황이었다.
완전히 꽃피우지 못하고 억눌려있던 재능이 이제서야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승격을 마친 시온이 서있던 알레테이아의 로비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설경으로 뒤바뀌어 있었던 것은 덤이었다.
“추워.”
포션을 마시던 시온을 지켜보던 이오는 제복의 망토를 잡아당겼다.
그런 이오의 입에서는 입김이 새어나오는 모습이었다.
* * * * * *
– 기사단원 [시온(EX)]이 [고블린 부락과 오크 부락 토벌] 임무를 클리어했습니다.
– 보상 : 500 EXP
시온에게 창고의 장비 아이템들을 털어 장착시켜준 이후.
나는 아이템을 장착한 시온을 곧장 간단한 임무에 파견해보았다.
속성 증폭 장비위주로 세팅한 시온의 성능을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시온이 임무를 클리어한 직후, 나는 시온의 성능에 만족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보낸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클리어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와··· 클리어타임 뭐야?”
물론 임무에 들어간 직후, 시온이 주변을 둘러보며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신을 차린 시온은 사방에 마법을 난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데미지 위주의 세팅을 마친 마법사가 난사하는 광역마법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숫자가 많았던 토벌대상이 순식간에 전멸했으니까 말이다.
“역시 이맛에 광역 메이지를 쓰는구나.”
나는 얼음으로 뒤덮힌 필드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광역기를 난사하는 극딜 메이지는 실로 만족스러운 성능이었다.
[타오르는 깃(EX)]을 소모한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