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39
40.고귀한 피의 계보 (1)
게임에 에러가 발생했던 그날 이후 며칠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해당 게임과 관련해서 인터넷을 뒤져보거나, 게임속의 기능을 하나씩 눌러가며 조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일련의 조사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도출해내는 것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알레테이아를 향한 내 의심은 여전히 거두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내가 게임의 실체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게임을 그만두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첫째로는 다른 게임을 플레이할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화면 너머의 기사단이 실재한다고 한다면 나로서는 그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모바일 게임은 대체로 캐릭터와 플레이어간의 정에 호소하는 부분이 많은 편이다.
‘애정캐’라고 불리는 성능에 하자있는 캐릭터들이 괜히 양산되는게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하물며 꿈속의 캐릭터들이 실재하는 기사단이라고 한다면, 내가 그들을 내팽개치고 게임에서 눈을 돌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전부였다.
“······에휴. 내가 너네를 어떻게 버리겠냐.”
지금도 나는 화면 너머의 알레테이아를 바라보면서 필요한 임무들을 편성하는 중이었다.
매일같이 하던 게임에서 손을 떼어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책임을 지는 자리로 변했다는 점에는 다소 중압감이 있었지만, 전면재택으로 취업했다고 사고방식을 바꿔보니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기사단장 일에 월급같은게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무엇보다도 꿈속에서조차 나를 단장이라고 부르며 따르던 녀석들이다.
비록 정확한 진실을 아직 모른다고 하더라도, 화면 너머의 캐릭터들을 놓아두고 도망갈 생각은 없었다.
“결국 진실을 알려면 어떻게든 그 꿈속에서 찾아야만 한다는건데, 솔직히 말해서 쉬운 일은 아니겠지.”
알레테이아와 연결되는 꿈은 불규칙적으로 찾아오는 현상이었다.
아직 나로서는 정확한 주기를 잡아내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레벨을 올릴때마다 찾아오는 [드림커넥터]에 대한 메세지였다.
지금까지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불규칙적으로 찾아오는 꿈에 대한 이야기라면 어느 정도 연결고리가 보이는 모습이었다.
플레이어의 레벨이 오를때마다 [드림커넥터]의 활성화 빈도 역시 증가한다.
그렇다면 레벨을 올리는 것으로 저 불규칙한 현상과 더 자주 마주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지금으로서는 플레이어의 레벨을 올리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일단은 계속 플레이하면서 레벨을 올려보는 수밖에 없으려나.”
그렇게 내가 고민을 하며 [임무] 페이지를 뒤적거리고 있으면, 갑작스럽게 화면의 하단에 무언가 메세지가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띠링-.
아무런 전조없이 나타난 알림에 나는 시선을 내려 메세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화면에 새롭게 출력된 메세지는 한동안 소식이 없던 ‘특별한 임무’에 대한 것이었다.
– NEW! 선택 가능한 임무에 새로운 [전설 임무]가 추가되었습니다.
– [전설 임무]는 세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임무입니다.
– 동시에 진행가능한 [전설 임무]의 개수는 최대 1개입니다.
레온을 뽑고 나서 한참 이후에나 진행했던 [전설 임무].
그런 [전설 임무]가 오랜만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새로운 [전설 임무]가 추가되었다는 메세지를 확인한 나는, 곧장 메세지 창을 닫고서 [임무] 페이지를 새로고침했다.
그러자 기존의 임무 목록에 새로운 [전설 임무] 하나가 추가되어있는 모습이었다.
툭.
나는 화면에 떠오른 새 [전설 임무]를 클릭해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았다.
[전설 : ‘리어나이트’의 안정화]– 최대 참가인원 : 2명
– 제한시간 : 없음
– 임무 개요 : 밤의 일족이 다스리는 안개속의 왕국, 리어나이트는 일찍이 몰락한 밤의 제국의 계보를 잇는 국가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신에 대한 숭배와 제사를 이어가던 이 국가는 현재 심화되어가는 계승분쟁으로 제사 기능이 마비된 상황입니다. 리어나이트를 정상화하고 신을 향한 제사가 다시 재개되도록 하십시오.
– 보상 : EXP +20,000, 보너스 아이템
새로운 임무의 이름은 [전설 : ‘리어나이트’의 안정화].
최대 2명까지 참가 가능한 임무이면서, 또 평소와는 다른 맥락의 임무이기도 했다.
국가의 정상화라는 개념 자체는 여태까지 진행했던 임무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것이다.
디펜스나 토벌이라면 모를까, 이런 개념의 임무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상황이었다.
다만 임무의 디테일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이것이 범상치 않은 게임이라는 점이 느껴졌다.
나는 임무의 개요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이내 누구에게 이번 임무를 내려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번 임무는 경험치를 상당히 많이 주는 편이네. 이런 속도로 경험치를 쌓는다면 11레벨까지는 금방 갈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밤의 일족이라··· 내가 기억하기로 분명 아리엣의 특성에 비슷한 글귀가 적혀있었던 것 같은데.”
알레테이아에서 단장의 신분으로 아리엣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리엣과의 대화에서는 유독 비슷한 단어가 많이 나오고는 했다.
아리엣은 자신을 흡혈귀보다는 ‘밤의 일족’이라는 단어로 지칭하고는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맥락을 보아서는 해당 국가는 흡혈귀와 관련된 국가일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파견 가능한 최대 인원은 2명이니만큼, 한자리에는 무조건 아리엣을 집어넣는 편이 적합할 터였다.
그렇게 임무를 내릴 기사단원을 고민하던 나는, 금세 임무를 내릴 대상을 정하고서 임무화면을 조작했다.
“아리엣이랑 레온을 함께 보내는 편이 낫겠네. 뭐, 같은 흡혈귀니까 문제가 생겨도 아리엣이 어떻게든 해주겠지.”
조금은 안일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단장의 입장에서 보자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아리엣을 제외한 기사단원들은 모두 순수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임무에 보낼 단원을 목록에서 지정한 나는 버튼을 눌러 임무를 하달했다.
띠링-.
화면에 알림음이 울려퍼지는 것과 동시에 익숙한 메세지가 출력되었다.
– [전설 : ‘리어나이트’의 안정화] 임무를 선택하셨습니다.
– 기사단원 [아리엣(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 기사단원 [레온(EX)]에게 해당 임무가 부여됩니다.
그리고 그 직후, 하늘에서 지령서를 든 곰돌이가 내려와 두 사람에게 지령서를 나누어주었다.
스윽.
곰돌이에게서 지령서를 받은 단원들은 각자 그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 두 캐릭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꿈속에서나 보이던 사소한 디테일들을 캐릭터의 움직임에서 포착할 수 있었다.
평소라면 발견하지 못했을 캐릭터의 사소한 습관들이었다.
나는 임무 내용을 확인하는 두 캐릭터들을 바라보며 자그마한 소망을 중얼거렸다.
“······다들 다치지말고 돌아와라.”
* * * * * *
대륙 서부. 레비언트 군도.
짙은 안개로 뒤덮혀있는 바다 한가운데에서는 후드를 뒤집어쓴 밤의 일족 하나가 쪽배를 타고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라비엘 리어나이트.
대륙에 얼마 남지않은 진혈의 흡혈귀들 중 하나이면서, 리어나이트의 왕위계승권자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리어나이트 안에서 라비엘의 계승서열은 5위.
그 탓에 최근 들어서 왕좌를 놓고 벌어진 혼란에서 그녀도 피해갈 수 없었다.
결국 호위를 잃어버린 라비엘은 자신을 추격해오는 추격자들을 피해 배를 타고 도망치는 중이었다.
“으, 으윽······.”
노를 저어 나아가던 라비엘은 자신의 한쪽 어깨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추격자들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마법에 맞아 어깨에 입은 상처였다.
리어나이트 안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한 진혈의 왕족들은 가장 순수한 피를 타고난 특별한 혈통들이었다.
다만 그 재능이 개화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었다.
오래 살아남은 흡혈귀일수록 강력하지만, 라비엘은 아직 자신의 재능을 완전히 깨닫기에는 부족한 나이였다.
그렇기에 지금의 라비엘은 자신보다 피가 옅은 귀족들에게마저 대항하지 못한 채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도망치고 있는 중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분명 섬이 나올텐데요······.”
끼익. 끼이익-.
라비엘은 군도의 다른 섬을 향해 힘겹게 노를 저어가던 도중, 갑작스럽게 자신의 뒷편에서 느껴지는 스산한 기척을 감지하고서는 뒤를 돌아보았다.
조그마한 쪽배의 뒷편.
라비엘의 뒷편에는 검은 제복을 입은 한쌍의 남녀가 존재하는 모습이었다.
뒷편에 앉아 새하얀 지팡이를 쥐고 있는 마법사 하나와, 그 아래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기사 하나.
대체 언제부터 그곳에 있던 것인지는 몰라도, 그 둘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라비엘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꺄아아아악! 누, 누, 누구세요······!”
갑작스러운 괴한들의 등장에 놀란 라비엘이 황급히 뱃머리로 물러서면, 배의 최후미에서 그녀를 지켜보던 마법사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뾰족한 귀. 창백한 피부.
그리고 옆머리를 한쪽으로 땋아내린 잿빛의 머리카락.
라비엘의 눈앞에 보이는 마법사는 누가 보더라도 밤의 일족이었다.
그것도 진혈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순수한 피를 타고난 밤의 일족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라비엘의 앞으로 걸어나온 마법사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새하얀 지팡이의 끝으로 라비엘의 턱을 겨누며 이야기했다.
“너, 진혈의 피를 타고난 흡혈귀구나?”
“제가 누구인지는 이, 이미 알고 계시잖아요!”
“아니? 난 네가 누군지 모르는걸. 먼저 소개를 좀 부탁해도 될까?”
라비엘의 턱을 겨누던 지팡이가 더욱 바짝 올라가자, 라비엘의 얼굴이 이전보다 한층 더 창백해졌다.
새하얀 지팡이는 어째서인지 날카로운 칼날처럼 서늘하게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벌벌 떨던 라비엘은 자신을 바라보는 동족을 향해 겁에 질린 얼굴로 이야기했다.
“라비엘··· 라비엘 리어나이트! 레비언트 군도를 다스리는 리어나이트의 왕녀입니다!”
“리어나이트? 설마 밤의 일족들로 이루어져있는 국가야?”
“호, 혹시 리어나이트 출신이 아니신건가요? 그렇다면 떠돌이 동족?”
“흐음··· 떠돌이라. 굳이 그런건 아닌데. 그래도 일단은 기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거든.”
툭.
뱃머리에 한쪽 발을 올려놓은 잿빛 머리의 마법사는 라비엘에게 겨누던 지팡이를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라비엘이 마주한 낯선 진혈의 동족이 주변에 자신의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라비엘의 살갗을 타고 흐르는 기운은 무척이나 강대하고 고강한 것이었다.
그녀가 리어나이트를 돌아다니며 만났던 계승권자와 귀족들 중 이만한 기운을 가진 이들은 없었을 정도로 말이다.
“좋아. 네 소개를 들었으니 나도 자기소개를 할까. 내 이름은 아리엣 크레이들.”
“크레이들? 크레이들이라면 설마······.”
“밤의 제국의 일곱공작중 하나이자, 가장 순수한 피를 타고난 진혈의 귀족이야. 물론 이미 밤의 제국은 멸망해버린 모양이지만.”
“밤의 제국 출신의 공작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던건가요! 처음 듣는 이야기네요!”
아리엣의 정체를 들은 라비엘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경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리어나이트는 밤의 제국의 유민들이 레비언트 군도에 모여 세워졌으며,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는 국가였던 것이다.
그런데 리어나이트 출신이 아닌 밤의 제국의 생존자가, 그것도 공작들 중 하나가 아직까지 살아있을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라비엘이 아리엣을 보며 수차례 감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 아리엣은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이야기했다.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 나도 한참동안 석관에 봉인되어있었고, 동족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처음이니까 말이야.”
“아······.”
“그리고 저쪽은 레온 크로스비트. 나랑 같이 칠흑기사단에 소속되어있는 기사야.”
아리엣은 레온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며 이야기했다.
아리엣의 지목을 받은 레온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여보이는 모습이었다.
진혈의 공작. 그리고 칠흑기사단.
그 두가지 단어를 들은 라비엘이 눈을 반짝이며 아리엣을 향해 이야기했다.
“여러분들은 칠흑기사단의 기사인건가요? 제국에 퍼져나가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들었어요.”
“우리 단장에게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걸렸다는거?”
“단신으로 신성교단의 성인을 저지하고, 금패 용병단을 가볍게 격파했다는 소문이요!”
라비엘의 입에서 나오는 스스로의 활약상에 아리엣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벌써 여기까지 소문이 퍼진거야? 대륙도 상당히 좁은 모양인걸.”
“칠흑기사단의 분들이 리어나이트에는 무슨 일로 찾아오신건가요······?”
“계승분쟁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거든. 그래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찾아오게 됐는데······.”
아리엣은 그렇게 말하며 들고 있던 새하얀 지팡이를 손에서 놓았다.
지팡이는 아리엣의 손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주위를 유유히 떠도는 모습이었다.
지팡이를 놓아버린 아리엣은 배의 난간에 걸터앉은 채로, 기품있는 동작을 내보이며 라비엘을 바라보았다.
아리엣이 앉아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배를 감싸는 짙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사방을 뒤덮는 안개를 피워올린 아리엣이 라비엘을 바라보며 물었다.
“일단은 지금 상황에 대해 우리 공주님이 알고있는 내용부터 들어보도록 할까?”
* * * * * *
레비언트 군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가장 거대한 섬, 일리비언스.
일리비언스의 외곽에 자리한 별장에서 진혈의 흡혈귀, 알비온 리어나이트는 짜증에 젖은 얼굴로 로브차림의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마법사는 스스로를 ‘아울’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인물이었다.
아울은 자신을 마도의 위대한 다섯 계단 중 다섯번째 계단에 도달한 마법사라고 소개했으며, 계승서열이 3위에 불과한 알비온에게 리어나이트의 왕좌를 약속한 인물이었다.
귀족들의 지지가 부족해 마땅한 세력이 없던 알비온을 양강구도로 끌어올린 인물이기도 했다.
“아울, 라비엘이 일리비언스 바깥으로 도망갔어······! 분명 그녀가 없으면 계승의식을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조금 진정하시지요, 왕자님. 상처를 입었으니 멀리 도망가지 못할겁니다.”
아울은 그렇게 말하면서 로브로 가려진 얼굴의 입꼬리를 틀어올리는 모습이었다.
그는 알비온을 처음 마주했을때부터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나타났다.
여태껏 알비온에게 단 한번도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알비온은 그런 아울을 신임하는 수밖에 없었다.
혈통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지지기반이 없던 알비온을 이 자리에 올려놓은 것은 어디까지나 아울의 덕이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가 아울과 손을 잡은 것은 결코 무상이 아니었다.
알비온의 계승의식이 끝나고 리어나이트에 벌어진 왕좌의 공백이 사라지는 순간, 왕가의 중요한 보물들 중 하나를 아울에게 넘겨주기로 약속한 까닭이었다.
“추격대는? 추격대의 소식은 아직 없나?”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라비엘에게는 이미 섬을 벗어나기 전에 추적마법을 걸어놨으니까요.”
“역시 아울이야! 그렇다면 금방 잡을 수 있겠군.”
“예, 왕자님. 말씀드렸던 계승의식도 머지 않아 준비될겁니다. 일리비언스만 끝까지 장악하고 있는다면, 아무런 문제 없이 의식을 끝마칠 수 있습니다.”
아울은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지팡이를 흔드는 모습이었다.
쏴아아아-.
알비온의 머리 위에 검은 빛무리가 떨어지더니, 이내 격노에 가득차있던 알비온의 눈이 가라앉았다.
어딘가 초점이 풀린 것처럼 보이는 눈은 단순히 얌전해졌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리에 앉은 알비온은 아울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아울··· 자네가 없었다면 나는 왕위를 노리지도 못했을거야.”
“아닙니다. 왕자님이라면 분명 리어나이트의 훌륭한 왕이 될 수 있겠지요. 저는 단지 왕자님을 도와드리는 것 뿐입니다.”
“아울······.”
아울을 바라보는 알비온의 눈동자는 점점 흐려져가는 모습이었다.
아울은 그런 알비온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알비온의 귓가에 무언가를 새겨넣듯이, 느릿한 목소리로 천천히 이야기를 전했다.
“다만 약소한 도움의 대가로 저는 왕가의 보물들 중 하나를 가져갈 생각입니다.”
“왕가의··· 보, 물······.”
“알비온님이 왕이 되시면 무조건 제가 원하는 하나의 보물만큼은 저에게 주셔야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아, 울··· 자네에게라면··· 얼마든지······.”
끄덕. 끄덕.
맥없이 움직이는 알비온의 눈동자가 아울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울은 알비온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했다.
일리비언스에서 치뤄지는 리어나이트의 계승의식이 끝날때만 나타나는 어떤 물건.
그가 노리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리어나이트의 왕자인 알비온은 그런 아울의 탐욕을 위한 제물이 되어줄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