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62
63.창고대방출 (2)
성 아스티야와 짧은 대화를 나눈 이후.
나는 [드림 커넥터]를 중단하고 현실로 되돌아왔다.
알레테이아에서의 용건이 전부 끝났으니, 이제는 현실에서 나머지 일을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드림 커넥터]가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자, 나는 잠에서 깨어나듯이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다행히 지난 꿈속에서 마주했던 거대한 눈동자가 다시 튀어나오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히 별일은 없나. 지난번에 마주했던 눈은 대체 뭐였지?”
시스템이 의도하지 않은 무언가의 출현은, 지난번의 복구절차 이후 완전히 사라진 모양이었다.
문제가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무사히 현실로 되돌아온 나는, 화면이 켜져있던 스마트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윽-.
화면의 잠금을 해제해 알레테이아의 모습을 확인해보자, 정리를 전부 마친 것인지 로비를 청소하고 있는 곰돌이의 모습이 보였다.
“창고에 있던 물건들은 어느 정도 정리한 모양이네.”
알레테이아의 창고에서 나는 곰돌이에게 한차례 창고의 잡동사니를 정리해달라고 부탁했었다.
내가 성 아스티야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그 부탁을 전부 처리한 것일까.
알레테이아의 창고에 더 이상 돌과 같은 잡동사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잡동사니가 어느 정도 처리되었음을 확인한 나는 [인과율 정산] 페이지를 열었다.
걱정하던 물건들이 정리되었으니, 이제는 미뤄두었던 정산을 받을 시간이었다.
후우-.
나는 화면을 보며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서는, 버튼에 손을 가져갔다.
“제발··· S급 아이템 하나만 받아가자.”
툭.
손가락으로 버튼을 터치하자 화려한 빛이 한차례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 직후, [인과율 정산] 페이지의 달성율이 0%까지 내려가며 화면의 하단에 메세지가 출력되었다.
– [인과율 정산]으로 인한 보상을 수령했습니다.
– [라스티아의 수호(B)]가 배송되었습니다.
정산품의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 메세지에 시선을 향하자, [라스티아의 수호(B)]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에 장비를 뽑는 과정에서 획득했지만, B랭크라는 이유로 창고에 쳐박아두었던 아이템이었다.
[라스티아의 수호(B)]는 팔찌의 형상을 하고 있는 장비였다.나는 아이템의 자세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아이템의 이름을 터치해보았다.
[ 라스티아의 수호(B) ]– 하루에 세 번, [배리어] 마법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 재생효과가 71% 증가합니다.
이번에 획득한 아이템이 가지고 있는 효과는 전부 두가지.
하나는 하루에 3회까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아티팩트 자체에 기본적으로 마법이 내장되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효과의 경우에는, 착용자의 재생능력을 크게 증가시켜주는 효과였다.
어느쪽이든 현실에 대입해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효과였다.
그렇게 내가 아이템의 효과를 확인하고 있으면, 문 바깥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려퍼졌다.
띠링-.
나는 바깥에서 울려퍼지는 초인종 소리를 듣기 무섭게, 택배를 받기 위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정산품 배송속도가 로켓보다 빠르네.”
철컥. 끼이익-.
현관문을 열어젖히고 문앞을 확인해보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택배 하나가 덩그러니 문앞에 놓여있었다.
택배를 배송한 배달원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
나는 배달원 모자를 착용한 곰돌이 스티커를 확인하고서는, 스티커가 붙어있던 택배를 들고 방에 돌아왔다.
찌이익.
포장을 뜯어내고 택배상자를 열어젖히자 그 안에서 익숙한 디자인의 팔찌 하나가 보였다.
“이게 그 아티팩트인가.”
B랭크의 장비아이템, [라스티아의 수호(B)].
나는 그것을 들어올려 조심스럽게 그 외관을 살펴보았다.
금줄이 묶여있는 팔찌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아티팩트라고 해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따로 수상한 기운이 포착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손에 쥔 아티팩트를 감상하던 나는 망설임없이 그것을 한쪽 팔에 끼워넣었다.
[라스티아의 수호(B)]를 팔에 끼워넣자, 알 수 없는 활력이 전신에 감돌기 시작했다.“이건······.”
팔찌를 끼워넣은 순간부터 조금이지만 몸이 홀가분해진 느낌이다.
[라스티아의 수호(B)]가 가지고 있는 재생효과 증가 옵션 덕분인 모양이었다.아티팩트가 가지고 있는 재생효과를 확인했으니, 이제는 내장되어있는 스킬을 직접 확인해볼 차례였다.
나는 허공에 손을 뻗으며 착용하고 있던 아티팩트에 신경을 집중했다.
하나씩 시행착오를 거치며 아티팩트의 작동방법을 확인해보려는 것이다.
“—배리어.”
가장 먼저 선택한 방법은 해당 마법의 이름을 호출하는 것이었다.
내가 [배리어]를 외치며 허공에 손을 뻗자, 이내 팔찌가 찬란한 광채를 터뜨리며 진동했다.
지잉-.
그와 동시에 내 손앞에 푸른 빛의 반투명한 장벽이 생겨나는 모습이었다.
첫번째 시도에서 마법을 사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나는 손을 뻗어 눈앞에 생겨난 [배리어]를 두드려보았다.
퉁.
손등으로 [배리어]를 가볍게 두드리자, 파문이 일어나며 내 손등이 장벽에 가로막혔다.
아무래도 물리적인 충돌을 막아내는 효과를 가진 모양이었다.
“일시적으로 반구형의 장벽을 만들어내는 효과인가? 내구성을 제대로 시험해봐야 알겠지만, 여기까지만 봐도 상당히 괜찮은 효과같은데.”
허공에 반투명한 장벽을 만들어내는 효과.
현대의 기술력으로는 구현해낼 수 없는 초현실적인 능력이 내 눈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허공에 나타난 벽을 수차례 두드려보다가, 이내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자리에 앉았다.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아티팩트.
칠흑기사단의 [인과율 정산]은 내 상상 이상으로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하게 해주는 아티팩트라······.”
지금 당장 밖에서 밝힐 수 있을만한 능력은 아니다.
하지만 점차 쌓여나갈 아티팩트들이 앞으로 내게 가져다줄 변화는 결코 가볍지 않을터였다.
* * * * * *
자유도시 아르크의 외곽지구.
장물아비 바크는 외곽지구에서도 나름대로 이름을 날리는 인물들 중 하나였다.
그는 오랜만에 찾아온 거래제안을 확인하기 위해 이동하는 중이었다.
끼이익-.
바크가 문을 열고 접선장소에 들어가면, 그곳에서 바크는 조잡한 가죽 갑옷을 걸치고 있는 남자 하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당신이 나에게 거래를 요청한 레온이라는 용병이오?”
“그래. 당신이 이 근처에서 유명한 수완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거든.”
접선장소에 준비되어있던 의자에 앉은 바크는 눈앞의 레온을 바라보았다.
바크의 눈앞에 보이는 용병은 노련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용병의 목에 걸려있는 용병패의 등급은 고작해야 동패.
눈앞에 있는 용병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뜻이었다.
다만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고하면, 용병의 허리춤에 다섯자루의 검이 매달려있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비싸보이는 외관의 검이다.
레온의 검을 눈여겨보던 바크가 그를 향해 자신을 찾아온 목적을 물어보았다.
“나와 거래를 하고 싶다고 들었소. 나를 찾아온 이유가 정확히 무엇이오?”
“이번에 가져온 물건들을 처분하고 싶어. 가능한 조용한 형태로 말이야.”
“조지의 요청을 받고 직접 만나기는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없는 물건이라면 바로 일어나겠소.”
“걱정하지마. 실망할만한 일은 없을테니까.”
바크의 이야기에 레온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주머니 하나를 올려두었다.
쿵-.
묵직한 주머니가 내려앉은 테이블에 커다란 소리가 울려퍼졌다.
바크는 손을 뻗어 테이블에 올라온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커다란 부피를 가진 주머니의 안쪽.
그곳에는 무수한 숫자의 장신구들이 보이는 모습이었다.
주머니에 들어있던 장신구들 중 하나를 꺼낸 바크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흐음.”
커다란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는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게다가 목걸이를 타고 흐르는 방대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지고 있었다.
눈앞의 물건을 마주한 바크는 이내 그 가치를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바크의 손에 쥐어진 목걸이.
그것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였던 것이다.
“아티팩트? 설마······!”
목걸이의 정체를 확인한 바크는 주머니에 있는 다른 물건들도 살펴보았다.
레온이 그에게 건넨 물건들은 하나같이 마력을 품고 있는 아티팩트들이었다.
게다가 그만한 물건들이 주머니 안에 수도 없이 쌓여있었다.
육안으로 확인하기에도 그 가치가 결코 범상치 않은 수준이었다.
레온이 가져온 상품들의 수준을 확인한 바크가 당황한 얼굴로 레온을 향해 물었다.
“마탑이라도 통째로 털어서 가져온거요?”
“그럴리가. 다만 상당히 높으신 분께 이것들을 처분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야.”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구려. 고작해야 당신같은 하류 용병에게 이만한 물건이 있을만한 이유가······!”
콰직-!
레온이 휘두른 검이 주변에 있던 나무통 하나를 분쇄했다.
그리고 그런 레온의 손에는 어느새인가 뽑혀나온 검 한자루가 들려있었다.
박살나버린 나무통을 보던 바크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레온이 검을 뽑는 모습을 포착하지 못했다.
하물며 발검을 눈치챈 순간 나무통이 산산히 부서져있었다.
결코 동패 용병의 수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무위가 아니었다.
“이 정도면 됐나?”
“당신··· 동패 용병같은게 아니었구려.”
“다시 말하지. 높으신 분의 명령을 받아서 이 물건들을 처리하려고 한다.”
“그 높으신 분께서 어째서 이만한 물건들을 음지에서 처분하려고 하시는거요?”
“단순히 장물아비를 통해 장물들을 처분하려고 하는게 아니야. 지속적으로 우리 물건을 처리해줄 사람이 필요한거지.”
그렇게 말한 레온이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바닥에 박아넣었다.
바닥에 꽂힌 채 흉흉한 빛을 내는 검 한자루.
마치 바크 자신을 위협하기 위해 서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장물을 처분하려고 했던게 아니오?”
“수완이 좋은 사람이 필요해. 기왕이면 이쪽의 이야기를 조용히 잘 처리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지.”
“미안하지만 나한테 그런 재주는 없소.”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내가 이 자리에 와있는거잖아?”
그렇게 말한 레온이 품속에서 연초를 꺼내 입에 물었다.
화륵-.
손가락 끝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며 연초에 불이 붙었다.
지금껏 연초를 피우는 용병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눈앞의 레온과 같은 광경은 바크에게 있어서도 처음이었다.
연초를 입에 문 레온은 바크를 향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칠흑기사단에 대해서 알고 있나?”
“······칠흑기사단.”
“들어본 적이 있는 모양이군. 칠흑기사단에서 해당 물건을 처분하려고 한다.”
칠흑기사단에 대해서는 바크 역시 그 악명을 익히 들어본 적이 있었다.
최근 들어서 활동을 개시한 정체불명의 비밀기사단.
그들은 수차례 신성교단과 마찰을 일으켰으며, 제국의 자랑인 아카데미를 습격해 교수를 살해하고, 제국 최악의 교도소인 레긴델트 교도소를 습격해 죄수들을 탈옥시켰다.
그 과정에서 제국의 붉은 까마귀와 반델가드의 대공이 탈출한 것은 유명한 일화였다.
게다가 칠흑기사단의 수괴인 단장이라는 자에게는 말도 안되는 금액의 현상금이 걸려있었다.
칠흑기사단의 이름을 들은 바크는 제 손에 들려있는 주머니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마력이 흐르고 있는 아티팩트들로 가득 차있는 주머니.
이 주머니의 주인이 칠흑기사단이라고 한다면, 이만한 물건들을 처분하려고 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수수료는 우리쪽에서 알아서 챙겨주지. 혹시라도 짖궂은 장난을 시도했다가는 조용히 넘어가지는 못할거다.”
“······.”
“다만, 계속해서 일을 훌륭하게 처리한다면 당신에게 있어서도 좋은 기회가 될거야. 당신같은 수완가가 언제까지고 아르크의 음지에 있어서야 아까운 일 아닌가?”
레온은 그렇게 말하면서 바크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모습에 바크는 자신이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앞의 남자는 틀림없는 칠흑기사단의 관계자였다.
더군다나 상대는 제국과 신성교단을 상대로도 몸을 사리지 않는 칠흑기사단이다.
지금의 거래를 밖에서 함부로 떠벌리거나, 그들이 맡긴 물건에 수작을 부렸다가는 곱게 죽기도 힘들 터.
처음부터 바크에게 주어져있는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던 것이다.
‘하필이면 그 칠흑기사단에게 걸릴줄이야!’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을 깨달은 바크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낱 음지의 장물아비에게 생긴 문제다.
더군다나 제국을 농락하던 이들을 상대로 도시의 경비대가 유의미한 수확을 거둘 수는 없을 터.
지금의 바크에게는 이것을 어떻게든 기회로 삼는 선택지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바크는 조여오기 시작한 가슴을 붙잡으며 레온을 향해 이야기했다.
“······최대한 빨리 처분해보겠소.”
“말이 통해서 좋군.”
“당신들이 맡긴 물건에 장난을 치는 일도 없을거요. 가능한 좋은 값을 받아보려고 노력하겠소.”
바크의 이야기를 들은 레온이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뽑아들었다.
철컥.
바닥에 꽂혀있던 검은 다시 레온의 허리춤으로 되돌아갔다.
검집에 검을 꽂아넣은 레온은 제안을 받아든 바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명한 선택이야. 보름 후에 이곳에서 다시 경과를 듣지.”
“······.”
“피차 실망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당신이라면 아르크의 양지에서도 충분히 성공할만한 수완이 있어보이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