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68
69.짊어지는 자 (6)
성도, 오르스케이프.
성도의 중심구역에 위치한 치료소에서, 성 알칸디오는 복잡한 시선으로 눈앞의 환자를 바라보았다.
성 알칸디오의 앞에는 전신에 붕대를 감은 채로 눈을 감고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눈앞에 놓여있는 남자의 이름은 에드거스 크루세이드.
신성교단의 사도들 중 한명이면서, 일찍이 교단의 전쟁대리인이라 일컬어지던 남자였다.
성도 안에서도 최강의 전력 중 하나로 평가받던 존재가, 지금은 의식을 잃은 채로 침대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
그런 사도 에드거스의 모습을 바라보는 성 알칸디오의 심경은 무척이나 착잡한 편이었다.
성도에서 원탁회의가 열릴때마다 언제나 회의를 주도해왔던 사도 에드거스였다.
성 알칸디오의 나이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가 시성을 받기 훨씬 전부터 눈앞의 사도는 신성교단을 이끌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쓰러지지 않을 것 같던 남자가 쓰러져있는 모습은, 성 알칸디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광경이었다.
성 알칸디오가 어두운 얼굴로 치료중인 사도 에드거스를 지켜보고 있으면, 이내 옆자리에 서있던 성직자가 입을 열었다.
“칠흑기사단의 단장에게 당했다고 하더군요.”
성 알칸디오에게 말을 건 성직자의 정체는 교단의 사도 중 하나, 오르니오 크루세이드.
신성교단의 사도가 되어 크루세이드의 성을 하사받았으며, 용사로 선정된 성 알칸디오를 가르치기 위해 붙여진 교육담당이었다.
사도 오르니오의 이야기를 들은 성 알칸디오는, 그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단어에 마음이 심란해졌다.
—칠흑기사단.
최근 들어 신성교단의 행사를 사사건건 방해하는 비밀기사단의 이름이 흘러나온 까닭이었다.
“사도님을 쓰러뜨린 상대가 칠흑기사단의 단장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만한 상대가 아니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더군다나 단 일격에 당했다는 모양입니다.”
“에드거스 사도님 정도 되는 분께서, 일격에 쓰러지셨다니······.”
단장이 사도 에드거스를 쓰러뜨리기까지는 고작해야 일격밖에 필요하지 않았다.
그 사실은 성도의 성직자들 모두가 충격을 받을만한 내용이었다.
신성교단의 사도란 교리의 수호자이면서, 또한 성도와 신전의 안전을 보증하는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쓰러져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깨닫고 있는 것이었다.
“단장이라는 자가 그만큼이나 위험한 존재라는 증거겠지요.”
사도 오르니오의 손이 제 목에 매여있는 로자리오를 붙잡았다.
은빛의 로자리오는 거룩한 빛을 머금은 채 빛나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도 오르니오는 로자리오를 붙잡은 채로, 성 알칸디오에게 진중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성 알칸디오. 칠흑기사단이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그들이 봉인석을 모으고 있었다고 했나요?”
“예. 맞습니다.”
“봉인석은 신마대전의 결과물이면서, 그 치열했던 전쟁이 벌어졌던 목적이기도 하죠. 아득히 먼 옛날, 초대 용사께서 목숨을 걸고 만들어낸 역사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초대 용사······.”
“그런 봉인석을 아무런 이유없이 모으고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칠흑기사단의 단장은 누구보다도 위험한 목적을 가지고 있을 터······.”
칠흑기사단의 기사들 중 하나, 아리엣 크레이들과 봉인석을 두고 충돌했던 기억이 성 알칸디오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칠흑기사단이 처음 신성교단과 충돌했을 때부터, 그들의 관심은 계속해서 봉인석에 향하고 있었다.
봉인석은 마신의 힘을 나눠담은 위험한 물건이면서, 또한 세계를 격리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귀물이기도 했다.
그런 봉인석이 넘어간다는 것의 의미는, 단순히 마신의 힘이 풀려나기 시작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세계를 격리하는 장벽이 빠르게 무너져 내릴겁니다. 이미 오랜 세월동안 힘을 잃어가던 장벽이, 이전보다 기능을 상실하는 속도가 가속화 되겠지요.”
“하지만, 에드거스 사도님마저 일격에 쓰러뜨린 적을 어떻게 상대한다는 말입니까.”
“그에 대해 교단의 수뇌부는 이미 결론을 내렸습니다.”
스윽-.
성 알칸디오를 향해 손을 뻗은 사도가, 그의 손을 붙잡고 손등을 한차례 쓰다듬었다.
별을 꿰뚫고 있는 검의 형상.
신성교단의 용사를 상징하는 성흔이었다.
사도 오르니오가 문양을 향해 신성력을 불어넣자, 성 알칸디오의 손등에 새겨져있던 문양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번대의 용사, 알칸디오. 당신만이 이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들에게 맞설 유일한 희망입니다.”
“······.”
“내일이 지나면 더 이상 당신을 성인으로 칭하는 일도 없겠지요. 부족한 지식은 제가 직접 가르치고, 부족한 물건은 교단 차원에서 지원해나가겠습니다.”
손등을 타고 퍼져나가는 빛의 파동속에서, 알칸디오는 가슴속에 차오르는 충만함을 느꼈다.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강대한 힘의 편린.
그것이 알칸디오의 손등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태껏 휘둘러왔던 기적들보다도 더 강력하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무언가를 위한 씨앗에 불과했다.
완전히 발아하는 순간, 알칸디오에게 무수한 가능성을 만들어줄 씨앗.
그것을 감지한 알칸디오를 향해, 사도 오르니오가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업을 쌓으십시오. 믿을 수 있는 인연을 맺어나가십시오. 영혼에 새겨진 성흔이 당신을 마땅히 나아가야할 여정으로 이끌 것입니다.”
“······사도님.”
“용사 알칸디오. 이 세계를 위협하는 거짓된 신들과, 신성교단의 존재를 위협하는 칠흑기사단을 처단하십시오.”
—용사, 알칸디오.
그 이름의 무게를 깨달은 알칸디오의 눈동자가 이채를 띄었다.
가슴속에서 일렁이는 거대한 결의 앞에서, 사도 오르니오의 마지막 질문이 새로운 용사에게 향했다.
“알칸디오. 당신은 가장 찬란한 빛의 인도를 따라, 당신의 책무를 다하겠습니까?”
“제 검과 신앙에 맹세코, 위대한 빛으로부터 내려받은 사명을 이행하겠습니다.”
파앗-!
맹세를 마친 알칸디오의 손등에서 빛이 퍼져나갔다.
그 직후, 치료소의 모든 성직자들이 무릎을 꿇어 알칸디오를 바라보았다.
경외와 존경이 담긴 선명한 눈동자.
격동하는 시대에 맞서는 새로운 용사의 탄생이었다.
* * * * * *
차원요새 알레테이아의 내부.
온갖 치료도구가 구비되어있는 세페이드의 방에서, 나는 양팔에 붕대를 두르고 있는 세페이드를 바라보았다.
머리 위에 용의 뿔을 달고 있는 채로, 지긋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소녀.
그녀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태도로 나를 빤히 응시하는 중이었다.
“단장.”
“······그래.”
나는 팔이 온전치 않은 세페이드를 향해, 접시에 놓여있던 닭강정 하나를 포크로 찍어 내밀었다.
냠-. 우물우물.
세페이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내가 내민 닭강정을 받아먹었다.
몸에 문제가 생긴 단원에게 직접 밥을 먹여주는 단장이라.
신기하게도 이런 행동은 단장에 위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인지, 단장 필터에 의해 행동이 중단되는 상황은 찾아오지 않았다.
“한동안 식당에 가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는데요. 오랜만에 먹으니 역시 맛있네요.”
“세페이드. 몸은 어떻지?”
“그냥, 적당히 회복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닭강정을 받아먹은 세페이드에게 몸상태에 대해 물어보면, 그녀는 붕대를 매고 있던 한쪽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용의 피를 타고난 덕분이었을까.
세페이드의 회복속도는 평범한 사람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른 편이었다.
알레테이아에 돌아왔던 당시만 하더라도 반죽음에 가까운 상태였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리고 있는 세페이드였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다시 팔을 움직이는 것도 가능해질 터였다.
“다행이군. 한동안은 임무를 내리지 않을테니,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도록.”
“저기, 단장.”
“듣고 있다.”
“하나 더 먹여주세요.”
끄덕-.
나는 음식을 요구하는 세페이드의 입에 다시 한 번 포크를 내밀었다.
닭강정을 하나 더 받아먹은 세페이드는 맛을 음미하며 흐뭇해하더니, 이내 고개를 흔들어 머리카락을 걷어내면서 말했다.
“저번 임무에서 단장이 싸우는 모습을 봤어요.”
배를 채운 세페이드가 꺼낸 것은 지난번에 내가 난입했던 임무에 대한 이야기였다.
임무가 끝난 직후에 아리엣으로부터 한참동안 이야기를 들었던 것을, 세페이드 역시 정신을 차리기 무섭게 이야기해오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세페이드를 향해 단장다운 무심한 태도로 대답을 돌려주었다.
“별 것 아니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봐왔던 인간들중에 단장이 가장 강했는데요.”
“사람을 이끄는 자리에 앉으려면, 거기에 걸맞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겠지.”
“그런가요. 저도 단장처럼 강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지난 임무를 통해 어느 정도 친밀감이 형성된 것일까.
평소에는 조용하고 소심해보이던 세페이드가, 오늘따라 유달리 말문이 트인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세페이드를 향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물론 머리에 뿔이 달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손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인 편이었다.
“강해지고 싶은 이유라도 있나?”
“오래전에 약속을 했거든요.”
“무슨 약속이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용족에 어울리는 강함을 갖추겠다는 약속이었어요.”
오래전의 약속이라.
그런 이야기를 하는 세페이드의 표정은 어딘가 살짝 우울해보였다.
보나마나 이 녀석도 곰돌이에게 납치당해서 왔을테니, 칠흑기사단에 오기 전의 약속이었을 것이다.
이런 대화를 나누다보면, 모든 기사단원들에게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음을 깨닫게 되고 만다.
게임속의 NPC가 아닌만큼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약속은 지킬 수 있었나?”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제가 보았던 흑룡의 힘은 무척이나 강력했으니까요.”
“그렇군.”
세페이드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그녀가 동경하는 용은 그보다도 더 대단한 모양이었다.
툭-.
나는 음식이 놓여있던 접시를 협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오래전의 약속을 회상하는 세페이드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지.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될거다.”
“단장······.”
“충분히 성장한다면 칠흑기사단의 비원에도 분명 도움이 되겠지.”
단장으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점점 역할에 익숙해져가는 것일까.
평소라면 한참 고민해야 나올법한 이야기들도, 이제는 입에서 술술 흘러나오는 모습이었다.
물론 어느정도는 진심이 담겨있기도 했다.
그런 내 이야기를 들은 세페이드는, 나를 올려다보면서 짧은 질문을 던졌다.
“단장은 왜 저같은 반쪽짜리 용을 기사단원으로 삼은건가요?”
“글쎄······.”
내가 세페이드를 칠흑기사단의 기사단원으로 삼은 이유.
그것은 첫번째로 나온 EX랭크가 세페이드였다는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다.
허나, 내가 그러한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전할 이유는 없었다.
자그마한 확률을 뚫고 맺어진 인연.
어떻게 생각하면 운명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을만한 만남이다.
나는 그러한 만남에서 지금의 단원들을 만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칠흑기사단을 이끌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연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갈망하고 있다.
“기사에 어울리는 용이 있다고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지.”
* * * * * *
칠흑기사단의 제2석, 아리엣 크레이들은 무료함에 젖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회복을 마친 아리엣이 다음 임무에 참여하고서 반나절.
사방에 펼쳐진 환영은 순조롭게 마수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리엣의 옆에는, 다섯 자루의 검을 차고 있는 레온이 서있는 중이었다.
아리엣과 함께 이번 임무에 파견되어 찾아온 것이었다.
“왜 이번 임무에 두사람이나 필요한걸까.”
“······단장이 내린 결정이잖아.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만한 이야기는 아니겠지.”
아리엣이 한방향으로 유도되는 마수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면, 레온이 검을 향해 손을 뻗으며 이야기했다.
이번 임무는 대수림의 마수를 대량으로 토벌해 마석을 모아온다는 비교적 간단한 임무였다.
생명의 위협따위는 없어보이는 임무에, 기사단원이 무려 두명이나 파견된 것이다.
아리엣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단장의 과잉보호나 다름 없는 결정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혼자서 해결하기에도 어려움이 없는 임무였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전날의 실책이 단장의 마음에 걸렸던 것이 분명해보였다.
“아무리 걱정되더라도 이런 곳에 두명이나 필요할 일은 없어보이는걸.”
“뭐, 그럴지도 모르지.”
스릉-.
레온의 허리춤에서 분열하는 아성 한자루가 뽑혀나왔다.
주변의 마수들이 어느 정도 모이기 시작했으니, 레온이 직접 나서서 마수들을 정리하기 위함이었다.
아리엣은 혼자서도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레온 혼자서는 마수들을 유도하는 것부터가 불가능했다.
마수들을 처리하는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번 임무에서의 기여는 완전히 없는 셈이었다.
그렇게 레온이 검을 뽑아들면, 아리엣이 백은을 허공에 띄워올리면서 말했다.
“임무가 끝난 뒤에 마석을 모아오는건 마법으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어쩌면 단장이 레온을 짐꾼으로 쓰라고 보내준걸지도 모르겠네.”
“기사를 짐꾼으로 쓰라고 보내주는 기사단장이 대체 세상 어디에 있겠어.”
“마수를 모으는 일은 전부 내가 해결했잖아?”
“······그렇다고 마석을 꺼내는 일에 나서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철컥.
분열하는 아성을 쥐어든 레온이 뭉쳐있는 마수의 무리를 바라보며 검을 겨누었다.
스크롤을 찢어 육신을 강화해둔 덕분에, 레온의 전신에는 활력이 감도는 중이었다.
준비를 마친 레온은 마수들을 향해 달려나가며, 분열하는 아성에 검은 불꽃을 피워올렸다.
“—타올라라, 업화.”
화륵-.
레온의 검을 휘감은 칠흑의 불꽃이 궤적을 그리며 선명하게 뻗어나갔다.
업화를 휘감은 검이 한차례 휘둘러질 때마다, 궤적을 따라서 폭발이 터져나오는 모습이었다.
콰과과광!
레온은 온 사방에 검은 폭발을 일으키며 마수 무리들을 학살하고 다녔다.
빠른 속도로 마수들을 처리하는 레온의 모습에, 문득 지난번에 보았던 단장의 업화가 아리엣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흐음······.”
유적지의 하늘을 뒤덮고 있던 검은 불꽃.
마치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했던 칠흑의 장막은, 그것을 마주한 이들로 하여금 경이를 느끼게 하는 광경이었다.
아리엣이 보아왔던 신비들 중에 손에 꼽을만한 정도의 위력이었던 것이다.
허나, 지금 아리엣의 눈에 보이는 레온의 업화는 그와 비교조차 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레온의 불꽃이 단장의 업화와 본질적으로 비슷한 것이었음에도 말이다.
“단장의 불꽃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한걸.”
업화의 폭발은 충분히 위력적인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아리엣의 눈에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광경이었다.
범위도 화력도 단장의 업화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부족했다.
이미 한 번 단장의 업화를 본 입장에서, 레온이 사용하는 업화는 무척이나 시시해보였다.
레온의 업화에 대한 평가를 마친 아리엣은, 마력으로 만들어진 해먹에 몸을 눕혔다.
전투에 나선 레온이 제 역할을 다하기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단장이었으면 한번에 전부 처리했을텐데.”
아리엣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
무수한 폭음이 울려퍼지는 대수림의 안.
잎사귀를 흔드는 산들바람이 아리엣의 뺨을 살며시 간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