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81
82.용사 (2)
차가운 설산에서 아스티야의 시선이 정면의 석상을 바라보았다.
용의 머리를 조각해놓은 듯한 거대한 석상.
아스티야의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석상은, 그녀가 도달한 곳이 일종의 유적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굳게 닫혀있는 유적의 입구를 마주한 아스티야의 눈이 반짝였다.
“여기가 바로 용의 유적······!”
용의 유적.
적룡 레그발드가 남겨두었다고 하는 안데르크의 비밀에 아스티야가 이제서야 도착한 것이었다.
지령서에 적혀있던 것과 비슷한 외견을 가지고 있는 유적의 모습에, 아스티야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유적의 입구에 다가섰다.
온갖 석상들로 가득차있는 유적의 입구.
그곳에는 눈보라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횃불과 함께, 두터운 석문이 존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일단은 눈을 사용해서 조사해보는 편이 좋으려나?’
석문을 마주한 아스티야는 곧장 마력을 끌어올렸다.
파앗-!
푸른 광채가 아스티야의 눈동자를 뒤덮으며, 그녀의 벽안이 한층 더 심도 깊은 빛을 머금었다.
안광이 일렁이는 눈으로 석문을 바라보던 아스티야는, 석문을 향해 양손을 뻗어 그것을 밀어보았다.
쿠구구구궁-.
거대한 진동과 함께 짧은 미래가 아스티야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문을 열 수 없다.
그 사실을 확인한 아스티야가 곧장 석문에서 손을 떼어놓았다.
‘역시··· 이 방법으로는 불가능한건가.’
단순히 힘으로 문을 열어젖히기에는, 그에 해당하는 미래의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문을 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다른 방법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문을 열기 위해 고심하던 아스티야가 석문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내 주변에 있던 석상들 중 하나가 안광을 번뜩였다.
지이잉-.
묵직한 마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아스티야의 옆에 있던 석상으로부터 낯선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지식과 용기, 그리고 지혜를 갖춘 이들만이 전당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아스티야는 석상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는, 안광을 번뜩이는 석상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용의 머리를 깎아낸 것처럼 보이는 석상은 입을 움직이지 않고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유적을 만들었다는 적룡이 설계한 문지기인 모양이었다.
석상을 마주한 아스티야가 눈앞에 있는 석상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용기와 지혜를 판단하는 기준이 뭔가요?”
– “시험에 통과한 자들만이 이 문을 넘어설 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를 시험해보겠다는 건가요······?”
시험을 보겠다는 석상의 이야기에, 아스티야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문을 넘기 위해서는 시험에 통과해야만 한다.
마치 옛날 이야기의 용사들에게 주어지는 시련이 생각나는 광경이었다.
시험에 대해 묻는 아스티야를 향해, 푸른 안광의 석상이 자세한 설명을 전해주었다.
– “세가지 문제를 내겠다. 각 문제에 정답을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오직 한번뿐이다.”
“기회가 한번밖에 없는 문제라··· 알았어요. 시험에 도전할게요.”
눈앞에 주어진 상황에 만족한 아스티야는, 기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석상을 응시했다.
자신을 시험하는 것들을 넘어서 목표에 다다르는 것.
낭만가득한 모험 이야기의 단편같은 풍경에, 오히려 석상이 내는 문제가 기다려질 정도였다.
그렇게 아스티야가 문제를 기다리고 있으면, 눈을 번쩍이던 석상이 그녀를 향해 문제를 제시했다.
– “다음 가문들 중 가장 오래된 가문이 어디인지 대답하도록.”
– “아이렌포르.”
– “오르네스.”
– “크로우라이트.”
석상이 제시한 문제를 들은 아스티야는 당황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지식과 지혜, 그리고 용기를 시험한다면서 제시한 첫번째 문제.
그 문제의 내용이 아스티야로서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내용인 탓이었다.
귀족가문의 이름과 역사에 대해 배우는 문장학 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몰래 수업을 빠져나와 놀고는 했던 아스티야였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그녀가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 하필이면 이런 문제가······.”
– “5분을 주겠다. 답을 결정하면 나에게 이야기하도록.”
석상은 그렇게 말하며 아스티야를 유심히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귀족가문의 역사와는 거리가 먼 아스티야였기에, 그녀는 난감한 얼굴로 석상을 노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가능하면 정석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던 아스티야였다.
허나 이런 문제가 나온 이상에야, 그녀로서는 편법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철컥-.
아스티야의 손이 하모니아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푸른 벽안의 위로 황금의 광채를 터뜨린 아스티야가 석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요. 정답을 맞춰볼게요.”
– “문제의 정답은 무엇이지?”
그와 동시에 아스티야의 세계가 분기하며, 흐릿한 미래의 모습이 그녀의 머릿속에 투영되었다.
아스티야의 머릿속에 비추어지는 또 하나의 풍경.
다른 이들보다 몇발자국 앞서는 아스티야의 시야가 현실보다도 빠르게 움직였다.
그 속에서 아스티야는 석상을 향해 스스로 떠올린 정답을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정답. 아이렌포르.’
– ‘오답이다.’
머릿속의 아스티야가 꺼낸 첫번째 정답은 ‘아이렌포르 가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스티야의 선택에 대한 석상의 채점 결과는 오답이었다.
아스티야가 고른 첫번째 선택지는 정답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쩌적, 쩌저적-.
오답을 확인한 아스티야가 입을 다물기 무섭게, 미래가 변화하며 머릿속의 풍경이 깨져나갔다.
– “문제의 정답이 무엇이지?”
현실로 되돌아온 아스티야의 눈앞에 있던 석상이,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답변을 재촉했다.
한차례 미래를 확인한 아스티야가 머릿속에서 첫번째 선택지를 완전히 배제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자에게만 허락되는 행동이었다.
오답을 확인한 아스티야의 눈동자가, 다시금 미래를 내다보며 다음 선택지를 확인했다.
오르네스.
아스티야의 미래예지가 그 다음으로 선택한 답변이었다.
‘정답. 오르네스.’
– ‘오답이다.’
머릿속에 비추어진 미래의 풍경이, 다시 한 번 오답을 고지하는 석상을 보여주었다.
아스티야가 고른 두번째 선택지마저 정답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답을 확인한 아스티야가 다시 자신의 입을 다물었다.
쩌적, 쩌저적-.
미래의 풍경이 깨져나가며 답을 추궁하는 석상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문제의 정답이 무엇이지?”
석상을 마주한 아스티야는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두 번 도전해서 전부 실패했다.
이제 아스티야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스티야는 맥없는 목소리로 석상을 향해 정답을 이야기했다.
“정답. 크로우라이트.”
– “정답이다. 너는 첫번째 문제를 통과했다. 보기와는 다르게 박식한 모양이군.”
“흠, 흐음······.”
석상은 문제를 맞춘 아스티야를 칭찬하는 모습이었다.
허나 아스티야는 그런 석상의 태도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녀가 문제를 맞춘 것은 어디까지나 편법.
아스티야 자신에게 예지능력이 없었다면, 이 문제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했을 터였다.
– “지식을 시험하는 문제를 냈으니, 이제는 네 지혜를 시험하는 문제를 내겠다.”
“지혜를 시험하는 문제······.”
다음 문제를 내겠다는 석상의 이야기에 아스티야가 침을 삼켰다.
꿀꺽-.
석상의 다음 문제는 예지가 없더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한 고민을 가진 채로 아스티야가 석상을 노려보는 가운데, 석상이 그녀를 향해 다음 문제를 제시했다.
– “다음 문제다. 아래 석판에 보이는——.”
* * * * * *
아스티야는 빠른 속도로 시련을 통과해 유적에 들어오는 것에 성공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그녀는 수십차례 넘게 예지를 사용해야만 했다.
아스티야가 마주한 시련들이 하나같이 쉽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결국 아스티야가 유적의 문지기를 통과한 방식은, 그녀가 동경하던 낭만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식으로 시련을 통과하게 될줄은 몰랐는데······.”
유적의 내부에 들어온 아스티야는 한숨을 푹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터벅. 터벅.
유적의 안에 들어온 아스티야가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으면, 그녀는 유적의 입구에 번지고 있는 짙은 피비린내를 느낄 수 있었다.
제복의 소매로 코를 틀어막은 아스티야의 시선이 유적의 바닥을 한차례 스윽 훑고 지나갔다.
‘앞서 들어온 선객이 있는건가?’
유적의 바닥에는 짓뭉개져있는 시체들이 보이는 모습이었다.
누군가 유적의 입구에서 혈투를 벌였다는 증거였다.
‘검에 베인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무투가?’
아스티야의 시선이 바닥에 쓰러진 이들의 모습을 샅샅히 살펴보았다.
날카로운 날붙이에 베인 흔적은 드물었으며, 대부분 타격기에 맞아 쓰러진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들을 쓰러뜨린 인물이 권각술에 조예가 있는 무인이라는 의미였다.
쓰러진 자들을 살펴보던 아스티야는 몸을 들어올려 검을 움켜쥐었다.
‘아무래도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이는데······.’
스릉-.
아스티야의 허리춤에서 금속의 마찰음과 함께 하모니아가 뽑혀나왔다.
검을 쥔 아스티야의 눈동자에는 황금의 광채가 일렁이는 모습이었다.
누군가 유적에 들어온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주변을 경계하기 위해 미래예지를 활성화한 것이었다.
무학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들 사이에서 한번의 실수는 치명적으로 작용하지만, 아스티야에게는 그 실수를 없던 것으로 만들어줄 능력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게 경계심을 끌어올린 아스티야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유적의 내부에 비치되어있던 석상의 너머에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유적에 불청객이 찾아온 모양이구나.”
어둠속에 숨어있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진 직후.
아스티야의 머릿속에 주먹을 휘두르는 노인의 형상이 스쳐지나갔다.
극한까지 억누른 마력이 터져나오며, 공기를 찢어발기는 권격이 뻗어나온다.
습격당하는 미래를 예지한 아스티야가 신성력에 뒤덮힌 하모니아를 기울였다.
카앙-!
검을 쥔 아스티야의 손아귀가 뒤흔들리며, 진동하는 하모니아의 비명소리가 유적에 울려퍼졌다.
그림자를 휘감은 묵빛의 권격이, 아스티야의 머리를 노리고 내질러진 것이었다.
아스티야가 검을 기울여 막아낸 주먹의 너머로, 기습을 가한 노인의 눈동자가 아스티야와 눈을 마주쳤다.
“대단하군. 눈으로 보고서 내 공격을 막아낸건가.”
“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
치이이익-!
아스티야의 신성력이 노인의 그림자를 밀어내었다.
그에 호승심을 보인 노인이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대답을 돌려주었다.
“끌끌, 훌륭한 무인과는 통성명을 아끼지 않는 법이지. 알데어 크로우라이트다.”
“알데어··· 크로우라이트······?”
알데어 크로우라이트.
북방의 붉은 까마귀는 아스티야에게 있어서도 귀에 익은 이름이었다.
대륙 전역에 퍼진 알데어의 악명은 성도 오르스케이프까지 전해져올 정도였던 것이다.
악명높은 알데어의 이름을 들은 아스티야가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제국의 그 극악무도한 현상범이라구요?”
“부정하기는 힘든 이야기로군. 대륙에 퍼진 노부의 악명이 결코 적지는 않을테지.”
“······.”
“검을 타고 흐르는 신성력을 보건데, 신성교단의 성인이 분명해보이는구나. 허나 내 손에 귀환한 녀석의 복수를 한다기에는, 입고 있는 제복이 눈에 익은 것인데······.”
알데어의 이야기를 들은 아스티야의 눈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신성교단의 성인.
그리고 동료의 복수.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아스티야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알데어는 한차례 교단의 성인과 교전을 벌였다.
그리고 그 결과가 상처 하나 존재하지 않는 알데어의 모습이었다.
“설마, 신성교단의 성인이 칠흑기사단의 단원으로 전향한게냐?”
“······.”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로구나. 고지식하기로 소문난 교단의 성인중에, 칠흑기사단의 일원으로 전향한 자가 있을줄이야.”
껄껄껄-.
알데어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유적 전체에 퍼져나갔다.
알데어는 아스티야를 마주하고서, 한눈에 그 정체를 간파해낸 모습이었다.
일전에 칠흑기사단과 한차례 마주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철컥.
알데어의 이야기를 들은 아스티야가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검을 겨누었다.
눈앞의 노인은 아스티야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위험한 상대였다.
아스티야가 뒤로 한걸음 물러서자, 알데어는 그녀에게 향하던 적의를 거두어들이는 모습이었다.
아스티야는 그런 알데어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결코 알데어를 향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알데어 크로우라이트. 유적에는 무슨 일로 찾아온건가요.”
“목적이라. 칠흑기사단에서 이곳에 찾아온 목적과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을 터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싸우는 수밖에——.”
“나는 투쟁을 그리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칠흑기사단에는 빚을 하나 지고 있지.”
그렇게 말한 알데어의 시선이 아스티야가 입고 있는 제복으로 향했다.
은색 체인이 매여있는 칠흑기사단의 정복.
그 제복을 천천히 훑던 알데어가, 손가락으로 뒤쪽에 있는 복도를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상대가 누구라고 하더라도, 은원은 확실하게 정리하는 편이 옳은 일이겠지.”
“······.”
“너희를 이끄는 단장의 목적이 저것이라면, 한번정도는 기꺼이 양보하도록 하겠다.”
아스티야의 황금빛 눈동자가 알데어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었다.
* * * * * *
안데르크 산맥에 위치한 유적의 입구.
그곳에서 신성교단의 용사, 알칸디오의 시선이 석상을 바라보았다.
앞서 두번의 시험을 통과한 알칸디오는, 지금 세번째 시험의 채점을 앞두고 있는 중이었다.
지잉-!
알칸디오의 눈앞에 보이는 용의 형상은 그를 내려다보며 안광을 번뜩이고 있었다.
“저기, 알칸디오님···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시련에 실패한다면 제가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테니까······.”
채점을 받는 알칸디오의 옆에서는, 용사의 동료인 성 아렌시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알칸디오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설산의 추위에 빨갛게 달아오른 성 아렌시아의 손가락은, 알칸디오의 망토를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허나 알칸디오는 성 아렌시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걱정없이 석상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종류의 시험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는 편이라서.”
“아, 알칸디오님······?”
“틀림없이 시련을 통과할 수 있을겁니다.”
알칸디오는 강한 믿음을 가진 채로 석상이 내릴 결정을 기다렸다.
알칸디오의 눈동자가 석상을 응시하고서 잠시 후.
쿠구구구궁-.
유적의 입구에 설치되어있던 문이 거대한 진동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 “정답이다. 너는 이것으로 모든 시험을 통과했다.”
“알칸디오님! 정말로 알칸디오님이 이야기했던 정답이 맞았네요!”
– “시험을 통과한 이에게 전당에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
석상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알칸디오가 유적의 시험을 통과했다는 이야기였다.
석상의 이야기를 들은 성 아렌시아는 환하게 웃으며 알칸디오의 망토를 살짝 잡아당겼다.
쿠궁-! 쿠구구구궁-.
묵직한 소리와 함께 유적으로 향하는 석문이 열리는 모습이었다.
개방되기 시작하는 유적의 모습에 알칸디오의 손이 허리춤의 성검을 움켜쥐었다.
석문의 너머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누군가와의 전투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알데어 크로우라이트가 아직까지 남아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철컥-.
허리춤에 손을 얹은 알칸디오의 눈이 석문의 너머를 한차례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 직후, 성검의 손잡이를 쥐고 있던 알칸디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입을 벌리고 있는 알칸디오의 눈에, 석문의 너머에 존재하는 침입자의 얼굴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알칸디오의 눈에 보이는 침입자는 총 두사람이었다.
“아······.”
하나는 북방의 붉은 까마귀, 알데어 크로우라이트.
알칸디오가 익히 알고 있던 흉악한 수배범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알칸디오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익숙한 인물이었다.
“성··· 아스티야······?”
미래를 예지하는 신성교단의 성인.
성 아스티야.
일찍이 칠흑기사단의 손에 실종되었을 알칸디오의 오랜 동료가, 칠흑기사단의 제복을 입은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