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91
92.첫번째 신화 임무 (4)
걱정속에서 지켜보던 작전은 다행히 성공적인 결말로 끝을 맺었다.
임무에 투입된 대부분의 단원들이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별다른 희생이 없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혹시라도 임무가 실패할까봐 걱정하던 것이, 다행히도 내 기우였던 모양이었다.
후우-.
나는 임무가 끝나고 떠오른 정산창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임무는 성공했네.”
모든 기사단원들이 훌륭한 활약을 선보이며 위신을 격파해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이오의 활약이었다.
초반에는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이지 못하던 이오가, 나중에는 정신을 차리고 위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그런 이오의 활약덕분에 칠흑기사단은 무사히 첫번째의 [신화 임무]를 끝마칠 수 있었다.
단원들을 바라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나는 정산창의 가장 위쪽을 향해 시선을 옮겨서는, 화면에 출력된 메세지들을 위에서부터 하나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 기사단원 [이오(EX)], [아리엣(EX)], [레온(EX)], [세페이드(EX)], [아스티야(EX)]가 [신화 : ■■■■의 권속, ‘누크타트’ 토벌] 임무를 클리어했습니다.
– 최초 클리어 보상으로 운명석 1000개가 추가로 지급되었습니다.
– [신화 임무]의 클리어에 따른 [운명개화 포인트]가 다음과 같이 정산되었습니다.
– 이오(EX) : + 220
– 아리엣(EX) : + 60
– 레온(EX) : + 80
– 세페이드(EX) : + 50
– 아스티야(EX) : + 90
가장 먼저 떠오른 메세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운명석과 [운명개화 포인트]가 지급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전설 임무]뿐만 아니라 [신화 임무]마저도 [운명개화 포인트]를 정산해주는 모양이었다.게다가 그 정산폭은 이전보다도 월등히 큰 편이었다.
직전의 임무와 비교해보면 압도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만한 양의 포인트.
이러한 정산에서 가장 많은 포인트를 획득한 것은, 당연히도 이번 전투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이오였다.
“220포인트라··· 전설임무를 못해도 다섯개는 깨야 받을 수 있을만한 수치같은데.”
이오는 이번 [신화 임무]의 정산만으로도 220에 달하는 포인트를 획득했다.
앞으로의 전투에 있어서 [운명개화 포인트]의 수치가 적지 않은 중요도를 가진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오가 고무적인 성장을 거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칠흑기사단에 있는 단원들 중에서는 이오가 가장 강하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래도 다른 신화 임무에 필요한 수치를 생각해보면, 겨우 이정도로 만족하면 안되겠지.”
나는 이오의 성장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화면을 터치했다.
툭-.
정산창이 닫혀 사라진 화면에는, 또 다른 메세지가 출력되는 모습이었다.
– 칠흑기사단이 [잔영의 눈동자 : 누크타트(Unknown)]를 토벌했습니다!
– 신화적인 존재를 쓰러뜨리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 신규 특성 을 획득했습니다.
– 하나의 기사단원을 지정해 해당 특성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떠오른 메세지는, 나에게 있어서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신화적인 존재를 토벌했다는 위업으로 새롭게 획득한 보상.
그것은 성역이라고 부르는 공간이 단장의 육체에 귀속되는 것이었다.
직전의 전투에서 마주했던 성역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성역의 위력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한 성역이 단장에게 흡수된다는 이야기는, 안그래도 강한 단장의 전력이 몇배나 더 강해진다는 이야기였다.
“이번에 획득한 성역을 캐릭터에게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더군다나 보상 메세지가 알려오는 정보는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하나의 기사단원을 지정해 해당 특성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단장만이 아니라 칠흑기사단의 단원에게도 새로운 특성을 추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기존 기사단원의 파격적인 강화.
의 효과로 내가 일방적으로 인계받는게 아니라, 기존의 단원들에게 특성을 내려주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비록 그게 이번에 획득한 하나뿐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성역을 공유할 수 있다라······.”
나는 그제서야 [신화 임무]의 숨겨져있던 보상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토벌한 신화적 존재의 성역 획득.
그것이 [신화 임무]에 존재하는 진정한 의미의 보상인 것이다.
단원들에게 주어진 [운명개화 포인트]도, 클리어를 통해 획득한 운명석도 결코 핵심이 되는 보상이 아니었다.
바깥세계의 괴물들을 토벌하는 것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초월적 권능의 일부를 찬탈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누구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 파격적인 보상이 화면 너머에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고민을 좀 해봐야겠는데.”
지금까지의 보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보상이다.
그럼에도, 그것의 사용처를 섣불리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성역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기까지는 신중한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그게 단장이라는 이름이 짊어지고 있는 역할일테니까 말이다.
* * * * * *
성도, 오르스케이프.
교황청에 위치한 예배실의 한가운데에서 수녀복을 입은 백발의 여인이 눈을 떴다.
사도 아드레아.
신성교단의 사도들 중 하나이면서, 또한 아스티야와 더불어 가장 많은 신탁을 내려받는 전달자들 중 하나였다.
기도를 위해 양손을 포개고 있던 사도 아드레아는, 기도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예배실의 뒷편에는 그녀의 기도를 지켜보고 있던 또 하나의 사도, 사도 오르니오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드레아 사도. 그분의 음성이 닿은겁니까?”
끄덕.
고개를 끄덕여 수긍한 사도 아드레아의 눈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예배실에 장식된 창문의 너머로 비추어지는 햇살이, 사도 아드레아를 형형색색의 빛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도 아드레아는 창밖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사도 오르니오에게 입을 열어 이야기를 전했다.
“하늘의 별들 중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바깥세계의 위신들 중 하나가 토벌당했다는 이야기입니까? 하지만 용사는 알데어와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을 회복중일텐데요.”
사도 아드레아의 이야기를 들은 직후, 사도 오르니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늘에 새겨진 무수한 별들.
그들 중에서 거짓된 신위를 가지고 있던 괴물 하나가 제 모습을 감추었다.
사도 아드레아의 이야기가 의미하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모종의 이유로 위신이 소멸했다.
‘위신이 소멸했다고······?’
대륙을 감시하던 위신이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출만한 이유는 두가지밖에 없었다.
하나는 위신들간의 충돌로 인해 그 존재가 소멸하는 것.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위신을 토벌해 소멸시키는 것.
사도 오르니오가 알고있는 한, 지금 시대에 위신을 죽일 수 있는 존재는 하나밖에 없었다.
당대의 용사, 알칸디오.
오직 그만이 신위의 힘을 빌어 거짓된 신들을 토벌할 수 있을 터였다.
“용사가 나선 것이 아닙니다. 또, 하늘의 별들간에 충돌이 벌어졌던 것도 아닙니다.”
허나, 사도 아드레아는 고개를 저어 두가지 가능성을 부정할 뿐이었다.
용사가 나선 것도 아니다.
또한, 위신들간에 충돌이 벌어졌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위신을 소멸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그에 대해 고민하던 사도 오르니오가 의문을 품은 채로 이야기했다.
“용사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그런 짓을 벌였단겁니까.”
“······칠흑기사단.”
“지금, 뭐라고······.”
“칠흑기사단이 하늘의 별을 토벌했습니다. 잔영의 눈동자, 누크타트. 가장 찬란한 빛께서 그의 소멸을 관측하셨습니다.”
—칠흑기사단.
그 이름을 들은 사도 오르니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들어서는 안될 단어를 들은 듯한 모습이었다.
사도 오르니오는 굳은 얼굴로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사도 아드레아에게 시선을 향했다.
사도 아드레아의 시선은 여전히 하늘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칠흑기사단··· 설마, 단장이라는 자가 직접 나선겁니까?”
칠흑기사단의 단장은 이미 한차례 자신의 무용을 보인 적이 있었다.
고작 일격에 사도 에드거스가 부상을 입고 전투불능상태가 되고 말았다.
혹시나, 칠흑기사단의 단장이 직접 나선다면 신격들중에서도 비교적 격이 낮은 존재를 베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가능성을 떠올린 사도 오르니오가 질문을 던졌지만, 사도 아드레아는 여전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 자가 나선 기색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설마, 칠흑기사단에 소속된 기사들만으로······.”
“······.”
“저들의 세력이 이미 위신을 토벌할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말입니까······? 어찌 인간이 신격을 토벌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단장조차 나서지 않은 채로, 바깥세계의 괴물을 쓰러뜨렸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신성교단조차도 위신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용사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칠흑기사단의 기사들은 제 손으로 위신을 쓰러뜨린 것이었다.
그들 자신이 용사가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글쎄요. 저는 그저 찬란한 빛의 말씀을 전할 뿐입니다.”
“아드레아 사도······!”
“허나, 우리가 그 사실을 듣고 해야하는 일만큼은 명확해보이는군요.”
하늘을 바라보던 사도의 시선이, 다시금 교황청의 예배실로 되돌아왔다.
그녀는 예배실에 양각되어있는 신성교단의 문양을 바라보았다.
먼 옛날, 초대 용사가 활약하던 신마대전 당시에 만들어진 교단의 문양.
그것을 응시한 사도 아드레아가, 씁쓸한 표정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금의 용사로는 칠흑기사단의 단장에게 상대가 되지 않을겁니다. 그와 맞서기 위해서는, 용사를 충분히 성장시킬 필요가 있겠군요.”
* * * * * *
차원요새 알레테이아.
상처입은 몸으로 요새에 돌아온 단원들은, 저마다 붕대를 감은 채로 로비에 앉아있는 중이었다.
임무에 참여했던 단원들중에서 상처가 없는 인물은 오직 한명뿐이었다.
제2석, 아리엣 크레이들.
백은의 효과로 보호받은 그녀만이 아무런 상처없이 알레테이아에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들 수고많았어.”
책을 읽던 아리엣은 무뚝뚝한 목소리로 로비의 단원들을 향해 이야기했다.
어느새인가 도서관에서 책을 가져온 아리엣은, 손에 마도서를 든 채 소파에 자리잡은 모습이었다.
아리엣이 언제나 누워서 책을 읽는 그녀의 전용좌석이었다.
그런 아리엣의 이야기에, 아스티야 역시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아리엣도 고생했어요!”
“뭐어, 그정도 도움도 주지 못해서야 단장을 볼 면목이 서지 않겠지.”
“그리고, 이오··· 혹시 이번 임무에서 벽을 마주한건가요?”
아리엣을 향해 이야기를 건네던 아스티야가, 이번에는 옆자리에 있던 이오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이오는 이마와 손에 붕대를 잔뜩 감고 있는 모습이었다.
칠흑기사단의 누구보다도 격전을 치렀던 이오였다.
다른 단원들보다도 부상의 정도가 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오는 말을 걸어오는 아스티야를 바라보다가, 이내 붕대를 감은 손을 들어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조금은 감을 잡은 것 같아.”
“부럽네요. 검술의 극한에 닿을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은거잖아요?”
“······.”
“저도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는데, 언제쯤되야 이오처럼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미소를 띈 아스티야가 이오에게 달라붙으며 이야기하자, 이오는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아스티야를 밀어내었다.
아스티야는 이오의 손에 뺨이 짓눌리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싱글거리며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오가 전장에서 마주했던 아스티야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로, 이오를 향해 운명의 비틀림을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아스티야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스티야는 대신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지고있잖아.”
“그렇지만 이제 이오와의 대련에서는 영영 못이길지도 모르는걸요?”
“아스티야의 예지는 어떤 검술보다도 위협적이야. 가끔씩은 검술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벽을 마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기도 하고······.”
“이오같이 대단한 기사가 그렇게 말해주니 기분은 좋네요!”
이오의 손에 밀려나던 아스티야가, 갑작스럽게 거리를 좁히며 쇄도해왔다.
아스티야의 기습에 당한 이오는 피하지 못한 채로 꼼짝없이 붙잡힌 모습이었다.
이오가 아스티야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끙끙대고 있으면, 그 모습을 힐끔 보던 아리엣이 피식 웃었다.
아리엣은 옆에서 창을 점검하는 세페이드를 바라보다가, 이 자리에 모여있는 기사들에게 들리도록 이야기했다.
“그래도 아직 실감이 안나기는 하네. 이런식으로 바깥세계의 괴물들을 잡게될줄은 전혀 몰랐는걸.”
“용사가 아니라면 보통은 맞서싸울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 존재들이니까요.”
“기사단을 꾸려서 위신들을 죽이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단장말고는 없을걸.”
기사단을 육성해 위신들로부터 세계를 지키겠다는 원대한 포부.
이곳에 있는 모든 기사들이, 칠흑기사단에 속하기 전까지는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던 발상이었다.
그런 아리엣의 이야기에 공감한 아스티야가 다친 이오의 손을 신성력으로 어루만지며 말했다.
“아리엣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요? 저도 처음 단장의 목적을 들었을때는 무척이나 당황했거든요.”
“물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라도 당황하겠지.”
“당연한 이야기인걸요. 신성교단의 용사조차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테니까요.”
끄덕-.
아스티야의 이야기에 수긍한 아리엣의 눈동자가 이번에는 이오에게로 향했다.
신성력을 통한 치료를 받고 있는 이오는, 조금은 갑갑한 모양이었는지 뾰루퉁한 얼굴을 하고있었다.
아리엣은 이오를 향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꺼내 물어보았다.
“이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단장이 가지고 있는 꿈에 대해서.”
“단장의 바람이라면 그게 어떤 꿈이라고 하더라도 상관없어.”
“······.”
“단장이 가지고 있는 꿈이 내가 이뤄야하는 꿈이고, 단장의 의지가 내가 따라야하는 유일한 기사도야.”
이오의 이야기를 들은 아리엣이 난감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스티야 역시 못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이오를 바라보다가, 이내 한쪽 손으로 이오의 뺨을 누르며 이야기했다.
“흐음··· 이오도 언제나 한결같네요.”
“응.”
“그래도, 그런 모습이 오히려 기사다운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