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oods Player RAW novel - Chapter 96
98.영묘 (4)
횃불만이 앞을 비추고 있는 어두컴컴한 동굴.
그곳에서 용병의 시선이 눈앞의 석관을 바라보았다.
용병이 바라보는 석관에는 유려한 필체로 누군가의 이름이 새겨져있는 모습이었다.
—광명의 사도, 아르니아.
익숙한 누군가의 이름을 본 용병이 대검을 맨 채 고개를 숙였다.
“······아르니아.”
용병의 여정에 함께하던 성직자, 아르니아.
용병의 눈앞에 자리한 무덤의 주인은 바로 그녀였다.
이름없는 용병이 고개를 숙인 채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를 지켜보던 험악한 얼굴의 전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쿵.
도끼를 들어올린 채로 일어난 랜버트는 묵념하고있는 용병을 향해 입을 열었다.
“둘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겠지.”
“······.”
“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찾아온건지는 모르겠다만, 잠시 자리를 비켜주도록 하지.”
랜버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영묘의 밖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이었다.
터벅. 터벅.
정적이 내려앉은 동굴에 랜버트의 발걸음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이름없는 용병은 밖으로 나가는 랜버트의 모습에도 개의치않고, 계속해서 눈앞의 석관을 바라보았다.
“미안하다. 아르니아.”
스윽-.
용병의 손가락이 석관에 새겨진 옛동료의 이름을 훑고 지나갔다.
사라져버린 누군가를 그리워하듯이 스쳐지나가는 손가락.
그러나, 그런 용병의 얼굴에서 슬픔의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것은 분명 오래전에 그의 눈물이 메말라버린 까닭일 것이다.
“······나는.”
용병의 섬세한 손가락이 다시금 아르니아의 이름 앞에서 멈춰섰다.
든든했던 동료.
성실했던 성직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신의 사도.
수많은 단어와 함께 복잡한 감정이 용병의 안으로 역류했다.
밖으로 쏟아내는 눈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용병의 안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이 거칠게 휘몰아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르니아.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했다.”
오랜 기억을 더듬어나가는 용병의 눈이, 이제는 그 생명이 멈춰선 동료를 바라보았다.
분명 이 석관의 아래에서는 잠에 들듯이 눈을 감고 있는 동료가 누워있을 것이다.
힘들고 지친 여정에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듯이, 그가 보았던 마지막 순간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터였다.
처음 여정을 시작하고서 지금에 오기까지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이제는 그와 여정을 함께하는 이들조차도, 처음과는 많이 달라져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네가 바라는 행복은··· 내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지.”
아무런 감정도 없는 평이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용병의 눈이 석관위에 새겨진 글자를 보다가, 그 옆에 세워져있는 경전을 향해 움직였다.
교단의 사도, 아르니아가 사용하던 경전.
그녀가 처음 성직자가 되었을때부터 함께해왔던 경전은 아르니아가 시성을 받았을때 기적이 깃들었으며, 그녀가 사도가 되었을때는 그 내용이 찬란한 빛으로 가득차있었다.
“그런 몰골이 되어서도 네가 갈망하던 결말은 하나뿐이었으니······.”
허나, 지금은 그 주인과 마찬가지로 빛을 잃어버린 채였다.
톡. 톡. 톡.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석관을 두드리던 용병이 무덤속의 아르니아를 향해 이야기했다.
“그러니, 네가 원하던 방식으로 이곳에서 맹세하겠다.”
철컥.
망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듯 세워진 대검이 어둠속에서 빛을 발했다.
그곳에서 그는 무덤속의 누군가를 향한 맹세를 건넸다.
“네가 바라던 용사가 되어주마.”
횃불의 빛을 반사하는 대검이 어스름히 빛난다.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에는 검을 쥔 용병의 모습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수많은 전장을 거쳐오며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게 된 용병의 얼굴.
눈앞에 비추어지는 스스로의 눈동자를 보며, 그는 자신의 맹세를 이어나갔다.
“—네가 사랑하던 세계를 구원하겠다.”
“—네가 갈망하던 희망을 가져오겠다.”
“—그리고, 너를······.”
일체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눈동자가, 흉흉한 기세를 내보이며 빛을 머금었다.
선명한 감정이 어려있는 눈동자로 대검을 응시하던 용병이 선언했다.
“—너를, 구원하겠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손에 쥔 대검을 바라보던 용병이 서서히 자신의 두눈을 감았다.
스르륵-.
영묘의 풍경을 비추던 눈동자를,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눈꺼풀이 완전히 뒤덮었다.
잠에 빠지듯이. 그리고 상념에 젖어들듯이.
용병의 흐릿한 기억이 완전히 눈을 감았다.
* * * * * *
“허억······!”
깊은 악몽에서 깨어나듯이 눈을 뜨면, 이불을 붙잡은 내 눈앞에 자취방의 풍경이 보였다.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가 입에서 터져나오는 채로, 나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제 의자를 이쪽으로 가져온 것일까.
어느새 내 의자를 가져온 미니 곰돌이가, 의자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는 모습이었다.
“이게, 내 기억······.”
흐릿하게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기억을 되새겨보면, 가슴속에 무언가의 감정이 퍼져나가는 모습이었다.
슬픔. 분노. 증오.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내 안에서 소용돌이친다.
분기점의 기억이 가져오는 것은 단순한 화상뿐만이 아니었다.
촉각. 청각. 시각.
그리고 대상의 감정.
그 당시의 누군가가 느꼈을 감정의 격류마져도 나에게 전달되고 마는 것이다.
“아······.”
기억속에서 마주한 것은 이번 [전설 임무]에 등장했던 누군가의 무덤이었다.
광명의 사도, 아르니아.
초대 용사의 동료이면서 모두에게 존경받던 위대한 성직자의 무덤.
그렇기에 저토록 은밀하고 깊숙한 곳에, 석관과 석상을 준비해 안치해놓은 것이었다.
온갖 괴물들이 판치던 신마대전 당시에 무덤이 파괴되지 않도록 취한 조치인 셈이었다.
“하지만, 이번 임무에서 발견했던 석관에는 봉인석밖에 존재하지 않았을텐데.”
저곳이 원래 아르니아의 무덤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적어도 초대 용사의 기억은 그 사실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허나, 내가 방금 전에 마주한 풍경은 원래 들어있어야할 누군가를 대신하고 있는 봉인석이 전부였다.
그렇다는 것은 누군가 모종의 이유로 아르니아의 무덤에 손을 댔다는 이야기였다.
현재와 과거의 괴리를 느낀 내 시선이 스마트폰의 화면으로 향했다.
[ 분기점 탐색 ]– 열람가능한 기억
– x02. 안데르크 산맥 (완료)
– x13. 레벤디어스 대협곡 (완료)
– x14. 사도 아르니아의 영묘 (완료)
– x20. 알레스바흐 신전 (완료)
– 열람하기 / 닫기
이번에 열람한 기억은 14번에 해당하는 분기점이었다.
현재와 풍경과 과거의 기억사이에 무언가 중요한 연결고리가 끊겨있다.
숨겨진 비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사이에 해답이 되어줄 기억을 찾아야만 했다.
단편적인 기억만을 보여주는 [분기점 탐색]이 가지고 있는 한계였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추론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대체 누가 저기에 봉인석을······.”
한손으로 머리를 움켜쥐며 스마트폰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과거의 자신이 마주했던 기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현재로서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제대로 짐작할 수 없었다.
단지, 그것이 자신의 과거라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을 뿐이었다.
– 툭. 툭.
내가 화면을 노려보며 끙끙대고 있으면, 의자위에 서있던 곰돌이가 뭉툭한 손으로 나를 두드리는 모습이었다.
그런 곰돌이의 태도에 고개를 돌리자, 나는 곰돌이의 손에 들려있는 물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가운 물이 따라져있는 물컵.
아무래도 나에게 찬물을 마시고 진정하라고 건네주는 것처럼 보였다.
“나보고 마시라고?”
– 끄덕. 끄덕.
“······그래, 고맙다.”
나는 그런 곰돌이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곰돌이가 건넨 찬물을 벌컥 들이마시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켜나갈 뿐이었다.
후우-.
찬물을 마시고 컵을 돌려준 후에, 심호흡을 하고서 다시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구멍이 뚫려있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무척이나 중요한 기억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날의 기억이 분명 지금의 알레테이아를 만들어낸 계기가 되었을테니까 말이다.
“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생각해보니 인과율 정산도 받을때가 됐을텐데.”
복잡해진 가슴을 진정시킨 나는 화면을 조작해 알레테이아의 로비로 되돌아갔다.
그리고는 화면 구석의 아이콘을 터치해 [인과율 정산] 기능을 활성화했다.
지금 당장 처리해야하는 것은 [분기점 탐색] 기능을 통해 기억을 확인하는 일뿐만이 아니었다.
[인과율 정산]의 보상 역시 빠르게 해결해야하는 문제였던 것이다.툭-.
아이콘을 눌러 [인과율 정산]창에 들어오면, 어느새 100%에 도달한 달성율이 시야에 들어왔다.
[ 인과율 정산 ]– 달성율 : 100 %
– 누적된 인과율이 기준치를 충족해 보상을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 수령하기 / 닫기
해당 기능을 사용해 획득하는 보상은, 제때 수령하지 않으면 달성율에서 손해를 보는 수밖에 없었다.
기존에 한차례 수령타이밍을 놓쳐가며 깨닫게 된 내용이었다.
나는 화면에 보이는 버튼을 터치해 곧장 보상을 수령하려고 시도했다.
툭.
내 손가락이 화면을 터치한 직후.
자취방의 문밖에서 초인종소리가 울려퍼지는 모습이었다.
– “······.”
띵동-.
곰돌이 택배의 도착을 알리는 경쾌한 초인종소리.
그 소리를 들은 곰돌이가 나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나가서 택배를 가져와야할지 묻는 듯한 모습이었다.
다른 택배라면 모르겠지만, 곰돌이 택배라면 녀석이 가져오더라도 문제는 없을 터.
그렇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곰돌이를 향해 지시를 내렸다.
“안으로 가져와줘.”
– 샤샥. 샤샤샥.
번개같은 속도로 이동한 곰돌이가 현관문의 도어락을 해제했다.
그리고는 문고리를 잡아당겨 문을 안쪽으로 열어젖히는 모습이었다.
끼이익-.
미니 곰돌이가 열어젖힌 현관문의 너머에는 익숙한 곰돌이 택배가 놓여있었다.
미니 곰돌이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다리를 이용해 현관문을 닫고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 툭. 툭.
“잘했어, 서포터. 역시 내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곰돌이야.”
– 끄덕. 끄덕.
곰돌이에게서 택배를 받은 나는, 곧장 스티커를 뜯고 상자를 개봉했다.
찌이익-.
처참하게 뜯겨나가는 스티커를 바라보던 미니 곰돌이가 충격받은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곰돌이를 무시한 채로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스티커에 감싸여있던 상자의 너머.
그 안에 들어있던 물건은 나에게 있어 무척이나 익숙한 것이었다.
“······스노글로브?”
알레테이아에서 이오에게 처음으로 선물받았던 스노글로브.
그 물건이 곰돌이 택배 안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 * * * * *
“오늘은 유독 별이 밝군요.”
대륙 북부. 안데르크 산맥.
하늘을 향해 드높게 쌓아올려져가는 제단의 아래에서, 알데어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던 현자가 입을 열었다.
모닥불의 현자, 글라이온.
대륙의 모든 마법사들에게 존경받는 현자의 눈동자는 우수에 차있는 모습이었다.
“알데어. 당신은 점성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는게냐?”
“하늘의 별은 때때로 사람과 세계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이야기하죠. 천리안의 현자, 헤이즐 오르네스도 매일같이 별을 바라보며 미래를 예언하고는 합니다.”
별이 가득찬 하늘을 올려다보는 글라이온의 모습에, 알데어가 코웃음을 치며 손을 내저었다.
점성술이니 예언이니 하는 것에 일절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알데어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글라이온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제단의 위로 반짝이는 별을 눈에 담았다.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하늘의 별을 지켜봐왔습니다. 그 덕분에 천리안의 현자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별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시한 자랑이나 하려는 생각은 아닐테지.”
“물론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건 아닙니다. 단지, 언젠가의 제가 바라보던 밤하늘과, 지금 이렇게 눈에 보이는 밤하늘의 차이를 실감하게 되어서 말입니다.”
수많은 별의 흔적이 글라이온의 눈에 비추어졌다.
위대한 이의 탄생을 알리던 별.
거대한 운명이 끝을 맺었음을 알리던 별.
장대한 평화의 시작을 알리던 별.
그가 마주해왔던 수많은 밤하늘의 잔영이 하늘에 덧그려졌다.
“무수한 시간동안 하늘의 별들은 끝없이 바뀌어왔습니다.”
“······.”
“그 속에서 저는 수많은 이들의 운명을 읽어왔습니다. 긴 역사속에서 수없이 변하는 운명도 있었고, 또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운명도 존재했습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운명이라······.”
알데어의 시선 역시 하늘을 눈에 담았다.
변하지 않는 운명.
그리고 꺾이지 않는 의지.
세상에는 그런 내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란 참 가혹한 법이더군요.”
“······무슨 말이냐.”
“결코 꺾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이가, 결국 부러지고 마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퉁-.
글라이온의 지팡이가 바닥을 내려친 직후.
두 사람이 바라보던 밤하늘에 반투명한 눈동자가 떠올랐다.
인간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눈동자는 글라이온과 알데어를 선명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누구를 마주하더라도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인류의 마지막 검이, 결국에는 제 손으로 마신에게 제물을 바치더군요.”
“······.”
“저는 그러한 풍경을 보고서, 많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든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발악도 뒤따랐지요.”
“네놈, 설마······.”
눈동자와 마주한 글라이온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소매를 거두었다.
여태 다른 이들에게 본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글라이온이었다.
그렇기에, 알데어는 처음으로 글라이온이 드러낸 살결을 바라보았다.
“나약한 이들은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어떤 결말을 마주할 것인지.”
소매를 걷은 글라이온의 팔뚝에 보이는 것은 무수한 눈동자들이었다.
자신의 것이 아닌 눈동자들이 꿈틀거리며 주변을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인간의 신체가 아닌 이형의 무언가.
글라이온은 그것을 통해 스스로의 육신을 보존해온 것이었다.
알데어는 꿈틀거리는 눈동자를 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이것이 네가 고민하던 정답이었나?”
“아뇨. 시간을 유예한 벌입니다. 제가 고민하던 정답이 시작되는건 지금부터겠지요. 저는 계속해서 장벽이 약화되는걸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쯧··· 나보다도 더한 노괴의 생각은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군.”
“이 시대를 기다리기 위해 저는 많은 것들을 내려놓았습니다. 당신도 봤다시피, 수명을 늘리는 금기는 지불해야하는 결과가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요.”
삐걱거리는 글라이온의 손이 기괴한 동작으로 제 주먹을 접었다.
끼익-.
힘겹게 주먹을 움켜쥔 글라이온이 알데어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이제는 오래 버티지 못할겁니다. 길어봐야 5년정도겠지요.”
“5년안에 모든 일을 끝낼 생각인가.”
“인류를 보존할 방법은 이제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것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두 사람의 앞에 놓여있던 제단이 불길한 기운을 머금었다.
사이하면서도 악독한 기운.
그것을 앞에 둔 글라이온의 이야기가 알데어의 귓가에 선명하게 파고들었다.
“준비합시다. 알데어. 우리의 결말, 그리고 세계의 미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