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rowth into SSS-class safety zone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끝 (완결)
* * *
곧이어 심장에 난 구멍이 사라지고, 눈을 떠보니 서울에 있는 우리집 천장이 보였다.
식량이를 이주시킨 아공간도, 생명력의 바다가 넘실대는 곳도 더 이상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심장에는 따스한 온기만 남았을 뿐이었다.
“그래. 나는 원래 평범했잖아.”
[평범하기는. 이 몸이 있지 않느냐!]“하하하. 그러게. 나한테는 이제 로엘라이 뿐이네. 이제 평범한 인간이 되었으니 함부로 굴면 안 돼. 알지?”
[당연하지 않느냐! 지아비를 책임지는 것이 지어미의 일이거늘. 나약해졌다고 내팽기지 않을 테니 걱정말거라! 밥 굶기지 않는다!]“든든하네.”
내가 피식 웃은 뒤 휴대폰을 들었다.
잠깐 이것저것을 하는 사이에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금주한 이었다.
나는 전화번호부에서 그의 이름을 지웠다.
[주인놈,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이게 맞아.”
[동생 놈까지 포함해서 말이다.]“진호를 위해서도 그게 좋아.”
[으이구. 정말 이제는 이 몸밖에 남지 않았구나.]로엘라이가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말투는 저랬지만 나만큼이나 먹먹할 테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셈이냐.]“그냥 알바하지 뭐. 알바 경력만 7년이 넘어. 안 해 본 일이 없으니 걱정 마.”
나 박해인은 오늘부로 일반인이 되었다.
모든 힘을 봉인하기 전, 마지막으로 한 것이 각성자들의 능력 회수였다.
이제 이곳에는 하늘을 날거나, 손에서 불을 뿜어내거나, 강철같은 피부를 가진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다들 의아해하고 놀라겠지만, 던전과 몬스터가 사라진 마당에 그것이 대수일까.
일부 헌터들은 섹터 05의 정신체가 빙의한 채지만, 그것까지는 건들 수 없었다.
이미 기존의 정신이 완전히 죽어 버린 경우도 있었고, 동화가 실패되어 원래 정신체와 섞여 버린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세상에 주인놈을 아는 건 이 몸뿐이구나.]“특별해져서 좋지?”
[그저 지어미로서의 책임감에 통탄할 뿐이도다.]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주변인들로부터 나에 대한 기억을 소각했다.
한때 미디어도 탄 터라, 온 국민에게서 완전히 지워내기는 어려웠고 스쳐 지나가던 지인1 정도로의 존재감만 남겨두었다.
이제 주민등록등본을 떼도 나와 진호는 가족이 아니다.
진호는 고아가 되었고, 나 역시 고아가 되었다.
‘근원’의 힘만 있으면 컴퓨터 시스템 조작도 어렵지 않았다.
“그런 무시무시한 힘은 없는 편이 나아.”
나 역시 한낱 인간일 뿐이다.
지금이야 이런 마음을 먹지만, 언젠가 나쁜 방법으로 생명력을 써버릴지도 모른다.
생명력이 거덜 나면 소중한 가족이, 친구가, 이 세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자, 나가보자.”
내가 신발 끈을 묶었다.
“로엘라이, 뭐해. 그 모습으로 가면 눈에 띄잖아.”
[맞다, 맞아.]곧이어 로엘라이가 열쇠 크기만큼 변했다.
미리 준비해둔 목걸이에 로엘라이를 채웠다.
이러면 눈에 안 띄고 로엘라이를 데리고 다닐 수 있었다.
집 밖을 나선 나는 면접을 보기로 한 편의점으로 향했다.
세상은 시끄러웠다.
갑자기 던전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가 싶더니, 하루아침에 헌터들이 능력을 잃었다.
그동안 정·재계를 주무르던 헌터들이 더 이상 이권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이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곧이어 길드가 하나둘 해체되었다.
아티팩트도 효과가 사라졌고, 던전도 없어지니 던전 부산물을 이용한 각종 사업이 망해버렸다.
거물급 헌터들이야 축적해 둔 부가 많다 보니 바로 나락으로 가지는 않았다.
가장 많이 피해를 본 건 B급에서 D급 헌터들이었다.
여생을 놀며 살만큼 충분한 부를 축적하지 못했고, 헌터 생활 외에는 해 본 것이 없는 게 대다수였다.
갑자기 바뀌어버린 세상에 모두가 당황했다.
그러나 십몇 년 전, 갑자기 던전이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빠르게 적응해나갔다.
“이제 기사는 나오지 않네.”
진호와 금주한, 한애라 실장은 물론 데모아까지.
미디어에서 계속 노출되다 보니 그들의 소식을 알 수 있었다.
금주한은 은퇴했다.
시골에 사둔 땅에 농작물을 기르며 산다고 했다.
처음에는 파파라치도 많았지만, 곧이어 사그라들었다.
한애라 실장은 뭘 해도 잘났다.
그녀는 원래 근무하던 로펌으로 돌아갔다.
변호사인 그녀는 맡은 사건들을 계속 승소했다.
그녀만 능력이 남아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데모아는 자취를 감추었다.
매스컴이 찾아내지 못한 걸 보면 꼭꼭 숨었나 보다.
아니면 죽었든가.
내 동생 진호는…….
삼수 끝에 대학생이 되었다.
다행히도 헌터 생활하며 돈을 모아둔 덕분에 자기 명의로 된 집도 있고, 예금도 있어 걱정 없이 살았을 거다.
삐빅.
나는 삼각김밥과 컵라면, 그리고 맥주 4캔을 찍었다.
“1만 3천3백 원입니다.”
“카드요.”
“네, 카드 받았습니다.”
나는 손님 카드를 받아 결제한 뒤 물건을 봉투에 담았다.
“매일 인스턴트만 드시네요.”
“…….”
손님은 말없이 봉지를 낚아채 갔다.
가게를 나가 골목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나를 기억해내면 어쩌지.
걱정과 설렘이 뒤섞였지만, 상대는 내가 누군지 전혀 짐작이 안 가는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실망감에 일었지만, 내가 선택한 것이니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왜? 동생 놈이 계속 눈에 밟히느냐? 그냥 동생만이라도 기억 돌리는 게 어때? 그랬다가는 맞아 죽으려나.]“그런 거 아냐. 매번 라면만 먹는 것 같아 속상해 그렇지. 대학 갔으면 술도 먹고, 늦게 들어와야 하는 거 아냐? 매일 6시가 되면 편의점 들러 집에 가는 거 봐. 삼수생이라 친구 못 사귀나?”
[궁금하면 물어보던가.]“아냐. 뭘…….”
[허이구. 동생 소식 궁금하다고 동생 놈 집 앞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네, 달라.]“연애라도 하면 몰라. 집에 혼자 사는데 생전 누구 데려오는 걸 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궁금하면 직접―]딸랑.
출입구 종소리에 로엘라이가 입을 다물었다.
“어서 오세요.”
습관적으로 얼굴도 보지 않고 인사했다.
“말보루 주세요.”
“말보루 어떤 거…….”
물으려던 내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진호였다.
이놈의 새끼가 담배라니.
지금 형 없다고 일탈하는 거냐!
“신분증이요.”
“저 23살인데요.”
“신분증 없으면 안 팔아요.”
“집에 놓고 왔는데. 그냥 줘요. 저 성인 맞아요.”
“신분증 없으면 못 팝니다.”
“…… 저 한두 번 봤어요? 성인인 거 알면서 왜 그래요?”
퉁명스럽게 진호가 되물었다.
“됐어요. 편의점이 여기뿐인가.”
진호가 몸을 돌렸다.
“자, 잠깐만요!”
내가 진호를 붙잡았다.
“알겠어요. 대신…… 한 대 같이 필래요?”
내 말에 진호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아, 내가 무슨 말을 내뱉은 거지.
후회가 막심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철판을 깔고 가게 문밖에 서서 진호가 산 말보루 한 개비를 받았다.
“편의점 알바생한테 담배 뜯기기는 처음이네.”
내가 힐끔힐끔 진호를 쳐다봤다.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처음이 아닌가 보다.
그는 익숙하게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쿠, 쿨럭.”
흉내만 내는 입담배 수준인 나와 달랐다.
내가 진호네 집 앞 편의점에서 일한 게 2년째인데, 왜 피는 걸 몰랐지.
“언제부터 폈어요?”
재수, 삼수 때부터일까.
아니면 대학 들어가고?
학교생활이 외로우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1이요.”
“쿨럭! 쿨럭”
진호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연기를 반대로 들이마시고 기침했다.
“…… 괜찮아요?”
진호가 별 이상한 사람 다 본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아, 아니에요. 자주 오시는데 담배는 처음 사시길래 핀 지 얼마 안 된 줄 알았어요.”
“아. 습관이어서.”
“습관이요?”
“학교에서만 피웠거든요. 그리고 끝나고 손 씻고 양치까지 하고 집에 가는 게 버릇되어서.”
“무슨 그런 습관이 있대요.”
“들키면 안 되어서…….”
“…….”
내가 입을 다물었다.
진호는 나와 살 때도 담배를 피웠었나 보다.
빨래는 진호 담당이었으니 희미하게 남는 담배 향 같은 걸 나는 몰랐을 테지.
“웃기죠? 저 고아거든요. 혼자 사는데 누구한테 숨기고 싶었는지. 하하.”
진호의 말에 심장이 뜨끔했다.
진호에게는 어릴 적 부모님과 살던 시간, 유원지에서 부모님을 잃고 고모네 얹혀살던 시간, 그리고 독립해 혼자 살던 시간.
함께 했던 그 모든 순간순간에서 내가 사라졌다.
“그런데 왜 그 습관을 바꾸려고 했어요?”
“스스로가 짜증 나서요.”
진호가 재를 툭툭 털었다.
“혼자 사는데 들키면 안 되는 것처럼 담배 향을 숨기고, 혼자 먹을 건데 가끔 2인분씩 요리를 해 버리고. 새벽에 자다가 깨서 아직 안 돌아왔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병신같지 않나요.”
“…….”
“처음에는 각성자 후유증인 줄 알았죠. 헌터들이 능력을 잃고 이런저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잖아요. 저도 그런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벌써 4년이 지났는데, 안 없어지네요.”
“…… 괴로, 우시겠어요.”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목에 힘을 주었다.
“하아. 웃기죠. 당신이 나보고 인스턴트만 먹는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요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 2인분에 순대를 주문하는 거 있죠. 다 먹지도 못하는데. 너무 짜증이 나더라구요.”
진호가 담배를 비벼 껐다.
그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그래서 한 번 반항해 봤어요. 담배 다 피웠으니 됐죠? 가볼게요.”
진호가 다시 터덜터덜 왔던 길을 되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반이나 더 남은 담배를 마저 피웠다.
태어나 처음 펴보는 담배는 너무도 썼다.
목에 걸린 열쇠 크기의 로엘라이가 부르르 떨었다.
[주인놈. 분식집이라면 저 앞 아니냐. 그 근처에도 편의점이 있을 텐데, 주인놈 동생 놈이 왜 이리로 왔을까.]그러고 보니 왜 여기까지 왔을까.
편의점에서 산 물건을 들고 한참을 걷던 진호가 멈췄다.
그는 주머니에 넣었던 담뱃갑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
눈물로 눈앞이 뿌옜다.
진호는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해인’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다.
“형…….”
진호는 해인의 존재를 기억해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기억들.
당연히 혼자라 생각했는데, 어느덧 그곳에는 낯선 타인이 들어가 있었다.
그는 타인이 아니었다.
자신의 형이었다.
왜 그 사실을 깡그리 잊고 있었을까.
그러나 ‘해인’은 진호에 대해 모르는 모양이었다.
“포기하지 말자. 형도 언젠가 기억을 되찾을지도 몰라.”
진호가 다시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해인도 그렇겠지.
―완결―
* * *
붉은 생명력의 바다.
모래 위에는 검은색 연기와 구슬이가 뛰놀고 있었다.
둘은 장난을 치다 허공에 구멍을 냈다.
ㅡ!!!
ㅡ…….
그 사이로 생명력이 조금 흘러나가 버렸다.
하필 해인이 잘 관리하라고 신신당부한 생명력이었다.
해인은 떠나기 전, 몇몇 개의 생명력 구슬을 잘 지키라고 했다.
해인에 의하면 그것들은 해인의 가까운 사람들의 것이었다.
다행히도 구멍은 금방 없어졌다.
연기와 구슬은 나중에 혼나면 어쩌지 잠시 고민하다가, 금세 잊고 둘이 해변가에서 놀기 시작했다.
《SSS급 안전지대로 무한성장》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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