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Leveling: Murim RAW novel - Chapter 312
312화 – 외전 24. 전설 BTS (3)
● ● ●
국립 헌터 특성화 고등학교의 정문 앞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여느 학교도 마찬가지겠지만 졸업식은 자녀들에게 뜻깊은 날이기 때문에 학부모들 대부분이 찾아왔기에 그러했다. 하지만 이번 졸업식이 특별히 더 붐비는 이유가 있었다.
헌터청장 이두호, SHAT팀장 동래북 등 굉장한 저명인사들이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단유성과 소소희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어느새 정문을 통과해 그 무리에 합류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도원결의를 맺은 단유성, 이두호, 소소희는 식전 행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마지막을 정리했다.
그리고 중간에 한 번 크게 소란이 벌어졌는데,
이유는 라이징스타인 단총과 단미네르나가 웬일인지 이곳 졸업식에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식전 행사가 끝나자,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 아, 아아. 이제 곧 제 8기 국립 헌터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자리에 착석해주시기 바랍니다.
● ● ●
― 그럼, 이어서 졸업생 대표 3학년 소정희 학생의 연설이 있겠습니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소정희는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단상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안녕하세요. 졸업생 대표 3학년 소정희입니다. 먼저, 바쁘신 와중에도 제 8기 국립 헌터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식에…….
“잘하는구만. 마지막 수련 빼준 의미가 있네.”
“마지막 아니잖아요?”
“아, 뭐. 여기선 마지막이잖아.”
“근데 괜찮겠어요?”
“안 괜찮을 건 뭐야? 나도 여기서 잘 지냈는데.”
“쟤네들은 간대요?”
“가야지.”
“…….”
“그 실력에.”
“제발 살려서 돌려 보내줘요.”
단유성과 소소희의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중에 소정희의 대표연설이 끝났다.
이후 사회자의 졸업식 마무리 멘트가 이어지고 대망의 졸업식이 끝났다.
그렇게 공식적인 졸업식이 끝났지만, 학교는 아직도 어수선했다.
왜냐하면 이제 졸업생들은 엄연히 각성자로서 헌터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까닭에 전국의 길드 스카우트들과 에이전트들이 총출동하여 졸업생들의 섭외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미 대학을 결정했든, 가입할 길드가 있든 말이다.
두 명을 제외하고서 말이다.
소정희와 도천하.
둘의 졸업 이후의 행보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단유성은 소정희와 도천하가 친구들과 인사를 다 나누도록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그러곤 학교 앞 잡화상에게 사온 프리지아 꽃다발을 둘에게 건네주며 웃었다.
“와, 씨부. 이런 것도 다 주실 줄 아시네요?”
“그러게? 고맙습니다. 씨부.”
둘이 환하게 웃으며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새로운 시작이다.”
“네?”
“꽃말.”
둘의 표정이 썩는다.
“그 새로운 시작을…… 꼭 해야 돼요?”
“……안 하면 안 돼요?”
단유성은 둘의 어깨에 한 팔씩 걸치며 악마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평소에 열심히 수련을 했어야지.”
“…….”
“…….”
● ● ●
이윽고.
헌터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식이 완전히 끝났다.
조금은 조용해진 학교 운동장 가운데 일행이 모두 모였다.
졸업식 다음은 송별회였다.
단유성은 이곳에서 쌓은 인연들을 한 명 한 명 바라보았다.
모두의 눈에 아쉬움이 짙게 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젠 돌아가야 할 때였으니까.
단유성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맑디 맑다.
주변에는 꽃들이 만발해 있었고.
이제 정말 봄이구나.
정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자신의 계절은 이곳이 아닌 저 ‘무림’에 있다.
거기서 맞는 봄이 그에겐 진짜 봄이었다.
이윽고 고개를 내린 단유성이 소소희를, 그리고 모두를 보며 말했다.
그답게 짧고 간결하게.
“갈게.”
서걱-.
단유성이 의 공능을 일으켜 허공에 일검을 그었다.
그러자 마치 거대한 회오리가 바다 한 중간에 생긴 것처럼 그 지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
소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흘렸다. 아, 진짜 가는구나.
이두호는 입술을 꾹 다물고는 그런 단유성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단유성은 그 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즐거운 휴가였다.”
그리곤 웃었다.
“야야, 누가 죽으러 가냐? 찌질한 표정들 그만 지어.”
“……우리 다시 볼 수 있는 거 맞죠?”
“마지막까지 오라버니 한 번 안 해주냐, 너는.”
“인정할 수 없으니까요.”
“뭐, 네가 인정하건 말건 아무튼.”
단유성은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즐거웠다, 우리 동생. 그리고.”
“…….”
“꼭 다시 와야지. 동생들이 이 동네 사는데.”
“…….”
“하하. 차원 한 번 건넜더니 동생 둘 씩이나 얻고. 제대로 이득이구만. 그리고 방금 말했잖아.”
씨익.
“휴가 한 번 가는 사람 봤어?”
“…….”
“원래 휴가란 건 정기적으로 가야 휴가인 거야.”
‘온다’가 아닌, 간다…….
‘휴가를 간다’.
단유성의 말에 소소희는 씁쓸하게 마주 웃었다.
그 표현 자체에서 이미 소소희는 그가 떠났음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진짜로 가는구나.
예상하고 있었고 준비하고 있었지만 정작 맞닥뜨리니 더 아쉬웠다. 아니, 그걸로는 부족했나 보다.
절로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뻔했다.
탁.
굳센, 세상…… 아니 우주에서 제일 굳강한 손이 그녀의 허리를 휘감아 균형을 잡아주었다.
그에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소소희의 팔이 단유성의 목을 휘감았다.
“……즐겁지 않았어요, 나는.”
짧은 시간. 하지만 멈춘 것처럼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단유성의 반대쪽 손이 그녀의 눈가를 가볍게 훔쳤다.
“왜 우냐?”
“좋아서…… 좋아서 우는 거죠. 귀찮은 인간 드디어…… 보내서.”
농담 때문인지 그녀의 입술에 옅게나마 미소가 맺혔다.
“그래, 웃어. 그렇게. 그게 보기 좋잖아.”
단유성도 웃었다. 그렇게.
칫…….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떠날 거면 멋있지나 말든가.
“응? 뭐라고 했어?”
“……설마 독심술도 하는 거 아니죠?”
“아니.”
“……진짜죠?”
“아하, 이렇게 당황하는 거 보니까 그런 생각했구만.”
“……무슨 생각요?”
“뽀뽀하고 싶…….”
휙.
소소희가 황급히 단유성을 밀어냈다.
“됐구요! 오라버니 이제 가욧!”
“하하하. 드디어 오라버니냐? 쉽네, 오라버니 되기.”
“…….”
소소희는 얼굴을 붉혔다가 곧 고개를 들어 단유성을 똑바로 보았다.
그런 그녀를 마주 응시하며 단유성이 가볍게 웃었다.
“뿔났네.”
“네?”
“울다가 웃잖아, 너. 엉덩이 한 번 까 봐?”
“훗. 그런 성희롱은 돌아가서 부인한테나 하시죠?”
단유성은 웃었다.
소소희도 웃었다.
곧, 단유성은 몸을 돌렸다.
“그럼 진짜로 가볼까나.”
저벅저벅.
하지만 두 걸음만에 그는 다시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야야, 너희 둘은 따라와야지.”
“……씨부. 우리 꼭 가야 돼요?”
“야야, 니네들. 아무나 무림구경 할 수 있는 거 아니다? 나도 차원 한 번 건넜더니 동생 둘이나 얻었잖아. 제대로 이득이구만. 남들은 돈 내고 달구경도 가는 세상인데.”
단유성의 능글맞은 웃음에 도천하와 소정희가 울상을 지었다. 이득 좋아하시네, 하는 표정.
단유성이 웃었다.
“그 눈빛은 뭐야? 왜? 안 맞고 가서 몸이 근질거리냐들?”
소정희와 도천하가 썩소를 지었다.
“아뇨. 이득이 아니라 핵이득이 더 맞는 말인 것 같아서요. 하.하.하.”
“하. 하. 하. 그렇지. 핵이득.”
단유성은 도천하와 소정희의 어깨를 얄밉게 톡 친다.
“내가 그랬잖아. 내가 가는 데마다 복을 뿌려댄다고.”
씨익.
“아무튼 내 제자가 된다는 건 핵복탄을 맞은 거나 다를 바 없는 거니까.”
소정희와 도천하 둘 다 썩은 맞장구로 헛박수를 치며 생각했다.
‘퍽이나.’
‘뻑이나.’
“지금 속으로 욕했지?”
소정희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다른 데로 말을 돌린다.
“……살만한 데 맞죠?”
“이것들아. 그럼 내가 살지도 못하는 데서 왔다는 거냐?”
“그건 아니지만…….”
퍽. 휙-.
“그럼. 잔말 말고 들어가. 새끼들아.”
한 명은 엉덩이를 걷어차여서.
한 명은 집어던져 져서.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또 보자.”
올 때처럼 그렇게 걸어서.
마치 고대의 조개가 입을 쩍 벌린 것 같은 차원통로로 들어섰다.
곧 상처가 아무는 것처럼 단유성, 도천하, 소정희를 삼킨 조개는 그대로 증발하듯 희미해져 갔다.
그런 구멍을 향해 소소희가 나지막이 웅얼거렸다.
“네…… 또 봐요. 오……빠.”
그런 소소희의 어깨를 이두호가 가볍게 감싸주며 말했다.
“그럽시다. 또 봅시다, 형님.”
둘의 목소리를 들은 걸까?
언제 주머니에서 뽑아든 건지, 마지막으로 사라져가는 엄지를 치켜든 단유성의 손이 보였다.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 I will be back.
그러곤 한 번의 변조가 헐리우드식 이별에서 한국식으로 바뀌었다.
엄지와 검지가 삐뚜름하게 교차된다.
손가락 하트.
“쳇, 갈 거면 멋있지나 말든가.”
와이프라도 없든가…….
그래도 소소희는 웃었다.
저런 사람이 선택한 천소소라면 너무도…… 멋지고 그와 어울릴 테니까.
그렇게 단유성은 떠나갔다.
● ● ●
빛이 사라지고 풍광이 바뀌었다.
도천하는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보았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광경을.
무림이라고 해서 숲 같은 장소와 동양인을 기대했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은, 무수히 늘어서 있는 서양 판타지에서나 볼 법한 갑주를 걸친 군대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에워싸인 채 쪼그려 앉아있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있는 단유성과 재밌다는 식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소정희를.
“씨부. 여기 무림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러네.”
단유성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놔, 이거 또 엄한 데 와버렸구만.”
“…….”
단유성의 대답에 허탈해진 도천하가 주위를 더 살폈다. 그 사이 갈라진 차원의 틈이 이미 메워져 버렸다.
이제 돌아가려 해도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때 그들을 둘러싼 병사들 중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장군으로 보이는 자가 창으로 단유성을 겨누며 친절히 이 ‘엄한 데’를 정의해주었다.
“환영한다.”
“…….”
“지옥에 온 것을.”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뭔가 뉘앙스가 호의적이진 않다는 걸 눈치챈 도천하가 물었다.
“……저분이 뭐라시는 건가요?”
“한판 붙자네. 다짜고짜.”
“……어떻게 하실 건데요?”
“어떻게 하긴.”
단유성이 웃었다.
“알면서.”
도천하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갔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와. 재.밌.겠.다.”
소정희가 썩은 얼굴로 새로운 시작을 반기고 있었다.
단유성이 저벅저벅 걸어나갔고, 그 뒤를 소정희가 따랐고, 고개를 내젓는 도천하도 할 수 없이 따랐다.
새로운 세계 스메랄도 속으로 세 사람이 최초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고,
뽀정희, 탄유성, 심익현, 세 사람.
BTS 전설의 시작이었다.
무한 레벨업 in 무림
지은이 : 곤붕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904-0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