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01
“하고 싶은 대로라.”
걸음을 멈춘 시로네가 손유정을 내려다보았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건 아니고?”
“…….”
“너에게는 신념이 없다. 너는 폭탄이야. 선악 어느 쪽도 곁에 두고 싶어 하지 않는 폭탄.”
위력은 대공의 도시를 파괴할 정도였다.
“신념이 없기 때문에 남의 감정에 쉽게 휘둘리지. 너를 이용하려 들거나, 너를 통제하려 들거나. 네 주위에는 하나같이 그런 자들만 우글거릴 거야.”
압도적인 전투에 입을 다물고 있던 리체라가 순간 찔끔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너는 달라? 부처는 뭐가 다르지? 지금도 내 목에 긴고아가 채워져 있는데 무슨 훈계야?”
“지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나를 도와 지옥을 정화하자. 그 과정에서 깨달을 수 있다면 너도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될 거야.”
손유정이 바락바락 대들었다.
“난 지금도 자유로워!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빌어먹을 금테만 아니면!”
호전성이 다시 살아나며 육체가 붉게 달아오르자 시로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네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악의를 가진 자가 이용하려고 들면 치명적인 변수를 일으킬 수 있다. 지금 잡아 둬야 해.’
손유정이 이빨을 드러냈다.
“크으으으!”
이미 출격 준비는 끝났지만, 야훼를 상대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어떡하지? 진짜 이상한 기술을 쓰는데. 솔직히 설법보다 이게 더 짜증 나.’
화안금정을 번뜩이는 그녀의 눈에, 어둠 속에서 지켜보는 무언가가 있었다.
‘응?’
7장군 일각과 백사.
일각은 긴 뿔이 뻗어 있는 도깨비였고 백사는 하얀 뱀의 피부를 가진 여인이었다.
‘이상한 느낌이 저것들이었구나. 싸울 거면 싸우지, 뭘 자꾸 감시하는 거야?’
고민하는 시로네의 표정까지 확인한 그녀는 탈출의 희망을 발견했다.
‘그렇지. 야훼가 왜 마족으로 둔갑하고 있나 싶었더니, 저들을 의식하는 거였어.’
리체라에게 듣기로 마족들이 가장 증오하는 존재가 야훼라고 했다.
‘긴고주는 외우지 못해.’
결정을 내린 그녀가 쓰러진 상태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하늘로 날아올랐다.
“깔깔깔! 어디 잡아 봐라!”
순식간에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시로네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돌아와라.”
나직하게 내뱉는 순간 운석처럼 뿜어지는 연기가 지상으로 픽 고꾸라졌다.
이어서 비명이 들렸다.
“으아아아! 이 개자식! 개 같은 야훼!”
긴고주에 목이 걸린 손유정이 금테를 움켜쥔 채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왜 그래요? 대체 왜?”
그녀와 함께 바닥을 구르던 리체라는 손유정의 얼굴을 보고 섬뜩함을 느꼈다.
얼굴의 혈관이 전부 드러난 그녀의 두 눈에 거대한 충격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시로네가 또다시 중얼거렸다.
“손유정.”
“으아아아! 그만! 그만해!”
목소리는 작았으나 그녀의 귀에는 세상 전체가 진동하는 느낌이었다.
“3초 준다. 1초, 2초…….”
“에에에에익!”
고통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벌떡 일어난 손유정이 시로네에게 날아갔다.
쿵 하고 거칠게 착지한 그녀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아!”
그녀의 눈에 100퍼센트 야훼에 도달한 시로네의 진짜 모습이 보였다.
“……감추려는 거 아니었어?”
시로네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네가 모든 걸 망쳤지. 너는 언제나 그렇다. 그러니 이제는 네가 나를 도와야겠다.”
“싫어…… 싫다니까?”
시로네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자 손유정이 움찔했다.
“히익!”
긴고아는 깊은 경지의 깨달음에 도달한 자의 진심에 반응하는 무구.
굳이 불법이 아니라도 시로네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율법이었다.
손유정이 손을 내밀었다.
“하지 마! 내가 분명히 하지 말라고 했어!”
“그러니까 말을 들어. 앞으로 방종한 행동을 자제하고 내 일을 도울 거냐?”
시로네는 어둠의 사각을 살폈다.
‘이미 떠났어.’
100퍼센트 야훼를 드러냈을 때, 감출 수 없는 살기가 도시를 장악했었다.
하지만 기운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당장 나를 막지 않은 건 전략적 판단이겠지. 그래도 손유정을 곁에 둘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다.’
생각이 끝나는 순간, 눈이 돌아간 손유정이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오냐! 너 죽고 나 죽자!”
“쯧.”
혀를 한 번 차는 것만으로 긴고아가 줄어들었고, 그녀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허억!”
여의마저 내동댕이친 채 목을 부여잡은 그녀가 거꾸로 바닥에 쓰러졌다.
“으아아아! 싫어! 절대로 싫어! 이거 풀어! 차라리 나를 죽이란 말이야!”
시로네가 무심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결국 참지 못한 그녀가 눈물을 흘렸다.
“알았어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시키는 건 뭐든지 할 테니까 그만하세요.”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
“너는 하비츠와 달라. 너는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백지상태다. 나네도 그 점이 안타까운 거겠지.’
갱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이 되었다면, 이미 나네가 제거했을 터였다.
“일어나라.”
손유정이 서럽게 우는 얼굴로 일어나 눈물을 훔치자 시로네가 타일렀다.
“당분간은 내가 시키는 일을 해라. 어째서 그래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일단 옷부터 벗을까요?”
손유정이 탈의하는 시늉을 하자 시로네가 한쪽 눈썹을 올리며 내뱉었다.
“네 이놈.”
“히익!”
긴고아가 줄어드는 기분을 느낀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 가지고. 너는 시대의 흐름을 바꿀 사명이 있다. 책임에서 눈을 돌리지 마라.”
“쳇!”
손유정이 이기죽거렸다.
‘구워삶은 다음에 편하게 가려고 했더니. 야훼도 결국 부처님 가운데 토막하고 똑같잖아.’
시로네는 마그리트의 성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미 레테의 귀에 들어갔겠지. 그렇다면 가장 위험한 건 고성이다.’
등 뒤에서 손유정이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도망치는 것이 느껴졌다.
“손유정.”
그녀가 어깨를 들썩했다.
“네? 네!”
“저기 보이는 성으로 와라. 마족들과 싸우지 말고 곧장 나를 따라와야 된다.”
“알겠습니다.”
손유정이 시무룩하게 대답하는 가운데 시로네가 광익을 펼치고 날아올랐다.
‘기다려, 리안.’
굉음을 내며 시로네가 멀어지자 손유정의 허리에 달린 리체라가 외쳤다.
“지금입니다. 빨리 도망치죠! 이왕 이렇게 된 거 지옥 불로 가서 저를 정화…… 으아아아!”
여태까지 당한 수모를 분풀이하듯 손유정이 그의 코를 잡고 비틀었다.
코피가 흘러내렸다.
“도망칠 수 있으면 진즉 도망쳤지. 10만 8천 리 밖에서도 나를 죽일 거야.”
결국…… 잡히고 만 것이다.
“으아아아! 짜증 나! 진짜 돌아 버리겠네!”
하늘로 뛰어오른 손유정의 뒤편으로 연기구름이 꼬리처럼 길게 이어졌다.
***
한편 지휘관 막사는 7장군이 뿜어내는 살기로 숨조차 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집행대장 이타카가 되물었다.
“유피가 야훼였다고?”
그녀의 동공이 빛을 완전히 빨아들였고, 머리카락은 생물처럼 꿈틀거렸다.
일각이 말했다.
“내가 직접 봤어. 도시에 들어오고 소식이 없다 했더니, 이런 잔꾀를 부렸을 줄이야.”
모오놈은 넋이 나간 채로 구석에 앉아 있는 오리스를 흘끗 살폈다.
“하지만 이유가 뭔데? 야훼가 굳이 마족으로 변장해서 침입자와 싸울 이유가 있나?”
“아마도…… 대공의 지시일 것이다.”
기마라가 말했다.
“현재 도시에 화공사의 사장님이 머물고 있다. 그런데 대공께서는, 야훼를 옹호하시는 입장인 것 같더군.”
“레테 님이?”
이타카의 머리카락이 빠르게 늘어나 마그리트의 성이 있는 곳으로 질주했다.
눈이 크게 치떠지고, 처음으로 그녀가 집행자의 책상에서 일어섰다.
“지옥의 어머니를 뵙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돌리는 그때, 막사의 천막을 걷고 레테가 모습을 드러냈다.
7장군 모두가 같은 자세를 취한 가운데 레테는 우선 분위기를 살폈다.
“살기가 충만하구나. 너희 7장군이 모여 이런 기운을 뿜어낼 일이라도 있느냐?”
모두가 이타카의 대답을 기다렸으나 그녀는 무례를 감수하고 입을 다물었다.
‘대공께서는…….’
야훼를 옹호하시는 입장인 것 같더군.
이미 7장군의 태도를 예상하고 있던 레테가 차가운 표정으로 내뱉었다.
“설명해라. 이미 대공에게도 말하고 나왔지만, 더 이상의 자비는 없을 것이야.”
‘진심이시다.’
기마라는 성에서 만났을 때와 완전히 다른 기운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좋아. 집행대장부터 없애야겠지.”
레테가 손을 들자 모든 마를 정화시키는 지옥 불이 뜨겁게 타올랐다.
‘지옥의 어머니.’
모든 마족이 사탄의 특성을 타고난다면, 레테는 모든 마족을 원질로 돌린다.
“야훼가…….”
팔꿈치가 채 펴지기도 전에 이타카가 엎드린 채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야훼가 우리를 속였습니다.”
“…….”
지옥 불이 사라졌다.
***
리안은 악을 질렀다.
“으아아아!”
전신에서 튀어나온 게헨나의 사슬이 마치 자신을 잡아먹을 것처럼 몸으로 파고들었다.
“버티게. 자네가 선택한 거야. 이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일세.”
통상적인 방법으로 게헨나의 사슬을 에 결합하려면 족히 3일은 걸린다.
따라서 난수.
카르마 코드를 무작위로 돌려서 연결이 될 때까지 사슬을 뽑아내는 것이다.
“흐으으으……!”
리안의 신음 소리가 잦아드는 것을 깨달은 마그리트는 순수하게 전율했다.
‘실로 엄청난 육체다.’
리안이 감당하는 고통은 지옥에 떨어진 뒤로도 겪어 보지 못한 크기일 터.
‘인간이란 정말로 이상한 종족이군.’
이런 불합리한 고통을 강요하는 시로네를 어떻게 증오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기다려! 내가 간다, 시로네!’
마치 잡아먹힌 것처럼 온몸에 사슬이 칭칭 감긴 리안의 눈이 불타올랐다.
“으으으으…….”
이번만큼은 비명을 참을 수 없었다.
“으아아아!”
철이 미끄러지는 소리를 내며 풀린 사슬이 리안의 손바닥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붙잡고 있는 대직도의 손잡이를 꽈배기처럼 타고 오르며 정보를 결합시켰다.
가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본 마그리트가 탄성을 내질렀다.
“됐다!”
보통의 검이라면 1초도 지나지 않아 녹아 버렸을 테지만 는 오롯했다.
“부서지지 않아.”
그것이 오젠트의 신념.
대직도의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자 뜨거운 불길이 폭발적으로 느껴졌다.
마그리트가 두 손을 내밀었다.
“잠깐! 여기서는 안 돼!”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 튀어 나가더니 실험실의 벽에 처박혔다.
“흐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