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26
“진, 진짜 욜가의 아들이잖아?”
황당한 시로네와 달리 파괴마신707 일행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죽인다. 제노사의 안구 무결점ATX. 그것도 무광.’
인상 자체로도 위협적이지만 동공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근접 전투에서 탁월했다.
페르미가 테이블을 권했다.
“앉아. 그나저나…… 일행이 있네?”
가상 세계라는 사실마저 잊은 채 파괴마신707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 안녕하세요. 우리는…….”
시로네가 짧게 말했다.
“내 친구들이야.”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페르미가 그들에게도 자리를 권했다.
“그래, 반갑군. 일단 앉아.”
“아, 네.”
침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앉으면서도 파괴마신707 일행은 정신이 멍했다.
‘대체 무슨 사이지?’
코드명은 세탁이 가능하다. 따라서 대형 길드에서 새로운 사용자를 만나는 것은 신중해야 할 문제였다.
‘아무것도 묻지 않을 수가 있나?’
명확히 정의를 내릴 수는 없어도 힘의 추가 오히려 야훼2에게 있는 것 같았다.
페르미가 운을 띄웠다.
“자, 그럼…….”
“야! 너!”
시로네가 삿대질을 했다.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겠다! 텐맨도 그렇고, 전자의 황무지도 엄청 넓더구만! 일부러 그런 거지?”
“에이, 선수들끼리 뭐 그런 걸로 화를 내고 그래? 솔직히 별거 없었잖아?”
“…….”
돌이켜 보면 그랬지만.
“이 정도는 해 줘야 야훼라고 할 수 있지. 일단 들어 봐. 나도 놀고 있었던 건 아니니까. 오퍼레이터를 꺾는 일 말이야, 아직도 생각은 변하지 않은 거지?”
파괴마신707 일행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진짜로 하는 거였어?’
물론 그렇게 듣기는 했지만, 야훼2는 하이 기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지금은 금화륜의 수장이 말하고 있다.’
무게감이 전혀 달랐고, 어떻게 그게 가능한 일인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시로네가 말했다.
“생각이고 뭐고 간에 할 수밖에 없잖아. 오퍼레이터를 이겨야 일이 되니까.”
“혹시나 해서. 이제는 시스템을 어느 정도 이해했으니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겠지?”
“……그래.”
시로네는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럼 얘기가 편하겠군. 그래서 알려 주지 않은 거야. 내 설명보다 네 통찰이 훨씬 빠르지. 혹시 승천 길드라고 들어 봤냐?”
“아니.”
“오퍼레이터가 수장으로 있는 서국의 랭킹 1위 길드야. 다수의 랭커를 보유하고 있고, 나처럼 유명인. 말하자면, 대외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아. 일반 사용자가 접근할 수 없는 최상급의 난이도에서 사냥하거든.”
페르미가 서쪽을 가리켰다.
“성격 괴팍하고, 여자일 것으로 추정. 아마도 너를 만나러 오지는 않을걸. 그렇다면 네가 사냥터로 찾아가야 할 텐데, 내 생각에는 승천 길드원은 고사하고 크리처에게 즉사할 거야. 이건 자존심 상하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상하지 않아.”
시로네가 말을 끊었다.
“방법만 얘기해.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어?”
“태양전.”
파괴마신707 일행이 신음했다.
“아…….”
“하이 기어의 가장 핵심적인 이벤트라고 할 수 있지. 세계관은 대충 알고 있지?”
“마틴 박사가 태양을 빼앗았다고.”
“그래. 정확히 말하면 태양궁이야. 이 세계에서 오직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로우 기어가 있는 장소.”
“로우 기어?”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야. 그곳에서 생산된 전기가 대륙 전체를 따라 미드 기어로 흘러들지. 미드 기어는 캡슐 형태의 장치로, 그곳에서 하이 기어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거야.”
페르미가 시로네를 가리켰다.
“지금은 레벨이 낮아서 체감이 안 되겠지만 100레벨만 넘어도 에너지 관리가 힘들어져. 미드 기어가 설치되어 있는 충전소에서 충전을 하거나, 따로 보조 장치를 구입해야 해. 생각해 봐. 하이 기어에 있는 모든 사용자가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고.”
시로네는 이해했다.
“그리고 태양전에 승리한 국가가…….”
“그래, 전부 먹는다. 특히 태양궁을 차지한 길드는 다음 태양전까지 하이 기어를 무료로 충전할 수 있어. 반대로 타국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에너지를 사들여야 하지. 너도 알겠지만 하이 기어는 사용자들의 심장이야. 현실로 따지자면 목숨을 걸고 맞붙는 싸움인 거지.”
“반드시 출전하겠네, 오퍼레이터도.”
“모든 길드가 출전하지. 네가 오퍼레이터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야.”
“저기…….”
데스공쥬가 손을 들었다.
“질문해도 되나요?”
“공주님의 관심은 언제나 환영이지.”
그녀가 풋 하고 웃었다.
“태양전 중계를 많이 봤거든요. 전술 전략이 엄청 치열하던데요. 오퍼레이터야 당연히 출전하겠지만 야훼2가 만날 수는 없을 거예요. 솔직히…… 랭커 언저리라도 되지 않으면 태양궁 내부로 들어갈 수조차 없잖아요.”
“우리도 그게 문제야.”
페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전 승률은 동국과 서국이 팽팽하지만, 공교롭게도 저번 태양전에서 서국이 먹었거든. 즉 우리는 공성, 저쪽은 수성이야. 결국 태양궁 내부로 들어가려면 수많은 인파를 뚫는 것은 물론 랭커들도 상대해야 돼. 특히 승천 길드 1진은 네가 뚫을 수 없을 거야.”
최강코드명이 덧붙였다.
“길드원 간의 전술은 물론 길드 간의 전략을 위한 커맨드 센터도 운용하니까요. 한 번의 실수로 태양을 빼앗기는 싸움에서 개인적인 미션을 수행하기란 불가능하죠. 제 생각에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할 수 있어.”
시로네는 포기하지 않았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네 일이잖아. 방법, 만들어 가지고 왔지? 어떻게 하면 돼?”
“푸우.”
어깨를 늘어뜨리고 한숨을 내쉰 페르미가 고개를 쳐들며 내뱉었다.
“태양전을 포기한다.”
파괴마신707 일행의 표정이 굳었다.
“솔직히 전쟁에서 이기는 것까지 신경 쓰면서 너를 운반하기란 불가능해. 따라서 포기한다. 동국의 모든 길드를 이용해서 너를 태양궁 인근까지 운반할 거야. 그 후에는…….”
페르미는 이지스를 한번 쳐다보았다.
“금화륜의 길드원이 총출동, 승천 길드의 1진을 교란시킨다. 이기지 못해도 상관없는 싸움이라면 할 수 있어. 최대한 너에게서 떨어뜨려 놓는 게 관건이지.”
파괴마신707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건 동국의 길드를 배신하는 거잖아요. 태양전을 떠나서, 길드 망할 텐데요?”
페르미는 꿈쩍하지 않았고 시로네도 마찬가지였다.
“확률은 어느 정도야?”
“100퍼센트. 혹은 0퍼센트지. 우리는 계속해서 승천 1진을 육탄으로 마크한다. 전부 다 잃어도 너를 태양궁 안으로 운반할 거야. 여기까지가 내 책임. 다음은 너의 몫이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오퍼레이터를 잡아.”
파괴마신707이 입을 뻐끔거렸다.
“아, 아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것이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지?’
이지스의 눈치를 살폈으나, 그녀 또한 살기가 드러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로네가 물었다.
“어느 정도 올리면 돼? 확률은 낮아도 좋아. 적어도 불가능하지 않으려면 얼마나 더 강해져야 하지?”
“흐음. 너, 여기 와서 이상한 점 없었냐? 예를 들어 감각이 조금 다르거나.”
“궁감이 여전히 남아 있어. 현실하고 같지는 않지만 신호체계는 똑같아.”
“크크, 그렇군.”
이미 예상했다는 듯 페르미는 곧바로 계산했다.
“최소 300레벨. 물론 높을수록 좋지만 태양전까지 맞추기 어려울 거야. 시간이 더 걸리는 건 너도 싫겠지.”
현실에서는 하루가 위급했다.
“300레벨 이상부터는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말이 안 될 정도야. 따라서 300이 베스트고, 나머지는 파츠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파츠도 레벨의 영향을 받잖아. 이 볼트 건도 내 출력으로 돌리기에는 과하다고 하던데.”
“시제품은 그렇지. 에너지 효율이 특별한 전설이나 장인 파츠로 보완하는 수밖에. 어차피 네가 뭘 해도 승률 5퍼센트 이상은 절대 안 나와. 얼마나 근접하느냐의 싸움이야.”
페르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은 의미로 지금 너에게 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 일단 100레벨까지는 친구들에게 맡기지. 2일 안에 올려놔.”
파괴마신707의 눈이 커졌다.
“네? 2일 동안 100레벨을 찍으라고요?”
“최고급 파츠를 장착하고 높은 레벨의 크리처를 잡아. 무조건 강한 크리처가 정답은 아니지만, 어차피 이 구간에서는 나보다 빠삭하잖아?”
물론 그랬다.
“하, 하지만 그런 식이면 레벨이 약간만 올라도 파츠를 계속 새로 사야 하는데요. 기존 파츠는 어떡하죠?”
“버려. 금화륜이 승인한 크레디트카드를 전송하지. 필요한 게 있으면 전부 사. 은하는 무제한으로 써도 되니까 2일 안에 야훼2를 100레벨로 만들어 놔. 할 수 있겠지?”
멍한 표정으로 친구들을 돌아보던 파괴마신707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유일한 기회 (2)
***
마론 파츠 상점.
자동문이 열리고, 시로네 일행의 데이터가 원격으로 회사에 전송되었다.
“일단 박력탄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파괴마신707이 시로네에게 설명하며 상점으로 들어서는 그때 2층이 소란스러워졌다.
“응?”
턱시도를 입은 남자가 로봇 안내원들을 대동하여 허겁지겁 내려오고 있었다.
“환영합니다! 마론사 아토그램 지점장입니다!”
역시나 로봇이었으나 사람과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밀했다.
사용자들이 수군거렸다.
“뭐야, 지점장이잖아? 하이 기어 초창기 때 보고 이번이 처음인데.”
“그러게. 할인 이벤트라도 하나?”
시로네는 갈매기 웃음을 짓고 있는 지점장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마도 이것 때문이겠지.’
금화륜 길드 마크 옆에 무제한 크레디트카드의 일련번호가 등록되어 있었다.
파괴마신707이 말했다.
“파츠랑 몇 가지 장비를 사려고 하는데요. 물품이 많은데 빨리 준비되나요?”
“최선을 다해 뛰겠습니다.”
“우선 백장 세트 3개, 마론 일체형 1개, 백장용 철갑탄 열네 박스, 보조 충전 장치 1피스. 이렇게 주세요.”
지점장의 눈에 불이 켜지자 상점에서 일하는 모든 안내원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용자들은 황당했다.
“백장 세트를 상점에서 산다고? 사용자에게 사는 게 3배는 더 쌀 텐데.”
“마크를 봐. 금화륜이잖아.”
“어, 그러네. 그럼 코드명을 세탁한 건가?”
“아니, 신규 가입자겠지. 금화륜이 코드명을 세탁할 이유가 없으니까. 저놈들, 아까 자유 광장에서 이지스가 데려간 애들일 거야.”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지점장이 주문한 물건을 차곡차곡 앞에 쌓았다.
“여기 있습니다. 계산은…….”
파괴마신707이 말했다.
“내가 할게요.”
말이 끝나는 즉시 크레디트카드가 반짝이며 결제 완료라는 표시가 떴다.
‘잔액도 표시가 안 돼. 진짜 엄청나다.’
말 그대로 백지수표.
새삼 금화륜의 스케일을 깨달았으나, 그런 만큼 시간의 압박감은 더했다.
‘2일 안에 100레벨. 미치겠네.’
정신을 차린 파괴마신707이 다그쳤다.
“일단 야훼2하고 나, 데스공쥬는 백장 세트, 최강코드명은 마론 일체형이야.”
박스에 손을 대자 ‘즉시 교체’ 표시가 떴다.
“그냥 승인해. 기존의 파츠를 상점에 되파는 것도 시간이 걸려. 즉시 교체가 안 되거든.”
판단 실수로 인한 과실을 막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시로네 일행의 육체가 변하고, 마론 패키지 파츠가 우수수 떨어졌다.
“가자. 가자. 시간 없어.”
떨어진 파츠를 쳐다보지도 않고 상점을 나가자 지점장이 허리를 숙였다.
“언제든 다시 찾아 주십시오.”
사용자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널브러진 파츠와 출구를 번갈아보았다.
“……뭐가 저렇게 바빠?”
마고의 근거지.
평균 크리처 레벨이 20인 곳으로, 시로네 일행의 레벨로는 사냥이 벅찬 곳이었다.
“잘 들어. 백장 세트를 고른 이유는 제일 비싸기도 하지만, 기본 화기가 산탄이기 때문이야.”
쿵! 쿵!
세 사람의 기체는 중장보병의 갑옷처럼 묵직했고 위팔은 풍선처럼 부풀어 있었다.
“화기 개방.”
팔뚝이 열리면서 총구가 튀어나왔고, 시로네는 그 상태로 전방을 겨누었다.
자동 에임이 범위에 따른 명중률을 계산했다.
“응.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바뀌네. 범위는 훨씬 넓지만 사정거리는 짧아.”
“위력도 볼트 건보다 약간 떨어져. 물론 단일 탄환으로 계산한 거지만.”
최강코드명이 말했다.
“그래서 철갑탄을 쓰는 거지.”
마론 일체형을 선택한 그의 기체는 사람이 아닌 수송용 장갑차에 가까웠다.
“실탄 종류가 비싸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철갑탄은 고급 아이템이야. 관통 판정이 없어도 어지간한 장갑은 뚫어 버리거든. 그래서 보통은 20발들이 탄창 하나를 사 두고 위급할 시에만 사용하지. 하지만 우린 열네 박스, 즉 1,680발을 보유하고 있어.”
데스공쥬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