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27
“우리가 크리처를 유인하면 야훼2가 잡는 거야. 최강코드명은 계속 탄을 보급하고. 그러면 왕복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 문제는 동력인데…….”
파괴마신707이 말했다.
“보조 충전 장치는 임시방편일 뿐이야. 최대 10퍼센트까지만 충전되거든. 즉 여기서 동력을 전부 소진하고 돌아가기 위해 사용하는 거야. 100퍼센트 차지는 미드 기어에서 할 수밖에 없어.”
태양전이 중요한 이유였다.
“좋아. 이해했어.”
마고의 근거지 중앙에 도착하자 숲이 사라지고 거대한 공터가 나왔다.
수많은 사용자들이 사방에서 밀려드는 기계 형태의 고릴라를 사격하고 있었다.
시로네는 즉각 깨달았다.
‘강한 크리처다.’
적어도 하이 기어에서는 그랬다.
원거리 공격이 없다는 점만 빼면 속도나 장갑의 내구력이 사용자들과 맞먹었다.
“우리도 시작하자.”
파괴마신707이 쿵쿵 걸음을 옮기며 숲의 외곽을 향해 팔을 들었다.
‘철갑탄을 산탄으로 뿌리다니. 상상은 했지만…….’
지금은 현실이었다.
“크앙! 크앙! 크앙!”
마치 녹음기를 반복해서 돌리는 것처럼 마고들이 괴성을 지르며 돌진했다.
인공지능이 산탄의 반경을 계산하고, 마고의 육체가 큰 에임에 잡히는 순간.
“발사.”
콰아아앙!
굉음이 터지면서 기계로 만든 고릴라의 육체가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됐다! 작전 성공!”
쾌재를 부르는 파괴마신707을 공터에 모여 있는 20명의 사용자가 쳐다보았다.
“뭐야? 한 방에 잡은 거야?”
최강코드명이 철갑탄 박스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럼 나는 아토그램에 다시 갔다 올게. 앞으로 한 번이면 목표 레벨에 도달할 거야.”
마론 일체형이 빠르게 멀어지고, 시연을 지켜본 시로네와 데스공쥬가 전투에 참가했다.
쾅! 쾅! 쾅! 쾅!
어디서 날아오든 산탄은 피할 수 없었고, 의심할 여지 없이 즉사였다.
‘빠르다. 벌써 레벨이 올랐어.’
20레벨의 마고를 잡을 때마다 경험치 게이지가 올라가는 게 눈에 보였다.
본래 마고의 근거지는 사용자들이 포위 형태의 긴장감을 즐기는 사냥터였으나…….
“크아아앙!”
현재는 마고들이 씨가 말라서, 넋을 놓고 지켜보는 사용자들이 태반이었다.
“15레벨.”
성장 속도는 짜릿했으나 빠르게 계산을 끝낸 시로네의 표정은 심각했다.
‘이거 되나? 갈수록 필요 경험치가 올라간다면 2일은 정말 빠듯한데.’
이보다 더 효율적이어야 한다.
그때 이곳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용자가 시로네에게 바락 소리쳤다.
“야! 우리도 사냥 좀 하자! 남들 한 마리 잡을 때 쉰 마리를 잡으면 어떻게 해!”
가까이 있던 사용자가 다가와 말렸다.
“그만둬, 멍청아. 쟤들 금화륜이야. 잘못 건들면 우리까지 전부 척살이라고.”
“응?”
야훼2 옆에 있는 마크를 확인한 그는 잠시 눈을 깜박이더니 센 척을 했다.
“쳇, 금화륜이면 다야? 척살하라고 그래. 나는 코드명 세탁하면 그만이니까.”
“그건 네 사정이고. 우리까지 걸리면…….”
시로네가 말했다.
“미안해. 사정이 있어서. 조금만 사냥하다가 갈게.”
멀리서 엔진음이 들리더니 최강코드명이 철갑탄 박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시간 괜찮지? 열네 박스야.”
“아슬아슬했어.”
철갑탄을 다시 장착한 시로네 일행은 어느새 모인 마고들을 다시 사냥했다.
“20레벨.”
사냥이 끝났다.
“그만 돌아가자. 동력 얼마나 남았어?”
“2퍼센트 남았어.”
파괴마신707이 가슴의 장갑을 열더니 보조 충전기를 장착하며 말했다.
“더해서 12퍼센트면 아토그램까지는 충분해. 일부러 계산해서 여기를 골랐으니까. 미드 기어에서 풀 차지 하면 10킬로미터도 뛸 수 있을 거야.”
보조 배터리를 장착한 시로네 일행은 마고의 근거지를 곧바로 벗어났다.
“……갔네.”
시로네 일행이 남기고 간 100만 은하 상당의 철갑탄 박스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아토그램으로 돌아가는 길에 데스공쥬가 말했다.
“슬슬 실렉티브 옵션을 사자. 20레벨에 터보가 활성화되니까, 사냥 속도가 더 빨라질 거야.”
시로네는 전자 상점에서 통신과 터보를 구매했다.
파괴마신707이 말했다.
“실렉티브 옵션은 파츠와 연동되는 기능이 많아. 즉 통신을 열었다고 해도, 파츠에 통신 장비가 없으면 쓸 수 없다는 거지. 터보도 마찬가지고.”
“응. 그런데 지금은 둘 다 쓸 수 있네?”
“당연하지. 명색이 백장 세트인데 그 정도는 기본이라고. 하지만 나중에는 고려해야 할 거야.”
최강코드명이 말했다.
“너희들은 터보로 가. 야훼2가 미드 기어에서 충전하는 동안 나도 레벨을 올릴게. 데스공쥬가 운반 역할을 하고.”
터보를 활성화시킨 시로네는 2배의 출력을 느끼며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후우!”
동력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지만 아토그램까지는 버틸 수 있을 듯했다.
도시에 도착하자 파괴마신707은 미드 기어 충전소를 찾아 급속을 신청했다.
데스공쥬가 통신으로 말했다.
“미드 기어에 들어가면 외부의 정보가 차단돼. 한마디로 리셋이지. 보통은 충전하는 도중에 겸사겸사 접속을 끊지만, 우리는 시간이 없으니까 바로 나오자.”
“바로 나온다는 게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야. 급속 충전은 하이 기어 세계에서 20분이 걸리는데, 그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즉, 들어갔다 나오면 20분이 지나 있는 거지.”
시로네는 눈을 깜박거렸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어쩌면 이 세계는…….’
통신이 끊어지고 시로네가 캡슐에 들어가자 전선이 내려와 기체에 연결되었다.
-충전 과정을 생략하시겠습니까?
동의를 선택하자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마치 전기가 된 듯 힘이 밀려들었다.
-하이 기어 충전이 끝났습니다.
“응?”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캡슐의 입구가 열렸다.
데스공쥬가 기다리고 있었다.
“잘 잤어?”
체감상 1초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시로네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20분이 지났다고?”
“응. 하이 기어 시간으로는. 가자. 이제 다시 파츠를 업그레이드해야 돼.”
파괴마신707이 배시시 웃었다.
“흐흐흐, 이건 우리 레벨에서 진짜 사치인데. 아니, 명품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상점가에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건물이었다.
시로네는 상호를 확인했다.
‘메탈 게놈.’
유리창으로 살펴보니 한눈에도 레벨이 높은 사용자들이 쇼핑하고 있었다.
“300레벨까지 커버하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야. 화영사와 쌍벽을 이루는데, 거기는 최소 파츠 사양이 40레벨 이상이거든. 어쨌든 압권은 단연 그림 리퍼 시리즈야. 20레벨에서 무려 60레벨까지 커버해. 물론 60레벨 꽉 채우면 동급에서 최고는 안 되지만, 그럼에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정도의 스펙이라고.”
“한마디로 20레벨에 장착한 파츠가 60레벨에서도 통한다는 거지? 대단하네. 마론사의 볼트 건은 10레벨 차이만 나도 밸런스가 무너졌는데.”
“그러니까 명품이지. 대신에 비싸. 아니, 그냥 비싼 게 아니라 너무 비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들어가자 이번에도 지점장이 빠르게 달려왔다.
“메탈 게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로부터 5분 후, 시로네 일행은 전신의 파츠를 그림 리퍼 시리즈로 교체했다.
디자인 콘셉트는 열대 지방의 흑벌이었고 날렵한 몸체에 가는 허리, 기능적인 다리가 조화로웠다.
“이거…… 진짜 좋다.”
차원이 다른 출력에 내구력은 7천, 화기 또한 에너지 탄의 빔 계열이었다.
“하하! 왜 명품인지 알겠지? 60레벨까지는 이게 사신이라니까. 아무도 못 건드려.”
데스공쥬가 가방에 장비를 챙겼다.
“같은 에너지 탄이라도 빔 계열은 소모가 빨라. 내가 계속 보충할게. 이제 사냥터로 가자.”
그때 파괴마신707에게 통신이 왔다.
“지원 요청. 디스트로이-02지역에서 적대 행위 발생. 개판5분전 일행이야.”
“알았어. 기다려.”
디스트로이-02는 광범위 사냥터로, 평균 크리처 레벨은 47이었다.
‘이 자식들, 파티 사냥 중이었군.’
사냥터의 효율을 계산한 그가 미소를 지으며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성능 실험 좀 해 볼까?”
유일한 기회 (3)
***
디스트로이-02.
건물의 철골만 남은 도시의 밀림에는 레벨 20부터 80까지의 다양한 크리처들이 서식하고 있다.
따라서 디스트로이-02는, 빠른 레벨 업은 물론 동국과 서국이 충돌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하하하! 멍청아! 왜? 그때처럼 또 나대 보시지?”
개판1분전부터 5분전까지, 5명의 서국 사용자가 백장 세트를 장착한 최강코드명을 둘러싸고 있었다.
“제길! 이 자식들이……!”
최강코드명은 상체를 세우려고 했으나 개판3분전의 포화에 왼쪽 다리가 날아갔다.
“크윽!”
개판 일당은 최강코드명을 소멸시키는 대신 시간을 끌며 즐기고 있었다.
동국과 서국 간에는 ‘적대 행위’가 당연하게 성립하기에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백장 세트도 탐이 나고.’
파츠를 다양하게 파괴할수록 사망 시 전리품이 늘어난다는 소문이 있었다.
일종의 미신 같은 것이지만, 최강코드명의 입장에서도 사실 나쁠 건 없었다.
“기고만장한 것도 지금뿐이다. 내 친구들이 도착하기만 하면 너희들은…….”
개판5분전이 폭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하! 고작 10레벨짜리가 떼로 온다고 우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안 그러냐?”
개판1분전은 생각에 잠겼다.
70레벨에서 가장 효율이 좋다는 아마라 일체형을 장착한 사용자였다.
계란처럼 둥그런 몸체에 팔도 뭉툭하지만 초당 일곱 발을 쏘는 기관총의 화력은 단연 발군이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데. 뒤에 대형 길드라도 업고 있는 건가?’
서국 사용자들이 동국 사용자에게 확인할 수 있는 건 코드명뿐이었다.
랭커가 되면 순위표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요원한 일이었다.
“허세가 심하군. 박살을 내 버려.”
어차피 디스트로이-02에서 아마라 일체형을 넘어서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개판3분전이 말했다.
“그러지 말고 사지부터 박살 내자고. 얼굴과 몸통만 남기고 말이야.”
“하하! 그거 좋은데?”
야훼2에게 당한 분노가 가시지 않은 개판5분전이 볼트 건을 겨누었다.
“벌레처럼 기어 다니게 해 주마.”
총구가 불을 뿜으려는 그때 도시 저편에서 야훼2의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
개판5분전이 고개를 돌렸다.
“하하! 드디어 등장하셨군! 어디 정의의 용사…….”
정적이 흘렀다.
코드명은 확실히 보이지만 그들의 기체는 인공지능을 의심할 정도였다.
“……뭐야? 이상한 파츠를 장착하고 왔어.”
곤충 중에서도 포식자의 오라를 풍기는 형태.
“저거 설마?”
쭉 뻗은 팔다리는 가녀리지만 수 톤의 중량을 깃털처럼 다루는 기계공학의 정수였다.
“그림 리퍼다.”
200레벨이 넘는 중급 사용자도 명품으로 인정하는 메탈 게놈사의 제품이었다.
“가짜 아냐? 어떻게 저놈들이 전부 그림 리퍼를 장착할 수 있어?”
아마라 일체형보다 7배나 비싸다면 가성비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지만.
‘20레벨에 저걸 장착하면…….’
말 그대로 사신이 된다.
“미친놈들. 우릴 잡으려고 메탈 게놈을 사? 70레벨부터는 뭘 입으려고?”
“잠깐. 기다려 봐.”
개판1분전이 아토그램의 자유 게시판에서 새로운 뉴스를 접한 것은 그때였다.
제목 : 전자전의 제왕 이지스, 아토그램에 등장!
링크를 타고 들어가자 사용자들이 찍은 녹화 영상이 200개가 넘었다.
이지스가 야훼2에게 고개를 숙이는 사진 아래에 세부 내용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본 기자는 야훼2 일행의 행보를 추적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파츠 상점. 지점장은 누구? 물건 싹쓸이.
-VIP일 것으로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