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28
빠르게 기사 내용을 훑은 개판1분전이 변조된 음성으로 내뱉었다.
“저것들, 금화륜이다.”
“뭐어?”
개판 일당이 야훼2를 돌아보았다.
“아토그램 게시판 확인해. 지금 난리도 아니니까.”
그들의 동공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 그러네.”
서국의 승천 길드에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동국 최강의 길드였다.
“……개 같네, 진짜.”
개판1분전이 결정을 내렸다.
“접자. 금화륜은 건드려서 좋을 거 없어. 싸워 봤자 우리만 쪽팔릴 뿐이야.”
물론 그렇지만, 개판5분전은 이미 당한 게 산더미처럼 쌓인 마당이었다.
“아직 안 끝났어.”
그가 최강코드명의 뒤통수를 겨누고 소리쳤다.
“이 자식들아! 내 볼트 건 내놔! 순순히 토해 내면 이 녀석은 풀어 주지!”
파괴마신707이 콧방귀를 뀌었다.
“헛소리하고 있네! 그게 협박이 될 거라고 생각하냐? 죽일 테면 죽여 봐!”
이미 통신 끝난 사안이었다.
“젠장! 짜증 나 미치겠네! 어떻게 안 돼? 나, 코드명 세탁하는 한이 있어도 저놈들에게는…….”
그때 시로네가 소리쳤다.
“내 친구를 풀어 줘! 무사히 이쪽으로 보내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다 잊어 줄게.”
“응?”
파괴마신707 일행보다 개판 일당이 더 당황했다.
‘뭔 개소리야?’
죽으면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물론 사망 시에 파츠를 잃을 확률이 있고, 백장 세트는 꽤나 비싼 물건이지만…….
‘저놈들 금화륜이잖아.’
메탈 게놈의 그림 리퍼로 전신을 두른 놈들이 백장 세트를 거들떠나 보겠는가?
파괴마신707이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야, 뭐 하는 거야? 최강코드명은 그냥 죽으면 돼. 그럼 저 녀석들 약 올라서 미칠 거라고.”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시로네는 왼쪽 다리가 부서진 채로 누워 있는 최강코드명을 바라보았다.
“저들이 불행하다고 해서 내가 행복해지는 건 아니야.”
“…….”
“최강코드명이 사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물론 다시 시작하면 되고 시스템적으로 이용해야 할 날도 오겠지만, 어쨌든 기분이 나쁜 거잖아, 죽는다는 건.”
설령 가상 세계일지라도.
“살릴 여지가 있는데 포기하는 건 싫어. 아무도 죽지 않고 승리하면 가장 좋은 거야. 저들의 감정이 어떻든 그건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파괴마신707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진짜 이상한 놈이야.’
하지만 최강코드명을 죽이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나에게 맡겨.”
미드 기어에서 깨달은 것.
만약 이 시뮬레이션 또한 시간의 상대성이 있는 전기의 세계라면…….
‘할 수 있어.’
시로네가 집중력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는 가운데 개판2분전이 중얼거렸다.
“쟤들 왜 저래? 싸울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크크, 이제 알았다.”
개판5분전이 입꼬리를 찢었다.
“금화륜의 명예. 우리같이 잃을 것 없는 놈들에게 길드원이 개박살 나면 어떻게 되겠어? 녹화해서 게시판에 올리면 아마 난리가 날걸.”
“어? 그러네? 서국에서 엄청 조롱하겠지. 우리는 영웅이 되는 거고 말이야.”
“바로 그거야. 여차하면 코드명 세탁하면 돼. 이 싸움, 우리가 이긴다.”
개판5분전이 소리쳤다.
“야! 내 볼트 건 내놔! 아니면 100만 은하를 가져와라! 그러면 이 녀석을 풀어 주지!”
파괴마신707이 소리쳤다.
“멍청아! 우리가 왜 100만 은하를 줘?”
“그래? 그럼 이 녀석 팔다리 전부 깨 버린다? 녹화해서 돌려도 되는 거지?”
“큭! 그러고 보니…….”
정치적인 문제가 남아 있었다.
“지금이야.”
전방을 뚫어지게 주시하던 시로네가 걸음을 내딛자 개판 일당이 소리쳤다.
다시 걸음이 멈췄으나, 시로네의 감각은 이미 세계의 깊은 곳을 꿰뚫고 있었다.
‘마음이 곧 세계다.’
이면을 넘나드는 박지의 감각이 풍경에 담긴 신호를 추출하기 시작했다.
‘느껴진다.’
공백조차 전기신호로 코딩되어 있는 온갖 정보의 향연이 급류처럼 흐르고 있었다.
시로네는 코드 사이를 점프했다.
“초에니 바르도.”
일종의 메모리 점프로, 현실로 말하자면 웜홀을 타고 이동한 셈이었다.
“응?”
갑자기 야훼2가 모습을 감추자 개판5분전이 인공지능을 이리저리 조작했다.
“뒤! 뒤!”
동료의 기겁한 비명에 돌아서자 야훼2가 어느새 최강코드명을 끌어안고 있었다.
“너…… 너…….”
철컹! 철컹!
시로네의 오른쪽 위팔뼈가 열리더니 새의 발톱처럼 생긴 출력장치가 튀어나왔다.
‘에너지 빔.’
두꺼운 빔이 명치를 강타하자 장갑의 내구력이 500, 400, 300으로 떨어졌다.
2초면 장갑이 타 버릴 것이다.
“으아아아!”
개판5분전이 몸을 뒤틀며 쓰러지자 동료들이 총구를 들고 사격했다.
“죽여!”
총성이 터지고, 최강코드명을 들쳐 멘 시로네가 땅을 박차며 멀어졌다.
“제길! 뭐가 저렇게 빨라?”
마치 흑벌이 비행하듯 검은 잔상만 보였고 불똥은 애꿎은 지면에 튀었다.
시로네의 친구들이 참전했다.
“좋아! 시작이다!”
개판2분전과 3분전이 에너지 빔에 타들어 갔다.
“으아아! 짜증 나!”
레벨에 따른 출력의 한계는 있지만 내구력만큼은 역시 메탈 게놈이었다.
“푸하하하! 이거 진짜 죽이네!”
내구력 5,687/7,000.
아무리 맞아도 장갑은 뚫릴 기미가 없었고, 그사이 개판4분전이 쓰러졌다.
“이 자식들이!”
전방을 겨눈 아마라 일체형이 모터의 굉음을 내며 소나기처럼 탄을 퍼부었다.
드르륵!
파괴마신707이 바닥을 구르자, 불꽃이 장갑을 뒤덮으면서 내구력이 4,544로 떨어졌다.
-야, 괜찮아?
데스공쥬가 통신했다.
-어. 60레벨에도 통하는 파츠라 충분히 버텨. 대놓고 맞지만 않으면 돼.
“덤벼! 덤비란 말이야! 개자식들아!”
광기의 난사 속에 파편이 튀고, 뿌옇게 흐려진 시야에서 야훼2가 튀어나왔다.
“내가 맡을게!”
개판1분전도 야훼2를 포착했다.
“저 녀석……!”
마치 공간을 점프하듯 다가오는 모습은 인공지능조차 잡아내지 못했다.
‘이상한 옵션을 쓰고 있어.’
흑벌이 사냥을 하듯 시로네는 아마라 일체형의 주위를 빠르게 맴돌았다.
‘공간을 점프한다. 하지만 자유롭게 위치를 정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코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여기다!”
이동 경로를 파악한 개판1분전이 방향을 60도 뒤틀면서 예측 사격을 했다.
‘잡았……!’
야훼2가 탄환 사이로 회피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대체 뭐야? 씨……!”
느려진 시간 속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며, 시로네는 실렉티브 옵션을 발동했다.
‘터보.’
2배로 상승한 출력을 그대로 받으며 돌진한 그가 왼손을 들었다.
‘쓰러뜨리면 이긴다.’
납작한 출력장치가 튀어나오더니 칼날처럼 생긴 에너지 커터가 켜졌다.
공포에 질린 개판1분전이 괴성을 내질렀다.
“으아아아!”
그림 리퍼의 장갑에 불똥이 튀고 내구력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6,871, 6,123, 5,231…….’
사각이 없는 탄막을 몸으로 튕겨 낸 시로네의 인공지능이 관통 판정을 승인했다.
‘지금이다!’
에너지 커터가 아마라 일체형의 장갑을 뚫었으나 그림 리퍼의 왼팔도 박살이 났다.
쾅 하는 소리를 내며 육탄으로 충돌하자 1톤이 넘는 기체가 뒤로 기울었다.
“어? 어어?”
공격에 특화된 기체라 무게중심이 낮지만 일단 쓰러지면 일어나기 어렵다.
쿠우우우웅!
땅이 흔들리고 총성이 멈춘 곳에서, 반파된 개판 일당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하아. 하아.”
왼팔이 뜯어져 나간 야훼2가 개판1분전의 배를 밟고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항복해.”
아마라 일체형이 잠시 발버둥을 쳐 보더니 포기한 듯 출력을 떨어뜨렸다.
우우우웅.
열정적인 소음이 가라앉고, 목소리가 들렸다.
“……항복.”
“데스공쥬를 공격한 것도 사과해. 그리고 두 번 다시 우리를 방해하지 마.”
“어차피 건드릴 생각도 없어. 너희들, 사과할 일이 있으면 해라. 우리가 졌다.”
“쳇.”
개판5분전이 고개를 돌렸다.
“미안하다. 됐지?”
교전으로 파손당한 그의 기체는 얼굴과 상체의 절반만이 남아 있었다.
유일한 기회 (4)
***
서국 길드 랭킹 1위, 승천.
23층 건물의 꼭대기에서 길드원 7명이 레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전원 랭커였다.
“다들 모였어?”
격납고처럼 두꺼운 문이 열리고, 오퍼레이터가 광활하게 뻗은 활주로를 걸어왔다.
야귀가 말했다.
“총원 8명. 이 구성으로 아라크네를 잡는 건 처음이지만, 빡세게 돌려야지. 곧 태양전이잖아.”
괴형체를 선택한 그는 방패처럼 납작한 마름모꼴의 얼굴에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그래.”
오퍼레이터가 고양이처럼 걸을 때마다 등에 멘 장도가 좌우로 움직였다.
‘야훼2라고.’
전체 게시판의 히트 뉴스를 확인한 그녀였다.
‘절대로 지지 않아!’
두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하이 기어의 사이클이 급속도로 치솟으며 기체가 진동했다.
-총원 기동 태세.
하이 기어, 487레벨.
엄청난 출력이 전달되면서 그녀의 기체가 대포처럼 전방으로 튀어 나갔다.
마하를 넘는 속도에서 도약한 그녀는 도시를 전부 지나 황무지에 착지했다.
다시 질주가 시작되고, 음속 폭음에 놀란 서국의 사용자들이 고개를 돌렸다.
“뭐야? 무슨 기체가 저렇게 빨라?”
“멍청아, 승천 길드잖아. 오퍼레이터, 꼬마마녀, 야귀, 태대천…… 전부 랭커라고.”
오퍼레이터의 인공지능에 푸른 바다가 보였다.
-초고속 기동으로 전환.
깊게 파인 그녀의 등에서 로켓엔진이 튀어나오더니 엄청난 압력을 분사했다.
그렇게 4분 뒤, 레이드 지점인 스컬 아일랜드가 길드원의 눈에 포착되었다.
‘트랩 구간.’
섬의 컨트롤 타워에 불이 켜지고, 거대란 적색 레이저 그물이 밀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