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29
트랩 레벨-467레벨.
인공지능으로 회피할 수 있지만 그녀는 기능을 차단하고 감각에 몸을 맡겼다.
끼잉! 끼잉! 끼잉!
레이저 그물이 오퍼레이터를 아슬아슬하게 스치자 길드원이 휘파람을 불었다.
“하여튼 전투 센스는 최고라니까.”
트랩 구간이 끝난 뒤에야 꼬마마녀가 속도를 높여 오퍼레이터를 따라잡았다.
“무슨 일이야? 평소에는 시스템을 신봉하면서. 인공지능에게 맡기면 동력도 아낄 텐데.”
“……감각이 둔해지는 느낌이 싫어.”
“흐음.”
대답은 했으나 정답은 아니었다.
“야훼.”
오퍼레이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떤 사람이야? 현실에서 말이야.”
“놀랍네. 네가 현실이라는 말을 입에 담고. 그렇게 거슬려? 어차피 네가 이길 거야.”
“게시판에 영상이 올라왔어. 그 녀석, 설계자의 코드를 타고 공간을 우회했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꼬마마녀는 웃는 표정 같았다.
“모르지. 나야 일개 사용자일 뿐이니까.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건, 현실에서는 그보다 더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야. 인류 역사상 최강의 마법사거든.”
“…….”
오퍼레이터는 다시 영상을 돌렸다.
‘50레벨 이상 차이가 나는 적을 쓰러뜨렸다. 물론 그림 리퍼를 장착했지만…….’
비슷한 내구력을 가졌기에 관통이 되었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에너지 빔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어. 특별한 능력을 떠나서, 전투의 경험이 압도적으로 많은 인간이다.’
오퍼레이터가 내뱉었다.
“그래 봤자, 여기는 내 세계야.”
그 순간 섬이 크게 흔들리더니 초대형 기체가 숲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아아아아!”
보스 크리처 아라크네.
588레벨의 초대형 병기가 등장하자 인공지능이 크리처의 정보를 전송했다.
-내구력 : 78,000,000/78,000,000.
거미를 닮은 수십만 톤의 기체가 8천 개의 포문을 열고 그녀를 맞이했다.
-전원 대기. 내가 신호할게.
홀로 비행하는 그녀의 눈에 풍경을 새까맣게 물들인 2만 개의 탄환이 보였다.
-탄막 레벨, 499레벨.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 없는 수준이었다.
‘지지 않아.’
곡예비행으로 탄막을 빠져나간 그녀가 섬에 도착하자 작은 크리처들이 덤볐다.
크기는 작아도 평균 레벨 500에서 나오는 속도는 무시할 수 없었다.
“흐으으으!”
오퍼레이터는 몸을 뒤틀었다.
관성을 고문하듯 방향을 꺾을 때마다 기체가 절규를 내지르는 듯했다.
‘더, 더 가까이!’
급정지를 하는 순간, 오른쪽 무릎에만 27톤의 하중이 걸리면서 경고 메시지가 떴다.
-기체 내구력 불안정 감지.
땅을 파며 미끄러지던 오퍼레이터는 한계 직전에 몸을 틀어 힘을 분산시켰다.
꼬마마녀가 쓴웃음을 지었다.
‘괴물은 괴물이야.’
극한의 전투 신경에, 크리처들의 공격 패턴을 전부 분석하는 오퍼레이터였다.
‘시로네는 느끼지만, 오퍼레이터는 계산한다.’
누가 위인가?
뒤로 미끄러지면서, 오퍼레이터가 왼손으로 땅을 움켜쥐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손가락에 연거푸 불꽃이 튀었다.
아라크네의 지척에서 속도를 줄인 그녀가 등에 있는 태도太刀 흑장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여기서 물리 공격.’
아라크네가 다리를 들자 그녀의 주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붕괴(마그네틱 포스).
480레벨의 실렉티브 옵션으로, 현재까지는 흑장으로만 발동시킬 수 있었다.
‘이 타이밍이 유일한 기회야.’
칼날이 땅에 박히고, 검은 자기장이 거대한 구체의 형태로 부풀어 올랐다.
“크아아아아!”
자기장에 휘말린 아라크네가 수십만 개의 관절을 뒤틀며 몸부림을 쳤다.
쿠르르르르릉!
그리고 마침내 4개의 다리가 강제적으로 굽혀지며 거체가 땅에 처박혔다.
7명의 길드원이 동시에 공격을 감행했다.
“화끈하게 해 보자고!”
섬 위로 태양 같은 섬광이 터지고, 바닷물이 성벽처럼 밀려 나갔다.
***
그날 저녁.
아토그램은 대륙 각지에서 몰려든 사용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과연 야훼2 일행이 그림 리퍼를 교체할 것인가였다.
70레벨에서 당연히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마라 상점 앞에는 기자들도 나와 있었다.
“동국의 사용자, 루비루비입니다. 이미 많은 영상을 접하셨겠지만 야훼2 일행이 과연 70레벨에 도달했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요. 제가 개인 기자의 자격으로 그들을 취재해 보겠습니다.”
같은 소리를 하는 사용자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시장 통보다 더 시끄러웠다.
한 남자가 그들의 소리를 잠재웠다.
“저기, 저기 온다!”
그림 리퍼를 장착한 야훼2 일행이 빠른 걸음으로 상점가에 들어오고 있었다.
데스공쥬가 칭얼거렸다.
“아, 힘들다. 지친다.”
“아직 멀었어. 새벽까지 80레벨을 찍어야 약속한 시간에 맞출 수 있다고.”
그때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안녕하세요! 루비루비입니다! 현재 레벨은 몇이죠? 그리고 왜 이런 행보를 하는 것입니까? 금화륜의 비밀 프로젝트인가요?”
“비켜! 바쁘단 말이야!”
파괴마신707이 루비루비를 떠밀며 지나갔지만 기자들은 꼬리를 물고 따라왔다.
“한마디만 해 주시죠! 기록을 위해서입니까?”
쏟아지는 질문을 외면하고 들어간 상점은 아마라가 아닌 수어사이드사였다.
데스공쥬가 물었다.
“아마라 쪽으로 안 갈아타?”
“70레벨에서 70레벨 크리처를 잡을 땐 아마라가 최고지. 하지만 이제 난이도를 올릴 거야. 100레벨 사냥터로 갈 테니까, 속도가 생명이야. 무엇보다…….”
파괴마신707이 고개를 돌렸다.
“야훼2는 우리와 다른 능력이 있어. 출력만 따라 주면 100레벨 크리처도 빠르게 잡을 거야.”
“아하.”
지점장에게 주문하자 빠르게 물품이 옮겨졌고 일행은 곧바로 파츠를 교체했다.
맑은 소리를 내며 그림 리퍼의 파츠들이 그들의 주위를 굴러다녔다.
“…….”
일순 정적이 찾아왔다.
‘저것도 버릴까? 버리겠지?’
백장 세트하고는 차원이 달라서, 중급 사용자도 탐을 내는 파츠였다.
속도감에 치중하는 회사답게 수어사이드의 파츠 형태는 날카롭고 차가웠다.
또한 냉병기에 특화되어 있어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성능이 좌우되는 기체였다.
‘아깝다.’
그런 만큼 파괴마신707은 미련이 남았다.
“저기, 그림 리퍼는 챙길까? 진짜 명품이야. 만약 여기에 두고 가면…….”
사용자들이 벌 떼처럼 몰려들 것이다.
“그냥 가자. 보관 업체를 또 가야 하잖아. 어차피 크레디트카드가 있으니까, 나중에 다시 구입하면 돼.”
“그렇기는 하지만…….”
야훼2 일행이 자리를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용자들의 시선이 문제였다.
“그래! 가자, 가!”
결정을 내린 시로네 일행이 문을 나서자마자 상점 내부가 시끄러워졌다.
“쳇! 아주 신났네.”
시로네가 파괴마신707을 위로했다.
“나도 아까워. 하지만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잖아. 모든 일에는 리스크가 있는 법이니까, 우리의 목적에 충실하자.”
“흥! 말이 쉽지. 가만 보면 꼭 바트 같은 소리를 해. 정말 닮았다고.”
“바트?”
“내 개인 마법 교사야. 가르쳐 주는 건 없으면서 날마다 재미없는 소리만 한다니까.”
데스공쥬가 관심을 가졌다.
“어? 너 마법 배워?”
“배우기는 개뿔이. 스피릿 존인지 뭔지, 아무리 해도 감도 안 잡히던데.”
“하하! 나도 그래. 우리 아빠가 하라고 해서 했는데, 집중했더니 잠만 오더라.”
시로네는 퀭한 표정을 지었다.
‘언더 코더에 들어올 정도이니 보통 아이들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바트가 개인 교사라니.’
만약 브리안 바트라면 제1급 대마법사였다.
“뭐,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지. 레벨이나 빨리 올리자. 수어사이드의 주 무기는 냉병기야. 장갑의 틈새를 찔러야 하고, 내구력도 약하니까 조심해.”
“흐음, 그렇군.”
100레벨 사냥터에 진입하자 전과 달리 중형 크기의 크리처들이 보였다.
키에에에에!
사족 보행으로 돌진하는 적들을 바라보며 시로네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보인다.’
흉악한 크리처들 사이로 시로네의 기체가 물처럼 유연하게 흐르며 적을 베어 나갔다.
약속한 2일이 지났다.
“허억! 허억!”
아토그램에 도착하며 숨을 몰아쉬자 사용자들이 박수를 치며 맞이했다.
“48시간에 100레벨! 이건 기록이야!”
파괴마신707이 털썩 땅을 짚었다.
“해냈다. 진짜로 해냈어.”
본인조차 믿기지 않는 성과에 전율을 느끼는 그때, 이지스가 다가왔다.
“축하드립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지스다! 찍어! 찍어!”
기자들이 우르르 모여들었으나, 가까이 가는 순간 저마다 인상을 찡그렸다.
“크윽!”
전파 교란으로, 도시에서 구현되는 몇 안 되는 실렉티브 옵션 중 하나였다.
“죄송합니다. 운영자의 승인을 받지 않은 촬영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쓰겠습니다.”
정중하게 공표한 이지스가 시로네에게 고개를 숙였다.
“가시죠.”
북쪽의 슬럼가에 도착한 그녀는 전보다 훨씬 허름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금화륜의 일진이 앉아 있었고, 바텐더가 깊숙한 통로의 문을 열어 주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시로네가 물었다.
“본격적인 시작인가?”
“그렇습니다. 자세한 건 사장님께서 설명을 하실 겁니다. 아, 그리고…… 손님이 한 분 더 계십니다.”
“손님?”
“들어가시죠.”
통로 끝의 철문을 열자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욜가의 아들이 손을 들었다.
“축하해. 2일에 100레벨. 정확하군.”
손을 마주칠 사이는 아니었기에 시로네는 눈썹을 까닥 올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응?”
티 테이블에 모르는 사용자가 있었다.
‘이 사람이 그 손님인가?’
짧은 다리가 의자 위에 떠 있고 두 손은 다리 사이로 무게를 받치고 있었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안녕? 오랜만이야.”
“저를…… 아세요?”
시로네가 탐색 기능으로 살폈으나 서국의 사용자인 듯 정보가 제한되어 있었다.
사용자 코드명, 꼬마마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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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컨트롤 (1)
서국의 랭커, 꼬마마녀.
시로네도 레벨을 올리면서 꾸준히 랭커들을 확인했기에 알고 있었다.
‘나를 안다는 것은…….’
현실에서 어떤 식으로든 만났다는 뜻이다.
꼬마마녀는 섬뜩한 눈을 돌려 시로네 뒤편에 있는 친구들을 살폈다.
‘뭐, 뭐야?’
파괴마신707 일행에게도 꼬마마녀는 익숙했으나, 눈을 마주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기계일 뿐인데, 느낌이 이상해.’
꼬마마녀에게서 풍기는 이상한 분위기를 시로네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