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31
코드명 마피아와 시선을 교환한 덱스감성이 다시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조건은? 네가 이 프리패스를 우리에게 넘기면, 우리는 너에게 뭘 해 줘야 하지?”
“두 가지 아이템을 얻고 싶어. 미켈란과 도나텔로. 이것만 찾으면 프리패스를 줄게.”
황당한 표정을 짓던 마피아가 웃었다.
“하하하! 무슨 헛소리야? 미켈란과 도나텔로? 너, 전설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몇 퍼센트인지 알아? 게다가 신화 등급의 난이도라고. 이건 레벨하고 상관없어. 자동으로 조정되거든. 차라리 거금을 주고 사는 게 빠를 거다.”
페르미의 말에 의하면 4대 전설 아이템은 하이 기어에 12개가 풀린 것으로 추정된다.
‘특정 길드에서 독점하고 있겠지.’
라파엘과 다빈치를 금화륜이 보유하고 있다면 미켈란과 도나텔로는 승천이 가지고 있을 터.
내부 사정을 아는 그들로서는 절대로 동국에 아이템을 넘기지 않을 터였다.
덱스감성이 덧붙였다.
“뭘 생각하는지는 알겠어. 4대 전설 아이템을 전부 장착하려는 거지. 하지만 그건 꿈이야. 하이 기어에서 아무도 해내지 못한 업적이라고.”
“에르고스를 사냥하게 해 줘. 일단 해 보고,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포기해도 좋아.”
시로네는 자신의 감각에 희망을 걸었다.
‘시간을 감각하는 게 예민해지자 공간이 열렸다. 현실에서도 시폭 다음이 박지였지.’
분명 이곳은 현실과 달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감각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였다.
‘어쩌면…….’
현실의 세계도 더 먼 곳에서 보면 하나의 시뮬레이션이 아닐까 하고.
눈앞의 목표에 집중하기로 한 시로네는 생각을 멈추고 현실적인 계산을 했다.
‘시폭과 박지의 결합으로 입도를 열었다. 하이 기어로 따지자면 프로그래머 정도의 권한.’
레이드를 컨트롤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게 해 줘. 절대로 피해는 끼치지 않을 테니까. 레벨이 낮을수록 유리하잖아?”
신화 등급의 사냥터는 평균 레벨에 따라 난이도가 조정되기에 그저 강하다고 전부가 아니었다.
“……잠깐 얘기를 해 볼게.”
마피아와 덱스감성이 동료들에게 돌아가더니 10분 정도 회의를 진행했다.
덱스감성이 시로네에게 다가왔다.
“좋아, 해 보자. 하지만 첫판에서 희망이 안 보이면 우리는 그만둘 거야. 시간 낭비하기 싫으니까.”
“충분해.”
야훼2를 포함한 8명의 파티는 데모크라시를 떠나 사냥터로 향했다.
마피아가 물었다.
“레벨이 몇이라고 했지?”
“100레벨.”
“그럼 실렉티브 옵션은 10개 열었네. 지금은 어떤 옵션을 장착하고 있어?”
“엑소 배리어. 호크 아이. 부스터.”
엑소 배리어는 1초 동안 방어막을 만들지만 동력을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호크 아이는 속도 증가에 따른 광역 시야를 제공하고, 부스터는 로켓엔진이었다.
“흐음. 70레벨, 80레벨, 100레벨 옵션이라. 하긴, 싱글 플레이에는 효율적이지. 하지만 파티에서는 달라.”
덱스감성이 지시했다.
“일단 엑소 배리어 빼고, 등속 주행 모드로 바꿔. 사냥 중에 동력이 모자랄 수도 있으니까.”
30레벨에서 활성화되는 등속 주행 모드는 장거리 이동 시 동력을 아낄 수 있다.
“응. 지금 바꿀게.”
“사냥터에 도착하면 다시 등속 주행 모드를 빼고, 드론 통신을 넣어. 크리처가 어디에 있는지 미리 파악해 두지 않으면 파티는 전멸이야.”
시로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2개의 슬롯에는 적외선 시야하고 기체 소음 줄여 주는 거, 그거 뭐지? 아, 절음 모드. 그걸로 해. 100레벨에서는 이 정도가 베스트일 거야.”
“음, 전부 보조 기능이네. 하지만 터보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혹시 모르니까.”
“100레벨이 터보를 써 봤자 거기서 거기지. 보통 듀얼에서 주로 선택하는 옵션이야. 랭커들은 가끔 레이드에서 고르는 경우가 있지만. 게다가 우리는 전부 230레벨 이상이라고. 처음부터 너에게 대미지는 기대하지 않아.”
코드명 소나가 끼어들었다.
“우선 생존에 치중하는 게 좋아. 네가 죽으면 난이도가 더 올라갈 테니까. 사실 드론 통신보다 청력 증가가 생존에 더 도움이 될 테지만, 네가 드론 통신을 해 주면 우리도 옵션 하나를 바꿀 수 있으니까.”
“알았어. 내가 길잡이라 이거지.”
“그렇지. 하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에르고스가 처음인 사람에게 길잡이를 맡기다니.”
어차피 그들이 손해 볼 일은 크게 없었기에 계획은 그대로 진행되었다.
도착한 곳은 천혜의 절벽에 뚫려 있는 높이 80미터의 거대한 동굴이었다.
‘에르고스의 성지.’
덱스감성이 말했다.
“하이 기어의 크리처들은 모두 유전적 알고리즘을 통해 패턴을 변화시켜.”
시로네도 철의 고향에서 메탈랫을 사냥할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핵심은 학습과 진화지만, 돌연변이 확률이라는 게 있어. 평범한 크리처들은 10퍼센트 미만의 돌연변이 확률을 가지고 있지.”
실제로 크리처가 번식을 하는 건 아니지만 데이터는 남아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그런데 에르고스의 돌연변이 확률은 무려 50퍼센트야. 세대가 거듭될수록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거야.”
시로네는 이해했다.
“이 동굴 안에 있는 게 뭔지는 들어가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뜻이네.”
“그래. 신화 등급의 크리처가 난공불락인 이유야. 정형화된 패턴이 없기 때문에 공략법을 외울 수도 없고, 순전히 감에 의지해 싸워야 하는 거야.”
대충 난이도를 짐작한 시로네는 일행과 함께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레이드가 시작됩니다.
이벤트 메시지가 뜨면서 풍경이 바뀌고, 바깥세상의 정보가 차단되었다.
“드론.”
시로네는 40레벨에 활성화되는 드론 통신을 이용해 작은 기체를 띄웠다.
덱스감성이 말했다.
“지시는 마피아가 광역 통신을 이용해서 할 거야. 너를 포함해 다른 멤버는 통신 옵션을 안 넣었으니까, 지시가 떨어질 때마다 집중해야 돼.”
3개의 슬롯이 한계인 실렉티브 옵션에 통신 기능을 넣는 건 분명 사치였다.
다만 레벨이 높아지면 각종 기능을 통합한 옵션이 나오게 되는데, 대표적인 게 260레벨에 활성화되는 마그난으로 대부분의 통신 기능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마그난, 마그난 하는구나. 260레벨부터 본격적인 플레이네.’
드론, 하운드, 위성은 물론 근거리, 원거리, 광역까지 커버하는 마그난이 없다면 대규모 길드전은 물론 태양전에서도 특별한 활약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출발하자.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얼마든지 다시 도전해도 돼. 다만 사망하면 동굴 밖에서 부활하니까 실수를 줄이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 길잡이의 역할이 중요했다.
시로네는 동굴 안으로 드론을 날려 가급적 크리처가 없는 쪽으로 길을 안내했다.
‘교전은 피하는 게 좋아.’
크리처의 평균 레벨은 파티의 평균 레벨보다 50레벨 높도록 설정되어 있다.
야훼2 덕분에 난이도는 낮아진 셈이지만 에르고스를 상대할 때는 독이 될 터였다.
‘보스 크리처는 100레벨이 높으니까.’
1명이라도 사망하면 클리어 확률이 0에 수렴하기에 일행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지금이야.”
마피아가 타깃을 정하고 지시를 내리면 6명이 동시에 달려들어 기체를 파괴했다.
키익!
피가 마르는 진행 속에서 마피아 일행은 야훼2에 대한 소문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전술적인 완성도야 금화륜이니 이해가 되지만, 이 녀석…… 어떻게 길을 알고 있지?’
에르고스를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미로처럼 복잡한 길을 외우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쪽이다.’
시로네는 코드를 느끼고 있었다.
‘모든 코드에는 의도가 있어. 크리처의 패턴이 생물처럼 진화해도, 전체에서 바라보면 그저 하나의 네트워크. 그리고 그 네트워크의 형태가 바로…….’
설계자의 의도일 것이다.
‘차갑지 않아.’
오퍼레이터의 마음이 느껴졌다.
‘아무리 난이도를 높여도, 절대로 0퍼센트의 확률은 나오지 않도록 작용하고 있다.’
아마도 당사자조차 모르고 있을 사실.
‘정말 좋아하는 거야. 이 세계, 하이 기어를. 하이 기어를 즐기는 사용자들을.’
또한 설계자의 의도를 느낄 경지라는 것은, 시로네가 현실의 입도에 준했다는 얘기였다.
‘할 수 있어.’
그 순간 동굴이 흔들렸다.
“왔다! 모두 준비해!”
적외선 시야로도 감지되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기계의 음성이 들렸다.
-누가 신의 성지를 침범하는가!
마피아가 광역 통신으로 지시했고 소나가 섬광탄을 무더기로 갈겼다.
번쩍 빛이 터졌다.
“…….”
정체를 드러낸 것은 거대한 눈동자.
-하찮은 피조물들이여!
그리고 그 눈을 중심으로 네 방향으로 뻗어 동굴을 붙잡고 있는 강철 다리였다.
“타입C형에 가까워! 기동전이다! 회피에 집중해!”
지시가 떨어지는 즉시, 에르고스의 배후에서 강철 손톱이 달린 촉수들이 날아들었다.
쾅! 쾅! 쾅! 쾅!
8명의 파티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동굴의 틈새에서 작은 크리처들이 나타났다.
치열한 교전이 시작되었다.
4개의 다리로 동굴 벽을 찍으며 후퇴하는 에르고스를 추격하며 탄을 명중시키는 게 관건이었다.
“제길! 너무 빨라!”
크리처들이 방해하는 데다 눈동자를 제외한 골격에는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시로네가 홀로 뛰어들었다.
“멍청아! 지시에 따르라니……!”
말이 멈추고, 수십 개의 촉수를 피해 시로네가 에르고스를 향해 돌진했다.
“어, 어떻게?”
시간과 공간에 대한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정보는 게시판에 차고 넘쳤다.
하지만 지금 야훼2가 보이는 동선은 공간을 점프하는 것과 전혀 달랐다.
‘어떻게 패턴을 알지?’
또한 그 모습은 그들이 중계 화면을 보며 전율했던 특정 사용자를 연상시켰다.
“오퍼레이터…….”
-크아오오오오오!
시로네가 거리를 좁히자 에르고스가 눈동자에서 빔을 쏘며 대항했다.
덱스감성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벌써 패턴이 바뀌었어.’
보통 에르고스를 동굴 끝까지 추적하는 데에만 20분이 소요되는 게 정상이었다.
‘할 수 있다.’
확신을 가진 그가 소리쳤다.
“가자! 덤벼!”
7명이 뒤를 따르며 크리처를 박살 내는 가운데 시로네는 생각에 잠겼다.
‘왜 눈인가?’
50퍼센트의 돌연변이 속에서 만들어진 진화 형태가 눈이라는 것은.
‘광자 신호를 받아들이기 가장 적합한 형태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어째서 신일까?
‘…….’
시로네는 직감했다.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바깥 세계의 비밀은,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야훼2! 지금이야! 부숴!”
7킬로미터의 추격전 끝에 시로네는 에르고스의 지척까지 다가갔다.
‘아직 아니야.’
여기서 에르고스의 눈을 파괴해도 미켈란을 얻을 수는 없을 터였다.
확신에 가까운 느낌.
‘확률은 수학이지만…….’
그 확률을 결정짓는 것은 마음, 지극히 불확실한 양자적 신호이기 때문이다.
시로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지금이다!’
이 지점이 미켈란이었다.
수어사이드의 냉병기가 눈을 찌르자 에르고스가 감전된 듯 전신을 떨었다.
-키아아아아아!
동굴을 뒤흔드는 굉음 속에서 마피아 일행은 증강현실의 정보를 확인했다.
-미확인 아이템 드롭 : 전설 등급.
“……말도 안 돼.”
0.001퍼센트의 확률이었다.
레이드 컨트롤 (3)
에르고스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지고 동굴에 박아 넣은 다리가 하나씩 빠졌다.
땅을 흔들며 추락하자 크리처들이 통제력을 잃고 사방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키익! 키익!
공격 명령을 받지 못한 그들이 좌충우돌하더니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쉰 시로네는 에르고스의 기체 앞에 회전하고 있는 반투명한 상자를 보았다.
실체화가 되지 않은 이유는 아이템 획득에 대한 우선권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켈란.’
하이 기어에 대해 잘 모르지만, 원하는 아이템이라는 것은 느낌으로 알았다.
고풍스러운 상자에 손을 가져다 대려는 그때, 마피아 일행이 달려왔다.
“잠깐! 잠깐 기다려!”
덱스감성이 시로네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상자를 보았다.
“진짜다. 진짜 전설 등급이야.”
확률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지만, 한 번의 도전으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에르고스가 주는 전설 아이템은 미켈란밖에 없어. 이걸 팔면 은하가…….’
그의 머릿속에 0이 질주했다.
‘서국 프리 패스도 좋지만 미켈란은 그보다 훨씬 가치가 높아. 이걸 우리가 먹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