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32
시로네의 시선을 받은 그가 헛기침을 했다.
“흠흠, 파티 사냥으로 얻은 은하는 공동 분배가 원칙이야. 다만 아이템 같은 경우는 분배가 안 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하기 전까지는 실체화가 되지 않아.”
“우선순위?”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 사용자가 직접 지정한다. 확률에 맡긴다. 보통 전자를 많이 하지만, 신뢰도가 떨어지는 경우에는 카드를 뽑는 거지. 높은 숫자부터 우선순위가 되고, 소유권을 포기하면 다음 순번으로 넘어가는 거야.”
“그럼 나를 1번으로 지정해 줘. 도나텔로까지 얻게 해 주면 서국 프리패스를 줄게.”
애초에 그렇게 약속된 것이지만 마피아 일행의 표정은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전설 등급이 진짜로 나올 줄 알았나.’
야훼2의 능력을 눈으로 봤으나 확률까지 통제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왜? 갑자기 주기 싫어?”
이렇게 대놓고 말해 버리면 아무리 물심이 생겨도 얼굴이 화끈거리기 마련이다.
소나가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니, 솔직히 그렇잖아! 이건 대박 중의 대박인데, 혼자서 먹겠다는 건 좀 양심 없는 거 아냐? 적당한 수준이어야 양보를 하지.”
마피아가 거들었다.
“에르고스도 C타입, 추격전 패턴이라 네가 잡을 수 있었던 거야. 너, 막 총알도 보고 공간도 뛰어넘고 그런다며. B타입 같은 경우는 디펜스 형태라 네 공격은 이빨도 안 들어갔을 거라고.”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야? 나는 미켈란이 필요하고, 너희들이 원하는 건 뭔데? 은하?”
페르미라면 얼마를 주고라도 살 것이다.
“서국 프리 패스에 은하 추가. 도나텔로가 나오면 그것도 은하로 정산해 줘.”
죽었다 깨나도 안 나오겠지만.
“알았어. 그럼 일단 미켈란을 획득하게 해 줘. 나가서 금화륜에 연락할 테니까.”
소나가 말했다.
“그건 안 돼. 우리가 가지고 있다가 정산하면 돌려줄게. 금화륜에서 정산을 거부할 수도 있고, 또 네가 먹고 동국으로 튀어 버릴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잖아.”
마피아가 배 째라는 듯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양보 못 해. 잘 선택해. 우선순위를 걸지 않으면 접속을 끊기 전까지는 여기서 못 나가니까.”
약속을 어긴 것도 모자라 집요하게 굴자 시로네도 정석을 포기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누가 이것을 가지고 갈 것인지 확률로 정하는 거야.”
“응?”
마피아 일행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깔끔하잖아? 카드에서 가장 높은 패가 나오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며?”
“그렇긴 하지만…….”
7 대 1의 상황이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우리는 7명 중에 1명만 1등이 되어도 된다. 아니, 누가 됐든 야훼2보다 높은 패를 가진 사람만 있으면 돼.’
마피아가 일어섰다.
“받아들이지. 내 생각에도 그게 합리적이야. 다른 사람들도 이의 없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야훼2, 네가 상자를 만져.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 뜨면 랜덤을 골라.”
못 먹을 아이템 만져나 보라는 식이었으나 시로네는 모르는 체 말에 따랐다.
랜덤을 선택하자 증강현실에 카드 패가 떠오르더니 일행에게 한 장씩 분배되었다.
“자, 까 보자.”
저마다 카드를 개방했고, 소나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성을 터트렸다.
“아싸! K다!”
“오오, 높은 패네. 축하해.”
동료들이 크게 웃지 못하는 이유는 소나마저 완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진짜 살벌하구만.’
입맛을 다신 시로네는 눈앞에서 깜박이고 있는 카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뭐 해? 어서 열어. 시간 없다고.”
“…….”
집중 상태에서 시로네의 감각이 예민해지고 이 세계의 진의가 밀려들었다.
‘여기다.’
양자 신호, 즉 마음이 선택한 지점에서 패를 열자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에, 에이스잖아?”
마피아 일행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는 듯 얼굴을 내밀었다.
“어, 어떻게 에이스가. 어? 이거 에이스…….”
아직은 그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시로네는 해맑게 웃는 표정을 연기했다.
“하하! 오늘 정말 운이 좋네? 이러다가 하루 만에 도나텔로도 얻는 거 아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아이템 획득 우선순위가 결정되었습니다. 1순위 야훼2, 2순위 소나, 3순위…….
“획득.”
상자가 실체화되면서 나무로 깎은 장갑 형태의 파츠가 시로네의 손에 쥐였다.
‘나무?’
하이 기어에서는 독특한 소재였다.
“너! 그거…….”
소나가 말을 하려는 순간 동굴 안이 밝아지더니 창백한 광채로 뒤덮였다.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다시 시야가 돌아왔을 때에는 어느새 에르고스의 성지 앞이었다.
소나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
“너! 그거 지금 장착하지 마! 한번 장착하면 거래가 불가능하단 말이야!”
전설 아이템의 특징이었다.
“장착.”
“아…….”
시로네가 보란 듯 장착을 선택하자 미켈란에 균열이 가면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펑 소리와 함께 형태가 파괴되고 빛의 입자가 야훼2의 오른팔을 뒤덮었다.
“이건?”
빛이 사라지고, 상앗빛이 나는 금속질의 건틀렛이 오른손을 대신하고 있었다.
소나가 머리를 짚었다.
‘아, 미치겠네. 귀속은 전리품으로도 안 나오는데. 이러다 진짜 튀는 거 아냐?’
좋은 아이템이 나왔을 경우 사용자를 죽이고 전리품을 획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근데, 이건 어떻게 쓰는 거야?”
이제는 이런 순수한 물음도 오히려 자신들을 놀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아, 100레벨에 전설 아이템이라니. 랭커라도 되고 나서 장착하지. 너 그러다 척살이라도 당하면 아까워서 어쩌려고 그래?”
“그땐 어쩔 수 없지 뭐. 그나저나 이거…….”
시로네가 미켈란을 내밀자 마피아 일행이 관심을 보이며 다가왔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전설 아이템은 공통점이 있어. 일단 획득 시에 금속의 형태가 아니라는 것. 장착하면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출력과 무관한 성능을 낸다는 것.”
시로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출력과 무관한 성능이라. 그래서 페르미가 전설 아이템에 집착했구나.’
“그리고 미켈란 건은…….”
미켈란을 양손으로 붙잡은 소나가 이리저리 돌리면서 기능을 살폈다.
손바닥에 음각형 렌즈가 있었다.
“아, 이건가 보다. 내가 듣기로 미켈란은 광입자 조절기래. 빛에 파괴력이 있다던데.”
시로네의 눈이 가늘어졌다.
‘포톤 캐논이잖아.’
설명을 들은 시로네가 손바닥을 위로 하고 파츠를 작동시키자 렌즈에 불이 들어왔다.
“어? 어어?”
마피아 일행이 황급히 물러서더니 손바닥 위로 모이는 빛의 연기를 바라보았다.
“우와.”
빛이 움직이는 게 신기했으나 아직까지는 특별히 위협적이지는 않아 보였다.
소나가 빛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어려워. 전설 아이템이 다 그렇지만, 자체적으로 위력을 내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조작하는 방식이거든. 레벨보다는 실력이 중요하지.”
그래서 출력을 무시하는 것이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시로네가 빛의 연기를 흔들며 감각을 익히는 가운데 마피아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러게 장착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제 길드에 넘길 수도 없으니 어쩔 거야? 그래도 무조건 정산은…….”
그 순간 모두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런 식이겠지.’
포톤 캐논의 감각을 되새기자 빛의 연기가 순식간에 구체로 압축되기 시작했다.
“그, 그거 뭐야?”
잔뜩 사나워진 빛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했다.
“빛을 압축시킨 거야. 하이 기어에서는 어떤 원리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렇게…….”
시로네가 사출의 느낌으로 미켈란을 내밀자 섬광이 먼 바위에 직격했다.
퍼어어어어엉!
굉음이 터지고, 바람의 후폭풍이 밀려들면서 움푹 파인 땅바닥을 드러냈다.
“세상에.”
모두가 입을 크게 벌렸다.
“빛이 폭발해? 저건 미사일이잖아?”
압축의 정밀도에 따라 위력은 차이가 있겠지만 탄의 제약이 없는 건 엄청난 강점이었다.
시로네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됐어. 하나는 얻었다.’
오퍼레이터를 찌를 수 있는 칼이었다.
여전히 파괴된 자리를 바라보고 있던 마피아 일행이 황급히 표정을 고쳤다.
“아무튼 축하해. 실력은 확실한 것 같군. 그럼 이제 정산만 남았네? 지금 금화륜에 연락해 줄래?”
“아니. 정산은 도나텔로까지 찾은 다음이야. 빨리 다음 사냥터로 가자.”
덱스감성이 소리쳤다.
“야! 그런 게 어디 있어? 도나텔로가 언제 나올지 알고 그때까지 같이하자는 거야?”
“처음부터 그런 약속이었잖아. 여태까지 다 어겼으니까, 이거라도 지켜. 안 그러면 나도 정산은 무효야.”
“윽!”
이제 불리한 건 마피아 일행이었다.
‘젠장! 제대로 걸렸네. 이러다 이 녀석이 동국으로 튀어 버리면 우린 아무것도 못 얻는 거잖아.’
소나가 울상을 지으며 물었다.
“도나텔로 찾으면 정말로 정산해 줄 거지? 지금 여기서 약속하는 거야, 응?”
‘자기들은 밥 먹듯 어기면서.’
속으로 구시렁거렸으나 주도권은 이미 시로네에게 넘어온 상황이었다.
‘다른 서국 사용자랑 부딪치는 것도 싫고.’
결정을 내린 시로네가 실렉티브 옵션에서 부스터를 장착하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일단 데모크라시로 돌아가자. 미드 기어가 있는 곳에서 기다릴게.”
부스터를 발동하자 로켓엔진이 점화되면서 야훼2의 기체가 하늘로 쏘아졌다.
“……가 버렸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는 점에서 그들은 현실을 깨달았다.
“젠장! 순진한 줄 알았더니 독종이네. 가만, 저 녀석 설마 도망친 건 아니겠지?”
덱스감성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미드 기어에서 기다린다고 했으니 믿어 보는 수밖에. 미켈란만 정산해도 파츠 전체를 몇 단계나 올릴 수 있어.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잖아?”
“진짜? 도나텔로까지 한다고?”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새어 나오는 가운데 소나가 부스터를 발동하며 말했다.
“일단 출발하자. 출력은 우리가 높으니까 지금 쫓아가면 놓치지 않을 거야.”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전속력으로 날아올랐다.
쿠쿠쿠쿠쿠쿠쿠!
굉음에 뒤를 살핀 시로네는 저 멀리 마피아 일행이 따라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게 마음을 곱게 써야지.’
혀가 삐죽 내려왔다.
레이드 컨트롤 (4)
***
데모크라시에 도착한 시로네는 마피아 일행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뭐? 신화 등급의 사냥터는 하루에 한 종류만 도전할 수 있다고?”
소나가 말했다.
“그래. 시스템 시간으로 24시에 초기화돼. 같은 사냥터는 몇 번이고 도전할 수 있지만, ‘달의 잉태’ 이벤트는 자정이 넘어야 가능하단 말이야.”
이런 제한이 없다면 사용자의 대부분이 신화 등급의 사냥터로 몰릴 터였다.
“보통 파티를 꾸려서 한 군데 공략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포기하고 일반 사냥터로 가는 게 정석이야.”
마피아가 말했다.
“어쨌든 달의 잉태로 가려면 자정까지 기다려야 돼. 차라리 지금 금화륜에 연락해서…….”
“그럼 그때 봐.”
말을 끊은 시로네는 미드 기어 충전소로 들어갔다.
‘자정까지 넘겨야겠다.’
어차피 바깥에서 저들과 있어 봤자 쓸데없는 말싸움만 하게 될 터였다.
“충전할게요.”
크레디트카드로 요금을 지불하고 미드 기어에 들어가자 전선이 연결되었다.
‘눈뜨자마자 시작이겠네.’
시로네에게는 찰나겠지만, 바깥에서는 여전히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충전소 앞에서 머물고 있는 마피아 일행은 저마다 분을 삼키지 못했다.
“제길! 저 녀석에게 계속 끌려다니고 있잖아. 정말 이대로 갈 거야? 나중에 말을 바꾸면?”
마피아가 말했다.
“일단 게시판에 올려 두자. 전설 등급 아이템 획득이라는 제목으로. 동국 랭킹 1위 길드니까 사기는 치지 못하겠지. 최소한의 보험이야.”
소나가 말했다.
“그럼 내가 올릴게. 녹화 영상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