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36
-은하가 입금되었습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자 개인 금고에 처음 보는 액수가 깜박이고 있었다.
“어? 어?”
0을 따라 올라가던 그가 몸을 부르르 떨고, 소나가 두 팔을 들고 소리쳤다.
“야호! 해냈다! 우리가 해냈어!”
동료들이 하이 파이브를 하며 기뻐하는 와중에도 마피아는 믿을 수가 없었다.
‘미친놈들.’
시가 개념을 무시하는 금액 앞에서 더 받고 싶다는 욕심조차 생기지 않았다.
소나가 마피아를 흔들었다.
“야, 야! 우리 상점 가자, 상점! 사고 싶은 거 엄청 많아! 한정판으로 싹쓸이할 거야.”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본 시로네는 미소를 지었으나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페르미.’
허세가 아닐 것이다.
인간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장 깔끔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액수.
세상에 강자는 많지만, 아군과 적군을 통틀어 싸우고 싶지 않은 10명 안에 들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만약 적이라면, 결국 쓰러뜨릴 수밖에 없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페르미는…….’
코드명을 욜가의 아들이라고 지었을까?
완전무장 (3)
시로네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마피아 일행은 은밀한 통신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야? 미리 정한 대로 가?
-좀 미안한데. 정산도 많이 받았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어쩔 수 없어. 동국이잖아. 어떤 놈이 게시판에 물타기 하는 바람에 여론도 안 좋아졌어.
뉴스를 통해 정산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은 주효했으나 문제는 서국 전용 게시판이었다.
동국의 사용자를 돕는 것이 못마땅한 자들이 마피아 일행을 매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국의 첩자라는 소문마저 있었고, 심지어 척살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서국에서 우릴 밟으면 방법이 없어. 좋은 파츠를 장착하면 뭐 해? 사냥을 못 하는데.
-그렇지. 게다가 대형 길드에서 척살령이라도 떨어지면 하이 기어 접는 수밖에 없잖아.
그렇게 결론을 내린 마피아 일행은 생각에 잠겨 있는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소나가 말했다.
“도나텔로는 꺼 두는 게 어때? 그것도 꽤나 동력을 잡아먹는 파츠거든.”
“아, 그렇지.”
야훼2의 동력은 16퍼센트였다.
‘돌아가려면 보조 충전기를 써야겠다.’
시로네가 떠날 채비를 하자 마피아 일행은 야훼2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살폈다.
-껐냐?
-모르겠어. 아예 위화감이 없어.
도나텔로를 능숙하게 다루는 탓에 겉으로 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냥 하자. 셋에 쏘는 거다.
통신으로 타이밍을 잡은 그들은 야훼2의 머리에 대고 일제히 화기를 겨누었다.
총성이 터졌다.
어느새 몸을 날린 시로네가 백사장을 빠르게 구르더니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마피아가 쳇 하고 혀를 차며 물었다.
“도나텔로, 계속 켜 놓고 있었냐?”
“…….”
시로네는 침묵했다.
마피아 일행의 배신을 진지하게 고민한 것은 페르미의 통신을 받은 뒤부터였다.
‘내가 무사한지 확인하려고 했다.’
승리의 포즈라고?
‘직접 통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나에게 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
시로네가 미처 알지 못하는 일들이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었다.
그게 무엇일까?
‘서국의 배신자. 뉴스, 혹은 게시판…….’
조금만 생각해도 나오는 결론이었다.
덱스감성이 말했다.
“반응을 보아하니 설명은 필요 없겠군. 그래도 깔끔하게 정산해 준 건 고맙다. 그래서 말인데, 그냥 죽어 주면 안 되냐? 전리품은 안 건드릴 테니까.”
그래 봤자 100레벨 등급의 파츠였고 전설 아이템은 드롭 자체가 불가능했다.
“죽이고 싶으면 죽여.”
시로네가 말했다.
“상호 간의 신뢰라는 것도 거래가 끝날 때까지지. 정산도 했으니 이제는 적국일 뿐이잖아?”
미켈란 건을 작동시킨 시로네가 미소를 지었다.
“시작하자, 하이 기어.”
“…….”
마피아 일행은 생각했다.
‘싫지 않은 놈이야.’
설령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일지라도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군. 현실에서는 더 대단한 놈이겠지. 하지만 그렇기에…….’
마피아 일행이 다시 총구를 겨누었다.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으마.’
200레벨이 넘는 화력이 비처럼 쏘아지고, 야훼2가 순식간에 공간을 점프했다.
‘쳇! 저 기술……!’
영상으로 봤을 때하고는 충격부터 달랐다.
달섬의 백사장은 포연과 연무로 가득 찼고, 쉴 새 없이 총성이 빗발쳤다.
섬광이 동료를 직격했다.
퍼어어어엉!
미사일에 준하는 위력에 기체가 파괴되고, 남은 6명이 더욱 출력을 높였다.
-적외선 켜! 시야 확보가 먼저다!
시로네는 볼을 부풀렸다.
‘푸우. 역시 150레벨 차이는 힘들다.’
보스 크리처라면 패턴을 읽을 테지만 사용자들의 패턴은 양자의 영역이었다.
애초부터 시폭, 박지의 감각이 아니었다면 비빌 수도 없었을 만큼 큰 격차.
하지만 그렇기에 마피아 일행은 충격이었다.
‘대체 뭐야, 이거?’
어지간한 탄은 전부 피해 버리고, 출력으로 제압하려고 해도 공간을 뛰어넘는다.
‘빌어먹을! 실렉티브 옵션 15개를 더 가지고 있다는 건 이점도 아니야.’
그러는 사이에도 반격은 계속되어서, 또다시 1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야! 우리도 유탄 쓰자! 저딴 공격을 무제한으로 갈겨 대는데 어떻게 이겨!
-기다려. 한 번의 기회가 있어.
무제한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력의 한계는 어쩔 수 없어. 보조 충전 장치를 사용하려고 할 때 잡는다.
교전은 계속되었고 2명의 사망자가 더 생겼다.
-야! 어쩌려고?
-기다려.
초조하기는 마피아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제부터는 인내심의 승부였다.
시로네의 증강현실에 붉은 신호가 떴다.
‘남은 동력 2퍼센트.’
적들이 노리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버텼으나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었다.
“쳇!”
섬광을 던져 폭발을 일으킨 시로네는 암벽 뒤로 돌아들어 가 보조 충전 장치를 꺼냈다.
-지금이다!
마피아, 덱스감성, 소나의 기체가 전부 열리며 장착된 유탄이 터져 나왔다.
‘호밍 통신.’
연기 꼬리를 일으키며 시로네가 숨어 있는 지점을 향해 날아가던 유탄이 갑자기 폭발했다.
“응?”
동시에 보조 충전 장치를 장착한 시로네가 다시 암벽을 빠져나왔다.
“좋아! 제대로 싸워……!”
연무가 걷히자, 가녀린 기체가 검을 휘두른 자세로 상체를 굽히고 있었다.
“오퍼레이터?”
태도 흑장으로 유탄을 전부 갈라 버린 실력은 피아를 떠나 황홀할 정도였다.
“진, 진짜 오퍼레이터다.”
천천히 몸을 세우며 흑장을 갈무리한 그녀가 시로네를 돌아보며 말했다.
“드디어 만났네?”
오퍼레이터는 서국이기에 바짝 긴장했으나, 그녀는 마피아 일행에게 튀어 나갔다.
“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주먹이 마피아의 얼굴을 그대로 가격했다.
으지직!
관통 판정이 들어가며 얼굴이 박살 나고, 덱스감성과 소나가 좌우로 흩어졌다.
-뭐야? 왜 우릴 공격해?
-알 게 뭐야? 척살인가 보지. 일단 튀어!
한가롭게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오퍼레이터가 등 뒤의 검을 다시 꺼냈다.
“붕괴.”
백사장에 검이 박히고, 구체의 자기장이 기체들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크기는 직경 1미터에 불과했으나 덱스감성과 소나는 무서운 속도로 끌려와 충돌했다.
콰아아아앙!
팔다리가 뜯어져 나갈 정도로 강하게 부딪히자 시로네는 간담이 서늘했다.
‘암구 같은 능력이네.’
얼굴만 남은 덱스감성이 물었다.
“왜…… 왜 우리를…….”
“이걸로 끝내 줄게. 척살은 안 할 테니까, 앞으로는 서국을 배신하지 마라. 게시판에 올려도 좋아.”
그 말을 들은 덱스감성은 더 이상 말이 없었고, 사망자들 또한 순순히 사라졌다.
그들이 남긴 전리품만 남은 가운데 오퍼레이터는 시로네에게 돌아섰다.
펑 소리를 내며 그녀가 증발했다.
‘뒤!’
도나텔로에 잡힌 위치를 따라 황급히 돌아서자 오퍼레이터의 얼굴이 불쑥 다가왔다.
“윽!”
두려움보다는 민망함에 고개를 움츠린 시로네는 잠시 후 새삼 감탄했다.
‘엄청 빠르구나.’
이것이 전체 랭킹 1위의 속도인가.
“조용한 데로 가자.”
대꾸할 겨를도 없이 오퍼레이터는 시로네의 기체를 번쩍 안아 들었다.
“응?”
여자에게 이런 식으로 안겨 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기분이 상당히 이상했다.
품속에서 올려다보는 오퍼레이터의 얼굴이 아름다워 잠시 넋을 잃은 그때.
쿠우우우우웅!
엄청난 힘으로 땅을 밀어낸 그녀가 마치 로켓처럼 하늘로 솟구쳤다.
한 번의 도약으로 달섬에서 가장 높은 절벽 위에 착지한 그녀가 시로네를 내려놓았다.
“뉴스를 봤어.”
풍경을 감상하던 시로네가 고개를 돌렸다.
“아, 너무 신경 쓰지 마. 사실 나도 착각한 게 있었고, 너하고도…….”
오퍼레이터가 땅을 가리켰다.
“내 앞에서 직접 사과해.”
휘잉, 바람이 불었다.
‘확실히 4차원이네.’
한 번 사과한 것을 두 번 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기에 시로네는 순순히 입을 열었다.
“그때 험한 말을 해서 미안해. 하이 기어를 직접 해 보니까 네 말이 이해가 되었어.”
손을 슬그머니 거둔 것이 반응의 전부였으나 어딘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도 미안. 너 무시했던 거.”
“아니, 그건 괜찮아.”
“알고 있었어. 아리안 시로네. 알페아스 마법학교 출신. 시대의 야훼라고 불리지.”
시로네는 흠칫 놀랐다.
“혹시 내가 아는…….”
“아니. 너를 만난 건 처음이야. 하지만 꿈에서 봤어. 수많은 사람들의 꿈에 네가 나오더라. 미켈란 건은 그 이미지를 토대로 구현한 거야.”
오퍼레이터는 달을 바라보았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많은 영감이 필요해. 나는 밖에 나가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의 꿈에서 영감을 얻어. 몽인은 싫어하지만, 어차피 하이 기어가 있는 세계 자체가 불법이니까.”
“어째서 밖에 나가기 싫은데?”
오퍼레이터를 현실로 끌어내지 않고서는 아포칼립스를 탐사할 수 없을 터였다.
“날마다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에 눈을 떴어. 서로를 증오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지. 아니, 오히려 그 증오는 나를 향한 것인지도 몰라. 나라는 자식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부부로서 정의되니까. 나는 직접 별채를 사들이고 작업실을 꾸렸어. 돈이야 언더 코더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벌 수 있거든.”
시로네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현실이 너무나 싫어서, 내가 도망칠 수 있는 완벽한 세계가 필요했지. 그때부터 하이 기어를 설계한 거야. 가장 끔찍한 게 뭔지 알아? 이곳에서 얼마를 살든 눈을 뜨면 시간이 별로 지나지 않았다는 거야.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나가기 싫어졌고, 결국 랭킹 1위가 된 거지.”
그녀는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알아, 현실에서는 내가 당하는 것보다 훨씬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 하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면서 힘들어야 하는 거야? 설령 그래야 한다고 해도, 그럼 우리 부모님은 어째서 내 고통은 신경 쓰지 않지?”
“누구도 너를 비난하지 않아. 괴로울 수 있는 자격 같은 건 세상에 없으니까.”
시로네의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오퍼레이터는 작은 입으로 계속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