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38
이미 게시판에서 유명인이었고 무엇보다 4대 전설 파츠를 모두 장착하고 있었다.
“……해볼까?”
어차피 나스카시, 이곳에서 싸운다고 해도 금화륜과 충돌할 일은 없었다.
“어이, 웨스트.”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각기 다른 길드의 7명이 모여 있었다.
‘307레벨, 311레벨, 287레벨…….’
중소 길드지만 그 안에서는 나름 내로라하는 자들이 모인 상황이었다.
“태양전 준비하는데 방해하기는 싫지만, 듀얼 좀 해도 될까? 야훼2랑 말이야.”
“흐음.”
잠시 생각하던 와일드 웨스트가 옆으로 비켜섰다.
“10분.”
“충분해.”
사용자들이 다가오자 이미 기척을 파악하고 있던 시로네가 몸을 돌렸다.
와일드 웨스트가 통신했다.
-사망해도 괜찮으니까 한번 붙어 봐. 스타트 지점으로 가는 게 더 빠르거든. 너와 저들의 레벨 차이는 대략 2천 레벨 정도야. 의미 없는 합산 방식이지만 오퍼레이터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해.
듀얼의 경험은 많을수록 좋았다.
-네. 해볼게요.
몸을 웅크린 시로네가 금속 날개 다빈치를 가동하자 마하의 속도로 기체가 튀어 나갔다.
퍼어어어어엉!
적들이 전멸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3분이었다.
태양전 (1)
전야제.
태양전이 열리는 제타 고원을 둘러싼 도시들은 밤새도록 폭죽을 쏘아 올렸다.
참가 자격은 무제한.
하이 기어의 모든 사용자들이 지금도 시시각각 제타 고원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누구라도 싸울 수 있다.
같은 국가끼리도 적대 판정이 가능하다는 것은 아비규환을 예고하는 듯하지만…….
“하루살이는 신경 쓸 필요 없어.”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 한낱 개인의 욕망은 군중의 거대한 욕망에 휩쓸리게 된다.
“가장 중요한 건 태양궁. 그중에서도 로우 기어야. 결국 뚫릴 테지만,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해.”
승천 길드 1진은 태양궁에 마련되어 있는 별채에서 작전 회의 중이었다.
승천 외에도 서국 길드 랭킹 5위까지가 각자의 방에서 은거하는 중이었다.
오퍼레이터가 말했다.
“24시간을 버티면 이겨. 이번 태양전도 승천 길드가 랭킹 1위로서 커맨드 센터 역할을 맡을 거야. 특수기동대를 운용하고, 내성을 지킨다. 우선 기동대 대장은 꼬마마녀.”
“네.”
꼬마마녀가 손을 들었다.
“동쪽 수비대장은 아귀, 서쪽은 루비믹스, 중앙은 태대천이 맡아 줘.”
태대천이 물었다.
“북쪽은?”
동국의 시작 지점은 남쪽이기에 북문을 깨려면 태양궁을 크게 돌아야 한다.
“검은 악마 길드가 맡기로 했어. 1진을 전부 투입하면 밸런스를 맞출 수 있겠지.”
서국 랭킹 4위의 길드였다.
“편성표를 짰어. 2진과 3진에서 골고루 추렸으니, 통신 채널에 코드명을 입력해 둬. 지역 전술에 대해서는 대장에게 일임하겠어.”
통신을 통해 편성표가 전달되었다.
“작전 회의 끝. 새벽 3시까지는 나가서 즐겨도 돼. 길드 채널만 계속 열어 둬.”
전야제 축제는 하이 기어 사용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벤트 중의 하나였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사용자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과 태양전을 앞두고 다들 흥분 상태라는 것.
마음의 벽은 허물어지고 집단이 주는 안전감은 손쉽게 쾌락을 받아들일 터였다.
환락과 열락의 밤이었다.
승천 1진들이 몸을 풀며 방을 나서는 가운데 꼬마마녀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오퍼레이터가 물었다.
“축제, 안 갈 거야?”
“그러는 너는?”
“…….”
“축제에 나간 적 없지? 수많은 사용자들이 오퍼레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야.”
“그들의 요구에 따를 필요는 없어. 하이 기어에 자유가 있다면 축제에 나가지 않는 것도 내 자유니까.”
꼬마마녀는 의중을 살폈다.
금발의 앞머리가 눈을 가리고 있는 하얀 얼굴은 무심히 아름다울 뿐이었다.
“흐음.”
그런 것이다.
“수많은 자들이 들어와 욕망을 쏟아 내는 거짓 세계. 하지만 너에게는 유일한 진짜라는 건가?”
“어려운 이야기는 몰라. 나는 다만…… 내가 원하지 않는 교환이 싫을 뿐이야.”
“무슨 얘기 했어?”
꼬마마녀가 기습처럼 물었다.
“예전에 달섬에 갔잖아. 야훼2를 만났을 거 아냐? 안부나 물으러 간 건 아닐 테고.”
오퍼레이터는 살며시 입술을 뒤틀었다.
“걱정 마. 협박하는 거 아니니까. 그냥 궁금해서. 말하기 싫으면 안 해 줘도 돼.”
“특별한 건 없었어. 서로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름의 공감도 있었지. 하지만 달라질 것은 없어. 어쨌거나 야훼2는 내 제안을 거절했으니까.”
“제안?”
“하이 기어에서 함께 살자는 제안. 거절당했지. 그래서 내 나름의 작별 인사를 했을 뿐이야.”
꼬마마녀를 돌아본 오퍼레이터가 자신의 입술에 살며시 손을 가져다 댔다.
“우리 키스했어.”
꼬마마녀의 기체에서 잠시 살기가 느껴지는 듯했으나 아마도 착각일 터였다.
오퍼레이터가 물었다.
“왜? 기분 나빠? 복수할 거야?”
“푸!”
꼬마마녀가 어깨를 들썩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실제로 입을 맞춘 것도 아니잖아. 여긴 꿈보다 더 먼 곳이라고. 그런 식으로 따지면 지금 축제에서 즐기는 사용자는 뭐가 돼?”
카샨의 여황은 상대방을 가장 화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겠지.”
가짜가 보내는 경의일 뿐이다.
“야훼2도 별다른 감정은 없을 거야. 듀얼에서 승리해서 나를 현실로 끌어내는 게 전부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를 이길 수 없는 거야.”
“그 점에 대해서는 동의해.”
우오린 또한 핵심을 간파하고 있었다.
‘시로네, 그날의 키스에 대해 깨닫지 못하면, 너는 절대로 오퍼레이터를 이길 수 없어.’
따라서 아포칼립스를 채굴하는 일도 현실의 마계를 없애는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결국…….
‘나에게 오게 될 거야.’
태양궁의 하늘에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
창문이 번쩍번쩍했다.
“예쁘다.”
데스공쥬가 창밖의 불꽃놀이를 바라보는 동안 금화륜 1진은 회의를 끝마쳤다.
페르미가 말했다.
“태양궁으로 가는 동안 야훼2가 사망하지 않는 게 관건이야. 스타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때면 이미 동국 진영이 붕괴되어 있을 테니까. 모든 리스크 관리는 야훼2의 생존을 우선으로 해.”
“알겠습니다.”
금화륜에서는 페르미의 말이 법이었다.
“그런데…….”
그의 말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오직 시로네뿐이었다.
“작전을 바꾸자.”
금화륜 1진은 물론 창가에 서 있던 파괴마신707 일행도 몸을 돌렸다.
페르미가 되물었다.
“왜지?”
진지하게 되물었다는 것은, 페르미 또한 일말의 찝찝함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오퍼레이터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정적이 흘렀다.
레벨 업을 전담했던 와일드 웨스트가 카우보이모자를 올리며 물었다.
“현재 네 레벨은 307레벨. 초기 예상보다 높지만 어차피 랭커에 들기에는 요원한 일. 이 정도는 이미 상정했던 게 아니었나?”
“물론 그렇지만…….”
시로네가 말을 줄이자 페르미가 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만약 전략을 바꿔야 한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니까.”
“오퍼레이터와 같은 레벨, 같은 파츠의 다른 사용자라면 비등하게 싸울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오퍼레이터는 달라. 시스템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으니까. 나와 같은 수준의 무위라면 출력 차이가 승부를 가르게 될 거야.”
“그래서 말했잖아, 승률이 10퍼센트도 안 될 거라고. 그것을 해내는 게 너의 역할이야.”
“알고 있어. 다만…….”
시로네는 오퍼레이터의 키스를 떠올렸다.
“전략의 문제가 아니야. 마음의 문제지.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마음이라.”
0퍼센트가 아니면 100퍼센트.
“네가 그렇다면 승산은 없는 거지. 그래서 어떤 식으로 작전을 바꾸자는 거야?”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시로네는 현재 자신이 느끼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
페르미는 반박하지 못했다.
***
“동국 만세! 동국 만세!”
“서국이 이긴다. 내일도 태양은 우리의 것이다!”
동국과 서국의 진영에서 고함 소리가 터지는 가운데 점차 동이 트기 시작했다.
-태양전 개시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안내 메시지가 증강현실에 뜨자 고함 소리는 아예 괴성으로 돌변했다.
천지를 울리는 소음도 태양궁 내부에서는 아련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
홀로 무릎을 꿇은 채 누군가를 기다리는 오퍼레이터는 위성 영상을 확인했다.
마그난의 위성통신 기능이 전해 오는 일대의 풍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참가자 수는 대략 4천 명.
그 점처럼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사용자 중에 야훼2도 있을 것이다.
‘와라.’
오늘의 패배는 오퍼레이터에게 있어서 세상의 멸망과도 같은 것이기에.
‘철저하게 파괴시켜 주마, 야훼2.’
금발에 가려진 눈동자에 푸른 전기가 들어왔다.
-태양전 개시까지 5분 남았습니다.
태양궁 바깥에서 적을 기다리는 수많은 서국의 사용자들은 이제 침묵했다.
승천의 별동대장 우오린이 전방을 살피는 그때 누군가가 옆으로 다가왔다.
“껄껄! 이번에도 뵙는구려.”
허리 아래가 말처럼 생긴 사용자의 코드명은 마두용사, 듀얼 랭킹 76위의 랭커였다.
“별동대가 제일 재밌으니까요.”
“동감이오. 수성이나 하는 건 성미에 맞지 않지. 어디가 치열할 것 같으오? 나는 서문으로 갈 생각이외다만.”
“중앙.”
마두용사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중앙? 물론 마지막에는 가장 치열하겠지만 처음부터 뚫지는 않을 거외다. 동국이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정면 대결을 펼치겠소?”
“나는 중앙으로 갈 겁니다.”
시로네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금화륜은 서국의 병력을 산개시키기 위해 아군의 피해마저 감수할 거야. 그 방법으로 가장 좋은 건, 최단시간 내에 중앙을 돌파하는 것.’
우오린은 그 길목을 끊을 생각이었다.
‘곧 보게 될 거야, 시로네.’
-태양전 개시까지 3분 남았습니다.
동국의 금화륜이 모인 진영에서 시로네는 마지막으로 기체 상태를 점검했다.
야훼2의 왼팔에는 또 하나의 전설 무기인 ‘에어 갓’이 장착되어 있었다.
‘활성.’
팔의 안쪽이 열리더니 한 자루의 총이 튀어나와 자동으로 손에 잡혔다.
데스공쥬가 쳐다보았다.
“에어 갓이네.”
‘리로리드’라는 명령어를 통해 에너지 탄을 무한대로 쏠 수 있는 무기였다.
“응. 전설 등급이야. 장갑의 효율에 관계없이 내구력을 10씩 떨어뜨릴 수 있는 무기지.”
“괜찮겠어? 한 발에 10씩 떨어지면 내구력 500짜리 파츠도 50방을 맞혀야 하잖아.”
“대신 장갑 무시 판정이 있으니까. 내 레벨에서 좋은 화기를 골라 봤자 랭커에게는 통하지 않을 거야.”
미켈란 건의 화력이 좋으니 서브 무기는 옵션에 치중하자는 페르미의 의견이었다.
“리로리드.”
명령어를 입력하자 에너지가 순식간에 다시 충전되면서 100퍼센트로 올라왔다.
데스공쥬가 미소를 지었다.
“열심히 해. 우리도 처음이라 떨리지만, 최대한 너를 도와서 해 볼게.”
“호호호! 겨우 마그난 레벨이나 올린 주제에, 태양전에서 뭘 해 보겠다고?”